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전국에서 인구대비 서점이 가장 많은 지역인 것으로 조사됐다. 8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2 지역서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지역서점은 2716곳으로 2년 전 2528곳 보다 188곳 늘었다.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한 서점 수는 제주가 13.7곳으로 가장 많았고, 대전 8.4곳, 전북 8.1곳, 광주 6.8곳 순이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등록된 제주도내 지역 서점은 81곳으로 인구 8374명 당 1곳 꼴이다. 매장 면적은 평균 88.5㎡로, 전국 평균 127.4㎡ 보다 작았다. 독립서점(53곳)이 일반서점(27곳)보다 많은 것도 특징이다. 타지역에서 들어온 서점 경영자가 비교적 많고, '제주 책방투어'가 생겨날 만큼 관광객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 전국 서점의 평균 운영자 연령은 50대 이상이 절반을 웃도는 56.4%였고, 그 뒤를 40대(19.7%)와 30대(15.5%)가 이었다. 연 매출액 기준으로는 1억원 미만이 43%로 가장 많았고, 1억~2억원 미만(19.7%), 2억~3억원 미만(13.2%) 순이었다. 매장 계약 형태는 월세가 40.5%로 가장 많았고, 자가 소유가 33.4%로 그 뒤를 이었다. 매장 평균 면적은 127.4㎡, 평균 종수는 6551종이었다. 서점 소멸지역은 경남 의령, 강원 평창, 경북 봉화 등 6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는 충남 태안, 전남 고흥, 강원 양구 등 30곳이 꼽혔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지역의 만 100세 이상 어르신 396명이 100만원의 장수축하금을 받는다. 제주도는 만 100세를 맞이하는 도내 어르신들에게 100만원의 장수축하금을 지급한다고 8일 밝혔다. 지급대상은 제주도에 주소를 두고 3년 이상 거주, 만 100세를 지난 어르신과 만 100세에 도달한 어르신이다. 제주시 273명, 서귀포시 123명 등 올해는 396명의 어르신에게 3억96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장수축하금은 생일이 속한 달부터 신청·접수 가능하다. 매월 15일 기준 주소지 읍.면.동에서 결정한 후 매월 20일 어르신 명의의 금융계좌로 지급된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은 요청 시 방문접수를 통해 대리 신청할 수 있다. 강인철 제주도 복지가족국장은 “어르신들의 100번째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장수축하금 지원을 통해 장수의 가치를 알리고 경로효친 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지역 한 초등학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에서 불이 나 학생들이 긴급 대피했다. 8일 제주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6분께 제주시 한 초등학교 옥상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화재로 태양광 전기배선 등이 불에 타면서 소방서 추산 194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불은 7분 만에 꺼졌다. 전교생 1100여 명과 교직원 전원은 화재경보기가 울리자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장 감식 결과 옥상에 있는 철재 전기배선 가리개 내부의 태양광 발전설비 전선에만 불이 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은 이 전선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끊어짐 현상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전선 피복 손상, 노후 전선의 절연 성능 저하, 과부하 또는 과전류 등에 의해 전선이 끊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밀 감식 후 발화 요인을 최종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의회가 오는 9일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도내 4개 고등학교 학생 28명과 6개 중학교 학생 42명이 참가한 가운데 ‘2023년 중·고교 모의의회 경연대회’를 연다. 2013년부터 시작한 모의의회 경연대회는 2019년까지 매해 열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중단됐었다. 올해 열리는 모의의회 경연대회는 4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참가 대상을 종전 고등학교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확대해 중등부와 고등부로 나눠 경연하게 된다.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학교 교육 또는 도내 현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안건을 선정해 시나리오 작성, 심사보고, 찬반토론, 의결 등 직접 본회의 의사를 진행하게 된다. 아울러 반드시 제주어로 5분 자유발언을 해야 한다. 모의의회 경연대회 심사는 2개 부문으로 나눠 1차 심사는 시나리오 심사로 지난 2일 5명의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사전 심사했다. 2차 평가는 현장 발표심사로 별도의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경연 당일 심사하게 된다. 경연대회 심사결과, 중·고등부 각 최우수 1개팀, 우수 1개팀, 장려 2개팀이 단체상과 지도교사상을 수상하게 된다. 의장 및 의원으로서 우수한 역할을 한 중·고등부 학생 각 9명은 개인상을 수상하게 된다. 제주도의회에서는 최우수·우수 단체상을 수상한 팀과 최우수 개인상을 수상한 학생들에게 해외연수 특전을 제공한다.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은 “모의의회 경연대회를 통해 꿈을 키울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돼 앞으로 제주 미래를 이끌어 가는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항상 응원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족은노꼬메오름 일대에 자연휴양림이 조성된다. 제주시는 사업비 확보의 어려움으로 난항을 겪었던 (가칭)서부지역 자연휴양림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서부지역 자연휴양림 조성사업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족은노꼬메오름’ 일원 252ha 국·공유림에 총사업비 103억원을 투입해 자연휴양림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2017년도 제주도 산림휴양종합계획에 반영돼 2021년에 사전 입지조사 및 타당성 평가용역, 지난해에 자연휴양림 지정·고시와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마쳤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국비 지원사업이었던 자연휴양림 조성사업이 올해부터 지방이양 사무로 전환돼 국비지원이 어려워지고, 올해 본예산에 사전절차 추진을 위한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번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자연휴양림 조성계획 승인을 위한 사업비 8억원을 확보, 사업을 재개해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제주시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사업비 8억원으로 문화재지표조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 건축실시설계 용역, 분수림 매수 등 사전절차 용역을 오는 12월 말까지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휴양림 조성공사를 위한 각종 인․허가와 휴양림 조성계획을 승인받아 2026년 말까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홍경찬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은 “산림 문화·휴양 관광인프라 조성과 시민들께 숲의 혜택을 드리기 위해 2027년 휴양림 개장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연휴양림은 전국적으로 192곳(국립 46곳, 지자체 122곳, 사설 24곳)이 운영되고 있다. 제주에는 절물자연휴양림, 서귀포자연휴양림, 교래자연휴양림, 붉은오름자연휴양림 등 자연휴양림 4곳(국립 2곳, 지자체 2곳)이 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에 있는 천연동굴의 규모가 달라졌다. 당초 알려진 길이보다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와 제주세계유산본부는 지난 6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소천굴과 수산동굴에 대한 정밀 측량을 완료하고 이같이 밝혔다. 소천굴과 수산동굴은 그동안 토목 측량을 바탕으로 동굴 유로(물이 흐르는 길)의 개략적인 방향만 알려졌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한 용역을 통해 동굴 유로 방향과 지표와의 두께를 명확히 파악했다.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알려진 한림읍 협재리 소천굴의 길이는 3695m, 성산읍 수산리 수산동굴은 4520m였다. 하지만 이번에 정밀 측량을 통해 소천굴은 4115m, 수산동굴은 4850m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소천굴의 가지굴 길이가 약 660m, 수산동굴의 가지굴인 상층굴은 약 250m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산동굴 유로와 제2공항 예정 부지 간 이격거리는 약 1200m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표 두께는 평균 19.7m였다. 주굴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가장 얇은 곳은 1m, 가장 두꺼운 곳은 40m에 달했다. 입구는 해발 128m, 막장은 55m에 위치해 고도차는 73m였다. 수산동굴 막장과 제2공항 후보지 사이 용암동굴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 조사가 없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등 반대 단체는 그동안 제2공항 예정지 지하에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일각에서는 제2공항 인근 천연동굴의 길이가 기존 알려진 것보다 긴 것으로 조사돼 환경훼손 등 제2공항 부지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두고 오영훈 제주지사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제주도의 의견을 제시해야할 시간이 다가오면서다. 찬.반이 팽팽한 제주도민의 의견 그대로를 전달할 것인지, 아니면 지사의 책임있는 의견을 반영해 통합 해석한 의견을 제시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는 이달 말 국토교통부에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3월 8일 도에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 보고서’를 공개하고, 제주도에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 이에 도는 지난 3월 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온라인 및 오프라인 창구 등으로 제2공항 개발사업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 2만5729건을 접수했다. 의견은 1∼4차 도민 경청회(530명), 읍.면.동(139명), 주민소통센터(95명), 누리집(662명), 유튜브 '빛나는제주TV'(114명), 우편(11명), 공항확충지원센터 팩스(4명) 등을 통해 접수됐다. 또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1만4763명),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8107명), 제주녹색당, 용담2동 주민(185명) 등의 단체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접수된 의견 중 90% 가량이 단순 찬.반 의견들이었다. 구체적으로 지역균형, 경제발전, 일자리 창출, 기존공항 포화, 안전 등의 문제를 들어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과 난개발, 환경 훼손, 재산피해, 군사공항 우려 등을 이유로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는 내용 등이다. 아울러 제2공항 추진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3000건 가량 접수됐다. 이에 도민들의 관심은 오영훈 제주지사가 국토부에 제2공항 의견서에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에 쏠리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국토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 확정·고시를 하려면 제주도민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침과 동시에 자치단체장인 오 지사의 의견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오영훈 도정의 제2공항 추진 여부에 대한 입장은 물론 기본계획안에 대한 도의 의견 및 분야별 구체적인 개선안 제시 등 책임있는 표명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도민 의견을 전달만 하는 형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오 지사는 "안이 마련되면 반대와 찬성하는 입장 모두 국토부에 똑같이 전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지금 여론이 찬.반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팽팽한 상황에서 도지사로서 도민 전체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다쳐도 안 되고 배제돼도 안 된다.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도는 수렴 결과를 해석.반영해 도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제시할 것인지, 도민들의 뜻을 가감없이 전달하도록 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도민들의 뜻을 전달만 하는 것은 앞서 2021년 벌인 제2공항 건설 찬성·반대 여부 조사결과를 다시 읊는 것에 불과할 것이고, 수렴 결과에 대한 도의 해석을 내놓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한 쪽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결과에 따라 제주도가 다시 찬.반 두 쪽으로 갈라져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앞두고 찬.반 단체 간 여론전이 치열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난달 23일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1만4000여명이 서명한 제2공항 주민투표 촉구 서명지를 전달했다. 비상도민회의 측은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시민사회와의 공동 검증, 관련 전문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제주도 자문기구 구성 등을 요구하며 의견 수렴 기간 연장과 제주도지사 의견 제출 보류를 요구했다. 제주녹색당도 1119명으로부터 받은 반대 서명을 전달했다. 반면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오 지사를 만나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8000여명으로부터 받은 찬성 서명을 전달했다. 도는 도내 비영리 학술연구기관에 의뢰해 접수 의견에 대한 자료 분석을 거친 후 이달 말께 국토교통부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제주도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달 쯤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하는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차박족'과 '알박기 주차'로 몸살을 앓던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 주차장이 유료화된다. 제주시는 오는 20일부터 9월20일까지 협재해수욕장 공영주차장을 한시적으로 유료화한다고 7일 밝혔다. 또 한림공원 맞은편 공영주차장도 오는 28일부터 9월20일까지 유료로 전환한다. 이 기간 해당 주차장 요금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최초 30분 미만은 무료, 30분 초과시 기본료 1000원이다. 이후 15분마다 500원이 추가된다. 시에 따르면 이들 주차장은 무료로 운영돼 장기주차로 인해 회전율이 떨어져 방문객이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시는 최근 협재해수욕장 주차장에 차단기와 주차 잔여 대수 표시기 등 주차 관제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조만간 한림공원 맞은편 주차장에도 주차 관제시설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주시는 "앞으로 성수기 때는 두 주차장 모두 유료로 운영된다. 나머지 기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서 "내년에는 금능해수욕장 공영주차장에도 주차 관제시설을 설치해 성수기에 유료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을 법무특보로 내정했다. 7일 제주도에 따르면 오영훈 지사가 그간 공석이었던 법무특보에 A변호사를 낙점하고 임명을 위한 신원조회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법무특별보좌관은 제주도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조례 시행규칙에 따른 도지사 직속 지위 3개 중 하나로 도정 주요정책에 대한 법률 자문을 맡는다. 법무특보·대외협력특보·정무특보 등은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른 2~3급 상당의 전문임기제공무원이다. 공모 절차가 이뤄지는 개방형 직위와 달리 특보는 인사권자가 바로 임명할 수 있다. 개방형 직위는 임기가 보장되지만 전문임기제공무원은 도지사와 임기가 같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30일 민선 7기 도정 종료와 함께 이들 자리는 공석이 됐다. 오 지사는 취임 한 달만인 지난해 8월3일 대외협력특보에 김태형 전 제주일보방송 논설위원을 임명하고, 정무특보에는 김태윤 전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했다. 법무특보 내정자는 오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 지사는 국회의원이었던 2016년 4.13총선 기간인 3월11일 "새누리당 지지자에게도 부탁드린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말고 오영훈에게 유효표가 되도록 더불어민주당을 도와달라"는 역선택 유도 발언을 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 80만원이 확정된 바 있다. 내정자는 당시 오 지사의 변호를 맡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타운하우스 이웃과 갈등을 빚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김현철(53)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1부(오창훈 부장판사)는 7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 부부에 대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 타운하우스에 입주한 김씨 부부는 타운하우스 이웃인 A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2019년 7월 18일 인터뷰를 요청한 모 언론사에 입장문을 전달해 그 내용이 보도되게 하는 방식으로 A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방송인 김씨는 피해자들과의 분쟁이 이 사건 선행 기사로 보도돼 명예훼손을 당한 상황이었다"며 "실제 출연 중이던 방송프로그램에서 출연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으로 미뤄볼 때 김씨 부부가 언론사에 입장문을 전달한 행위는 더 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반격으로 보인다. 악의적으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A씨는 김씨 부부와 타운하우스 관리비 문제와 반려견 배변 처리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2019년 7월 7일 김씨 부부를 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협박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하지만 이후 김씨 부부가 언론사에 입장문을 전달한 데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7일 오전 제주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키오스크에서 한 잔당 1500원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일회용컵'을 선택하자 300원이 추가돼 음료 가격이 1800원이 됐다. 음료를 받아 확인해보니 컵에는 바코드가 있는 보증금제 라벨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음료를 다 마신 뒤 컵을 매장에 반환하거나 지정된 공공반납처에 가져가면 다시 300원을 돌려준다. 제주에서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범 운영 중이다. 6개월이 넘도록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는 매장이 많았다. 제주도는 7일부터 미이행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카페의 경우 전날까지만 해도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매기지 않았지만 이날부터 보증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앞서 제주도, 제주시 등 행정당국 관계자들은 보증금제 대상 매장을 찾아 과태료 부과 사실을 알리며 참여를 유도해 그동안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던 매장 대부분으로부터 이행 약속을 받아냈다. 다만 대상 매장 중 1곳은 최종 점검 때까지도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행정시 관계자들이 이날 이후 현장 확인 등을 거쳐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기로 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결제했다가 나중에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도록 한 제도다. 적용 대상은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중 시범 운영 지역인 제주·세종의 가맹점이다. 제주에서는 482곳이 해당된다. 이 중 스타벅스 등 113곳은 '다회용컵'(리유저블컵)을 사용하며 나머지 369곳은 일회용컵을 사용 중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키지 않는 매장에 대해서는 과태료가 1회 50만원, 2회 150만원, 3회 이상은 300만원이다. 환경부와 제주도는 소비자가 편리하게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매장 외 공공반납처를 확대하고, 보증금제 참여 매장에는 무인 간이회수기 설치를 지원한다. 현재 제주도내 공공반납처는 주민센터, 재활용도움센터 등 95곳에 마련돼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연합뉴스]
제주도교육청은 7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제비 이동경로 연구를 위한 지오로케이터(Geo-Locator) 부착’ 사업을 지난해에 이어 제주에서 두번째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제주도교육청과 경상남도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이 2021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비 생태탐구 공동조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해 실시된 ‘제비 귀소율 연구를 위한 가락지 및 지오로케이터 부착’ 사업의 연속이다. 도내 제비 생태탐구 학생 동아리 9팀의 학생과 교사가 참여한다. 지오로케이터는 소형 조류의 이동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0.45g 정도의 기기로 제비의 등에 작은 가방처럼 부착하게 된다. 제비의 비행과 이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를 위해 행정시로부터 제비 20마리 포획 허가를 받았다. 연구 참여자들은 제주시 화북동과 서귀포시 효돈동 일대에서 제비를 포획해 지오로케이터와 가락지를 부착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제주시 화북동에서 제비 생태탐구 공동조사 프로젝트 사전교육에 참가했던 학생과 연구원이 가락지를 부착한 제비를 발견해 월동지로 떠났던 제비가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이번 지오로케이터 부착 사업은 지난해 제주시 화북동과 서귀포시 효돈동 일대에서 성조 12마리에 부착한 지오로케이터 회수 사업과 함께 진행된다. 돌아온 제비의 지오로케이터 회수가 성공한다면 지오로케이터에 기록된 정보를 통해 제비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 가락지를 부착한 제비의 귀소율 연구도 함께 진행된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제비의 이동경로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제비 서식환경의 변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고, 학생들의 생태감수성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올해 지오로케이터를 부착한 제비가 내년에도 제주를 다시 찾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은 핀란드에서 열리는 ‘한국-핀란드 수교 50주년 기념행사’에 제주도립무용단이 특별초청돼 한국무용 공연을 선보인다고 8일 밝혔다. 외교부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서 제주도립무용단은 오는 14일과 16일 2회에 걸쳐 핀란드 헬싱키와 탐페레에서 작품 ‘산수(Sansoo)’를 공연할 예정이다. ‘산수’는 산(山)과 바다(水)를 뜻한다. 동양의 산수철학은 자연의 본질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를 중심으로, 인간이 자연의 존재를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할 때 유의미한 존재로 다가온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제주도립무용단의 ‘산수’는 산수철학을 한국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옛 선조들이 화폭에 즐겨 담은 산수화를 그리는 화공을 통해 제주 풍광에 깃든 자연과 제주인의 삶을 산수 공간에 그려내는 것을 한국 전통무용과 제주 고유의 춤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작품은 △1장 푸른 유리의 바다 △2장 장엄의 빛 △3장 생명의 향 △4장 검은 돌, 바람의 길 등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김태관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장은 “제주도립무용단이 외교부가 주최하는 국제행사에서 단독공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도립무용단의 위상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김혜림 제주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기초예술이 삶 속 깊이 뿌리내린 핀란드 관객들에게 한국과 제주의 정서를 담은 전통무용과 제주 고유의 춤으로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립무용단은 지난해 8월 미국 샌안토니오와 휴스턴, 파나마에서 ‘섬의 바람, 제주’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36회 헝가리 국가민속유산축제’서도 초청공연을 진행해 현지 관객의 환호를 받으며 문화사절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앞바다에 60대 남성이 물에 빠졌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8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와 서귀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10시 49분께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물양장(1000t 미만 소형선박이 접안하는 간이부두) 인근에 사람이 빠져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경이 출동했다. 해경은 신고 10분만에 60대 남성 A씨를 구조했으나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특별한 외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와 도의회간 예산갈등이 불거졌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의회를 통과했다. 제주도의회는 5일 오전 10시 제417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2023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도는 앞서 서민경제 내수 살리기, 주력산업 지원, 현안 사업 등을 위해 올해 본예산(7조639억원)보다 4128억원(5.8%)이 증액된 7조4767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 도의회에 제출했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는 이번 추경 예산안에서 189억원을 조정했다. 이는 지난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삭감된 430억9000여만원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이 중 도와 도의회간 예산갈등의 쟁점이 됐던 송악산 유원지 내 사유지 매입비는 161억원 중 25억원이 삭감됐다. 또 아동 건강체험활동비 지원과 관련해 53억원 중 21억7000만원이 줄었다. 제주대 버스 회차지 조성 토지 매입비는 89억원 중 40억원이 줄었다. 이와 더불어 연구개발 장비 공동활용 지원사업 등 공기관 등에 대한 경상적 위탁사업비 20억7000만원, 제주도 재정분석 개선방안 수립 등 연구 용역비 4억3500만원, 국제조각페스타 사업 4억원 등도 감액됐다. 예결위는 감액된 예산에 대해서는 주민안전을 위한 시설물 보수공사 및 위험도로 정비사업과 구조물 정기점검 관리 등 114억원, 주민불편 해소사업에 19억원, 주민공동체 활동지원사업 17억원, 양 행정시 도로변 공안지 해안 등 환경정비를 위한 기간제 근로자 보수 4억6000만원 등 189억원을 증액했다. 또 2023년도 제1회 제주도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에서는 지역농어촌진흥기금 10억원, 중소기업 육성기금 5억원 등 15억원을 증감 조성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추경 처리가 늦어진 점, 도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추경 의결 시기가 계획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도민이 행복한 제주, 원칙이 지켜지는 제주를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밤 제416회 임시회 기간 제4차 회의를 속개해 제주도의 202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보류 결정했다. 당시 양경호 예결위원장은 "이번 추경은 가용재원을 총동원한 '민생경제 활력 추경안'이다. 그러나 민생경제 활력 예산이 부족한 점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보다 세밀한 심사를 위해 심사보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제출한 추경안이 예결위 심사과정에서 심사보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진보적’인 플린 신부가 뉴욕 브롱크스 교구에 부임하자 ‘보수적’인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이 예민해진다. 영화의 배경인 1964년은 미국 사회도 격변했지만, 가톨릭교회 역시 큰 변화를 겪은 시기다. 1963년 교황 요한 23세가 선종하고, 교황 바오로 6세가 즉위했는데 둘 모두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요한 23세는 정작 말년에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을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영화 속에서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교구 학교 교실에 의도적으로 교황 사진을 걸지 않는다. 전임 교황이었던 요한 23세의 ‘존영’은 캐비닛 속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처박혀 있다. 알로이시우스로선 ‘진보적’이었던 데다 아동 성추행까지 은폐했던 교황을 ‘나의 교황’으로 모실 수 없다. 또한 신임 바오로 6세 역시 ‘진보적’이니 그의 ‘존영’조차 모실 마음이 없는 듯하다.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진보적인 요한 23세 교황이 ‘아동 성추행 사제’들을 비호했던 것으로 미루어 진보적인 플린 신부도 아동 성추행자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의구심을 갖는다.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곧바로 제임스 수녀에게 ‘플린 신부의 동향을 감시하라’고 지시한다. 제임스 수녀는 플린 신부와 동시에 브롱크스 교구에 부임한 ‘입
2023년 5월 31일은 한국 금융사에 있어 금융소비자 권익이 획기적으로 신장된 날로 기록될 만하다. 고객이 금융회사 영업점을 직접 찾아가지 않고, 스마트폰 터치 몇번으로 좀 더 낮은 금리의 다른 금융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 대환대출이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로 명명했다. 특히 핀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는 기존 대출 금리 및 갈아탈 수 있는 여러 금융사 대출상품을 한꺼번에 조회한 뒤 유리한 조건의 금융사 앱으로 이동해 새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 대환대출 시행 첫날 1819건, 474억원 규모의 대출이 보다 유리한 쪽으로 환승했다. 한도 대출로 받은 1500만원을 연 9.9%에서 5.7%로 갈아탔다(은행→은행). 카드론 500만원이 금리 19.9%에서 17%로 이동했다(카드사→카드사). 신용대출 8000만원을 금리 15.2%에서 4.7%로 전환(저축은행→은행)하며 10%포인트 넘는 금리인하 효과를 보기도 했다. 온라인 대환대출 앱이 본격 가동되자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나섰다. 자기 은행 앱을 통한 대환대출 신청 시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대출 비교 플랫폼을
이 글은 오래 전, 어딘가에 써두었던 것인데, 우연히 발견하였다. 하루 종일 고개를 수그리고 졸고 계신 어머니를 지켜보며 시간을 헤아리는 요즘, 왜 김광협 시인께서 ‘유자꽃 피는 마을’에서 ‘백발을 인 조모님은 조을고’라고 읊었는 지를 알겠다. 어머니와 하루 하루를 버텨내면서, ‘사는 게 무언가’ 싶은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정신이 좋으셨을 때 늘 하시던 말씀대로 어머니의 삶을 요약하면, ‘싸는 물 이시민 드는 물 이신다’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 해녀, 어머니들의 삶이다. 그 어머니와 20년을 같이 살아내는 동안, 나 또한 이 말에 인생사를 싣게 되었다. ‘밭을 폴 때 이시민, 살 때도 이신다’는 말과 함께. 이 긍정의 정신, 인내, 기다림....으로 우리 어머니가 살아 낸 인생. 이제는 내가 그 바통을 그러쥐고 달려갈 차례다. 그런데, 벌써 지쳐버린 나. 이 글을 쓰는 동안 다시 어머니의 이름으로 일어서고저! 어렸을 적, 우리 동네에는 왜 그렇게 눈이 많이 내렸을까? 겨울밤은 왜 그다지도 살이 에이게 추웠을까? 새벽 서 너 시, 어머니가 “정옥아, 밤바르 가게” 하고 소리쳐 깨우면, 나는 그 밤바르가 죽기보다 싫었다. 밤바르는 겨울밤에 썰물이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은 플린 신부가 ‘남아 소아성애자’라고 의심한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비행(非行)’ 했다는 플린 신부의 자백도 없고, 증인과 증언도 없다. 정황 근거라고 해봤자 ‘플린 신부를 만나고 돌아온 흑인 학생 도날드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는 게 전부다. 그 정도만으로 플린 신부를 ‘소아 성애자’로 단정하려면 판타지 소설이나 막장드라마 작가급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알로이시우스 수녀원장에게 수사권이 있다면 아마도 플린 신부 주변 수십 수백 군데를 ‘압수수색’해서 없는 증거를 만들어내기라도 할 텐데, 안타깝게도 그녀에겐 압수수색 권한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증거도 없이 혼자 마음속으로 기소하고 유죄판결을 내린다. 그다음 플린 신부를 ‘사실상(de facto)’ 흉악범으로 대한다.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수녀원장실로 면담하러 온 플린 신부를 문밖에 나와 막아선다. 조금 있으면 제임스 수녀가 오기로 돼 있으니 그때까지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감옥을 탈출해 갑자기 수녀원에 찾아온 흉악범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실정법상(de jure)’ 적어도 현재까지 플린 신부는 범죄자가 아니지만, 알로이시우스 수녀에게 플린 신부는 ‘사실상 소아성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교육계 현장이다. 도무지 민주제 작동원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6월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교육감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다. 한마디로 절차적으로도 문제지만 주민자치 직선이란 대의명분을 몰각하고 있다. 교육계 현장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잣대가 등장하는 것도 마뜩치 않지만 현 이석문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맞서는 보수성향 그룹의 단일화 방식은 우선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후보를 정하겠다는 논리가 문제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대의원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선거인단’을 꾸려 후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주도한 건 제주바른교육연대다. 진보진영 이석문 현 교육감에 대항할 보수성향 후보로 고창근(71)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과 김창식(65)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2명이 참여,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조사(ARS) 조사 방식으로 한다. 조사대상은 제주도민 50%와 선거인단 50%다. 선거인단은 교육단체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도박·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해져 범죄까지 번지는 경우를 숱하게 접했다. 경험상 20대에서 30대 피고인들은 도박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범죄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40대 이상부터는 술에 취하여 수중에 돈이 없음에도 술을 마시는 이른바 ‘무전취식’ 유형의 사기 범행이 많았다. 도박중독이 문제가 된 피고인들 대부분은 짧으면 수년, 길게는 10여 년간 도박문제를 안고 살았던 경우가 많다. 수년 동안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카드빚을 졌다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다가, 더 이상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지인들에게, 가족들에게까지 돈을 빌리게 된다. 가족들은 피고인이 형사처벌 받게 될 것을 염려해 마지막까지 빚을 대신 갚아주다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르고, 빚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처벌된다. 알코올 중독으로 범죄에까지 이른 경우는 이미 수차례 동종 범행으로 처벌된 전력이 많았다. 심지어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재차 무전취식을 하다가 체포된 경우도 상당하다.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니 대부분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 일단 술을 마셨다 하면 만취에 이를 때까지 마시며, 소위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수중에 돈이 없는데도 계속하여 술을 마시다 무전취식에 이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들도 도박, 술을 끊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도박과 술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싶어 하며, 가족들에게 상당한 죄책감도 느낀다. 알코올 중독 문제에 시달리던 한 피고인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사장에게 자신에게 돈을 주지 말고 사장님이 대신 맡아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급여를 받아버리면 받은 즉시 술값으로 다 써버리고, 다음 날 결근하여 하루 종일 술만 마셔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에도 결국에는 같은 범행을 반복해버리고 만다. 중독 문제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중독 문제를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독자 개인의 의지로 충분히 끊을 수 있음에도 의지가 부족하여 실패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알코올·도박중독은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정신 질환이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조절 기능이 상실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독 문제를 겪고 있거나 주변에 중독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단순히 개인 의지 부족으로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고 치료를 권해야 한다. 중독자의 치료가 늦어져 범죄에까지 이르게 되면 중독자 본인과 가족이 괴로운 것은 둘째치고, 무고한 피해자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미술평론가 김유정의 제주문화 이야기 '길 가는 그대의 물음'이다. 우리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최애(最愛)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그것의 가치는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이다. 제주문화의 기저에 흐르는 돌, 바람, 여자, 말, 물(가뭄)의 5多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비밀의 정원에 쌓인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의 지평을 열어 우리 삶의 소중한 모습을 복원하고자 한 기획이다. 독자제현의 애독을 바란다. /편집자주 우리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그러나 나는 내 존재(存在)를 모른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하루해가 빨리 지는 것을 한탄하면서 생의 짧음을 인정한다. 우리는 사는 동안 많은 일을 한다. 세상은 매일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져놓고 그 대답을 미처 확인하지도 못한 채 잠들게 만든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미완으로 남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싸락눈 위로 다시 내리는 함박눈처럼 반복되는 의문이 쌓이지만 그래도 내일의 햇살을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다. 이백(李白)도 누군가가 “나에게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물어서(問余何事栖碧山) 그냥 웃기만 했더니 마음이 한가롭다(笑而不答心自閑)”라고 했다. 우리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내일을 만날 수 있음에 행복해 한다. 어디에 있건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이상향을 꿈꾸게 한다. 내 앞의 현실이 충족하지 못해 불안해 하면서 사랑과 명예, 부귀와 장수에 대한 유토피아를 갈망하고 또 갈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늘 욕망의 결핍에 시달리는 존재여서 이백처럼 마음이 한가롭지가 못하다. 그렇지만 돌아보면 인생은 지나가야 할 관문이 많다. 어쩌면 인생이란 시간의 선상에 올려진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생(生)과 사(死) 사이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두고 자신과 타자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 세상이다. 그러면 삶은 ‘고해(苦海)의 길’인가? 대정 향교에는 양반 자재들이 공부하는 동재(東齋)라는 집이 있다. 거기에 추사가 쓴 의문당(疑問堂)이라는 편액이 무척 인상적이다. 대정향교는 지방의 중등학교 정도 되는 교육기관이고 동재는 대정의 학생들이 숙식하면서 공부하는 집이다. 동재의 현판 의문당이란 말인즉슨 “궁금하면 물어라!”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집이라는 뜻이다. 물음을 던지는 것은 비단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자의 탐구 행위일 것이다. 우리는 평생 세상이라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서 삶에 필요한 것을 묻고 또 묻게 된다. 그것의 답은 잘 살았느냐, 못 살았느냐로 구분되겠지만 과연 어떤 삶이 잘 산 삶이었을까에 대해서는 저마다 가치관이 다를 것이다. 별처럼 많은 우리네 삶의 질문에는 백인이면 백 가지 답(百人百答)이 있다. 다양한 직업에다가 각자 삶의 경험이 다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감각 또한 다르다. 성경의 말처럼 우리는 "네 이마의 땀으로 네 먹을 것을 벌어야"하는 존재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대답을 찾는 과정이란 바로 “너는 너가 되어라”는 말로 귀결되지만 늘 자신을 찾지 못한 우리는 ‘나’가 되기 위해 고뇌하며 해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인간은 경험으로 완성되고 존재의 시간이 다하면 잊혀진다. 사실 생(生)이란 하루하루 나아가고, 나아지고자 하는 것의 연속이 아닌가. 마치 빈 보따리를 들고서 점점 그것을 채워가며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우리가 생존이 유리한 쪽으로 진화해 온 것처럼 말이다. 이 또한 조금이라도 더 잘,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인생은? 길어야 100년 남짓이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지난 것들을 그리워하다 마침내 사그라진다. ‘내가 없으면 자기 앞의 세계도 없으므로’ 나는 지인들에게 단지 기념비성(monumentality)으로만 기억된다. 멸(滅)한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무엇으로 변하는(變化) 것이다.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만들고 그 만남은 그리움으로 변해 다시 기다림이 된다. 시간 앞에서 촛불같이 흔들리는 존재, 우리 모두가 그 모습과 같다. 우리는 지금 내 앞에 있으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미망(迷妄)의 존재로서 고독이 우리를 에워싸지만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잃지 않는 ‘나’는 그 삶을 끈질기게 이어가는 의지로서의 존재이기도 하다. 도잠(陶潛, 365~427)은 자연으로의 회귀와 인간성을 회복하려고 했던 시인이다. 그는 말한다. 지나간 일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앞으로 올 일은 바르게 좇을 수 있음을 알았다오(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 실로 길을 잃었으나 아직 멀리 가지는 않았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가 틀렸음을 깨달았소(實迷途其未遠 覺今是而昨非). 우리는 사는 동안 후회되는 것들에 맞서 늘 반성하면서 다시 일어난다.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Sutta-nipata,經集)』는 『담마파다(Dhammapada, 法句經)』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붓다의 육성에 가까운 경전이다. 편찬 시대가 『담마파다』보다 앞선 대략 A.D. 3세기경으로 추정된다. 이 경전에는 붓다의 탁발 수행 때에 ‘비천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분노와 증오심이 많고 사악하고 위선적이며 그릇된 견해를 고집하고 권모술수를 일삼는 사람,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해치며 살아 있는 생명체에 연민의 마음이 없는 사람, 재산이 많으면서도 늙은 부모를 봉양하려 하지 않는 사람, 자기를 치켜세우고 남을 헐뜯으며 자만심으로 목이 뻣뻣해진 사람, 남을 괴롭히고 욕심이 많으며 인색하고 박덕하면서 존경을 받으려는 사람.” 등 20가지 비천한 인간상이 있다. 사람들은 고귀한 인간이고 싶어한다. 인생은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의 연속일 것이다. 한 사회의 도덕(moral)이나 정의(justice)도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자기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기에게 이로움이 있으면 기우는 속성이 있고, 밥이 나오는 곳에 마음을 기대게 된다. 이번 ‘길 가는 그대의 물음’은 따스한 감성으로 제주문화에 다가서려는 기획이다. 인생에서 그대의 물음에는 사실 정해진 답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의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존재의 사건에 참여하여 그 자리에 임하는 그대야말로 유일한 존재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그러다 탁구공도 드나들겠네." "발만 넷인 너희가 이 손맛을 어찌 알리요. 더욱이 이 기름한 손가락 쑤셔 요리조리 돌려노는 재미를 ... "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번 ‘가공식품 포장 속 숨은 그림찾기’는 다양한 식품인증마크에 관한 것이다. 식품을 구입하다 보면 포장이나 용기의 한 켠에 동그라미나 네모 그림이 있고 그 안에 글자가 쓰여져 있는 인증마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인증마크의 정확한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좋다고 여기면서 제품을 구입한다. 식품인증마크에는 그 식품에 어떤 원재료가 사용되는지, 제조 공정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안전한지 등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똑똑한 소비를 위해서는 식품인증마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식품인증마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안전관리인증 HACCP이다. 우리 말로 해썹이라고 읽는 HACCP는 위해요소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약자다. 원재료부터 생산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이르기까지 식품의 안전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들을 미리 찾아내고 관리함으로써 식품의 안전을 확보하는 안전관리체계를 말한다. 즉 HACCP 마크를 달고 있다는 것은 원료에서부터 유통까지 까다로운 관리를 거친 안전하고 위생적인 제품이라고 보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HACCP 인증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오거나 식중독균이 검출되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HACCP 인증의 신뢰도 확보와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이렇듯 문제가 없지 않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HACCP 인증 식품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엄격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여전히 믿을만하다고 볼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으로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때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은 원료 구입, 제조, 포장, 출하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체계적이고 위생적으로 제조 및 품질관리가 이루어지므로 안전하고 품질 관리가 잘 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GMP 인증은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인증으로 일반 식품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마트에서 구입하는 많은 일반 제품에서 이 마크를 찾을 수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 우수관리인증)는 생산에서 판매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안전하게 관리되는 농산물 또는 농가에 주어지는 인증이다. 농산물은 재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농약, 중금속, 유해 미생물에 노출될 수 있는데, GAP는 최종 농산물에 위해 요소가 없거나 기준치 이하로 관리함으로써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인증제도다. GAP 인증마크가 있는 농산물은 그렇지 않은 것들에 비해 안전하다고 볼 수 있고 이력관리가 이루어져 추적이 가능하다. GAP가 농산물의 안전한 관리에 대한 것이라면 농축산물을 어떻게 재배 또는 사육했는지를 나타내는 식품인증이 있다. 유기농(또는 유기농산물)은 최소 3년 동안 합성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퇴비와 같은 유기질 비료만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인증하는 것이다. 또한 무농약 인증은 합성 농약은 전혀 쓰지 않고 화학 비료를 소량(권장량의 1/3 이하) 사용하여 길러진 농산물에 해당된다. 매일 먹는 농산물의 잔류 농약이 걱정되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유기농이나 무농약 농산물을 애용함으로써 건강에 좋고, 친환경 농사 장려로 토양 오염을 막아 지속가능한 농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 인증을 받으려면 둘 다 사료에 항생제, 합성 항균제, 성장촉진제, 구충제, 호르몬제를 첨가하지 않고 가축을 사육해야 한다. 이 때 유기농산물의 기준에 맞게 생산된 유기사료를 100% 먹여 키우고 인증 기준을 지키면 유기축산물로 인증 받을 수 있고, 일반사료를 먹이면서 인증 기준에 따라 생산한 축산물은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 인증이 어떤 사료를 먹여서 가축을 사육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해당 식품이 안전한지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라면 동물복지 인증은 가축의 사육환경이나 시설을 인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동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의 원인이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대량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으로 알려졌고, 인도적인 가축 사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동물복지 인증 제도가 마련되었다. 동물복지 인증은 농장에서 사육하는 동물이 쾌적한 환경에서 타고난 습성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관리가 이루어지는 농장을 인증하는 제도다. 소, 돼지, 닭 및 오리고기, 우유와 달걀에 잔류하는 항생제가 걱정이라면 유기축산물 또는 무항생제 인증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고,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인도적인 차원과 국내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동물복지 인증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농축산물 생산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및 농자재의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저탄소 농축산기술이 적용되었다면 저탄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가 걱정되고 환경보존에 관심이 많다면 제품 선택 시 고려해 볼만하다. 가공식품에 대한 인증으로는 유기가공식품, 전통식품,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이 있다. 유기가공식품은 유기농축수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유통되는 식품을 말하는데 사용 원료부터 제조공정, 포장까지 관리체계가 기준에 부합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위해서는 물과 소금을 제외하고 유기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유기가공식품 인증마크가 있다면 일단 믿을만한 원료를 사용하여 제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식품 품질인증은 국내산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조리되고 우리 고유의 맛·향·색을 내는 우수한 전통식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이다. 전통식품품질인증 제도는 전통식품의 계승·발전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우수한 품질의 전통식품을 선택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와 유사한 식품인증으로는 전통주의 품질을 인증해주는 술 품질 인증이 있고, 전통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분야에서 뛰어난 기능을 보유한 식품명인을 지정하여 육성함으로써 전통식품 산업의 활성화를 꾀하는 식품명인 인증제가 있다.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은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많이 찾는 기호식품 중에서 안전하고 영양을 고루 갖춘 가공식품의 제조·가공·유통·판매를 권장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정해진 기준에 적합한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해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안전, 영양 및 식품첨가물 사용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일단 HACCP에 따라 관리되는 안전한 가공식품이어야 한다. 영양 측면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제외되고, 과채주스는 당류가 첨가되지 않아야 하며,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중 2가지 이상의 영양성분이 정해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식품첨가물로 식용타르색소(합성색소), 합성보존료 및 기타 화학적 합성품이 사용되지 않은 식품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집이라면 안전과 영양을 고려하여 어린이 기호식품 인증마크가 있는 식품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다뤄진 식품인증제 이외에도 다양한 인증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식품인증마크를 붙이고 있다고 해서 100% 믿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인증 식품에 문제가 발생하여 인증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완되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고 안전하고 우수한 식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세 편에 걸친 ‘식품 포장 속 숨은 그림찾기’를 잘 살펴봄으로써 식품 포장에 표시되는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여 똑똑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