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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학교가 사라진 마을, 삶이 통째로 뒤바뀌었다
(1)위기에 처한 농어촌 작은 학교-1
[르포]15년전 학교 사라진 삼달1리…"통폐합되니 마을 떠나"

[편집자 주] 최근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도립학교 설치 조례’에 따르면 학생 수 60명 이하의 본교와 20명 이하의 분교는 인근 학교로 통폐합할 수 있게 돼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를 이유로 오는 2016년까지 도내 농산어촌 작은 학교 17곳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생 수가 적다고 무조건 통폐합에 반대하고 있다.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과 도의원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통폐합이 가져오는 현실을 파악하고 통폐합을 극복해 학교를 살려낸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진단한다.

 

지난 9월 12일 오후 3시.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1리. 여느 농어촌처럼 한적한 시간이지만 이곳은 마치 민속마을의 '구경하는 집' 처럼 사람이 살지 않는 듯 고요했다.

 

어른들은 평일이라 일터로 나갔지만 어느 올레나 구석을 봐도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재잘거리는 소리는 커녕 인기척 조차 없다.

 

삼달1리사무소를 찾았다. 리사무장 강양화씨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강 사무장에 따르면 삼달1리에 초등학생이 있는 집은 모두 12가구다. 초등학생 12명이 전부다.

 

이들 학생들은 모두 약 3~4km 떨어진 신산초등학교를 다닌다. 스쿨버스가 있어 등하교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이곳 초등학생이 있는 집은 절반이 조손(조부모와 손자)가정이다. 학원은 꿈도 꾸지 못한다. 정부에서 가정방문 교사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이용해 공부를 할 뿐이다.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또는 리사무소 옆 작은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기자가 찾아간 시간 작은도서관은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이다.

 

삼달1리는 애초부터 초등학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5년 전에 학교가 폐교되면서 인근 신산초등학교로 학생들을 보내야 했다. 강 사무장의 아들도 당시 5학년이었는데 신산초등학교를 다녔고, 거기서 졸업해야만 했다.

 

현재 문 닫은 삼달초등학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사진작가 김영갑씨가 만든 ‘김영갑 갤러리-두모악’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래도 지금도 학교의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서 일부 젊은 층 가구는 마을을 떠났다. 나머지는 그대로 신산초등학교를 보내거나 자녀들을 제주시로 유학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두 집 살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학생, 고등학생을 둔 형제들을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또는 중학교 때부터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없는 마을이 됐다.

 

강 사무장은 “젊은 층 가구들이 떠난 자리에는 육지부에서 조용한 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약 10여 가구가 된다. 대부분 50~60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어렵지만, 만약 학교가 있다면 자녀가 있는 젊은 층 가구들이 찾아 올 것이다. 학교가 있다면 마을 분위기는 더욱 밝아질 것 같다”며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니겠냐”고 했다.

 

 

오후 4시에는 삼달1리에서 차로 약 20여분 거리의 수산초등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수산초등학교에는 넓은 잔디운동장에 수업을 마친 학생 3~4명이 뛰놀고 있었다. 조용한 학교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수산1리 사무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초등학생 3명이 웃으면서 귀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웃음소리도 내년이 되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수산초등학교도 통폐합 대상이기 때문이다. 인근 동남초등학교로 가야한다. 현재 수산초등학교 학생은 30명이다.

 

수산1리 사무소에서 만난 오계열 사무장은 수산초 2학년과 5학년 아들 둘이 있다. 오 사무장은 “자녀를 분교가 되거나 학교가 사라지면 어쩔 수 없이 보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마을을 떠나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자녀들을 제주시로 유학을 보내거나 이사를 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성산읍 관내에는 통폐합 대상 학교는 풍천초등학교 수산초등학교가 내년에 통폐합 대상 학교로 지정됐다. 오는 2014년에는 온평초등학교도 통폐합 대상이 된다. 학교가 분교가 되거나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실상 학교 명칭이 사라져 다시 그 명칭을 되살리기 힘든 지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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