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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학교가 사라진 마을, 삶이 통째로 뒤바뀌었다
(1)위기에 처한 농어촌 작은 학교-2
삼달1리 노인 인구가 절반 이상…마을일 도울 일손 없어

[편집자 주]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도립학교 설치 조례’에 따르면 학생 수 60명 이하의 본교와 20명 이하의 분교는 인근 학교로 통폐합할 수 있게 돼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를 이유로 오는 2016년까지 도내 농산어촌 작은 학교 17곳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생 수가 적다고 무조건 통폐합 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과 도의원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통폐합이 가져오는 현실을 파악하고 통폐합을 극복해 학교를 살려낸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진단한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초등학교가 문을 닫은 지 15년. 현재 마을에는 145가구에 약 400여명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은 절반인 200여명을 웃돈다.

 

청장년층이라 할 수 있는 40~50대는 90여명, 나머지 100여명은 30대 이하다.

 

이 마을은 노인회로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청년회원이 18명, 부녀회원도 20명 뿐이다.

 

고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 층들은 자녀들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났다. 때문에 마을의 젊은 인구들이 시간이 흐를 수록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한다. 초등학교가 사라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결국 삼달리는 노인들이 지키는 마을로 변해버렸다.

 

 

오랜 세월 마을의 교육을 책임졌던 학교가 사라지면서 마을이 황폐화되고 있다. 노령화는 말할 것도 없이 사람 꼴을 구경하기도 점점 더 힘들다.

 

삼달리에서 벌어지는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을일을 하려해도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위해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일을 거들 인력이 없다. 마을공동목장을 이용한 주민소득사업을 하려해도 일손이 부족하다.

 

게다가 고향을 지키던 노인들도 점차 세상을 떠나면서 마을의 미풍양속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마을 노인들의 70~80%는 농장을 대부분 임대해주고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노인회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마을에 일부 외지인들이 유입되고 있는게 다행. 하지만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이들이 마을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오랜 세월 고향을 지킨 강동훈(51) 삼달1리장도 삼달초등학교가 모교다. 강 이장은 “학교가 통폐합되기 전 2~3년은 학교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성산읍내에 나간 고향 선후배들의 자녀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며 “하지만 교육정책이라는 것 때문에 결국 모교가 사라졌다. 너무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인구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이 드신 어르신이 점차 돌아가시면 그나마 고향을 지키고 있는 고향 토박이들이 사라질 것이다. 어르신들이 지켜온 마을의 아름다운 미풍약속도 사라질 것 같다”며 “외지인들이 유입되지만 그들이 마을을 지켜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삼달1리에 거주하면서 자녀를 신산초등학교로 보내는 김한필(52)씨는 학비부담보다는 자녀가 장시간 학교를 오가는 것과 친구들과 뛰놀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다. 김씨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아침 7시50분에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가면 방과 후 학습까지 끝내고 돌아온다. 오후 4시를 훌쩍 넘겨 집으로 온다.

 

학원은 꿈도 못 꾼다. 마을에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없어 학원차량도 운행하지 않는다. 멀다는 이유에서다. 

 

김씨의 아들은 그러나 집 동네서 함께 놀아줄 친구가 없다. 집 또는 작은 도서관에서 그저 시간을 때운다. 그나마 친구들이라도 있으면 동네 어귀에서 뛰어놀겠지만 그렇지 못한 걸 김씨는 못내 아쉬워한다.

 

"우리 가족도 이제 마을을 떠나야 하나요? 조상 대대로 몸 붙이고 산 땅인데..." 원망하듯 하늘을 쳐다보던 김씨의 눈은 이내 먼발치 도시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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