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은 창과 방패의 전쟁이라고도 한다. 민사소송이라면 기본적으로 원고와 피고가, 형사소송이라면 검사와 피고인이 대립하여 싸우는 구조다. 주로 공격하는 쪽이 창이고, 방어하는 쪽은 방패다. 민사소송이라면 원고가 창이 되고, 형사소송이라면 검사가 창이 된다. 비송사건이라고 하여, 민사사건 중 전형적인 소송의 형태가 아닌 유형의 사건들도 있으나, 그러한 사건들도 속사정을 들어보면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원인이 되어 시작된 경우가 상당수이기에 분쟁이 깔려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용병과 같다고 생각한다. 의뢰인을 위하여 대신 싸워주는 것이다. 맡게 된 사건에서 원고가 의뢰인이라면 원고를 위해서, 피고가 의뢰인이라면 피고를 위해서 싸운다. 형사피고인이라면 피고인을 위하여 변론한다. 그리고 어느 쪽의 창 또는 방패가 되어 싸울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변호사가 선택할 수 있다. 물론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창의 역할을 기본적으로 검사가 수행하기에, 변호사로서는 고소인을 대리하면서 창의 역할을 보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변호사로서는 창과 방패 역할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가. 이는 개인적인 의견이니 다른 생각이 당연히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일단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당연히 증거가 명확한 쪽이, 법리적으로도 유리하게 예상되는 쪽이 좋다. 소송을 준비하기가, 진행하기가,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마음이 조금은 편하다.
단순히 소송을 준비하는 측면에서는 피고를 대리하는 사건이 편한 부분이 있다. 변호사는 소송의 내용을 이루는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소송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상태에서 그 후속처리를 하는 일이다. 직접 경험한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 의뢰인도 모든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하면 사실관계를 청취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를 검토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여 문서 형식의 결과물을 뽑아낸다. 실무적으로는 소장, 답변서, 변호인의견서 등의 제목으로 법원에 제출되는 각종 서류들이다.
원고의 대리인이 되어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일단 사건의 내용을 정리하고 법리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우선 ‘소장’을 작성하게 되는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보니 일반적으로는 피고의 대리인이 되어서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시간이나 노력이 많이 들게 된다. 피고 대리인은 이미 작성되어 있는 소장을 토대로 사실과 다른 부분, 반박할 수 있는 증거와 법리들을 찾아서 정리하면 답변서가 된다.
소송을 진행하는 측면에서도 피고를 대리하는 사건이 편한 부분이 있다. 보통 입증책임이라는 것은 원고에게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애매한 상황에서는 원고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재판에 출석하여 진행 중에 재판부로부터 “원고의 입증이 더 필요할 듯 보입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변호사는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앞에서 밤새 고민한다.
소송을 전쟁이라고 한다면, 원고는 피고라는 단단한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성전을 하려면 공격하는 측이 수비하는 측의 3배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하며, 그렇게 3배의 병력을 동원하더라도 병력의 막대한 손실을 각오해야 할 만큼 공성전은 힘든 싸움이다. 손자병법에서도 성을 공격하려면 최소한 3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공격자의 입장에서 많은 부담을 안는다. 공격당하는 쪽은 괴롭지만, 공격하는 쪽도 편한 것만은 아니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