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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학교가 사라진 마을, 삶이 통째로 뒤바뀌었다
(1) 위기에 처한 농산어촌 학교-4
해안동·납읍리, ‘마을이 사라진다는 위기의식’이 바꿔

[편집자 주]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도립학교 설치 조례’에 따르면 학생 수 60명 이하의 본교와 20명 이하의 분교는 인근 학교로 통폐합할 수 있게 돼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를 이유로 오는 2016년까지 도내 농산어촌 작은 학교 17곳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생 수가 적다고 무조건 통폐합 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과 도의원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통폐합이 가져오는 현실을 파악하고 통폐합을 극복해 학교를 살려낸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진단한다.

제주시 해안동 해안초등학교는 2008년 통폐합 대상 학교였다. 2006년 만해도 70명이었는데 점차 줄어 통폐합 전인 2007년에는 60여명에 불과했다.

 

지역주민들이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막자고 들고 일어섰다. 마을주민과 학교 동문들은 ‘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는 우선 마을에 주택을 지어 초등학생이 있는 가구를 유치하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땅값이 너무 비싸 이 방법은 포기했다.

 

 

차선으로 찾은 방안은 주변 지역 다른 지역의 학생들을 유치하자는 것이다. 생각한 것은 ‘스쿨버스’.

 

‘스쿨버스’를 구입하고 관리하는 데는 많은 부담이 돼 전세버스를 이용키로 했다. 10년 장기계약을 맺기로 했다. 필요한 금액은 약 9000여만 원.

 

이와 함께 생각한 방안은 학교에 태권도교실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특별활동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태권도장을 만들어야 했다.

 

주민들 대부분은 성금을 냈다. 동문들도 흔쾌히 기금을 보탰다. 스쿨버스 운영비와 체육관 건립비 이상의 성금이 모아졌다. 인근 지역에 사는 동문들도 자녀를 자신의 모교로 보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다시 늘어 2009년에는 85명이 됐다. 폐교가 되는 것을 주민과 동문들이 막아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본교를 원했다. 하지만 당시 제주도교육청은 “정부의 학교통폐합 계획에 따라 100명 이하 학교는 통폐합대상 학교로 분류돼 현재로선 본교 승격은 부적절하다”고 반대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학생들을 유치했다. 마침내 지난해에는 학생 수 128명이 돼 본교로 승격됐다. 1983년 3월 노형초등학교 분교로 개편된 지 28년 만의 일이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초등학교도 분교 또는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다.

 

납읍초는 그 동안 두 차례 위기가 있었다. 1998년과 오는 2015년이다. 납읍리는 1998년 통폐합 된다는 통보를 받고 마을주민들과 동문, 출향인사들이 뭉쳐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당시 생각한 것은 초등학생이 있는 가구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성금을 모금해 1997년 19세대 다세대주택을 건립했다. 전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2001년에는 2차로 12세대 규모의 다세대주택을 추가로 건립했다.

 

그러나 위기는 또 찾아왔다. 2010년 학생 수가 85명으로 줄더니 올해 7월 말에는 학생 수가 70명으로 줄었다. 당시 교육청은 2015년부터 60명 이하로 예상돼 분교장 대상학교로 지정 통보했다.

 

납읍리 주민들과 동문, 출향인사들은 또 다시 뭉쳤다. ‘납읍 중장기 발전계획 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시 임대주택을 만들기로 했다.

 

그들은 4.3사건으로 불타 사라졌던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함께 모여 생활했던 속칭 ‘사장밭’에 ‘다시 마을을 재건한다’는 의미로 4동 24세대 규모의 ‘금산학교마을’을 건립했다.

 

학생 수는 다시 늘었다. 지난 19일 준공 이후 34명의 학생이 더 들어왔다. 학생 수는 모두 104명이 됐다. 이제 마을주민들은 학교가 분교로 격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안심하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힘은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이 사라진다는 위기의식에서다.

 

해안초등학교 출신의 강창균 변호사(44·당시 학교 살리기 추진위 부위원장)은 “해안동은 노형동 인근에 있다. 노형택지개발지구 등 신흥 도시지역으로 성장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가까운 노형동으로 이주했다. 당연히 학생 수가 감소했다. 하지만 마을을 지키는 주민들은 학생 수가 줄고 동네에 생기가 떨어지자 위기의식을 느꼈다. 분교라도 있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생기 없는 마을'은 상상도 못했던 주민들이다. 이러한 모습에서 마을주민들과 동문들이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돼 나선 것”이라고 회고했다.

 

납읍초가 모교인 납읍초 김태선 교장(59)은 “학교를 살리는 게 아니라 마을 살리기를 한 것이다. 납읍리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해 분교로 보내지 않는다. 학교가 없다면 시내권으로 보낼 것이다. 그러면 젊은 사람들은 여기 살지 않는다. 결국 노인들만 살다보면 폐촌이 된다. 마을이 사라진다. ‘학교 살리기’는 결국 ‘마을 살리기’다. 몇 십 년 후 마을이 없어지지 않기 위해 주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학교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납읍리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느껴왔기에 오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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