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는 무서운 10대들의 범죄행각이 자주 등장한다. 뉴스에서 접하는 빈도와 내가 직접 사건으로 만나는 빈도가 비례하여 많아지는 점을 보면,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차 털이’, ‘조건 사기’
제주지방법원에서 소년보호사건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하며 알게 된 소년범들에게서 들은 범죄 수법이다. 기억하는 단어가 두 가지일 뿐, 그들이 은어로 사용하는 범죄 수법은 다양했다.
다양한 범죄 수법 안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공동으로 범행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사회적·심리적으로 미성숙하여 무리 짓기를 좋아한다. 나아가,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안정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내가 속한 무리가 범죄에 노출될 때, 괜히 어울려 기웃거리다가 같이 연루되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 ‘특수범’으로 처벌받는다. 특수절도, 특수폭행, 특수공갈 등 ‘특수범’은 단독범과 비교할 때, 그 형이 무겁다. 물론, 범죄 가담 형태와 정도에 따라 그 형의 양정은 적절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단 중범죄가 적혀있는 사건기록을 받아 볼 때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다. 그 이후에는 이 어린 친구가 어쩌다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찾아온다. 두툼한 사건기록 속에는, 아직 어린 당사자가 저지른 범죄의 일시와 장소, 그 수법이 아주 건조하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그 활자들은, 어린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하고 집요한 범죄자를 담담히 표현한다. 그런 천하의 나쁜 놈이 내 조력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을 내가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드는 시점이다.
마음을 다잡고, 변호사로서, 국선보조인으로서 의무를 되새긴다.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직접 만난다. 소년은 잔뜩 겁먹은 상태이지만, 억지로 센 척(?)하는 티가 이미 풀풀 난다. ‘아직 어리긴 하구나’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거짓말처럼,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은 공통점이 있다. 받아야 마땅한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정 내에서, 학교 내에서 사랑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계도 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경우가 많다. 잘못을 다잡아 주고 의지가 되는 존재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느니 못한 가족만 있는 경우도 많다. 결과적으로, 소년들은 자신들의 결핍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른다. 본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결국,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끼리 무리를 만든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혼란한 소년들이 모인 그 무리 안에서는, 두려움 없이 막 나가는 성정이, 리더의 자질인 듯싶다. 한편, 그 무리에 속한 소년들은 무리 안에서 무시당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단다. 또한, 이 무리에서 나가게 되면 그때는 정말 혼자라는 생각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무리 내에서 단순히 재미로, 돈 몇 푼을 위하여 같이 범죄를 저지른다. 이 무리는 소년원 안에서도, 소년원을 나와서도 유지된다. 이런 비행의 결과는, 쌓일 대로 쌓인, 지울 수 없는 수사경력 또는 범죄경력 기록뿐이다.
물론, 이런 사정이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 그 책임이 덜어진다고도 볼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된 가치 판단을 하지 못하는 10대들에게, 누구나 성장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정서적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범죄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 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이전에, 어른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사소한 노력과 관심이 궁극적으로 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를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는 첫걸음이다.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