4년10개월 끌고간 우 지사의 성추문, 그 진상은?

  • 등록 2014.03.07 10: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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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지사 성희롱의 진실] 여성부, 법원 오가며 2006년 12월 대법원서 확정판결
"녹취 테입 조작, 성추행 없다" 모두 거짓 드러나 ... 법조인 "성희롱이자 성추행"

6·13 지방선거 분위기로 젖어들어가던 2002년 초 제주도는 벽두부터 파문의 진원지가 됐다. 바로 우근민 당시 현직지사의 성희롱 파문이다.

 

전국적 핫이슈로 부상했고 선거판 전국면에서 논란과 쟁점이 됐던 사안이며, 2010년 우 지사의 민주당 복당과정에서도 불거졌던 논란이다. 민주당이 2010년 그의 성희롱 전력을 문제삼아 결국 그의 공천자격을 취소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사실로 드러난 사안에 대해 우 지사는 최근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의 사건을 다시 정리한다. 당시 사건의 재구성이다. 과거 밝혀진 제주여민회의 녹취록 기록과 검찰 수사과정, 여성부 조사결과, 법원의 심리와 판결문에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한 것임을 밝힌다. <편집자 주>

 

 

 

본격적인 선거분위기가 달아오르던 무렵인 2002년 1월24일 대한미용사협회 제주시지부장인 고모 여인은 제주도 여성정책과장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 지사를 한번 만나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인 1월25일 오후 3시 고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제주도청 도지사 집무실로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고씨는 1차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여민회의 녹취록 기록을 보면 우 지사가 피해자의 가슴에 손을 대는 등 고의적인 행동의 흔적이 역력했다.

 

다음날인 1월26일 오전 피해자인 고씨는 당시 이모 제주도 여성정책과장에게 상황을 알리고 항의했다. 그러나 이 과장은 “미친 X에게 물렸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라”며 은폐를 시도했다.

 

하소연할 데가 없었던 고씨는 당시 김모 제주도여성단체협의회장을 찾아갔다. 이리저리 법률적 조언을 얻은 고씨는 당시 상황을 밝힐 증거가 필요했다. 더불어 사과를 받을 요량으로 우 지사를 다시 찾아갔다. 물론 또 있을 성추행에 대비, 증거확보 차원에서 미리 녹음기를 휴대했다.

 

 

 

 

2월5일 오후 4시. 우 지사와의 면담이 성사됐다. 하지만 사과는 받지 못했다. 오히려 비슷한 추태에 직면했다. 다행히 피해자인 고씨는 이 때의 상황을 녹음하는데 성공했다. 녹취록 내용은 지금도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다 나온다.

 

피해여성인 고씨는 그 시절 많은 번민을 했다. ‘제왕권력’인 도지사를 상대로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한들 사법당국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성단체인 여민회를 찾아간 건 그 이유로 도움을 얻기 위해서였다.

 

내용을 확인한 여민회는 여성부 신고를 택했다. 여성인권을 더 잘 대변할 것이라고 판단한 여민회의 생각이다. 형사고소의 경우보다 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때문이었다. 결국 피해자인 고씨는 2월21일 우근민 지사의 성추행 사실을 여성부에 신고했다. 더불어 우근민 지사의 성추행 사실을 알리는 폭로기자회견도 열었다. 파문은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선거판의 핫이슈였다.

 

그러나 우 지사는 바로 다음날 ‘근거 없는 허위주장’이라며 고씨와 제주여민회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장기간 제주지검의 수사 끝에 피해자인 고씨와 제주여민회에 대한 고소건은 무혐의로 결론났다. “없는 사실이 아니”라는 검찰이 판단이었고, 이와 더불어 우 지사 측이 제기한 ‘조작 녹취록’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대검 조사결과 녹취록 진본이 맞고, 조작·편집된 흔적도 없다”고 그해 5월7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오히려 우 지사 측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 지사는 그 시절 이 성추행 사건을 선거판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사건을 당시 그의 가장 강력한 경쟁후보와의 개입·연계설로 퍼뜨렸고, 6·13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공작·모략’으로 끌고 갔다. 물론 그 작전이 먹혀들어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인 우 지사는 오히려 그 사건으로 득표전략에서 득을 봤고, 결국 당선됐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비록 그가 민선 3기 도지사로 당선됐지만 여성부는 2월의 성추행 신고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활동을 벌였고 결국 그해 7월29일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우 지사의 행위에 대해 ‘성희롱이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 지사가 피해여성에게 1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도록 했고 제주도청 기관에 대해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우 지사는 곧바로 불복했다. 8월28일 여성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부는 다시 이의제기 두달 뒤인 10월21일 우 지사의 이의제기에 대해 부결처리 결정을 내렸다. 여전히 “명백한 성희롱”이란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러자 우 지사는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여성부의 결정을 취소하라는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 의결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은 시일을 끌었다. 그러는 사이 2004년 4월 우근민 지사는 2002년 선거과정에서 6건의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건이 유죄가 확정돼 당선무효 처리됐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 곧바로 지사직을 잃은 것이다.

 

그 한달 뒤인 5월 서울행정법원도 “여성부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우 지사의 요구를 기각, 우 지사의 패소판결을 내렸다. “성희롱이 명백하다”는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 지사는 집요했다. 5월 이번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하지만 야인이던 그가 2005년 9월26일 서울고법으로부터 받아든 판결문은 또다시 ‘기각’이었다. 우 지사는 막판까지도 법률적 판단을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10월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고, 1년여 뒤인 2006년 12월21일 우 지사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패소판결을 내려 당초 여성부가 “우 지사의 성희롱이 명백하다”고 한 판결을 확정지었다.

 

4년 10개월만에 우 지사의 성희롱 사건은 ‘유죄’인 것이 밝혀진 것이고 더불어 우 지사는 손해배상금도 그후 다 완납했다.

 

사건이 진행된 일지는 이렇지만 당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그의 행위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가 적시돼 있다. 대법에서 확정된 판결문에서 밝히고 있는 그의 행위만을 사실관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판결문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주문: 상고(우 지사의 청구)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우근민 지사)가 부담한다.

 

원심(고법 항소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의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참가인이 2002. 1. 25. 15:10경 제주도지사 집무실을 방문하여 원고(우근민 지사)와 면담을 하면서 직사각형 형태의 회의용 테이블에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원고의 왼쪽에 90° 각도로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원고가 참가인의 오른쪽 옆으로 다가와 왼손으로는 참가인의 목 뒷부분을, 오른손으로는 어깨를 잡은 후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참가인의 왼쪽 가슴을 만졌고 참가인은 원고의 오른손을 잡아 뿌리친 사실을 인정하였다.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이를 다투는 상고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참가인이 “원고가 겉옷 단추를 풀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라고 주장하였음에도 원심이 단순히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참가인의 왼쪽 가슴을 만졌다.”라고 인정한 것은 참가인이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에 근거한 판단으로 위법하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그러나 원고가 두 손을 참가인의 양 어깨에 얹고 가볍게 누른 정도의 행동을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참가인의 가슴을 만졌는지 여부’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그러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원고가 겉옷 단추를 풀고 가슴을 만졌는지, 아니면 겉옷 위로 만졌는지 여부는 반드시 판단이 필요한 쟁점 사항이라고 할 수 없는 점, 피고도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대화 도중 원고가 참가인의 가슴에 손을 댄 것은 사실’이고, 이는 남녀차별금지법 제2조 제2항에서 규정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원고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에서 그 근거가 되는 사실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하면 족하다는 점, “가슴을 만졌다.”는 사실과 “겉옷 단추를 풀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라는 사실이 질적으로 전혀 다른 행위라고도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이를 탓하는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
(출처 : 대법원 2006.12.21. 선고 2005두13414 판결[남녀차별개선위원회결정내지재결취소] > 종합법률정보 판례)

 


여성단체의 폭로기자회견과 검찰의 수사, 여성부의 조사, 서울행정법원과 고법·대법으로 이어지는 각종 판결 모두에서 우 지사의 주장은 그 시절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녹취된 테입과 녹취록이 조작·편집이라는 주장에서부터 “성추행은 없었다”는 것은 물론 “정치적 조작이고 음해”라는 주장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려 5년이 다 돼 2006년 12월 결론이 난 사안이다.

 

대법원의 판결문만 보더라도 그의 행위는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여러 쟁점을 차치하고 “(피해자가) 2002. 1. 25. 15:10경 제주도지사 집무실을 방문하여 원고(우근민 지사)와 면담을 하면서 직사각형 형태의 회의용 테이블에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원고의 왼쪽에 90° 각도로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원고가 (피해자의) 오른쪽 옆으로 다가와 왼손으로는 (피해자의) 목 뒷부분을, 오른손으로는 어깨를 잡은 후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만졌고 (피해자는) 원고의 오른손을 잡아 뿌리쳤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하지만 우 지사는 지금도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 “성희롱으로 판결을 받은 건 맞지만 억울하다. 자신은 성추행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인 하승수 변호사가 2010년 3월 ‘이화동 광장’ 칼럼을 통해 밝힌 내용을 인용한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피해자와 춤을 추면서 순간적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행위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인정했고(대법원 2001도2417판결),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러브샷의 방법으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2007도10050판결). 또한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직장 여직원의 어깨를 주무르고 껴안은 행위에 대해서도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4도52 판결) ··· 법률적으로 볼 때 '성희롱'의 범주가 '강제추행(성추행)'의 범주보다는 넓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근민씨가 한 것과 같은 행위는 성희롱일 뿐만 아니라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본인은 극구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 따라서 우근민씨가 자신의 행위가 '성추행'이 아니었다고 변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002년 선거판에서 우근민 지사 측은 피해여성의 사진을 들고 다니며 “이렇게 생긴 사람을 만지고 싶었겠는가”라며 여론몰이를 했다. 피해여성의 인권은 아랑곳 없었다. 조작과 음해로 몰고 가며 그는 오히려 동정을 얻는 이득을 봤다. ‘제주의 미래를 생각하는 여성들의 모임’ 등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여성단체들까지 가세, 각종 성명과 신문광고를 내며 우 지사를 두둔하고 비호했다.

 

그런 여론몰이로 우 지사는 2002년 재미(?)를 봤고, 2010년 선거를 앞둔 3월13일 우근민 지사 예비후보자 사무실 개소식에서도 그는 거듭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다. “법원은 나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았고, 법원의 결정이기에 존중해야 하는 것이 이 사회의 룰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할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나의 결백과 억울한 사연을 다시 한번 냉정하게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우 지사는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한다.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 전 과정에서 확인된 사안도 그는 기억하는 이가 없다면 부정한다. 실상이 녹음된 테잎이 있고 엄연히 녹취록이 공개돼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정한다.

 

지난해 5월 그가 ‘간첩기자, 4·3폭도’ 망언을 할 때 만약 녹음된 증거가 없었다면 그는 그런 발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시절도 녹음파일이 공개되기 전엔 발언이 와전됐다고 일단 부정했다.

 

올 연초 새누리당 신년하례회에서 ‘박근혜의 입당 권유설 주장’이 보도될 때도 그는 발언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가 녹음파일을 들이대자 입을 닫았다.

 

양심은 고사하고 편견과 매도, 일방적인 억측과 주장으로 제주사회가 도륙나고 있다. 현직 도지사가 자행하고 있는 일이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양성철 기자 j1950@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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