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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학교가 사라진 마을, 삶이 통째로 뒤바뀌었다
(1)위기에 처한 농어촌 학교-3
통폐합 강력반대 지역주민들, 학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편집자 주]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도립학교 설치 조례’에 따르면 학생 수 60명 이하의 본교와 20명 이하의 분교는 인근 학교로 통폐합할 수 있게 돼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를 이유로 오는 2016년까지 도내 농산어촌 작은 학교 17곳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생 수가 적다고 무조건 통폐합 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과 도의원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통폐합이 가져오는 현실을 파악하고 통폐합을 극복해 학교를 살려낸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진단한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관내에는 수산초등학교와 풍천초등학교가 통폐합 대상 학교다. 수산초는 학생 수가 30명, 풍천초는 29명이다. 내년이면 학교 이름은 사라진다.

 

수산초는 현재 1·2학년, 3·4학년, 5·6학년이 각각 학급을 이뤄 복식수업을 하고 있다. 내년이면 인근 동남초등학교와 통폐합이 돼 분교가 되거나 사라질 예정이다. 풍천초는 6학급이 그대로 운영되지만 인근 신산초등학교로 흡수될 예정이다. 풍천초는 지난 1996년에 이어 두 번째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수산초나 풍천초 학생 수가 감소한 것은 교육문제로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지역 농어촌의 몇몇 젊은이들은 여전히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 수산1리나 신풍리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리고 마을주민들은 왜 통폐합이 돼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산초에 5학년과 2학년 아들들을 두고 있는 오계열(38·여)씨는 ‘학교통폐합’이라는 말에 “말도 안 된다”고 흥분부터 했다.

 

오씨는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학습능력도 떨어지지 않고 성적도 나쁘지 않다. 기초 제학력 평가에서도 좋았다. 학생 수는 적지만 아이들끼리 잘 어울리고 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규모이기 때문에 교사가 열정적으로 가르쳐 준다. 집중교육도 이뤄진다”며 “방과 후 학교도 만족한다. 아이들이 플루트,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다룰 줄도 안다”고 말했다.

 

게다가 “마을 어느 집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며 “PC방도 없고 불량배도 없다. 그래서 폭력적이지도 않다. 유해환경이란 것은 없는 촌구석이니 오히려 교육환경이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주입식 교육보다 체험교육을 할 수 있는 농촌 자체가 훌륭한 교실”이라며 장점을 나열했다.

 

김문국(50) 수산초등학교 운영위원장도 “제주도교육청에서는 소규모학교는 학생들의 경쟁력, 성비율에 따른 정서문제, 복식수업으로 인한 교육문제, 협동성 결여 등을 진단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성교육에도, 학력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에서는 일부러 복식수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적은 학생끼리 있다 보면 오히려 인성관계도 좋고 협동심도 더욱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신풍리의 강정연(34·여)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장남으로 둔 2남1녀의 엄마다. 강씨는 “성적부담이 없고 북적이지 않은 지금의 환경이 낫겠다 싶어 이사를 가지 않았다”며 “학교 밖으로 나가면 공부할 수 있는 꺼리가 널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풍리가 체험마을이어서 도시 학생들이 오는데 인성적인 부분을 보면 이곳 학생들보다 못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을주민들과 학부모들은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만 없다며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분교보다는 본교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성산읍 관내 통폐합 대상의 두 초등학교에 학생들을 보내는 신천리, 신풍리, 수산1·2리가 성산읍 학교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각 마을리장이 공동위원장이 됐고 각 학교운영위원장이 위원이 돼 학교살리기 전선에 나섰다. 학부모들도 동참했다.

 

학부모들은 지난 14일부터 도교육청 앞에서 생업을 팽개치고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4일에는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반발에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은 직접 학생들 유치에도 발 벗고 나섰다.

 

수산1리는 주민유치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빈집 4채를 정비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4가구를 유치했다. 학생수가 8명이 늘어났다. 올해 말에는 마을 총회를 열어 추가로 임대주택을 짓거나 정비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회 예산으로 학교에서 중국어교육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교육으로는 학생을 유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학교와 차별을 둬 특성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풍리는 주민들을 유입시키는 것은 한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혁신학교를 만들려 하고 있다. 농산어촌 학교로 학생들을 유학시킬 수 있도록 공부하는 분위기로 바꾸려한다.

 

부모들이 이사 오지 못하면 학생이 있는 가정에 홈스테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같이 학교를 다니면 우애가 돈독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사라진다는 위기감은 주민들이 변화시키고 있다. 마을의 운명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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