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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판

태양이 떠오른다. 달이 차고 기울면 어김 없이 해는 떠올라 삼라만상 온누리에 빛을 뿌린다.

그 자리에 우뚝 선 남한 최고봉 한라영산. 수십만년 영겁의 세월을 보내 제주선인들의 지혜를 안고, 제주의 역사를 묵묵히 말하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산이라 여겨 이름 붙여진 한라산은 제주인들에게 이상향의 세계였다. 거친 땅이건만 바람에 맞서 신선이 산다는 한라산은 제주선인들에게 이어도와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한라산은 또 망망대해 태평양에서 몰아닥친 태풍을 온몸으로 막은 우리 국토의 파수꾼이자 수호신이다. 그 한라산이 제주도를 휘감고 있다.

돌이켜보면 368개의 오름(기생화산)은 곧 한라의 자손 · 손자격이니 어찌 한라산맥이 제주요, 제주가 한라산맥이 아니라 말할 수 있는가? 설문대할망의 슬픈전설을 안은 오백장군 바위의 서러움이 있었기에 우린 여지껏 버텨왔는지도 모른다.

허리를 굽혀야 어린 아이 무등을 태울 수 있듯 겸손히 자세를 낮춘다. 그리고 먼 미래를 본다. 저 태양의 궤적처럼 제주인에게 전진의 노래가 울려퍼지길 기원한다.

글 · 사진 : 김영하 기자

제주를 여는 창! 제이누리 창간사 제주도내 · 외 제주를 사랑하는 여러분! 제주를 여는 창! 제이누리가 이제 세상에 얼굴을 알립니다.

대한민국 제주도-. 한라산과 오름(기생회산), 푸른 바다가 펼쳐낸 비경을 간직한 곳입니다. 우리의 고향입니다. 터전입니다.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은 우리의 보물섬입니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굳건히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 우리의 땅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우리에게 광풍이 돼 시련으로 다가옵니다. 사도(邪道)가 정도(正道)를 힐난하고, 상식이 오히려 몰염치와 무지의 뒤켠으로 밀려나는 암울한 시대입니다.
숱한 핍박과 설움, 질곡의 역사를 거치며 꼿꼿이 지켜온 우리의 자랑스러움은 자취를 찾아보기도 어렵습니다. 우리의 혈관을 타고 흐르던 도전정신도 무기력하게 바뀐지 오래입니다. 자연은 생채기 투성이고, 변방으로 치부되던 지역적 현실은 이젠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욕마저 무덤덤한 자괴감으로 만들었습니다. 태평양을 응시하던 눈은 그저 ‘우영팟’ 개울에 시선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다지고 또 다져 넘겨줘야 할 우리의 공동체는 질시와 반목으로 이미 원심적 균열의 사회로 진입한 지 십 수년여를 맞습니다. 정파와 세력 간 다툼과 갈등이 난무하고 있을 뿐입니다.

본격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16년이 넘었고, 더욱이 지난 2006년엔 ‘특별자치도’란 새 옷으로 갈아 입었건만 자력갱생의 힘을 보충할 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막연히 뭍을 향해 구걸하듯 애원의 눈길이나 보낼 뿐입니다. 그저 ‘우리는 1%’라는 말로 동정이나 기다릴 뿐입니다. ‘물속의 물고기가 목마른 현실’이 우리의 답답함을 더욱 옥죄어 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때 “똑같은 지방이 아니다”며 자랑스러워 하던 제주청년의 기개와 두뇌, 더불어 풍족한 삶을 뒷받침했던 감귤은 이제 박물관 수장고의 한켠으로 곧 자리를 잡을 태세입니다. 지방자치가 우리의 배타성만을 강조하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가 배출한 인재마저 제주에 없다는 이유로 외지인으로 뒤바뀔 때도 있습니다. 정작 경계해야 할 야욕적 외부세력에겐 너무도 어처구니 없게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주는 역설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시대의 등불이 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향도를 주창하며 좌 · 우파의 이념대립에 우리가 내던져지도록 만들었고, 정작 보전을 말해야 할 자연이 무기력하게 파괴될 때는 입을 다물다가, 제대로 된 문명을 접하고선 어이없는 ‘반대’만을 되풀이 해 온 일들이 우리가 지나온 과거이자 현재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의제로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해 온 결과입니다. 달을 보라는 데 손가락만 주시하는 타성이 우리를 가두고 있습니다.
미래를 향해야 할 순간에 과거에 안주하고, 화합해야 할 시점에 갈등이 자리 잡고, 보존해야 할 자연을 개발의 명목으로 파괴하고, 새로이 디자인해야 할 판을 구태로 얼룩지게 만드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만이 남아 있습니다.

저희는 이 점을 주목합니다. 과거의 잘못된 유산을 청산하려 합니다. 변화를 추구합니다. 우리 제주를 제주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대륙과 태평양을 응시하는 전진기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염원입니다. 세계에 ‘보물섬 제주’의 가치를, 찬란한 제주의 문화를, 역사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도전해 온 제주인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그 자리에 우리 제이누리가 함께하고 싶습니다.
악순환의 고리에 놓인 소수그룹의 갈등판을 세상을 여는 화합과 통합, 전진의 새판으로 구조변경하고자 합니다. 1%의 한계라는 왜곡된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지 않고 태평양을 바라보는 전진기지, 한국관광의 교두보, 세계적 문화의 산실이 바로 세계자연유산 제주도란 사실을 직시하려 합니다.

저희 제이누리의 대표 슬로건은 ‘제주를 여는 창’입니다.
흑백의 논리도, 좌우의 논리도, 보수와 진보의 논리도 아닙니다. 지방자치시대가 된 뒤 나타난 제주의 특정 정파 간 갈등과도 무관합니다. 오직 저희들은 제주를 제대로 제주 밖 세상을 향해 보여주고, 알리고자 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뒤틀림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제주땅은 물론 제주를 떠나 전국 각지, 세계 만방에 계신 도민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또한 제이누리는 감히 제주사회의 등불이 되고자 합니다.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비전을 설계하려 합니다. 전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대한민국 제주도에서 태어났다는 자부심을 고취하는 미디어가 되려 합니다.
그리고 먼 훗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제이누리가 있었기에 다시 한 번 제주도가 힘을 모아 미래로 달려갔다는 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그동안의 분열과 갈등을 털고, 화합을 위한 전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언론이 되려 합니다. 감히 단언컨대 제이누리의 전진은 상식이 부조리를 타파하고, 정의가 불의를 제압하는 참된 세상을 향한 걸음입니다.

제이누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인 언론입니다.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 보살핌이 있어야 자랄 수 있는 신생아입니다. 오로지 미래를 향한 당찬 의지만 있을 뿐입니다. 장차 더 큰 언론으로 성장해 여러분의 은혜에 보답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담박명지 영정치원(澹泊明志 寧靜致遠 · 맑은 마음으로 뜻을 밝히고, 평안하고 고요한 자세로 원대함을 이룬다)의 뜻으로 서두름 없이 먼 미래를 내다보려 합니다. 황혼이 깃들 무렵 나래를 펴는 지혜가 되고자 합니다.
제주도내 · 외 도민 여러분과 제주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의 해량 있으시길 바랍니다. 애정 어린 관심과 참여를 간절히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11월 2일
제이누리 임직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