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사기극...'7대경관 투표' 국제전화 아니었다

  • 등록 2012.03.13 09: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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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도>KT 전용망 이용, 서버만 국외에…사실상 국내전화
KT "국내외 주최측 입장 모두 반영 위한 자구책" ...도 "국제전화 아니면 심각"

 

제주-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과정이 '대국민(도민) 사기극'이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뽑히게 하려고 정부와 제주도청 등이 범국민적 참여를 유도한 ‘국제전화투표’가 사실은 국제전화가 아닌, 서버만 국외에 두고 전용회선으로 연결한 사실상 국내전화였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13일 <한겨레>가 보도했다.

 

캠페인 제휴통신사인 KT는 12일 <한겨레>에 “해당국 교환기를 거쳐서 특정 번호에 연결되는 국제전화 방식은 아니었으나, 인접국에 투표 서버를 두고 국제망을 이용해 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001-1588-7715’에 전화를 걸었지만 대응하는 외국 전화번호가 아예 없었다.

 

2010년 12월29일 개설된 이 번호는 애초 001-44-758-900-1290(투표지 영국)의 단축번호였으나 KT가 2011년 4월1일 전용서버를 설치해 문자투표 시스템을 추가하고 우리말 안내를 넣으면서 더이상 국제전화가 아니게 됐다. 하지만 국제전화 식별번호 001을 그대로 둔 채 캠페인에 사용됐다.

 

KT는 <한겨레>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2011년 4월1일 이후에도) 1588-7715 단축번호를 계속 사용한 것은 이미 해당 번호가 범국민적 투표 번호로 인식돼 있었고, (번호를 바꾸면) 사용중인 각종 인쇄물 교체 등의 문제가 있었다. 범국민추진위와 제주도청의 ‘번호변경 불가’ 요청을 반영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제주도 요청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제주도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KT는 분명히 우리에게 국제전화라고 얘기했다. 국제전화가 아니라면 심각한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7대 자연경관 후보국들은 모두 국내 통신망으로 문자메시지 투표를 진행했다. 7대 자연경관을 선정하는 뉴세븐원더스재단이 후보국들에 제휴 통신사를 정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 투표를 실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국만 001 식별번호를 붙이고 국제전화인 것처럼 투표를 진행했다. 캠페인 참여 전화가 국제전화로 포장되면서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는 국가간 경쟁 이벤트인 양 부풀려졌다.

 

KT는 국제전화에서 전용망을 통한 국가별 투표로 전환하면서 요금을 기존의 건당 144원에서 180원으로 올리고, 문자메시지 요금도 국제문자메시지의 100원보다 비싼 150원을 적용했다.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주된 돈줄은 각국의 제휴 통신사를 통한 통화료 수입이다. 통화료 수입이 늘어날수록 재단과 제휴 통신사의 배분액이 많아지는 구조다. 

 

앞서  KBS <추적60분>도 지난 달 29일 방송에서 7대 자연경관에 사용된 전화투표가 국제전화가 아닌 요금만 국제전화 비용으로 청구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방송에서 KT 이해관 노조위원장은 "200만 통 이상의 국제전화가 이뤄졌다면 통화대란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국제전화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 국내에서 망을 구성해 요금만 (부담을 덜 느낄) 국제전화요금 방식으로 부과한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KT 홍보실 허건 과장은 "국제전화망을 이용, 투표를 위해 별도의 서버를 만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닌 ARS 투표시스템을 따로 개발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 답변에서 "국내서 전화통계를 냈다는 것 자체가 국내 통화라는 뜻이다. 통계자료만 해외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국내전화를 국제전화로 호소했다면 국민들과의 신뢰가 깨진다. 만일 7대경관 투표가 국내전화였다면 제주가 필요 이상의 전화비용을 지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는 또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나라들 중 유독 제주도만 국제전화번호를 이용, 전화투표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방송에서 <추적 60분>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필리핀 지하강 관계자와 인도네시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문자 투표만 이뤄진 것으로 확인했다. 제주도만 전화투표를 병행 했다는 것이다.

 

KT 사장을 지낸 이용경 국회의원은 "국민들에게 대외적인 이벤트라는 개념을 주면서 애국심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를 위해 사용한 행정전화투표 요금은 211억8600만원.

 

이 가운데 104억원을 지난해 11월 29일 본예산에서 예비비 81억원을 전용해 이미 납부했다.

 

이를 위해 추경예산에서 22억8100만원, 본예산에서 81억4600만원을 사용했다. 본예산에서 공공요금 예산 4600만원 외에 나머지 81억원은 예비비를 전용해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납요금 107억5900만원 가운데 KT 이익금 41억6000만원은 감면됐다. 이로써 행정전화 실제 부과요금은 170억2600만원이라고 도는 밝혔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행정시 사용요금을 포함한 미납요금 65억99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임성준 기자 jun@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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