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자신의 전자지갑에 약 6비트코인(범행 당시 시세로는 한화 약 8000만원 상당, 현재 기준 약 3억4000만원)이 이체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당 비트코인은 B씨의 소유였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A씨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어버린 것이다. A씨는 자신의 전자지갑에 이체된 비트코인을 모두 써버렸고, 검찰은 A씨를 횡령죄(선택적 죄명은 배임죄)로 기소했다.
1심은 피고인에게 배임죄로 유죄를 선고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데, A씨는 비트코인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착오로 이체된 비트코인을 B에게 반환하기 위하여 이를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 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의무가 있는 자이어야 하는데, 단순히 착오로 비트코인이 이체받았을 뿐인 A씨와 피해자 B씨 사이에는 어떠한 신임관계도 없으므로 A씨를 ‘B씨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임죄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횡령죄는 어떨까. 자신의 계좌에 타인의 ‘돈’이 들어온 경우, 예금주가 누군가 실수로 자신의 계좌로 돈을 보낸 사실을 알면서도(소위, 착오송금) 이를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데, 착오송금된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는 신의칙상의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건 또한 위 착오송금 사안과 유사하므로 A씨와 B씨 사이에는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A씨에게는 횡령죄가 성립할 것으로 보일 수 있다.
2심은 횡령죄 부분에 대하여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할 경우에 처벌된다. 형법상 재산은 동산, 부동산 등 유체물과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인데, 비트코인은 유체물이 아님은 명백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동력(가령, 전기 등)도 아니라는 것이다.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이란 물리적, 물질적 관리를 의미하고 사무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권리 등은 재물이 아니어서 물리적 관리가 불가능한 비트코인은 재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하여 위 사건은 확정되었다.
결국, 착오송금된 비트코인을 쓰더라도 현재까지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처벌의 공백을 막기 위해 이미 ‘이체자산 횡령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2023년 상반기 기준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8조4000억 원에 달하는 등 가상자산의 실질적인 가치와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가상자산 보유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는 필요하다는 점에서 개정안은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