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산업구조 다각화를 목표로 설정했던 '2030년까지 제조업 비중 10% 확대' 계획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목표 연도를 2035년으로 늦추면서 오영훈 제주지사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정책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2026년 지역 내 총생산(GRDP) 30조 돌파' 목표 역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한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일도1·이도1·건입동)은 19일 열린 경제활력국 업무보고에서 제주도의 경제정책 목표에 대한 현실성을 지적하며 "정책 목표 수립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제주도가 추진 중인 경제정책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 부족하다"며 "성급하게 설정된 목표들이 결국 도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지사는 임기 초부터 산업구조 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제주 경제가 관광업과 1차 산업에 집중되면서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조업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오 지사는 2023년 7월 중소기업중앙회 제주본부 주관 정책간담회에서 "도심항공교통(UAM), 그린수소, 민간 항공우주산업 등 미래 신산업과 관련된 제조업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제주상공회의소 주최 ‘2024년 글로벌 제주상공인 포럼’에서도 "2030년까지 제조업 비중을 1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산업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도는 지난해 11월 '제조업 확대 TF 회의'에서 목표 연도를 2035년으로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 발표 후 몇 개월 만에 목표 시점을 연기한 것은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를 설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 의원은 "제조업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려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야 하는데 이런 성장률이 가능했겠느냐"며 "단순히 목표 연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표 설정 당시부터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했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도는 제조업 비중 확대를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정책 수립은 2026년 1월에야 완료될 전망이다. 경제정책 목표에 대한 실현 가능성 논란은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오 지사는 지난달 3일 열린 '2025년 제주도민 신년인사회'에서 "제주 경제의 실질 성장률이 3%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라면 2026년에는 GRDP 30조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국 평균 경제성장률이 1.3%인 반면, 제주 경제는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현재 3%대의 성장을 이어가면 2024년 GRDP는 27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3%의 성장률과 2%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026년에는 GRDP 30조 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3년 평균 경제성장률 3.6%를 적용할 경우 2026년 GRDP는 30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28조58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까지 30조원을 달성하려면 연평균 성장률이 4.9%에 도달해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성장 동력은 제시되지 않았다. 한 의원은 "도정이 경제정책 목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이에 대해 "GRDP 30조 원 목표는 경제성장률에 더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수치"라며 "물가가 오르면 화폐 가치도 상승해 GRDP 수치 역시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교육청은 소규모 공립유치원 여건 개선과 유아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주형 한울타리 유치원 참여기관 4곳을 확정해 시범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한울타리 유치원 운영 모형은 소규모 유치원 통합형, 중심 유치원의 시설·프로그램을 공동 활용하는 거점형, 유치원 간 시설을 공동 활용하고 협력하는공동연계형으로 구분된다. 제주지역 첫번째 한울타리 유치원은 거점형이다. 한림초병설유치원(37명)이 중심 유치원이 돼 인근에 있는 재릉초병설유치원(10명), 수원초병설유치원(6명), 고산초병설유치원(7명)이 함께 참여한다. 재릉·수원·고산초병설유치원 원아들은 중심 유치원인 한림초병설유치원에 모여 월 2~3회 교육활동을 함께한다. 그 밖에 공동 행사, 체험 학습 등을 통해 또래 간 상호작용 기회 확대와 유아 학습권을 보장 받는다. 도교육청은 이와 함께 한울타리 유치원 학습공동체를 구성하는 등 교사의 전문성 함양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한울타리 유치원 사업은 전국적으로 소규모화돼 가는 공립유치원 유아들의 또래 경험 제공과 교육권 보장, 교직원의 근무여건 개선 등 단설 수준의 운영관리 여건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김승희 제주도교육청 장학관은 “연령별 유아들의 또래 관계 형성을 위한 다양한 놀이경험을 제공해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번 시범운영 결과를 기반으로 제주지역 소규모 병설유치원 활성화를 위한 운영 모델 초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검찰이 농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병삼 전 제주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지검은 농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시장과 동료 변호사 3명 등 4명에 대한 사건 1심 재판부에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강 전 시장과 동료 변호사 3명은 2019년 11월 21일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농지 6997㎡를 함께 매입한 후 경작할 의지가 없음에도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실제 일부 자기 노동력을 들여 자경해 온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인사청문회 당시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은 강병삼 전 제주시장에 대해 취임 이틀째인 2022년 8월 25일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강 전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정기인사와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등 민선 8기 후반기 도정 안정을 위해 임기를 두 달 앞둔 지난해 6월 조기 퇴임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취재진에게 곧 확인되는 사기범행 용의자의 행방이 경찰에게는 묘연하기만 했다. 피해자들의 제보가 잇따라도 경찰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사연은 이렇다. 전국적으로 중고거래 및 온라인 강의 공동구매 사기를 벌여온 피의자 A씨(28). 그는 처음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전자기기와 악기 관련 물품을 판매한다고 속여 선입금을 받은 후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후 수법을 발전시켜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저렴한 가격에 강의를 제공하겠다고 속여 공동구매를 유도한 뒤, 선입금을 받은 후 사라지는 방식으로 피해 범위를 넓혀갔다. 현재 재판 중인 사건과 추가로 접수된 사건을 포함해 피해 금액은 최소 1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액은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건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면서 A씨의 주소지 관할인 제주서부경찰서로 이관됐다. 이미 A씨는 제주지법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합의를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상황에서도 사기행각을 멈추지 않았다. 피해자만 수백 명에 달하는 이 사기범은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 제주시 노형동 일대에서 긴급 체포됐다. 그를 체포하는데 수개월이나 걸렸다. 그것도 서부서 관할 지역인 제주시 노형동을 버젓이 활보하고 있는데도 그랬다. 그저 경찰은 그가 "서울에 있는 걸로 알았다"는 것이다. 그 사이 A씨는 제주에서 태연히 사기 행각을 이어갔고, 피해자들은 속절없이 당해야만 했다. 경찰의 늑장 대응과 오판이 불러온 결과였다. 지난 1월 중순, A씨는 제주에 입도, 정착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달 중순까지도 A씨가 서울에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제이누리> 취재 결과, 그는 한 달 넘게 제주에 머물며 제주시 노형동, 연동, 애월읍 고내리 일대에서 건설 현장 일을 하며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제주에 있다는 사실은 교회 관계자, 식당 관계자, 그리고 과거 그를 알고 지낸 지인들에 의해 쉽게 밝혀졌다. A씨가 과거 재판을 받을 때 도와줬던 교회 관계자들은 그의 근황을 알고 있었고, 취재진이 그와 직접 연락을 취했을 때도 "애월읍 고내리 일대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단순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 사이 A씨는 피해자들에게 "도박 빚이 있다"거나 "정신병이 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피해자들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면 조롱과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사기 행각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A씨는 "사기를 친 사람도 문제지만, 당한 사람도 문제다.", "나는 도박 빚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X신" 등 피해자들에게 끝까지 비아냥거렸다. 심지어 본인을 추적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차피 경찰에 잡히면 돈 못받을 것"이라며 "안 잡히고 오늘 사기에 성공하면 일부 돈을 돌려주겠다"고 큰소리까지 쳤다.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경찰에 신고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제주서부경찰서 수사관계자는 지난 14일 "통신영장과 계좌 추적을 신청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체포영장 추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A씨는 건설 현장에서 팀 단위로 일하며 제주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분노한 일부 피해자들이 경찰에 항의 전화를 걸었고,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전화에서 오히려 "피해자들을 진정 시켜달라"는 부탁을 했다. 피해자들이 수개월, 수년 동안 조롱과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고도 경찰은 그들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은 결국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경찰은 지난 16일 뒤늦은 오후에서야 노형동 일대에서 A씨를 체포했다. 그러나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 피해자가 수십 명 이상 증가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두고 경찰의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은 뒤늦은 체포 이유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지만 용의자가 핸드폰 기기에서 칩을 제거하고 인터넷만을 이용, 외부와 연락을 주고받아 위치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피해자의 제보와 취재진의 도움 등으로 탐문 끝에 용의자를 붙잡았다"고 변명했다. 피해자들은 "이제라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사기범죄는 날로 정교해지고 있지만 경찰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제주도내 형사 사건 전문 김모 변호사는 "온라인 사기·중고거래 사기는 이제 단순한 사기범죄가 아니라 조직·지능적인 범죄의 형태를 띠고 있다"며 "경찰이 더 빠르고 정밀한 수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기 피해자들이 다수가 발생하는 경우, 경찰이 보다 신속한 대처를 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수사가 지연되는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제주서부경찰서 관계자는 A씨의 추가 범죄 정황을 조사할 방침이다. 피해자들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신속한 법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피해자 대표 이모씨(31·여)는 "범죄자를 처단하고 무조건 잡아넣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착한 구석이 있을 거라 믿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기에 이렇게까지 피해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길을 가도 한 번만 뒤돌아보면 달라질 수 있었는데 결국 스스로 이런 길을 택했다"며 "이제는 사기에 대한 형을 온전히 다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거래 전 상대방의 계좌번호 및 전화번호를 사기 피해 공유 사이트(더치트 등)에서 조회하고, 선입금을 요구하는 거래를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온라인 사기범죄에 대한 경찰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경찰의 안이한 대응으로 피해자의 수가 늘고, 피해는 더 커졌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추진 중인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대한 도민들의 인지도는 낮지만 필요성에는 상당수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 접근성 개선이 중요한 과제라는 응답이 높아 향후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만 30세 이상 제주도민 15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8%가 건강주치의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반면 '사업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4.7%에 불과해 도민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주치의 사업에 대해 응답자의 75.1%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20.2%는 '용어는 들어봤지만 내용은 모른다'고 응답했다. 반면 '사업과 내용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4.7%에 그쳤다. 그러나 사업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61.8%가 '필요하다'(대체로 필요+매우 필요)고 답했다. '보통'은 27.1%, '불필요하다'(대체로 불필요+전혀 불필요)는 11.0%에 불과했다. 또 건강주치의 제도가 시행될 경우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59.8%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읍·면 지역(61.3%)에서 동 지역(58.3%)보다 이용 의향이 높아 의료 취약지역의 수요가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의사의 방문진료 서비스에 대한 이용 의향도 57.6%로 조사됐다. 현재 정기적으로 단골 의원을 이용하는 도민 비율은 48.4%다. 읍·면 지역(55.5%)이 동 지역(41.5%)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건강주치의 제도의 주요 요건 중 ‘접근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응답자가 87.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제주 지역 내 의료 접근성이 낮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도민들의 공감을 확산하기 위한 홍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사업 모델 연구가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도민들에게 제도의 개념과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언론 보도, 전문가 인터뷰, 도민대학 프로그램 연계 강연, 공청회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이 추진된다. 특히 하반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 및 노인·아동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해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민 눈높이에 맞춘 홍보를 강화하고, 의료 취약지역을 우선 고려한 사업 모델을 수립해 도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제주형 건강주치의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형 건강주치의는 도내 의료 소외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포괄적 건강관리를 담당할 주치의를 지정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오는 7월 시범사업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글로벌 교육·연구 거점 구축을 목표로 프린스턴대와 체결한 런케이션 협약을 두고 제주도의회에서 실효성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협약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하고, 단순한 전시행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남근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19일 열린 제435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제주도가 그동안 여러 기관과 협약을 맺어왔지만 시행 과정에서 실효성이 부족했던 경우가 많다"며 "이번 협약 역시 단순한 전시행정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런케이션이나 워케이션 같은 사업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실질적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협약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는 지난달 31일 프린스턴대, 제주대와 함께 런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은 시차 문제를 고려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각 기관이 디지털 전자서명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서명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런케이션 교육 프로그램 운영 ▲제주의 가치·비전·미래를 알리는 프로그램 협업 ▲연구·교육 교류 확대 등이다. 협약 기간은 서명일로부터 5년이다. 세부 이행 사항은 향후 협의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그러나 협약 체결 과정에서도 일부 논란이 제기됐다. 도에서는 오영훈 제주지사가, 제주대에서는 김일환 총장이 직접 협약식에 참석한 반면, 프린스턴대에서는 부교무처장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제주도와 제주대에서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참여했지만 프린스턴대에서는 실질적 협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참석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강승향 제주도 청년정책담당관은 이에 대해 "국제 교류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참여한 것이므로 협약 이행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도는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외 대학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제주를 개방형 교육·연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수 대학생과 연구진의 제주 유입을 촉진하고, 교육·연구·산업이 선순환하는 글로벌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제주도가 체결한 많은 협약이 결국 구체적인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협약 역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명동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이에 대해 "협약은 단순한 서명이 아니라 업무를 시작하는 출발점이며,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 필요하다"며 "너무 전시행정으로만 평가하지 말아 달라"고 답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한라산에 봄의 전령사 세복수초가 꽃을 피웠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지난 14일 한라산 주변 세복수초 자생지에서 올해 첫 개화를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세복수초는 봄을 알리는 제주의 대표적인 자생식물이다. 일반적으로 2월에서 4월 사이에 개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1월 15일에 개화했으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늦은 지난 14일에 개화가 확인됐다. 세복수초는 한반도 내륙과 제주, 일본을 잇는 지리적 중요성을 가진 식물이다. 복수초에 비해 꽃이 필 때 잎이 가늘고 길게 갈라져, 복수초라는 이름에 ‘세(細)’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한때 내륙의 복수초, 개복수초와 혼동되기도 했다. 세복수초는 가지가 갈라지고 꽃받침조각이 5개로 꽃잎보다 폭이 좁으며, 열매가 공 모양에 가까운 특징이 있어 구분할 수 있다. 복수초 종류는 눈 속에서도 꽃이 핀다고 해 ‘얼음새꽃’ 또는 ‘설연화’로도 불린다. 노란색 꽃을 무리 지어 피워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항암 효과가 있어 약용자원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임은영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는 “입춘이 지나도 한파가 지속돼 봄꽃의 개화 소식이 늦어지고 있다”며 “제주의 귀한 식물자원인 세복수초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자생지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세계 여러나라의 차(茶)를 마시며 차문화 여행을 떠나는 강좌가 열린다. 제주평생교육진흥원은 다음달 11일부터 4월 22일까지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에 있는 제주도민대학 서부캠퍼스에서 '차(茶)로 배우는 세계사와 문화' 강좌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강좌에서는 한·중·일 차문화를 벗어나 영국, 싱가포르, 아제르바이젠 등의 차문화와 세계사적 관계를 그 나라의 차를 마시며 모색해 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차분야 한국측 참관인 등이 참여해 함께한다. 차는 4700년의 세계사, 1000년의 한국사와 연결돼 있다. 우리가 접하는 녹차 외에도 영국의 홍차, 중국의 보이차, 일본의 말차 등 그 사회를 시작으로 인접국가에 문화적 영향력을 미쳐왔다. 수강신청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제주도민대학 홈페이지(www.jejudomin.kr)에서 도민 누구나 할 수 있다. 모집인원은 30명이다. 문의는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평생교육부(064-726-9871~5)로 하면 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허니문 1번지' 제주의 명성을 이끌었던 특급호텔들이 역사의 뒤안길을 맞고 있다. 대한민국 신혼여행의 중심지였던 제주도의 주역이었지만 이젠 매각과 영업중단이란 파고에 직면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제주도는 국내 신혼부부들에게 최고의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제주그랜드호텔(현 메종글래드 제주)이 있었다. 이들 호텔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국내 신혼부부와 일본 등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제주 관광 산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해외여행 자유화, 저가 항공사의 등장, 새로운 호텔과 리조트의 경쟁 속에서 점차 입지가 좁아졌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경영 악화와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 1974년 개관한 제주 칼호텔은 지하 2층, 지상 19층 규모로 당시 제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도내 첫 특1급 호텔이었다. 320개의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은 한라산과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파노라마 뷰를 제공하며 관광객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나 제주 칼호텔의 등장은 도민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한라산 조망을 방해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후 제주시 55m, 서귀포시 40m로 건축물 고도 제한이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1985년 개관한 서귀포 칼호텔은 남태평양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품은 호텔이다. 225개의 객실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신혼부부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제주그랜드호텔(현 메종글래드 제주)은 2015년 리브랜딩을 통해 현대적인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호텔로 변모했다. 1981년 333실 규모로 문을 연 이 호텔은 골프 관광과 연계해 일본인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하며 1992년 지방 호텔 첫 '1000만 불 관광진흥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513개의 객실을 운영하며 비즈니스 관광객을 위한 연회장과 피트니스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호텔들의 명성은 이후 점차 사그라들었다. 여행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해외여행 자유화와 저가 항공사의 등장으로 신혼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제주도가 신혼부부들의 첫 선택지에서 점차 멀어졌다. 동남아시아나 유럽으로 떠나는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제주 호텔 산업은 타격을 입었다. 아울러 새로운 경쟁체제에도 직면했다. 2000년대 들어 제주에는 국제적인 호텔 브랜드들이 속속 진출하고, 럭셔리 리조트들이 등장했다. 특히, 2020년 개관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제주 최고 높이와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전통 호텔들은 시설과 서비스 경쟁력을 점차 잃어갔다. 여기에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제주 호텔 산업에 치명타를 가했다. 관광객 감소로 인해 많은 호텔들이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영업 중단과 매각이 잇따랐다. 제주 칼호텔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와 누적 손실로 2022년 4월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모기업인 한진그룹은 이후 유형자산 처분을 결정하고 제주드림피에프브이(PFV)와 950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사태로 1년 만에 계약이 파기됐다. 이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제주 칼호텔 부지를 글로벌 교류 허브 조성사업의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JDC는 제주시 원도심 내 11개 부지를 조사한 결과, 제주 칼호텔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칼호텔네트워크가 지난해 3월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JDC는 현재 '글로벌 교류 허브 사전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비는 2억7000만원, 용역기간은 계약일로부터 5개월이다. 늦어도 다음달 내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편, 서귀포 칼호텔은 제주 칼호텔 폐업 이후 일부 직원들이 이동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관광 산업의 불확실성과 제주 칼호텔 매각의 여파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제주 칼호텔 영업 중단 후 내부 가구와 기물들을 서귀포 칼호텔로 옮겨 재사용하고 있어 현재 호텔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메종글래드 호텔도 갈림길에 서 있다. DL그룹은 2023년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를 위해 메종글래드 제주를 포함한 글래드 호텔 세 곳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메종글래드 제주의 예상 매각가는 2500억원 이상이다. 해외 자본으로의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호텔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대한민국 신혼여행의 중심지였던 제주도의 호텔들은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경쟁 환경에 놓였다. 90년대 신혼여행지로 제주를 찾았던 김모씨(56)는 "당시 칼호텔은 제주 신혼여행에서 가장 머물고 싶은 호텔이었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나이를 먹은 것처럼, 호텔도 함께 나이를 먹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회상했다. 제주도의 대표 호텔들의 변신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아울러 제주관광산업의 향배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의회 송영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를 불의한 기관으로 매도하며 반민주적 선동과 폭력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2의 내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제43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이 구속되자 극우세력은 법원 문을 부수고 헌법재판소를 불의의 기관이라 매도하며 반민주적 선동과 폭력적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하고 있다"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제2의 내란 행위는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국정 마비로 제주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수장을 잃은 행정안전부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제주도의 요구에도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 제2공항에 대해서는 "제2공항은 이미 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졌다"며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한 내용이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반영됐는지 점검하고 최근 무안공항 사고로 인한 문제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면밀한 검토 속 도민 우려를 불식하고 제주 환경과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의회는 이날 본회의 개회를 시작으로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의원들은 상임위별로 의사일정에 따라 오는 27일까지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업무를 보고받고 의원발의 조례안, 도지사 제출 의안 등 조례안 28건에 대해 심사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임시회 개회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제주가 개최지로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세계 평화의 섬으로서 제주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18일 도의회 제435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제주가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를 논의하는 평화외교의 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안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평화에 있어 북미 관계 정상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전쟁 종식을 위한 만남이 성사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은 평화의 기운으로 전환될 것이며 한·미·북·중 4자회담으로 이어진다면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질서 구축과 함께 세계평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주는 이미 1991년 한·소 정상회담, 1996년 한·미 정상회담, 2004년 한·일 정상회담, 2010년 한·중·일 정상회담 등 세계 평화외교의 무대가 돼왔다"며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진전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의회 이정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지난 3년 동안 도정 운영에서 실책을 거듭하며 도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 현안을 해결하고 민생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제43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제주도정의 행정체제 개편 지연, APEC 유치 실패, 도민 공감 없는 도심항공교통(UAM) 도입, 상장기업 20개 유치 공약 실종 등을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칭다오 신규 바닷길 항로 개설 문제를 직격했다. 이 원내대표는 "아세안+α 국제 교류 및 무역 거점 확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해운업계 및 주무 부처와의 조율이 부족했다"며 "섣부른 행정으로 도정의 신뢰도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항도 하기 전에 매월 1억원 이상의 손실을 도에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이 없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국이 혼란스럽고 도민들의 삶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정치권이 정파를 초월해 협력해야 한다"며 "제주도정이 도민들의 민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제주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핵심 생계비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 의료, 사회복지, 주거, 금융 지원, 파산자 재기 지원 등 정부 및 제주도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질적으로 경감할 수 있는 부분은 조정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경제의 주요 산업인 관광, 1차 산업, 건설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제주의 노동력 부족은 인건비 상승을 초래해 사업체 운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제주특별법 내 특례 조항을 적극 활용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사증 입국 및 체류 특례를 확대하는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제주 1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이미 전국적으로 4개 지역이 지정돼 추진 중인 제도"라며 "제주에서도 공영 도매시장을 기반으로 국내외 수출·유통을 위한 복합 단지를 조성하고, 농산물뿐만 아니라 축산물, 수산물, 공산품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다 속으로 버려지는 LNG 냉열을 활용해 운영비 절감을 유도하면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에 대해서도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현재 제주공항은 연간 1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수용하면서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며 "제2공항 건설을 통해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인구 유입과 균형 발전을 유도하며 일자리 창출과 청년 창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한 만큼, 이제는 도민 갈등을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경제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제주도정이 현실적인 민생 대책을 마련하고,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도의회 역시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청정 자연자원을 활용한 그린바이오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알리고 지역 바이오기업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된다. 제주도와 제주지역혁신플랫폼 청정바이오사업단(제주RIS)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제주시 칠성로 상점가에서 '칠성로에서 그린바이오를 만나다: 뷰티&펫산업 페어' 행사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제주 그린바이오산업 혁신성장계획 발표와 함께 화장품·반려동물산업 제품 홍보와 플리마켓이 운영된다. 제주 천연 원료를 활용한 화장품 기업과 청정제주 이미지를 담은 펫산업 기업 등 모두 30개사가 참여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방문객들은 제주산 화장품과 반려동물 먹거리, 헬스케어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 최첨단 스마트미러를 통한 피부진단 서비스 등 첨단 뷰티기술도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증강현실(AR) 드로잉, 대화형 인공지능(ChatGPT),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미래지향적 그린바이오산업을 표현한 가상 퍼포먼스와 버스킹도 선보이는 등 산업 발전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도는 2023년 6월 '제주 바이오산업 육성전략' 발표 이후 해양바이오·레드바이오·그린바이오산업 분야별 세부 실행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그린바이오산업은 농업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종자·미생물·곤충·천연물·식품소재·동물용의약품 등 분야와 관련된 산업이 포함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50대 운전자가 경사로에 주차하다 미끄러져 내려온 본인 차량에 깔려 다쳤다. 19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8시 49분 제주시 이도이동 한 골목길 경사로에서 50대 A씨가 자신의 쏘나타 차량에 깔렸다. A씨는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A씨가 경사로 도로변에 주차하려다 장애물로 놓인 물통을 치우기 위해 내렸고, 이 과정에서 조작 미숙으로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는 지난 17일 제주대병원 부출입구와 애조로를 연결하는 도시계획도로를 개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개통된 도시계획도로는 제주대병원 후문에서 애조로(죽성교차로)를 연결하는 연장 320m, 폭 12∼15m 규모다. 총사업비 35억원(보상 23억원, 공사 12억원)이 투입됐다. 시는 2023년 5월 착공한 후 이달에 사업을 마무리했다. 해당 구간은 도로 폭이 좁아 차량 교행이 어렵고, 이에 따른 병목현상이 자주 발생해 제주대병원을 방문하는 이용객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컸던 지역이다. 제주시는 이 도로 개통으로 해당 지역의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고, 특히 응급 환자 병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요즘 들어 어머니의 수면시간이 불규칙하게 길어졌다. 보통 저녁 8시쯤 주무셔서 이튿날 아침 8∼9시면 일어나시던 분이, 엊그제는 점심시간이 되어도 눈을 뜨지 않으신다.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서, 요양보호를 잘 아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만히 두어라. 기력이 모여지면 저절로 눈을 뜨실 게다’. 참으로 그러실까?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어머니 귀에다 대고, “일어나십서, 어머니! 점심 때가 다 되어부러수다!”라고 외쳐 본다. 반응이 없으시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눈꺼풀을 뒤집어본다. 그러자 짜증을 내면서 내 손을 잡아 치우시더니,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가신다. 아이쿠, 다행이다. 그렇게 저녁까지 계속 주무시더니, 이튿날 새벽 4시쯤에야 눈을 뜨셨다. 속 옷이 다 젖도록 축축해진 기저귀를 갈아드리자, 구태여 이동변기로 기어가서 스스로 소변을 보신다. 그리고 당신의 자리로 돌아가서는 다시 깊은 잠으로 빠져든다. 어제는 낮잠을 주무시다가 갑자기 헛소리를 하셨다. “어머니, 무사 이제사 오란?”이라고. 무슨 말씀이시지? 내 책상은 마치 회장님의 비서실처럼 어머니 방 입구에 놓여 있다. 언제라도 어머니가 호출을 하시면 달려 나갈 요량이다. 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0%)보다 0.4%포인트 낮다. 불과 3개월 사이 성장률 전망치가 0.4%포인트나 차이 난 핵심 요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다. KDI는 민간소비, 설비투자, 수출 등 모든 부문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통상갈등이 격화하거나 정국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에 따라 성장률이 1% 초반으로 내려갈 수도 있음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한국은 대미對美 수출 철강에 쿼터로 물량을 제한받는 대신 관세를 면제받아 왔다. 이것이 3월 12일부터 폐지되고 25% 관세를 적용받을 판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첫 타깃으로 삼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까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매기는 품목별 보편관세의 표적
‘세계의 심장부’라는 뉴욕시에서 불과 1시간 남짓 떨어진 부촌 롱아일랜드에 세상과의 모든 연결망이 단절되는 재앙이 덮치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무언가 심각한 사고가 터진 게 분명한데 통신 자체가 끊겼으니 무슨 영문인지 알 도리가 없고, 불안감만 가중된다. 그때 하늘에서 눈처럼 ‘삐라’가 쏟아진다. 알 수 없는 아랍어로 쓰인 단 한 줄은 ‘미국에 죽음을(Death to America)’이라는 구호다. 국적을 불문하고 미국에 원한 맺힌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표준화된 실제 반미(反美) 구호다. 워낙 간결하고도 강렬해서인지 9·11 테러 이후 많은 미국인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구호다. 이 구호가 적힌 삐라를 받아든 아만다의 가족들과 마을 주민들은 마른침을 삼킨다. 9·11 테러의 재현을 예감한다. 이 구호의 기원은 1979년 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사태 때 미 대사관을 포위한 이란 군중이 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모든 반미 집회에서 ‘개회선언문’처럼 자리매김했다. 흥미로운 건 반미 선동 선봉에 섰던 당시 국가최고지도자 호메이니의 태도다. 명색이 성직자였던 그는 군중집회에서는 이 저주의 구호를 허용했지만 라디오나 TV 방송에선 금지했다. 어떤 이유로든지 누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카드 활용술이 실체를 드러냈다. 4일(현지시간) 시행하려던 멕시코·캐나다 대상 25% 관세 부과는 한달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캐나다와 멕시코는 펜타닐 마약 유입 및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의 요구사항을 들어줬다. 당사국들이 밀고 당기기 협상을 한 결과다. 트럼프가 일단 한발 물러선 데는 이유가 있을 게다.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영향을 받는 등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과 수입물가 상승을 우려했을 것이다. 시간을 끌며 상대국으로부터 얻을 것은 얻어내자는 계산도 작용했을 수 있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명확하다. 관세를 활용해 무역적자를 줄이고, 세수를 늘리며,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것이다. 달래고 어르면서 미국이 원하는 것을 끌어내려는 속셈이다. 멕시코·캐나다와 달리 중국 제품에는 미국이 4일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도 10일부터 미국산 품목에 10~15%의 보복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 벌어졌던 미·중 관세전쟁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집중한 수출 전략을 펴기도 어렵다. 지난해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일반적인 상황에서 거지 항방(行幇)은 모두 민간 비밀집단이었지만 예외적으로 관청이 경영하는 개방도 있었다. 옛날 흑룡강(黑龍江) 쌍성부(雙城府)의 ‘걸개처(乞丐處)’가 관방의 개방이다. 옛날에 쌍성부 서남 모퉁이에 부익장(富翼長)이라는 거리가 있었다. 그 거리에는 산병홍(傘屛紅) 대문이 있었고 대문에는 금색 문자로 쓴 ‘쌍성부 걸개처’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곳이 청나라 말기부터 민국을 거쳐 만주국 14년(1945)까지 약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떠들썩했던 쌍성부 관청이 경영했던 개방의 소재지였다. 외원에는 동서로 곁채 초가집 5동이 있었다. 처마가 낮고 종이 창문으로 돼있는 일명량암(一明兩暗)1) 형태였다. 실내 맞은편에 있던 온돌이 거지들의 숙식처였다. 문을 들어서면 정면의 해청방(海靑房) 5칸이 있었고 동서로 각 2칸이 배치되어 있었다. 모두 기둥과 대들보를 채화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거지처의 단두(團頭)가 머무는 곳이었다. 명의상에는 유랑하는 거지를 맡아 기르는 자선단체라 되어있지만 사실상은 항방(行幇)이라는 수단으로 거지에게 사기 치는 그야말로 염왕전(閻王殿)이나 다름없었다. 거지가 거지처에 들어가면 단두의 부하 아닌 부하, 노예나 다름없었다. 노역 하면서 욕 듣고 매 맞았다. 단두의 권위는 ‘간아(杆兒)’〔타구봉(打狗棒)〕를 가지고 상징으로 삼았다. 2척 길이의, 위에는 검은색, 아래는 붉은색으로 되어 있는 몽둥이였다. 몽둥이 끝에는 가죽 채찍이 묶여있었다. 그것을 근거로 관리가 거지를 관리하면서 관방에서 직접 파견된 특별한 개방 방주가 되었다. 거지의 식량은 화명책(花名冊)을 근거로 매월 상회에서 1인 1두 수수쌀〔고량미(高粱米)〕을 공급했다. 의복은 매년 군경에서 반납, 폐기하는 낡은 의복 중에서 골라 썼다. 땔나무는 성문 4곳에 파견되어 지키는 거지가 성으로 들어오는 땔감 파는 사람의 짐이나 수레에서 뽑아 가졌다. 가장 많은 시기는 한 계절에 수천 다발이나 모을 수 있었다. 단두가 거지에게 버려진 시체나 사형수 시체를 염하고 매장하는 일에 노역하도록 할 때에는 관례대로 상회에서 별도로 비용을 발급하였다. 그러나 그런 수입은 거지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많은 부분을 단두가 개인적으로 착복하였다. 이외에도 단두에게는 매년 음력 정월 15일 대보름날과 부잣집에서 혼례나 장례를 거행할 때에 관례대로 뭉칫돈이 들어왔다. 정월 15일 전후 3일 전통 대보름 기간에 단두는 ‘등관(燈官)’을 맡아 등을 걸지 않은 상점에 벌금으로 양초, 원소(元宵) 등을 받았다. 한 번에 수천 가치나 되는 물품을 걷을 수 있었다. 동시에 ‘등관녀’〔등관양자(燈官娘子)〕로 분장하여 ‘창기의 빚’〔표장(嫖帳)〕을 요구한다며 점포에 ‘구상(求償)’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였다. 부잣집에서 혼례나 장례가 거행될 때면 단두의 ‘간아’(타구봉)를 문 옆에 걸어두고 거지가 와서 구걸하지 못하도록 했고 그에 따른 하루 노임을 계산해 단두에게 사례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큰일을 하면서 거지를 고용해 의장을 들도록 했다면 단두가 얻는 사례금은 더 많았다. 그러한 수입 대부분은 거지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모두 단두의 소유로 귀속되었다. 거지처가 거둔 거지는 상회에서 규정한 음력 매월 초하루, 보름 이틀 동안만 거리에 나가 구걸하였다. 그날이 규정대로 행하던 거지에게 돈을 지불하는 날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중국 가옥의 방 배치의 하나로 한 동(棟)이 세 칸으로 되어 있으며 외부로의 출입구는 중앙의 칸 ‘당옥(堂屋)’에만 있고, 양 곁의 칸 ‘이옥(里屋)’에서는 중앙의 칸을 통하여 출입하게 되어 있는 구조의 집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양화가 오승익은 제주대 미술학과 강사로 한라산을 주제로 줄곧 작업하고 있다. 마음에 깊이 남은 트라우마를 한라산을 보면서 치유하는 심정으로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삶의 기억을 되새기며. 역사속의 사계절을 마음속에서 흐르는 시간의 흐름으로 인식하여, 마치 허물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속살로 시작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에게 한라산은 어머니이자 제주의 상징이 되었다. 2025년 1월 22일부터 2월 3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있는 제주갤러리에서 개인전 '그 자리 한라산'을 열었다. 그곳이 내 마음이 사는 곳이다 우리는 평생 장소에 귀속돼 산다. 장소는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활동공간을 말하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몸소 겪는 자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최소한 한 곳 이상에서 살면서 그곳의 경험을 몸으로 습득한다. 이것은 역사적 경험이라는 실존의 현실적 ‘겪음’을 의미한다. 내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세계가 있는 것이다. 나는 곧 내 몸이라는 시간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재다. 나의 현재는 나의 모든 과거의 기억과 공동체의 상황적 관계들, 사건, 경험, 그리고, 그것들의 기억을 쌓아놓은 의식 속의 지층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는 내몸의 현재를 이룬다. 그 현재는 미래에는 도달할 수 없을지라도 그 미래만은 가리킨다, 나는 존재하므로 현실에 살면서 생각한다. 자리(place)는 처소(處所)라는 의미의 곳, 장소를 가리키는 공간적 개념이다. 그러므로 자리는 어떤 대상이 차지하거나, 차지할 수 있는 표면에 있는 공간을 말한다. 또한 자리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거나 작용이 생기는 곳인 현재의 시간에 놓여있거나, 어떤 대상이 있었던 곳으로써 과거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 좁은 의미로써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위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자리는 시공간을 감싸고 있는 특정한 장소를 지칭한다. ‘그’는 이미 알려진 대상을 가리키는 관형사이다. 그 자리란 꼭 집은 점을 말하는 ‘그곳’으로, 지리학적 특정한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곳’은 공간의 어느 일정한 점이나 부분을 말하며, ‘그곳’은 그런 특정한 위치를 지명(指名)한 것이다. 여기서는 그곳은 한라산이다. 우리는 평생 많은 것을 가리켜왔다. 방향이란 상징적으로 목표를 나타내기도 한다. 한 사람이 가리키는 방향은 삶의 이유, 살아가는 지향점을 표현함으로써, 거기서 어떤 의미를 찾게 된다. 서양화가 오승익에게 그 자리는 한라산이었다. 하나의 상징인 한라산은 그에게는 인식의 대상이자 직간접적인 역사 경험의 장소가 된다. 한라산은 바다의 피라미드이다. 타원형의 섬 가운데 솟아난 삼각형의 피라미드가 마냥 제주인의 삶 속에서 건져 올린 사랑과 슬픔, 기쁨과 희망, 좌절과 절망마저도 그대로 쌓아 올려버린 섬 공동체의 산이다. 최초로 한라산이라고 한 사료는 1374년 최영이 탐라에서 목호를 토벌할 때 '여러 장수가 한라산(漢拏山) 아래에 주둔하면서 군사들을 쉬게 하였다(諸將屯漢拏山下休兵)'라는 『고려사』 「열전」 최영의 기록에서부터이다. 또 1388년 산방산에 살아서 산방법승(山房法僧)이라고 불렸던 혜일(慧日) 선사(禪師)의 시에 '한라산의 높이가 어느 만큼인가(漢拏高幾仍).'라는 시에도 나오고, 조선 초기 권근의 시에도 '푸르르고 푸른 한 점의 한라산(漢拏山)이, 만경창파 아득한 속에 멀리 있네.'라는 기록에서 보는 것처럼 한라산이라는 지명의 계보를 알 수 있다. 한라(漢拏)라는 말은 ‘은하수를 끌어당길 만한 산’을 말한다. 흔히 한라산을 진산(鎭山)이라고 하여 탐라의 수호신으로 여겼다. 한라산은 바다에서 솟아오른 화산이며, 곧 한라산이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바로 한라산이다. 삶에서의 희망의 원리 세상은 형태이고 색으로 표현된다. 자연이 모든 미의 근원이었으며, 우리의 실체였다. 거기에서 우리는 단지 시간의 길을 헤쳐 나가는 한 점 나그네일 뿐이다. 우리는 그 자연에 내던져진 존재이다. 사회적 존재란 자연에서 살아가기 위해 무리를 지어야만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무리 지음이 종국에는 또 다른 욕망의 공포를 만들어낸다. 그 공포에서 나오는 것이 무리 짓고 살아가는 자들의 오랜 역사였다. 역사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는 관계일 것이다. 자유롭기는 개인처럼 자유로운 것이 없지만, 남과 여의 삶이 가족을 이루면서 살아감으로써 운명공동체가 만들어지고, 거기에 경제적 분배가 수반함으로써 이해관계는 복잡해진다. 부와 빈의 차이란 개인의 자유로운 욕망의 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경제적인 표현으로써 최고의 단계가 전쟁이라는 이름의 약탈과 방어의 수단으로 나타나게 된다. 어쩌면 역사는 전쟁과 평화가 오가는 두 줄의 다리라고 할 수도 있다. 두 다리 사이에서 욕망하는 자들이 벌이는 탐욕과 그것을 인내하는 관계가 역사의 실체일 것이다. 이 두 다리에서 역사는 고민 끝에 개인으로 사는 것처럼 자유로운 삶을 꿈꾼 것이 오늘날 인류가 찾아낸 민주주의 체제일 것이다. 사회는 서로서로 인정하는 관계일 때에만 평화롭다. 인간은 이성적이며, 윤리적이며, 도덕을 판단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선과 악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내어 급진적인 상황들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인 법을 만들었다. 물론 법도 다양한 체제의 사회적 스펙트럼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어떤 체제라도 그것의 목표는 잘 사는 것이며, 안전한 평화를 누리는 삶을 얻을 수 있을 때 그 체제의 존속성이 유지되고 희망의 원리로써 인정된다. 변화하는 자연의 몸, 화산의 마음 약 200만 년에 달하는 한라산의 몸체에도 여전히 자연은 오고 가기를 반복한다. 자연의 본질이 변화에 있지만 결코 무란 없다.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다른 형체에 녹아있어서 그 녹아있는 것이 만물을 이루는 것이다. 만물이 자연의 실체이다.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동등하여 그대로 머무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길고 짧은 시간의 차이는 있으나 서로 교감하면서 자연히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일어난다. 물과 불, 흙이, 고체와 액체, 기체가 하나인 순환 체계이며,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도 원소의 원자가 된다. 우리의 세계에서 빛으로 표현한 색에서 가장 오래된 색상은 RGB라는 3원색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색은 Red(빨강), Green(초록), Blue(파랑)라는 3원색을 가산혼합한 색으로 구현된다. 이 3원색(RGB) 공간에서는 이 RGB색 모두가 0인 지점에서는 검은색이 되고, 반대로 RGB색 모두가 최대인 지점에선 흰색이 된다. 현재 RGB색은 0에서 255까지 256단계의 색가(color value:色價)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색상의 수는 RGB색에서 만들어진 1677만6216(R256xG256xB256)가지가 된다. 색은 빛의 작용으로 감지된다. 자연에서 보이는 만물의 색은 바로 우리 눈이 감지하는 스펙트럼에 의한 색들이다. 우리 눈은 파장이 400~700nm 영역인 가시광선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눈의 시각세포를 통해 들어온 색 정보를 뇌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가 구분할 수 있는 수만 가지의 색의 이름을 말할 수 없으므로 우리 눈이 가장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3원색만의 머리글자만을 따서 모든 색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한원택 2022). 그러나 색은 빛의 물리적 작용으로 차이를 나타낼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색이 감정을 자극한다는 데 있다. 우리가 아는 색의 감정을 보면, 빨강은 뜨거움:정열, 녹색은 자연:상쾌함, 파랑은 차가움:냉정 등으로 상징화되었다. 물론 색은 국가나 지역마다, 혹은 관습과 풍속의 역사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또는 지역 풍토에 따라 표현되기도 한다. 오승익인 경우 제주의 색은 역사와 자연이 함께 숨 쉬고 있는 색으로 인식한다. 붉은색을 보면, 4·3역사의 색으로 인식하거나 화산암재인 스코리아(scoria)와 그리고 갈옷의 색깔을 연상하며, 초록은 한라산의 자연과 밭의 작물을 떠올리며, 파랑은 4계절 변하는 푸른 바다와 산호사(珊瑚砂)의 비취색의 해안을 떠올린다. 흰색은 눈이 덮인 오름과 한라산을, 그리고 갈색에선 잠자는 대지의 평원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색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과 그 취향을 형성시킨 사회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한마디로 색의 상징들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심리적인 경향성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특히 만물에 밴 색에 따라서 사실적으로 불리는 이름 아래 감정이입을 시킨 경우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하늘색은 파란 하늘에서 비롯되고, 살색은 피부색을 말하며, 살구색, 복숭아색 등 자연물의 색깔을 따오기도 했다. 검정색은 사회적으로 권위와 위엄의 제복으로 상징되거나, 까마귀처럼 흉조라는 의미에서, 혹은 어둠이라는 암흑이 두려워 죽음의 색으로 상징화되어 애도의 색이 되기도 했다. 색은 본래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색과 연결되는 물질 속성의 색채와 사회적인 관념이나 이데올로기적 상징에서 불리기도 한다. 한라산을 지질적인 색으로 보면, 바탕에는 검은색과 적색, 변화된 갈색, 청색 등 돌이라고 하는 매재가 있으며, 기후 조건에 따라 그 위를 덮는 4계절의 변화무쌍한 생태 자연의 색과 더불어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계절의 색이 있다. 그러나 화가 자신의 색은 자신의 환경적 조건에서 자기의 역사적인 경험과 성장 과정에서 받아들인 삶의 인상을 투사한 색의 감정으로 표현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이외에 그들은 또 길거리 쓰레기를 청소하거나 관방 측간의 똥오줌을 치우고 길거리에서 죽은 시체를 치우는 일도 담당하였다. 화재 등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책임도 졌다. 1918년 포두 지역에서 흑사병이 유행하여 3000여 명이 죽었는데 그들이 책임지고 시체를 성 밖으로 옮긴 후 화장하였다. 죽은 시체를 피하려 할 때에는 그들이 나서서 운반하여 매장하고 검시관의 검시를 돕기도 했다. 주인이 없는 사형수의 시체가 있을 때에는 그들이 옷을 벗겨내고 깨끗이 빨아 헌 옷 파는 노점상에게 팔았다. 심지어는 시체에서 심장이나 뇌를 꺼내어 약을 만들어 팔기도 하였다. 평상시에는 공업계, 상업계의 노동조합이 양산에게 일상용품이나 노임 등을 공급하였다. 매년 사대 명절이 되면 여러 상점에서 그들에게 따로 선물을 보냈다. 그 외에도 ‘부수입’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분수에 만족하여 본분을 지키면서 입에 풀칠하며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양산을 삶을 돌보아주며 평생 의지할 수 있는 집단으로 여겼다. 그러나 양산에 가입하면 항방(行幇) 규칙을 반드시 따라야 했다. 일반적으로 업종을 바꾸어 다른 일을 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항방의 비밀도 엄수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참혹한 형벌을 받았다. 각 거리에 밀정으로 파견된 거지가 제때에 양산으로 돌아가 상황을 보고하지 않으면 ‘괴정(拐挺)’으로 죽도록 얻어맞았다. 봉건주의 가부장적 통치방식을 따르는 항방에서 때리거나 욕설을 퍼붓는 것은 일상사였다. 흉년이 들면 사회 기부금과 관방의 구제 물품 대부분은 양산의 우두머리가 중간에서 자신의 주머니를 채워버렸다. 최전성기 때에는 우두머리가 첩을 두기도 했고 주방도 두어 개가 있는 집에서 살기도 했다. 산서방(山西幇)의 은행업계가 자금 유통이 원활하지 않는 기간에는 이자를 갚으려고 양산의 우두머리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20년대 전후로 양산의 많은 사람이 가로회(哥老會)1)에 가입한 후에 토비로 전락하면서 다년간 ‘사인구’에 똬리를 틀었던 흑사회였던 개방의 세력은 점차 약화되다가 4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와해되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가로회(哥老會), 청(淸)나라를 몰아내고 명(明)을 부활시킬 목적으로 활동한 비밀결사 조직 중의 하나다. 18세기 중반 이후 청나라의 통치력이 점차 쇠퇴하자 궁핍한 농민이 서로 돕고 보호하기 위하여 만든 일종의 투쟁 단체였다. 처음에는 농민끼리 모여 부자를 타도하고 명나라의 대의를 따르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차츰 정치적 조직으로 확대되었다. 그 뿌리는 명나라가 쇠약해지고 청나라가 일어설 즈음 청나라에 맞서 명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하여 결집한 비밀세력인 홍문(洪文)이었다. 홍문에 뿌리를 두고 일어났던 비밀결사조직으로는 가로회, 백련교(白蓮敎), 의화단(義和團) 이외에도 천지회(天地會), 배상제회, 삼합회(三合會), 홍화회(紅花會), 삼점회(三點會), 첨제회(添弟會), 소도회(小刀會) 등이 있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내몽고자치구에 속해있는 포두(包頭, 바오터우)의 옛 시가지역 초시가(草市街) 북쪽에 ‘자인구(慈人溝)’라는 지역이 있다. 근 반세기 이전에는 그 지방을 ‘사인구(死人溝)’라 불렀다. 본래 관을 놓아두던 곳이었다. 많은 거지가 그곳에 구멍을 파서 모여 살았다. 그래서 점차 포두의 유명한 빈민굴로 변했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그곳에 범인을 잠시 구류하는 ‘흑방(黑防)’이 있었다고 전한다. 포두(包頭)에서 체포한 범인과 오원(五原), 동승(東勝), 싸라치(薩拉齊) 뒷산 지역에서 압송해 온 범인은 모두 그곳으로 이송하여 구류했다가 다시 싸라치의 큰 감옥으로 호송하였다. 포두의 흑사회 조직 ‘양산(梁山)’의 대본영 ― ‘충의당(忠義堂)’ ― 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양산(梁山)’이라는 말은 ‘쇄(鎖)’와 ‘리(里)’ 양 가문의 병칭이다. 어김없는 깡패 집단이었다. ‘쇄가(鎖家)’는 건륭 연간에 귀화성(歸化城) 공주부(公州府)에서 야경을 돌던 마삼홍(馬三紅)과 농사를 짓던 진사해(秦四海)가 창립했다고 전한다. 명나라 영락제 주체(朱棣)를 조사(祖師)로 모셨다. 마 씨, 진 씨 가문의 인원은 모두 취고수(구식 혼례나 장례식을 할 때의 악사)와 교자꾼이 골간이었다. 그들의 정상적인 생계 방식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끌어 모으는 것이었다. 각자 활동 근거지가 있었다. 근거지를 ‘방장(方場)’이라 부르고 어느 누구도 그 경계를 넘지 못했다. 예를 들어, 포두 ‘쇄가’의 방장은 동으론 사르친(莎爾沁)진, 서로는 마지(馬池)진, 북으로는 석괴구(石拐溝), 남으로는 대수만(大樹灣)까지였다. 이것이 홍방(紅幇)의 ‘반청복명(反淸復明)’〔청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움〕 의식이 유래한 항방이다. 이렇게 추측한다. “당시 옹정 황제가 자기의 통치 지위를 공고히 하려고 방회(幇會)의 ‘반청복명’의 민족혁명역량을 약화시키고 그의 종실과 가권에게 자기 의견을 알려 반대 되는 두 개의 하층 사회집단을 따로 조직하면서 분화되고 와해되었다.”〔유영원(劉映元)〕 ‘리가(里家)’의 우두머리는 처음에 북경성 팔기 중에서 가난해진 왕야(王爺) 여덟이라고 전한다. 나중에 장(張), 고(高), 한(韓) 3문으로 나뉘었다. 리가의 성원은 모두 거지였다. 「연화락(蓮華落)」을 연주하거나 「수래보(數來寶)」를 부르며 구걸하면서 곳곳을 돌아다녔다. 범염(范冉)〔범단(范丹)〕을 조사로 모셨다. ‘쇄(鎖)’, ‘리(里)’ 양대 가문은 힘을 확대하려고 ‘양산(梁山)’과 합쳤다. 쇄 가의 각 고방(鼓房) 단장 중에서 양산의 우두머리를 천거했기에 ‘충의당’은 해당 고방에 설치했다. 문 앞에 ‘대행(大行)’이라 쓴 호두패(虎頭牌)와 소가죽 채찍을 걸어두었다. 당에는 ‘쇄’, ‘리’ 두 가문의 조사를 모셨다. 우두머리가 밖을 나서면 호위가 따랐다. ‘괴정(拐挺)’이라 부르는 나무 몽둥이로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평상시에는 괴정을 조사의 신탁 위에 놓아두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항방의 규칙을 집행하여 장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양산의 권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쇄가의 손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평소에 리가의 거지는 모두 주어진 세력 범위 내에서 구걸하였다. 자기 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잔치나 장례식이 있어도 동냥할 수 없었다. 현지에서 일반 집안에서 큰일이 생길 때에는 양산 사람을 청해서(실제로는 고용) ‘준문(蹲門)’, 즉 대문을 지키고 거지들이 오지 못하게 막았다. 하루에 은화 1원이었지만 떠날 즈음에는 구걸하지 못하고 양산에 남아있던 거지에게 1원을 더 얹어 주었다. ‘준문’하는 거지와 리가 거지는 고장(鼓匠) 막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었을까?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탁상에 앉을 수 없습니다. 양산의 규칙을 어기게 되니까요.” 양산의 거지는 어떤 때에는 점포 취사장에게 탄 재를 퍼내주거나 개숫물을 버려주거나 하면서 남은 밥을 얻어먹었다. 생일, 회갑, 개업, 이사, 승진, 연말에 해당 집에 가서 축하노래를 불러주면 신선한 술과 음식을 얻을 수 있었다. 저녁이 되면 사인구로 돌아가 아편을 흡연하는 거지가 많았다. 평상시에 길거리에서 구걸할 때도 리가의 사람은 어렵지 않게 동냥할 수 있었다. 리가는 토비와 암암리에 결탁해 있었고 관부의 밀정노릇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거지들에게 미움을 사서 재난을 초래할까 두려워했다. 다시 말해 양산 현지는 안팎이 결탁되어 있었다. 그들은 관부에 도적을 체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훔친 물건이나 돈을 도적과 나누었다. 외지에서 포두까지 도망쳐 온, 죄를 지은 도적은 먼저 양산에 가서 등록해야 했다. 야간에 도둑질하는 거지는 ‘빨간 줄 뛰는 자’라 불렀고 낮에 도둑질 하는 거지는 ‘청색 줄 뛰는 자’라 했으며 아침과 저녁에 도둑질하는 거지는 ‘등미(燈謎)놀이1) 하는 자’라 불렀다. 야간에 도둑질할 때 망을 보며 휘파람을 부는 거지를 ‘막대에 올라간 자’라 불렀고 집에 들어가 도둑질하는 거지는 ‘못에 뛰어는 자’라 했다. 장물을 나눌 때에는 후자가 전자보다 많이 가졌다. 낮에 도둑질하는 거지는 일반적으로 4부류로 나뉘었다. 상점 소매를 터는 거지를 ‘고매(高買)’라 하고 시장 행상인을 터는 거지를 ‘노점을 쓸다’라고 불렀다. 농민의 수레, 나귀바리를 터는 거지를 ‘바퀴 굴린다’라고 하고 큰길의 행인을 터는 거지를 ‘자루 집다’라고 했다. 등록된 여러 도둑질은 이 중에 하나만 할 줄 알면 되고 양산이 지정한 지역을 벗어나서는 안 됐다. 그렇지 않고 규칙을 위반하다가 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에게 발견되면 윗선에 보고되고 양산에서는 곧바로 사람을 보내 체포했다. 경범(예를 들어 초범)이면 곤장을 맞는 선에서 끝나지만 누범자는 사라치(薩拉奇)의 큰 감옥으로 보내졌다. 도둑이 현지에 발을 붙이려면 반드시 양산 기준에 맞는 약속을 받아들여야 했다. 도둑질한 장물은 3일 이내에는 마음대로 처분해서는 안 됐다. 잃어버린 물건이 지방 세력자의 것이면 양산에서 분실물을 찾아내어 돌려줘야하는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물을 판 후에는 30%를 꼭 양산에 헌납해야 했다. 이후에 우두머리가 경찰과 개인적으로 나누어 가졌다. 양산에 속한 거지 중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권법이나 봉술을 하는 사람, 본바닥 불량배 등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인간들은 다 모여 있었다. 당시의 공업계, 상업계, 경찰도 그 강호 세력이 현지 치안을 유지하는 것을 기꺼이 이용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밤에 포두 전 지역의 순찰과 야경을 책임졌다. 밤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행인을 단속하고 심지어 체포할 수도 있었다. 성을 지키는 병사가 도박하려고 성 밖으로 나갈 때에는 성문의 열쇠를 그들에게 맡기기도 하였다. 그들도 야간을 이용해 성문을 열고 행상의 통행을 허가하면서 이익을 취하기도 하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등미(燈謎), 타호아(打虎兒), 문호(文虎)라고도 하는데 음력 정월 보름이나 중추절 밤, 초롱에 수수께끼의 문답을 써넣는 놀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