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는 2015년 2월 26일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다. 간통행위를 국가가 개입하여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에 맡겨야 할 것이지 형벌을 통하여 강제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상대 배우자에 대한 보호는 형법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하여 당시에도 그렇고 현재까지도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나, 어찌 됐든 위 결정 이후에는 상대 배우자의 보호에 관하여는 민사소송에 그 해결이 맡겨져 있다.
외도문제를 민사소송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책 배우자 또는 외도 상대방(상간녀 혹은 상간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다. 외도 상대방에게 소를 제기한 경우 상대방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상대방이 결혼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불법행위의 고의가 없었다(자신은 불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남의 기간이 짧고 횟수가 적으며, 유책 배우자와의 공동으로 한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청구하는 위자료 액수는 과다하다는 주장이다.
전자라면 결혼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다는 전후 사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야 할 것이고, 후자라면 유책 배우자와 상간 상대방의 만남의 기간과 횟수가 잦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만남의 기간과 횟수를 입증하기 위한 중요 증거 중 하나는 통신기록이다. 그간 통신사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통신기록을 제출을 거부하여 입증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난 7월 17일 대법원은 통신사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하여 향후 유책 배우자와 외도 상대방 사이의 통신기록을 조회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인용되는 위자료 액수를 고려하면 민사소송으로 상대 배우자에 대한 보호가 충분한지에 관하여는 의문이다. 위자료는 통상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로 형성된다. 최근 이혼소송에서 유책 배우자가 위자료 2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되긴 하였으나, 상당히 이례적인 판단이고 통상 3000만 원을 초과하기 어렵다.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해 얻은 정신적 충격은 평생의 상처가 되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더 나아가서는 외도 상대방에게 면책권을 부여해주는 꼴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배우자 상간의 사법적 해결방법이 손해배상청구가 유일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위자료 액수를 상당 부분 증액할 필요가 있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