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일을 수년째 하다 보니 여러 기관에서 법률 사례 강연을 해 달라고 요청을 받는 일이 많다. 그래서 평소 의뢰인들과 어떤 상담을 해 왔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고 반복된 주제마다 있을 법한 사례를 구성, 강의안을 만들었다. 이 강의안으로 수년째 강연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개의 주제 중 유독 청중들의 관심과 분노를 유발하여 질문이 끊이지 않는 주제가 있다. 민법에서의 ‘점유취득시효’라는 제도다. 민법 제245조에 의하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즉, 돌담을 기준으로 자기의 땅인 줄 알고 20년 이상 점유를 해 왔다면, 실제로 그 땅의 본인 소유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유권자를 상대로 소유권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주제를 사례로 구성할 때, A가 B의 땅을 자기의 땅으로 착각하여 20년 이상 점유를 한 경우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어 소유권을 청구할 있다는 형식으로 구성을 하여 강의를 하게 된다. 그런데, 유독 이 사례에서 많은 청중들로부터 원성을 듣게 되고, 심지어 어떤 노인 분은 나쁜 변호사라고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셨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이 제도가 선량한 국민들의 재산권을 빼앗는 악법이어서 일반인들의 법감정에도 반하고, 이를 소개하는 변호사도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에서는 위와 같이 일반인들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점유취득시효제도를 왜 도입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부동산에 대한 취득시효 제도의 존재이유는 부동산을 점유하는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된 경우 권리자로서의 외형을 지닌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이를 진실한 권리관계로 높여 보호함으로써 법질서의 안정을 기하고, 장기간 지속된 사실상태는 진실한 권리관계와 일치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권리관계에 관한 분쟁이 생긴 경우 점유자의 증명곤란을 구제하려는 데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24596, 판결] 즉, 적어도 20년 이상 지속되어온 사실 관계는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법으로 보호하여 법질서의 안정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수년간 청중들로부터 원성을 들으면서도 왜 점유취득시효 제도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일까? 나의 작은 바람은 일반인들이 점유취득시효제도를 제대로 알고, 이를 통해서 남의 땅을 빼앗으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땅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법조문을 보면 민법에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한다>고 단순하게 기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이 제도를 통하여 남의 부동산을 빼앗으려는 자와 절대로 뺏기지 않으려는 자 사이에 쟁점이 있다. 20년은 어떻게 봐야 되는지, 소유의 의사가 무엇인지, 평온·공연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부동산을 점유하는 행태가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수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해 왔고, 이로 인하여 그 동안 쌓인 판례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방대하다. 즉, 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를 하다보면, 어떤 입장에 처하게 되더라도 잘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찾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점유취득시효 제도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은 나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법감정에 반한다고 막연하게 위 제도만을 탓할게 아니라, 나의 경우에도 점유취득시효제도와 관련이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책도 찾아보는 작은 관심이 나의 재산권을 지키고 행사하는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 나의 재산은 가만히 있다고 유지.보존되지는 않는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