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알코올중독은 WHO가 인정한 정신질환 ... 적극적 치료 필요

  • 등록 2023.06.07 10: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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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人 릴레이 법률산책=김대현 변호사] 범죄로 비화되는 도박·알코올중독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도박·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해져 범죄까지 번지는 경우를 숱하게 접했다. 경험상 20대에서 30대 피고인들은 도박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범죄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40대 이상부터는 술에 취하여 수중에 돈이 없음에도 술을 마시는 이른바 ‘무전취식’ 유형의 사기 범행이 많았다.

 

도박중독이 문제가 된 피고인들 대부분은 짧으면 수년, 길게는 10여 년간 도박문제를 안고 살았던 경우가 많다. 수년 동안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카드빚을 졌다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다가, 더 이상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지인들에게, 가족들에게까지 돈을 빌리게 된다. 가족들은 피고인이 형사처벌 받게 될 것을 염려해 마지막까지 빚을 대신 갚아주다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르고, 빚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처벌된다.

 

알코올 중독으로 범죄에까지 이른 경우는 이미 수차례 동종 범행으로 처벌된 전력이 많았다. 심지어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재차 무전취식을 하다가 체포된 경우도 상당하다.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니 대부분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 일단 술을 마셨다 하면 만취에 이를 때까지 마시며, 소위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수중에 돈이 없는데도 계속하여 술을 마시다 무전취식에 이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들도 도박, 술을 끊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도박과 술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싶어 하며, 가족들에게 상당한 죄책감도 느낀다. 알코올 중독 문제에 시달리던 한 피고인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사장에게 자신에게 돈을 주지 말고 사장님이 대신 맡아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급여를 받아버리면 받은 즉시 술값으로 다 써버리고, 다음 날 결근하여 하루 종일 술만 마셔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에도 결국에는 같은 범행을 반복해버리고 만다.

 

중독 문제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중독 문제를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독자 개인의 의지로 충분히 끊을 수 있음에도 의지가 부족하여 실패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알코올·도박중독은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정신 질환이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조절 기능이 상실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독 문제를 겪고 있거나 주변에 중독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단순히 개인 의지 부족으로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고 치료를 권해야 한다. 중독자의 치료가 늦어져 범죄에까지 이르게 되면 중독자 본인과 가족이 괴로운 것은 둘째치고, 무고한 피해자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김대현 변호사 daeky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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