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아가다보면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좋은 경우가 있다. 형사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의뢰인은 연말에 친구들과 실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가 사소한 이유로 다른 테이블의 손님과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의뢰인은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고, 상대방은 주먹으로 여러 차례 의뢰인의 배를 때렸는데 서로를 폭행으로 고소하였단다. 그런데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며 담당 수사관은 쌍방 폭행으로 보인다면서 서로 합의해서 사건을 마무리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의뢰인은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흔든 것뿐이기에 폭행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또한 상대방이 먼저 주먹으로 배를 가격해서 이에 대한 항거차원에서 멱살을 잡은 것뿐이라고 한다. 반면에 상대방은 의뢰인을 실제로 때렸기 때문에 폭행은 맞다고 생각해서 억울하다고 한다. 의뢰인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폭행죄의 구성요건인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가 반드시 신체에 접촉하는 경우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신체에 근접하여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 또한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따라서 주먹이나 발로서 상대방을 때리는 것만이 폭행이 아니고,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것도 폭행에 해당된다. 그래서 담당수사관이 쌍방폭행으로 보고 있는 것이 크게 잘못된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또한 실무에서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상대방이 시비 도중에 갑자기 칼을 휘둘렀을 정도면 인정될 여지가 있겠으나, 단순히 서로 간에 시비가 붙은 경우에 누가 먼저 때렸는가는 크게 중요치 않다.
한편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고 하는데, 이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기소하여 처벌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표명할 경우 처벌을 못하는 범죄들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는 폭행죄, 협박죄, 명예훼손죄가 이에 해당한다.
과거 스토킹범죄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였으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들이 잇다르면서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짐에 따라 국회에서 법률개정을 통하여 2023년 7월 11일부터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 조항이 삭제되어 스토킹범죄 또한 합의를 해도 양형에서 참작 사유가 될 뿐 처벌이 되고 있다.
반의사불벌죄의 대표적인 범죄인 폭행죄의 경우, 단순한 쌍방폭행은 합의하면서 서로 고소를 취하하면 사건은 종결된다. 만약 서로 간에 합의가 안 되어 재판까지 이어지게 되면 나중에 전과기록까지 남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당 수사관이 권유하는대로 서로 간에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서 합의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다만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합의하여 서로 고소를 취하해야 유효하며 이 경우 법원에서는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리게 되나, 항소심에서 합의되면 양형에 참작될 뿐이며 공소기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형사사건은 가능한 초기 단계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경찰 단계에서, 검찰, 법원으로 올라갈수록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되며 해결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있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