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비 예비비 전용 '예측불가능한 긴급 사안' 적용 논란

  • 등록 2012.02.13 14: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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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별 실적 매겨놓고 비용 예측 불가?…추경 예산심사 회피 의혹
우 지사 "집행부 재량, 이듬해 의회 보고하면 돼"…시민단체 "지방재정법 위반"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를 위해 과도하게 발생한 행정전화투표 공공요금이 예비비로 전용할만한 '예측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될까?

 

제주도가 행정전화투표 요금 중 81억원을 예비비로 전용한 예산운영의 정당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는 행정전화투표 요금 211억8600만원 가운데 104억원을 지난해 11월 29일 본예산에서 예비비 81억원을 전용해 이미 납부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도는 지난해 7월 1회 추경예산에서 22억8100만원, 본예산에서 81억4600만원을 사용했다. 본예산에서 공공요금 예산 4600만원 외에 나머지 81억원은 예비비를 전용해 KT에 납부했다.

 

7대 경관 선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도 81억원의 전화요금을 예비비로 사용하겠다고 의회와 언론에 밝히지 않았다.

 

우근민 지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2011년 10월말까지 미납요금 누적액이 많은 상태에서 KT측이 일부라도 납부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계속 미룰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비록 예비비 사용 권한이 집행부에 있지만 사안의 성격상 의회와 정보를 공유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판단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전화비 상당 부분을 감액받기를 기대했던 입장에서 KT 이사회 결정 이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는 판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우 지사는 "KT가 41억6000만원을 감액해 줘 행정전회비 총액은 170억2600만원"이라며 "이미 납부한 104억2700만원을 제외하면, 앞으로 납부해야 할 행정전화비는 65억99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우 지사는 예비비로 전화요금을 집행한 행위가 정당한 지에 대해 "예비비는 행정비용이 필요한데 예기치 않은 일이 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구제역, 태풍, 가뭄 등이 발생할 경우 사용할 수 있다"며 "의회가 예비비를 책정해 준데 대해 도지사가 책임지고 집행하고, 이듬해 도의회에 보고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 지사는 "예비비는 업무추진비와 보조금 외엔 다 쓸 수 있지만, 보조금 또한 예외규정(긴급재해대책을 위한 보조금을 제외한다)이 있다"며 "행정이 오랫 동안 해왔던 일"이라고 강변했다.

 

김방훈 기획관리실장도  "예측 불가능한 일이 발생해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등 법령에 따라 정당하게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 설명대로 지방자치법 129조와 지방재정법 43조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이나 예산 초과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세입.세출 예산에 예비비를 계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예비비 지출은 다음 연도 지방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비비의 용도를 천재지변이나 기타 예측 불가능한 일로 불가피하게 집행할 수 밖에 없는 사업에 국한하고 있다.

 

지출용도나 액수 등은 단체장 재량에 맡겨지고 있고, 예비비 지출 승인은 법적으로 다음연도 지방의회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우 지사의 답변 대로 지사가 책임지고 집행한 뒤 이듬해에 의회에 보고하면 된다.

 

우근민 도정이 집행부 재량권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벤트를 위해 행정전화투표에 쓰인 공공요금 납부가 '예측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되는 지가 논란이다.

 

우 지사는 스스로 공무원 투표 참여를 강력하게 권유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도 본청과 행정시, 각 부서별로 일일 실적을 비교.체크하고 모든 직원에게 회람시킨 것은 사실상 부서별 개인별로 할당을 한 셈이다.

 

투표 목표량을 세워 추진했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했던 사유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도내 7개 시민사회단체는 "현행 지방재정법의 제44조(채무부담행위)는 지방자치단체에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계약의 체결이나 그 밖의 행위를 할 때에는 미리 예산으로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 규정에 따르면 사실상 채무부담행위로 볼 수 있는 이번 7대 경관 전화비 관련 81억 예비비 지출은 지방재정법을 위반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회 추경예산과 마찬가지로 추경예산을 통해서 예산을 추가로 편성할 수 있는데도 예비비에서 지출했다면 예산운영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예산심사를 회피할 목적으로 예비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12일 총 3조492억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우 지사는 의회에 알리지 않고 예비비를 사용한 데 대해 "비록 예비비 사용 권한이 집행부에 있지만 사안의 성격상 의회와 정보를 공유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판단을 안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전화요금의 일부를 돌려주기로 한 KT 이사회 결정에 영향을 미칠까봐..."라고 해명했다.

 

대의기관보다 어떻게든 과도한 요금을 깎아야 하는 제주도와 통신업체 입장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 지사는 이에 대해 "KT의 배려로 행정전화비 총액은 41억6000만원이 줄어 든 170억2600만원"이라며 "KT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납부 시점을 둘러싼 의구심도 있다.

 

예비비를 전용하면서까지 81억원을 서둘러 납부한 것은 7대경관 확정 발표를 앞당겨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뉴세븐원더스재단 측과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T도 7대경관 투표 이벤트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파트너인 제주도가 전화요금을 체납했다고 공공기관 통신을 쉽게 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재단은 KT와 대행사가 수익금의 절반을 나눠 갖고, 대행사는 재단에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11월 29일까지 제주도가 104억원을 KT에 납부했고, 12월 21일 제주도가 잠정 선정된 7대자연경관 후보지 가운데 가장 먼저 확정됐다.

향후 도의회의 예비비 결산심사 과정에서 예측가능성과 집행용도부터 검토하고 지출 원인행위 시점 등을 따져야 할 대목이다.

 

임성준 기자 jun@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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