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성곤검 키웠는데(?)" … 대림검의 애틋한 무림사
문대림 26.0%·위성곤 23.2%·오영훈 21.8% ... 민주 적합도 '초접전'
[포토 제주오디세이] 1980년 제주시청 앞 도로 그리고 지금
잇단 불출마 선언에 제주교육감 선거판, '3파전'으로 압축
3·8 세계 여성의 날, 제주 여성 연대의 기록을 소환한다
3파전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 경선 ... 결선·감점·일정 ‘3대 변수’
고의숙 교육의원 사퇴 ... 제주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美·이란 충돌로 제주 기름값 폭등 ... 도 "비상대응 체계 가동"
풍요로운 설날을 보내기 위한 거지의 수단과 방법
제주공항 발 묶인 체류객? 긴급택시 500대 출동한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이 가시화되면서 경선 룰과 일정, 후보별 가·감점 적용 여부 등 여러 변수를 놓고 지방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 간 유·불리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8일 전후로 제주도지사 경선 후보자와 경선 일정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후보 공모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문대림(제주시 갑)·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 등 3명이 신청해 3파전 구도다. 특별한 부적격 사유가 없는 한 세 후보 모두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후보가 4명 이상일 경우 예비경선을, 6명 이상일 경우 조별경선을 실시한다. 그러나 제주도지사 경선은 후보가 3명인 만큼 예비경선 없이 곧바로 본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경선은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헌·당규에 따라 권리당원 50% 이하, 일반 국민 50% 이상의 비율을 기본으로 하며 최고위원회 의결에 따라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제주지역은 그동안 예외 없이 50대 50 비율이 적용돼 이번에도 같은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가에 공유된 경선 일정표에 따르면 제주지역 본경선은 다음달 2~4일, 결선은 다음달 8~10일 또는 8~19일 사이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본경선 일정이 제주4·3희생자 추념일과 겹치면서 일정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4·3 추념일 이후로 경선 일정을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했고, 위성곤 의원도 "4.3 영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당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일정 조정을 건의했다. 본경선 일정이 늦춰질 경우 결선 일정도 함께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경선 방식 역시 주요 변수다. 후보가 3명 이상일 경우 민주당 규정에 따라 결선투표나 선호투표 방식이 적용된다.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3위 후보를 제외한 1·2위 후보가 결선에서 최종 승부를 가린다. 이 경우 탈락 후보 지지층의 표심이 어디로 이동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경선에서 또 다른 쟁점은 후보별 가·감점 적용 여부다. 민주당은 현직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된 오영훈 지사에게 경선 득표의 20% 감산 페널티를 적용하기로 했다. 오 지사가 이에 반발, 이의 신청을 했지만 기각돼 감점 적용이 확정된 상태다. 여기에 문대림 의원의 감점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문 의원은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공천 불복으로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력이 있어 현행 규정을 적용하면 25% 감산 대상이 된다. 다만 당헌에는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최고위원회 의결로 감산을 달리 적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어 최종 판단은 공관위와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 문 의원은 최근 최고위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감산 면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22대 총선 당선과 대선 과정에서의 기여 등을 근거로 들며 감점 적용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쟁 후보들은 원칙적인 적용을 강조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선수는 룰을 준수해야 한다”며 규정에 따른 감점 적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위성곤 의원 역시 공관위에 보낸 탄원서를 통해 예외 없는 기준 적용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후보검증센터가 지난해 12·3 계엄 당시 광역자치단체장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계엄 발표 이후 오 지사의 대응 시점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약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 공관위가 경선 후보 확정과 함께 일정, 감점 적용 여부까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제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교육박물관은 추자도 교육 100년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이동박물관을 이달부터 10월까지 도내 7곳을 순회하며 운영한다. 추자초등학교, 신양분교장, 횡간분교장, 추포교습소 등 추자도 교육기관의 변천을 담은 사진 40여점을 비롯해 상장, 통지부, 졸업증서, 통신표 등 교육 기록물과 추자교 건설 모습, 반공탑 제막식, 추자항의 옛 풍경 사진 등이 전시된다. 순회 일정은 3월 동녘도서관, 4월 동부외국문화학습관, 5월 서귀포도서관, 6월 신제주외국문화학습관, 7월 제남도서관, 9월 서귀포외국문화학습관, 10월 서부외국문화학습관이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카카오(대표이사 정신아)가 제주 본사 부지 개발 사업을 본격화한다. 카카오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본사 부지에서 오피스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제주 본사 부지 개발 사업'은 스페이스닷키즈 북측과 스페이스닷원 남측 2개 부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8년 상반기 준공이 목표다. 각 부지에는 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9954.16㎡)과 지하 1층·지상 5층(연면적 1만0307.77㎡) 규모의 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신축 오피스는 카카오 및 그룹사 업무공간과 지역 협력 거점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지원시설 유치와 지역 파트너 협력을 통해 산업단지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 산업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스페이스닷원 남측 부지와 카카오오름 일대는 카카오프렌즈 IP가 접목된 공원으로 개발해 지역주민과 방문객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산업단지 내 열린 문화·휴식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지역 사회와의 접점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개발 단계에서는 지역 건설업체 참여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이번 사업을 통해 부지 개발을 마무리하고, 제주오피스를 지역 협력의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는 2012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스페이스닷원을 완공하고 본사를 제주로 이전했다. 이어 2014년에는 스페이스닷투와 스페이스닷키즈를 준공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오는 21, 22일 이틀간 제주한란전시관에서 2026년 새봄맞이 춘란전시회를 연다. 자생난경영회 제주지부 회원 등 애란인들이 1년간 정성껏 재배한 춘란 100여점을 선보이는 기획전시다. 깊은 향과 단아한 자태를 지닌 춘란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전문가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과 난초 애호가 등을 위한 '풍란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체험을 희망하는 사람은 제주한란전시관 누리집에서 사전 신청하면 된다. 춘란은 한란과 달리 꽃대 하나에 한 송이 꽃이 피는 일경일화(一莖一花)의 특징이 있다. 색상과 무늬, 향기가 다양하며 관상 가치뿐 아니라 농가 소득 작물로서의 경제적 가치도 높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도가 서광로에 도입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운영 이후 버스와 차량 흐름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9일 서광로 BRT 운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버스 평균 속도가 약 44% 빨라지고 대중교통 이용객도 월평균 4만 명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주연구원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19차례에 걸쳐 출근 시간대(오전 8~9시) 서광로 구간을 현장 측정해 교통 흐름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신제주 입구~광양4가 구간 버스 평균 속도는 BRT 도입 전 시속 10.8㎞에서 도입 후 15.5㎞로 4.7㎞(44%) 상승했다. 같은 구간 일반 차량 속도도 시속 12.6㎞에서 17.5㎞로 4.9㎞(39%) 빨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 효과도 점차 뚜렷해졌다. 버스 평균 속도는 개통 후 두 달 시점에 시속 14.7㎞까지 상승한 뒤 연말에는 15.5㎞를 기록했다. 일반 차량 속도 역시 같은 기간 시속 16.0㎞에서 17.5㎞로 꾸준히 증가했다. 서광로 일대 차량 통행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구간의 일평균 차량 통행량은 BRT 개통 전 5만9092대에서 개통 이후 5만2833대로 6259대(10.6%) 줄었다. 감소한 차량 일부는 인근 도로로 분산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같은 기간 연삼로와 연북로 통행량은 각각 2.4%, 1.1% 증가했다. 대중교통 이용객도 늘었다. 교통카드 데이터를 보면 서광로를 통과하는 버스 노선 이용객은 개통 전보다 월평균 4만2365명(4.9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제주지역 전체 버스 노선 이용객 증가율(3.18%)보다 높은 수치다. 교차로 교통 흐름도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24일 버스전용 우회전 차로가 신설된 광양사거리의 경우 차량 당 제어지체(신호 대기 평균 시간)가 출근 시간대 기준 개선 전 3개월 평균 66.99초에서 개선 후 58.99초로 8초(12%) 줄었다. 퇴근 시간대 역시 63.05초에서 59.13초로 3.92초(6%) 단축됐다. 해당 조사는 제주자치경찰단이 진행했다. 도는 버스 정차 시 뒤따르는 차량 흐름이 막히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가로변 정류소인 동산교(북), 동성마을(남), 제주버스터미널(북) 등 3곳에 버스 베이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해당 구간은 평균 4분 간격으로 버스가 정차하지만 도로 여건상 개통 당시 설치가 어려웠던 곳이다. 도는 이번 운영 데이터를 토대로 교통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12월까지 버스 속도와 차량 통행량, 대중교통 이용객 변화, 교차로 서비스 수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김삼용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서광로 BRT가 버스 속도와 대중교통 이용률을 실질적으로 높였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현장 데이터를 지속 축적하면서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매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오면 우리는 1908년 평등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던 뉴욕의 여성 노동자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제주에도 100여 년 전 스스로 배우고 서로 연대하며 공동체의 언어를 바꾸어 나갔던 여성들의 역사가 있었다. 그동안 제주 여성은 ‘강인함’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자주 이야기되어 왔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삶을 지탱해 온 노동과 헌신은 널리 칭송받았지만, 시대 속에서 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역사적 존재로서의 모습은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제주 여성은 누군가의 딸이자 어머니인 동시에 마을과 학교, 노동 현장에서 살아가던 사회의 구성원이었고, 토론과 조직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변화를 모색했던 주체적 시민이었다. 이제 그들을 자연적 존재나 신화적 상징이 아니라 역사적 존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학술적 관심을 넘어 제주의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데에도 중요한 과제다. 1920년대, 배움을 통해 시작된 변화 근대 제주 여성운동은 ‘배움’이라는 절실한 요구에서 시작되었다. 1920년대 교육시설이 늘어났지만 여성 문맹률은 1930년대까지 90%를 넘었고, 글을 모른다는 사실은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큰 장벽이었다. 이때 주목할 것은 마을 단위 여성 조직의 등장이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 당시 있었던 삼도리부인회, 1918년 사회사업 활동을 펼친 제주부인회 등은 여성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초기 사례다. 이러한 흐름은 1920년대 들어 함덕, 신촌, 북촌, 김녕, 구좌, 모슬포 등 제주 여러 지역으로 퍼지며 부인회와 여자청년회, 여자 야학 조직 등 교육과 사회 활동의 거점을 만들어 갔다. 1924년 3월 8일, 조천부인회 창립 그 대표적인 현장이 바로 조천이었다. 동아일보 1924년 3월 23일자 기사에 따르면, 수양 기관이 없음을 안타깝게 여긴 조천 여성들은 강평국, 김시숙, 이재량 등의 발기로 1924년 3월 8일 ‘조천부인회’를 조직했다. 창립 직후 회원 수가 백여 명에 이르렀다는 기록은 당시 여성들의 참여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준다. 우연히도 그 창립일은 오늘날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되는 3월 8일과 같은 날짜였다. 특히 김시숙(1880~1933)은 조천 여성운동의 주요 인물이다. 마흔이 넘어 글을 배운 그는 조천부녀야학을 세워 여성 교육에 헌신했고, 1924년 조천지역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된 ‘제주산업연구회’에 여성 대표로 참여했다. 이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재일 제주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과 권익 보호에도 힘을 쏟았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은 아직 독립운동사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조천부인회가 만든 교육의 흐름은 공립보통학교에 여자 야학부 설치라는 공적 교육 기회를 끌어내며 다음 세대 여성 리더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는 조천공립보통학교 교사로 부임해 여성 교육 운동을 이끌던 강평국 등 청년 지식인들과의 협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야학과 학교 교육을 경험한 김옥희, 황인보, 김시정 등은 이후 조천여자청년회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또 김시숙의 딸 김정죽이 어머니가 시작한 야학을 이어받은 사례는 여성 리더십이 세대를 넘어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기록으로 이어져야 할 제주 여성 역사 일제강점기 제주 여성들의 사회 참여는 해녀 항일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지금도 다른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삶과 활동은 아직 충분히 연구되고 기록되지 못했다. 과거를 기록하는 일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기록은 곧 소통이며, 소통이 끊기면 축적된 가치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기에도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키려 했던 여성들의 실천은 제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남겼을까. 그리고 그 경험은 이후 지역 여성 조직과 공동체 활동 속에서 어떤 흔적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의 발굴과 지속적인 연구, 그리고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여성들의 삶과 활동이 기록되고 정당하게 평가될 때 우리는 제주 사회의 또 다른 역사적 층위를 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성평등한 마을 자치와 지역 공동체의 역량을 새롭게 바라보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118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제주 여성들의 연대 역사가 더 많은 이름과 이야기로 호명되고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고지영 = 제주 출생. 미국 시카고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2004)를 받았다. 성균관대와 KAIST, 경기도 여성가족재단,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등을 거쳐 2014년부터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근대 제주지역 여성운동 연구』 등을 통해 제주 여성 역사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반이 약해지고 낙석·붕괴 위험이 커지는 해빙기를 맞아 한라산 취약 구간에 대한 안전 특별점검이 이뤄진다. 10일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이번 점검은 탐방객이 집중되는 주요 탐방로와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 등을 중심으로 약 6주간 진행된다. 특히 백록담 일대와 급경사지 등 안전 취약구간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낙석 위험 안내시설에 대한 점검·보완 조치도 병행한다. 단속도 함께 실시한다. 입산 통제구역 무단출입, 낙석·위험구간 출입, 무단 쓰레기 투기 등 자연공원법 위반 행위가 중점 단속 대상이다. 위반사항 적발 시 관련 법령에 따라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한다. 이와 함께 주요 탐방로 입구와 대피소에서는 안전수칙 안내와 계도 활동도 벌인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해빙기에는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하고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며, “선제적 점검과 현장 중심 관리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탐방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도는 올해부터 어업인수당 지급액을 인상한다고 8일 밝혔다. 지급액은 기존 1인당 연 40만원에서 1인 어가는 연 50만원, 2인 이상 어가는 구성원 1인당 연 45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기후변화와 경영비 상승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어업인의 소득 안정을 지원하고, 어업·어촌이 지닌 공익적 가치를 보다 실질적으로 보상하고자 한다고 도는 설명했다. 지원 대상은 1년 이상 어업경영체를 등록하고 실제 어업에 종사하는 전업 어업인이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어업 분야 제외), 어업 외 종합소득 3700만원 이상인 자, 최근 2년 내 보조금 부정수급자 또는 관계 법령 위반자, 지방세 체납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농민수당과의 중복 수급도 허용되지 않는다. 제도 운용 방식도 개선돼 기존에는 관계 법령 위반 이력이 있으면 수당 지급 자체가 불가했으나, 올해부터는 지급 대상자 확정 전까지 과태료 납부나 원상복구 등 처분을 이행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신청 기간은 오는 9일부터 31일까지다. 주민등록 주소지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온라인(보조금24)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어업경영체 등록이 중간에 말소된 경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지급액 전액 환수와 함께 향후 5년간 각종 어업 보조금 지원이 제한된다. 앞서 지난해에는 어업인 2842명에게 총 11억3680만원이 지원됐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기름값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제주도가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공습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이후 제주지역 휘발유와 경유, 실내등유 가격이 모두 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기준 제주지역 석유 판매 가격은 휘발유가 리터당 1786.94원으로 지난달 27일보다 4.86% 올랐다. 경유는 1801.83원으로 10.21% 상승, 휘발유값을 넘어섰다. 실내등유는 1370.76원으로 6.04% 뛰었다. 특히 경유의 상승 폭은 166.85원으로 전국 평균 상승폭인 141.08원을 웃돌았다. 다만 제주도는 현재 에너지 공급 상황은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4일 기준 제주지역 주요 에너지 비축 현황을 보면 가정용 도시가스(LNG)는 재고율 62.5%로 약 50일분이 확보된 상태다. 가정용 프로판(LPG) 역시 재고율 82.5%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난방용 등유(재고율 24.3%)와 자동차용 휘발유(25.3%), 경유(33.7%) 등 일부 품목은 상대적으로 재고 수준이 낮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최근 기상 악화로 운반선 운항이 지연된 영향이라며 조만간 재고율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지역 전력의 65% 이상은 한국전력공사의 해저 연계선(HVDC)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되고 있다. 발전용 LNG와 바이오중유는 각각 약 50일분과 14.5일분이 확보된 상태다. 도는 에너지 비축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생필품과 공산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이른바 ‘편승 인상’에 대해서도 집중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5일부터 특별물가안정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가격 급등 상황이 발생할 경우 관계 기관과 협력해 즉각 대응하기로 했다. 또한 장바구니 물가 조사도 기존 주 1회에서 주 2회로 확대해 물가 동향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78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추념식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 일정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4·3 추념식 전후로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일정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당은 이달 안에 제주도지사 경선 후보를 확정한 뒤 4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본경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경선 방식은 당원 투표 50%와 도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4월 8일부터 10일까지 결선 투표를 진행하는 방안도 준비했다. 하지만 본경선 일정이 4·3 추념식과 겹치면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오영훈 지사는 지난 5일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경선을 4월 3일 이후로 미뤄달라는 의견을 중앙당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지사는 도지사 직을 유지한 상태로 4·3 추념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경선 일정과 사퇴 시점이 앞당겨질 경우 도지사 자격으로 추도사를 낭독하기 어려워진다. 위성곤 의원도 6일 성명을 내고 “과거에도 4·3 추념일 만큼은 여 · 야 할 것 없이 유세차의 스피커조차 켜지 않는 날이었다"며 "경선은 민주주의의 축제이지만 모든 후보와 당원이 함께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를 기리는 것이 먼저”라고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 선관위가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지방선거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장 경선을 가장 마지막 일정으로 배치해 둔 상황이어서 전체 경선 일정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공천관리위원회는 별도로 공천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강원도지사 후보로 단수공천한 데 이어 4일에는 박찬대 의원을 인천시장 후보로, 5일에는 김경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을 경남지사 후보로 각각 단수공천했다. 제주지역의 경우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는 경선 후보가 확정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문대림 의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공천 불복 경력자 25% 감산’ 여부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차기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에 임문철 신부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훈 제주지사의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4.3평화재단은 6일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임문철 신부를 차기 이사장 후보자로 의결하고 제주도에 공식 추천했다. 도가 승인하면 임명 절차가 마무리된다. 재단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현 김종민 이사장의 후임 이사장을 공모했다. 지난 4일 서류심사와 5일 면접심사를 거쳐 이날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 통상보다 비교적 빠른 일정으로 절차가 진행됐다.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재단 수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 이사장인 김종민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10일 만료된다. 1954년생인 임문철 신부(세례명 시몬)는 1983년 1월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서귀복자성당과 중앙주교좌성당, 동문성당, 정난주성당 등에서 주임신부를 맡으며 사목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는 원로사목(은퇴) 신분으로 일선 사목에서 물러난 상태다. 성직자이면서도 제주의 각종 사회운동의 현장에 늘 이름을 올렸다. 4·3 관련 시민사회 활동에도 참여해 왔다. 그는 4·3도민연대 공동대표와 제주4·3중앙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활동에 꾸준히 관여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내일센터(센터장 송왕준)는 오는 13일 오후 2시 제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 5층 교육장에서 제주도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및 경영진을 대상으로「2026년 제주지역 기업지원사업 통합설명회」를 연다. 이번 설명회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운영되어 기업들이 파악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지원제도를 한자리에서 통합 안내, 기업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채용 매칭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소개되는 주요 사업들은 ▴청년 ▵제주특별자치도 노동일자리과 청년 취업지원 희망 프로젝트 등 ▴중장년 ▵제주중장년내일센터 사업주 지원 사업 및 노사발전재단 기업지원사업, 중장년 취업지원 프로젝트, 중장년 경력지원제 ▴여성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 새일여성인턴제, 경력단절예방지원사업 ▴고령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주지역본부 시니어인턴십 사업 등이다. 송왕준 센터장은 “제주지역 기업들이 급변하는 고용환경 속에서 인재를 확보하고 기업경영에도 도움이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제주지역 특성에 맞는 중소기업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설명회 참가신청은 이달 12일까지 제주중장년내일센터를 통해 하면 된다. 제주도내 기업 관계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문의〕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내일센터 064)702-4505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가 6·3 지방선거 제주지사 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기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치러져야 한다”며 경선 상대방인 문대림 의원을 겨냥했다. 오 지사는 5일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당내 경쟁자인 문대림 의원의 경선 감점 논란과 관련해 “선수는 룰을 지키는 것이 페어플레이다. 룰을 바꾸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많은 분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서귀포 선거구에 김재윤 전 의원이 단수 공천되자 반발,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력이 있어 ‘경선 25% 감점’ 대상에 해당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 부칙에 따라 최고위원회 의결로 감점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어 최종 확정 여부는 남아 있다. 최근 문 의원은 당 지도부에 감점 삭제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오 지사는 민주당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돼 경선 ‘감점 20%’가 확정된 상태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부담을 안고 경선에 나서게 됐다. 또 다른 경쟁자인 위성곤 의원은 가감점 없이 0%로 경선에 참여한다. 오 지사는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의 감점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당 경선을 거쳐 도지사 후보로 나가고자 하는 후보자는 당원이나 도민들이 제대로 판단·선택할 수 있도록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감점 요소가 있다면 정확히 알리고 그것을 극복해야지,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해서 감점을 감추는 것은 저의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에둘러 문의원을 비판했다. 오 지사는 자신의 평가 결과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면서도, 건강주치의 제도 도입과 응급의료체계 구축, 에너지 대전환 정책 등을 거론하며 “제주도정이 민주당 정책을 선도해왔음에도 평가가 지나치게 인색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당원으로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추가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아직 경선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4·3 추념식을 주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 일정만을 앞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당에 4·3 추념식 이후 경선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6·3지방선거를 약 석 달 앞두고 실시된 제주도지사 선호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주요 후보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여론조사기관 ‘꽃’이 자체적으로 조사해 진행한 제주도지사 지지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진보 진영 제주도지사 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문대림 국회의원이 26.0%로 가장 높은 응답을 얻었다. 이어 위성곤 국회의원 23.2%, 오영훈 제주도지사 21.8% 순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는 ±3.5%로, 세 후보 간 격차가 모두 오차범위 내에 들어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기존 제주지역 언론사 여론조사와 비교해 후보 간 격차가 더욱 좁혀진 점도 눈에 띈다. 국민의힘 단일 후보로 거론되는 문성유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상대로 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큰 격차로 앞서는 흐름을 보였다.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인 후보는 위성곤 의원이었다. 위 의원은 48.8%의 지지를 얻어 문 전 실장(21.1%)을 27.7%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 외 인물’은 19.1%, 부동층은 10.9%였다. 문대림 의원과 문 전 실장 간 가상 대결에서도 문 의원이 46.5%를 기록해 문 전 실장(20.4%)보다 26.1%포인트 앞섰다. 다른 인물은 21.3%, 부동층은 11.8%로 조사됐다. 오영훈 지사 역시 우세를 유지했지만 격차는 상대적으로 줄었다. 오 지사는 41.4%, 문 전 실장은 21.7%로 두 후보 간 격차는 19.7%포인트였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64.9%로 가장 높았으며, 국민의힘은 20.8%로 뒤를 이었다. 이어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각각 3.3%, 진보당이 1.9%로 집계됐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72.9%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6.1%를 차지했다.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4.8%였다. 또 ‘현 정부를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63.3%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27.7%)보다 크게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기관 ‘꽃’이 3일부터 4일까지 제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무선 ARS 방식으로 가상번호를 추출해 2만3930명에게 전화했다. 응답률은 7.3%다. 성별·연령대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이번 여론조사와 관련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대병원이 뉴스위크(Newsweek)가 발표한 ‘2026 세계 최고 병원(World’s Best Hospitals 2026) 평가 순위‘에서 제주지역 1위를 차지했다. 전국 순위에서도 중상위권으로 평가됐다. 세계적인 주간지인 뉴스위크는 2019년부터 매해 글로벌 데이터 분석기관 ‘Statista’와 공동으로 전세계 30개국 2530개 병원 평가를 진행, 국내 병원의 경우 134순위까지를 공개했다. 평가 항목은 △병원 품질 지표(40%) △업계 설문조사(병원 소재 국가 30%+해외 5%) △환자 만족도(18.5%) △환자 건강 상태 자가 평가(PROM) 시행 여부(6.5%)로 구성됐다. 올해 평가에서는 병원 진료 성과와 환자 중심 의료 수준에 대한 반영 비중이 확대됐다. 제주대병원은 전국 종합병원 중 55위로 지난해 60위보다 5순위 상승했다. 평가가 시작된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제주지역 병원 1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 134위에 포함된 도내 종합병원은 제주대를 비롯해 3곳으로 A병원이 98위, B병원은 117위로 평가됐다. 한편 국내 종합병원 1위는 서울삼성병원, 2위는 서울아산병원, 3위 세브란스병원, 4위 서울대학교병원, 5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으로 평가됐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영향으로 주식ㆍ외환시장이 나흘째 요동쳤다. 3일과 4일 이틀간 하락률이 18.4%로 세계 최악이었던 코스피지수가 5일 9.63%(이하 전일 대비), 6일 0.02% 상승하면서 반등했다. 4일 ‘천스닥’이 깨졌던 코스닥지수도 5일 1100대로 올라섰다. 6일에도 전일 대비 3.43% 상승해 1154.67로 한주 거래를 마쳤다. 원ㆍ달러 환율은 3일 야간거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을 넘어섰다가 5일 1460원대로 내려갔다. 중동 전쟁 탓이라지만 세계 최대 하락폭에 이어지는 급등으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ㆍ매수 호가 일시 효력정지)와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되는 등 변동성이 너무 컸다. 게다가 서울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4일 리터(L)당 1800원을 돌파했다. 중동 전쟁의 불똥이 한국 경제를 직격했다. 전쟁이 이란의 결사항전으로 격화하며 장기화하면 한국은 고환율ㆍ고유가ㆍ고물가의 ‘3고高’ 비상 상황에 갇히게 된다. 정부는 최악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3고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 아시아 주요국보다 한국 주식ㆍ외환시장의 충격이 심각한 것은 증시 비중이 큰 몇몇 대기업이
괴물은 “나는 당신의 아담(Adam)이 돼야 했다”며 자신을 인간이 아닌 괴물로 창조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책임을 묻고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한다. 하나님이라는 창조주는 아담을 번듯한 인간으로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애프터서비스로 그의 짝 이브를 만들어주는 책임을 다했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흉측한 모습으로 태어난 피조물을 팽개쳐 버린다. 결국 괴물은 당연히 받아야 할 애프터서비스마저 거부하는 프랑켄슈타인에게 복수를 한다. 동생을 죽이고 약혼녀도 죽여 버린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도 분노한다. 그러면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의 ‘개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나 사실 괴물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동생, 그리고 약혼녀를 죽이는 상황을 만든 것은 창조 직후 실망감에 휩싸여 괴물을 버리고 도망쳐버린 프랑켄슈타인 자신이었다. 그는 본인이 만든 상황을 도리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상황논리’의 원인으로 삼는 ‘순환논리의 함정’에 빠져버린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이 괴물을 인정 안 하고 버린 이유, 그리고 종국에는 괴물을 죽이러 나선 이유를 모두 자신의 피조물인 괴물이 자신의 기대에서 벗어났다는 상황논리, 그리고 ‘가족의 안위’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는 상황논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의 모든 지식을 ‘영끌’해서 생명창조의 야망에 쏟아붓는다. 그의 피조물은 그의 또다른 자아인 셈이다. 모든 창작자(철학자ㆍ음악가ㆍ작가 등)들에게는 자신을 대표해줄 자신의 ‘대표작ㆍ걸작(Magum Opus)’이라는 것이 있다. 그들에게 자신의 ‘매그넘 오푸스’는 자신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프랑켄슈타인의 매그넘 오푸스는 곧 그 ‘피조물’이고, 그 피조물이 실패로 규정되는 순간 프랑켄슈타인의 인생 자체도 실패로 규정될 수밖에 없이 둘은 한 몸으로 엮여버린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끔찍한 실패로 확인된 ‘대표작’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기를 거부하고 작품목록에서 아예 지워버리려 한다. 그러나 피조물은 자신이 프랑켄슈타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해주기를 원한다. 그 갈등은 결국 프랑켄슈타인이 북극 끝까지 도망치고, 괴물은 북극 끝까지 추적하는 ‘복수극’으로 이어진다. 한 몸이 벌이는 참으로 기이하고도 처절한 아귀다툼이다. 하나의 몸에서 2개의 서로 다른 자아들이 벌이는 끔찍한 갈등은 ‘암피스바에나(Amphisbaena)’적이다. 암피스바에나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페르세우스가 잘라버린 머리 9개 달린 메두사의 머리를 독수리가 물고 갈
요즘 사람들은 모이면 주식 아니면 인공지능(AI) 이야기다. 설 연휴에도 상당수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오천피’ ‘천스닥’을 넘어선 증시에 일찍이 투자한 경우나 다양한 기능의 AI 도구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이들에게나 흥미롭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마저 느끼게 한다. 특히 대학을 나오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불안해한다. 이런 판에 11일 발표된 1월 청년층 고용률은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고용률은 61.0%로 1년 전과 같은 반면 청년층 고용률은 1.2%포인트 하락한 43.6%로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가 3년 3개월째 감소하는 ‘취업 빙하기’가 이어졌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78만명으로 1월 기준 역대 최대다. 특히 청년층은 46만9000명으로 지난해 1월 대비 8.1%(3만5000명) 증가했다. 그만큼 취업문을 두드리다 포기하는 청년이 많다는 의미다. 청년층에게 고용시장 벽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에 경력직ㆍ수시 채용으로 바꾸면서 신입 공채를 줄인다. 그 영향으로 대학 등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담쟁이가 뒤덮인 돌벽 한쪽이 덩그러니 서 있다. 초록색 방수포가 뒤덮은 객석 바닥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공연을 품던 무대는 무너진 채 흉터처럼 갈라진 흔적만 남았다. 한때는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던 자리에 이제는 공사 차량 자국과 철거 상흔만이 흩어져 있다. 오래도록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을 품어온 서귀포 관광극장은 이제 잔해와 철거의 상처로만 존재한다. 청춘의 기억을 간직한 무대, 가족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객석의 풍경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물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지켜보는 허탈한 눈빛뿐이다. 현장을 찾은 건축가와 시민들은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보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보낸 낭만의 시간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벽체를 손으로 짚으며 "아직 숨 쉬는 건물인데 왜 이렇게 급히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오후 이중섭 거리를 찾은 어린이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공사판 가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 무너진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이는 "관광지에 왔더니 왜 철거 현장만 남았느냐"며 의아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무협소설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2019년 5월부터 1년간 연재했던 무협소설의 시즌 2입니다. 무협은 무술(武)로 협(俠, 의기로울)을 이룹니다. 창작인 소설이 더해져 무협소설이 됐습니다. 퓨전무협 소설입니다. 무협의 묘미는 살리기 위해 일상적인 무협 용어는 사용했지만, 해석이 힘든 용어는 현대어로 풀어썼습니다. 생생한 묘사를 위해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따 왔습니다. 이름을 차용 당한 인물들은 제주에서 ‘공인’입니다. 공인다운 아량으로 소설인 점을 이해 부탁합니다. 무협소설 주인공들이 매번 외치는 기합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갈(喝)∼” [편집자 주] “빠꾸토(back, 한 칸 후진)는 없다. 난, 캐스팅보트가 아니야! 갈(喝)∼” . 깊고 깊은 밤, 성곤검이 서귀포무림 수련장에서 홀로 단전호흡 하다가 신이 난 듯 기합을 질렀다. 같은 시각, 호검은 판세 전망 프로그램 코딩을 손 보고 있었다. 영훈공의 하위 20% 감점을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한참을 프로그래밍하던 호검이 멈칫했다. 라인 변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호검이 혼잣말했다. “영훈공 감점은 재명지존, 청래방주 라인을 제대로 못 잡았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어. 동서고금을 복기해봐도 라인이 모든 것을 결정지었지. 그럼, 성곤검은 어떤 라인인가?” 호검은 재명지존과 성곤검, 연관 검색을 시작했다. 무림 2025년 6월 재명지존 인수위 국정기획위원회 무사, 제주무림 무사로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재명지존이 첫 번째 지존좌에 도전했던 무림 2022년엔 재명지존 제주무림캠프였던 기본사회제주무림위원회방 상임대표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청래방주와의 연관 검색은 도무지 찾기 힘들었다. “성곤검은 진정 순정품 재명지존 라인인가?” 호검은 성곤검의 승률을 검색했다. 6전 6승, 지지율 0.9%에서 시작해 승률 100%. 재명지존 후계자로 꼽히는 민석검과 밀착 접촉하며 한국마사회방 제주무림 이전에 공을 들였던 성곤검의 최근 행적이 생각났다. “풀(草)무공에 이어 경마무공까지 익히려고 하는 것인가? 승률을 적용하면 천하무적 성곤마군.” 인지도 검색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제주시무림에서의 한 장면, 성곤검이 90도로 인사를 했지만, 유권자 무림인 대부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누구세요? 하는 것이었다. 호검은 몹시도 궁금해졌다. “성곤검은 누구인가?” 주특기인 신상 털기 검색을 하면서 말했다. ◆‘승률 100%’, 성공검은 누구인가 무림 1968년 1월생. 전남 장흥 출생. 재인지존 시절 수석비서무사를 지냈던 자타공인 중원무림 예전 스타무사 종석검과 동향이었다. 종석검은 재명지존에 밉보여 묵언수행 중이지만, 차기 지존좌 유망주. 초등 1학년 때 부모를 따라 외가인 제주로 이주했다. 초등 시절엔 축구무공을 익혔다. 청소무사였던 아버지가 동네무사들과 새우깡 한 봉지에 소주 4~5병을 비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고된 수련을 소주로 녹이고 있던 것이었다. 시전좌판에서 수련하던 어머니도 보게 됐다. 무림 불평등을 눈물 흘리며 체득했다. 대부분 무림인은 제주대총학 주니어맹주 선거를 첫 선거로 알고 있지만, 아니었다. 공식 승률에 합산되지 않는, 고등무림 반장 선거에 나가 유권자 오십여 명 중 두 표를 얻고 패배한 적이 있다. 득표율 4%. 이날의 아픈 기억이 승률 100% 무사의 초석을 다졌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제주대총학 주니어맹주 비무. 압도적 표차로 승리를 거둔다. 주니어맹주로 등극한 이후, 4·3진상 규명,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무려 6가지 죄목으로 수배가 됐다. 축구무공을 수련한 덕분에 포졸의 무자비한 태클을 순간 방향전환 초식으로 피해 다녔지만, 결국 붙들려 잠시 투옥 생활을 거친다. 대학무림 졸업 이후엔 서귀포신문방 창간에 뛰어든다. 힘든 시기였다. 정상 급여를 받지 못했다. 술이 고프면 지인에게 술을 사 달라고 졸라야 했다. 그 덕분에 술을 사주던 지인의 후배, 지금도 ‘언제나 꽃 같다’고 부르는 아내 수은낭자를 만났다. 무림 1996년 11월 3일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험난한 생활이 이어졌다. 서귀포신문방 봉급 40만 원, 수은낭자는 어린이집도장 사범 일을 하며 45만 원을 받아 생활을 꾸렸다. AI(인공지능)로 조사한 당시 평균 짜장면 가격은 한 그릇당 2279원. 무림 1997년, 건축무사는 봉급이 150만 원도 넘는다는 후배무사의 말에 혹해 건축무공을 수련한다. 수은낭자가 아기를 가졌던 시기이기도 했다. 가장무사로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건축무공 수련은 훗날 무림건축회사 창업까지 이어진다. 오너무사가 된 후였다. 2002년 무현 지존이 당선됐다는 소식을 호프주막에서 듣게 된다. 겁도 없이 주막에 있던 모든 무사의 술을 계산하겠다며 ‘골든벨’을 울린다. 돌아온 건 70만 원이 넘는 계산서. 당시 짜장면으로 치면 270그릇. 다음날부터 몹시도 속이 아파서 한동안 앓아누웠다는 후문도 있다. 무림 2005년 도의회무림 비무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2006년 1월 3일 발표된 지역언론무림의 여론조사 결과에 눈만 껌벅, 껌벅거렸다. 인지율 2%, 지지율 0.9%.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 오를 일만 남았다고 자신을 위안했다. 결국, 5개월 만에 39.1%를 얻어 당선된다. 6전 6승, 무패 신화의 서막이었다. 3선 도의회무림의원이었던 무림 2015년, 전격 사퇴하고 이듬해 중원무림의원 경선에 뛰어든다. 당시 상대였던 대림검을 누르고 본선 진출, 지용훈장과의 ‘사제 대결’을 벌여 중원무림의원으로 등극한다. 이후 2선, 3선 중원의원으로 체급을 불렸다. ◆제주맹주 등극 SWOT 분석 호검이 급조한 제이누리 초미니 자서전을 완독한 성곤검은 다시 위풍당당한 제 모습을 찾은 것 같았다. 성곤검은 금고 속에 몰래 숨겨 놓은 풀무공 비급서를 꺼내 어루만지며 회상했다. 대학무림 시절, 수영시객의 ‘풀무공’을 익혔다. 수영시객은 이 무공을 완성하느라 내공을 모두 소진한 탓에 15일 만에 하늘에 별이 됐다. 풀무공의 핵심 비급.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아무나 익힐 수 없는 무공, 내공이 약한 무사는 자칫하면 주화입마(走火入魔)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무공이기도 했다. 성곤검은 유권자 무림인이 보이면 바람처럼 달려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언제나 깍듯하고 반듯한 최강의 무공. 90도 인사였다. 성곤검은 갑작스레 프린터에 얌전히 놓인 순백의 A4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일필휘지로 그리고 썼다. 미 하버드무림대학 켄 앤드류즈(Ken Andrews) 훈장이 무림 1971년 창안한 SWOT분석이었다.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을 A4 한 장에 응축시킬 수 있었다. *성곤검, 제주맹주 등극 SWOT 분석 성곤검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곤 SWOT 분석을 사진으로 찍어 호검에게 카톡을 보냈다. 무림 서라운드 스피커, 자타공인 무림플랫폼에 얼른 알려 확산시켜야 했다. 카톡을 받은 호검이 혼잣말했다. “서귀포무림인 시대군. 지도를 보면 정중앙(동홍동)엔 성곤검이 좌장처럼 앉아 있고, 제주맹주 영훈공은 동쪽(남원읍 태흥2리) 태생, 중원무림의원 대림검은 서쪽(대정읍 일과리) 태생이지. 영훈공은 도의회무림과 중원무림의원 시절 제주시을, 대림검은 제주시갑으로 이적하면서 중원무림의원으로 당선됐어. 서귀포 삼국지가 영토를 확장한 셈이야. 보아하니, 민주방 경선비무 무사들 자서전 릴레이 시간인 것 같은데, 다음 호는 보나 마나 대림검이네.” 호검은 잠시, 명상에 빠졌다가 말했다. “아직 민주방 경선룰이 정해지지 않았어. 1안은 선호투표제(1인 2표), 2안은 원샷 경선(무조건 1위 선택), 3안은 결선 투표제(과반 없으면, 3위 떨어뜨리고 1위와 2위 비무)야. 만약 결선 투표제로 진행되고 성곤검이 2위가 된다면 대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어. 메이드 인 제명라인(?)을 위한 전폭 지원이지. 자기 무사 심고 싶어 하는 건 동서고금을 망라한 무림의 법칙이거든. 종족 번식 욕망보다 더 한 무림인의 욕망, 숙명이지.” 호검은 갑작스레 격한 의문이 생겼다. “대림검과 영훈공 모두 성곤검에게 연대 제안을 하고 있어. 반(反) 영훈공 세력이 가장 먼저 연대 얘기를 시작했고, 소문으로 서귀고동문무림의 압박설도 들은 적이 있지. ‘둘 다(영훈공과 성곤검) 살아서 돌아오라!’. 근데, 연대에도 무림 장사치라면 지켜야 할 상도의(商道義)가 있지. 서로 주고받을 게 있어야 하는 거야. 요샛말로 윈원(Win-Win)이지. 도대체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가? 도무지 안 보이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제주 출생. 제주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했다. 2020년 제주작가회의 신인상(단편소설)을 받으며 등단했다.
거지는 하나의 사회현상이요, 문화현상이다. 개별문화로 보면 거지는 단체의 고유한 습속을 전승하고 있다. 하위문화 중 일종의 변태문화다. 동시에 문화 전체로 보면 거지문화는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민족문화 토양에서 자생된 하위문화의 분파 형태다. 그렇기에 거지문화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민간문화와 상위문화의 여러 층면에 스며들어 있다. 거지의 역사는 사회 역사의 분파다. 거지의 역사는 사회문화사의 분파이며 변태문화사이다. 역사상 거지 집단에서 축적되고 전승된 습속, 풍조와 민족문화사에서 거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습속, 풍조에 대하여 쌍방향으로 나누어 고찰하면 그런 변태문화에 대한 민족문화의 ‘모체효과(maternal effect)’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변태문화가 모체문화에 대한 ‘부메랑효과(boomerang effect)’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요약하면 변태문화의 형식과 내용은 전체적으로 모체문화에 제약을 받고 문화 심층 구조 중의 한 형태가 된다. 더 나아가 모체문화의 습속, 풍조, 상층문화에 역효과를 내는 게 필연이다. 여기에서는 민족문화라는 모체의 기반에서 자생한 거지문화의 기본 현상과 형태를 보고자 한다. 민간 습속, 풍조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서로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1. 세시명절 습속 방면 중국은 역사가 오랜 농업문명 국가다. 땅이 넓고 인구도 많다. 지리 환경의 제약을 심하게 받았다. 그래서 세시명절 습속은 그 토지에서 살았던 한족 및 일부 소수민족에게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풍속이며 관습이다. 음력설(春節) 때 거지와 세밑 구걸 한족 내지 많은 소수민족은 모두 음력설을 가장 성대하며 경사스런 세시 명절로 여긴다. 양력을 실행한 이래로 양력 설날〔원단(元旦)〕은 지금까지도 음력 설날의 전통적 지위를 동요시키거나 초월하지 못하고 있다. 설은 세수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날이요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맞는 날이다. 중국어의 ‘과년(過年)’은 바로 이 기본 함의를 반영하고 있다. 『이아(爾雅)·석천(釋天)』에 기록돼 있다. “하(夏)는 세(歲)라 하였고 상(商)은 사(祀)라 했으며 당우(唐虞)는 재(載)라 하였다.” 요순과 같은 요원한 전설의 시대에 이미 ‘년(年)’이라는 관념이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한족이 거주한 지역만 하더라도 각지에 이미 괘도부(掛桃符), 첩문신(貼門神), 첩년화(貼年畵), 첩춘련(貼春聯), 첩괘첨(貼掛籤), 제재신(祭財神), 파오(破五), 흘년야반(吃年夜飯), 방폭죽(放爆竹) 등 많은 습속, 풍조가 형성되었다. “한 해 계획은 봄에 세운다.” “설날이 순조로우면 일 년이 좋다.” 일 년 내내 의식, 질병, 천재, 인재에 시달리며 생활한 농경문화 전통 중에서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초사흘까지 3일은 해를 보내는 기간이다. 이때에 가난과 실의의 상징인 거지가 구걸하러 오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길한 말을 하지 않는 것, 물건을 깨뜨리지 않는 것(주방도구, 식기) 등과 같은 중요한 금기가 되었다. 하루의 불길함 때문에 일 년 내내 불길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금기는 지금까지 많은 한족 거주지에서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입을 옷이 없고 먹을 것이 없어 생계유지가 불가능하기에 길거리를 헤매고 남의 집을 찾아 구걸하는 거지로 전락한 것이다. 사람들은 가난이 두려웠다. 새로운 일 년은 부귀하고 행복하고 장수하는 전기가 되기를 갈망하였다. 그래서 제야에 재신(財神)을 받아들이고 ‘조공원수(趙公元帥)’를 청하는 제사를 지내며 신의 보우를 바랐다. 그런데 새해 첫날 구걸하러 온 거지를 만난다면 불운할 게 당연하지 않은가. 정월 초닷샛날 대부분 지역에서는 ‘파오절(破五節)’을 지낸다. 이날 몇몇 지역에서는 ‘가난을 내보낸다(送窮)’, ‘곤궁을 무너뜨린다(崩窮)’ 등의 활동이 있다. “5월 5일, 종이를 오려 사람형상을 만들고 문 밖으로 던지는데 송궁이라 부른다.”(『임동현지(臨潼縣志)』) “5일에 음식을 배불리 먹는데 ‘다섯 가지 곤궁을 막는다(塡五窮)’라고 한다.”(『연수진지(延綏鎭志)』) “5일에 밖에 나가는 것을 금기시한다. 새 고기로 솥에 넣고 숯불로 굽는다. 녹두를 넣기도 하는데 붕궁이라 한다.”(『한성현지(韓城縣志)』) 빈곤하여 어려운 지경에 빠지면 걸식하는 거지가 되어야 하는데 누가 그것을 원하겠는가! 거지가 되기를 원하지 않기에 설날에 거지를 만나는, 재수 없는 일을 당하고 싶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렇다면 거지는 어떻게 ‘설날을 지내야’ 하는가? 사람들이 가난이 두려워 섣달 그믐날 재신을 맞이하고 길상을 그려 보우를 바라지 않던가? 거지도 눈치가 있는 법이다. 그러한 민속심리에 영합할 줄 알았다. 질도 좀 떨어지고 인쇄도 조악하지만 가격이 싼 재신상을 사서는 민가를 찾아다니며 판매한다. 행하이기도 한 희사한 돈을 받는다. 누가 감히 재신을 마다하겠는가. 길하기를 바라기에 돈을 주고서라도 재신이 들어오기를 청했다. 상냥스런 얼굴로 기쁘게 재신을 맞이하였다. 그저 재신을 보내는 거지 입에서 불길할 말이 흘러나오지 않기 바랄 뿐이었다. 그날 저녁, 사기와 같은 ‘재신을 건네주는’(送財神) 행위는 거지들이 설날을 지내기 충분한 비용이 되었다. 연중 수입원이 되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도교의 신으로 현단조원수(玄壇趙元帥), 조현랑(趙玄郞), 조공명(趙公明)으로도 불리는 재복신(財福神)이다 ; 조공명(趙公明), 본명은 랑(朗), 자는 공명(公明)이다. ‘현단(玄壇)’는 도교의 재단(齋壇)으로 호법의 뜻을 갖는다. 도교 4대 원수 중 하나다. 음간(陰間) 뇌부장수(雷部將帥)와 오방역신(五方瘟神)의 하나다. 중국의 재신으로 세간의 재원을 담당한다. 2)파오절(破五節), 중국 전통명절의 하나다. 매년 음력 정월 초닷샛날이다. 당일은 설날 휴일이 끝나고 일을 시작하는 날이다. 정월 초하루부터 초나흗날까지 지켰던 여러 가지 금기가 이날이면 전부 깨진다. 그래서 북방에서는 ‘파오절(破五節)’이라 불렀다. 이외에 설날 휴일과 나뉘니 신탁 위에 있는 공물을 철수하고 설날의 금기도 취소하기에 남방에서는 ‘격개일(隔開日)’이라 부른다. 재신(財神)인 현단진군(玄壇真君)이 이날 속세에 내려오기에 ‘접재신(接財神)’, ‘현단하강(玄壇下降)’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기운이 모이는 마을과 집터 ☞ 마을이나 주택은 들판이 평평하고 유연하며 넓을수록 좋은 터이다. 햇빛과 달빛, 별빛이 늘 다정한 모습으로 환하게 비치는 곳이 좋다. 바람의 유통이 적당하고 비가 적정하게 오고 차고 더운 기후가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알맞은 곳이면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고 사람들에게 질병이나 사고가 적다. 집의 뒤쪽을 받치고 있는 주산(主山)은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수려하며 단정해야 한다. 또한, 맑고 청명하여 험악하지 않고 밝으면서 아담한 것을 가장 좋은 것으로 간주한다. ☞ 주택의 뒤에서 내려온 산줄기, 즉 지맥을 이어주는 내룡맥(來龍脈)이 멀리서 이어져 끊어지지 않으면서 평평한 들을 건너 돌연 높아져 큰 봉우리로 솟아나고, 땅의 기운, 즉 지기(地氣)를 이어주는 용맥(龍脈)이 줄줄이 감싸고돌면서 마치 궁전의 안으로 들어온 듯하며, 뒤를 받쳐주는 주산의 형세가 편안하고 정중한 가운데 몸체가 풍만하여 가옥을 겹겹이 감싸주는 궁전 같은 곳이 아주 좋다. 주위 사방으로 조응하고 호위하는 산들이 멀리 있어 평탄하고 넓으며, 산맥이 평지에 뻗어 내렸다가 유유히 흐르는 물가에서 그쳐 평평한 들판에 집터가 이루어진 곳이 좋다. 산과 물의 조화가 없는 지역은 사람이 살 곳으로 적당하지 않으며 산이 있으면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하며 물과 조화가 되어야 생생한 기운이 상호 어우러져 천지 순환의 이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오묘함을 다할 수 있다. ☞ 물은 반드시 흘러옴이 있고 흘러감이 있어야 풍수지리의 이치에 합당하는 것이며 이렇게 되어야 산천의 정기를 모아 기르게 된다. 양택은 음택과 차이가 있어 큰 물가에는 대체로 부유한 집과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는 유명한 마을이 많으므로 양택에서 물의 흐름은 풍요를 안겨주는 경제적인 재록(財祿)과 관계가 깊다. 비록 산중이라도 급하지 않고 잔잔하게 흐르는 시내와 산골의 물이 모이는 곳은 대대로 자손을 이어가며 건강하게 장수하며 오랫동안 살 수 있는 터가 된다. 사람이 왕래하고 주거(住居)를 이루는 산천 대지는 무릇 서로 사귀어 유정한 교세(交勢)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기운이 모이고 양명한 곳이 된다. 산은 멀리 있으면 반드시 맑고 수려하게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맑고 깨끗하여 사람이 한 번만 보아도 무엇인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심리적인 흡족함을 느끼게 되어야 좋은 산이 되는 것이다. 조수(朝水)는 멀리 물 밖의 물을 뜻하는 말이다. 풍수에서 작은 냇물이나 작은 시냇물은 좌우로 흘러온 물이 모여 역(逆)으로 흘러드는 것이 가장 길하다. ▲ 현관과 대문의 풍수적 개념 주택에 있어서 대문은 풍수적인 시각으로 안과 밖의 공간 사이를 갈라놓는 경계이며, 가장 바깥쪽에 있는 표지이자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기(氣)가 출입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대문은 또한 사람의 입과 같으며 대문의 정의도 오늘날 아파트 건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생겼다. 통상 아파트의 대문은 방으로 들어오는 현관문을 말하는데,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인 양택(陽宅) 풍수에서는 문의 역할을 매우 중시한다. 주택 외부에서 유행하는 모든 기운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마치 사람이 입을 통해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매우 중요하다. 풍수적으로 좋은 대문을 하고 있으면 거주하는 사람의 대외적인 운세를 상승시킬 수 있다. ☞ 양택 풍수에는 삼요소(三要素)를 중시하고 있는데 바로 대문, 안방, 부엌”을 말한다. 또 육사(六事), 즉 여섯 가지 요소가 있는데 이것은 대문(門), 도로(路), 주방(灶), 우물(井), 하수도(坑), 화장실(厠)”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대문을 제일 첫 번째 요소로 삼고 있을 만큼 대문은 살아있는 생기(生氣)의 중추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주택의 얼굴이며, 또 사회와 개인의 공간을 구분하는 하나의 보호벽이자 칸막이에 해당한다. ▲ 행운을 유도하는 물건과 색상 ☞풍수에서는 문을 들어올 때 어떤 세 가지 물건이나 색상이 보이면 좋다고 행운을 유도한다고 여긴다. 색상으로는 붉고 예쁜 홍색이 현관으로 들어올 때 보이면 기쁘고 좋은 것을 보는 것으로 간주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올 때나 집안에 들어설 때 홍색의 담장이나 장식품을 보게 되면 좋은 기운이 가득 찬 느낌을 준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고 편안하게 진정시키고 성정을 유연하고 화창하게 해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문을 열 때 녹색이나 녹색식물이 집안에 보이면 풍수적으로 생동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신선함과 생명력이 마음으로부터 솟아나게 되어 안목을 넓게 키우는 효과를 얻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그림이 보이면 매우 길하다고 여기는데, 이것은 문을 들어올 때 우아하고 고상한 한 폭의 운치 있는 소품이나 그림이 반겨주면 거주하는 사람에게 고품격의 교양과 좋은 인품을 배양해 준다고 여긴다. 이와 반대로 문을 열 때 보이면 풍수에서 좋지 않다고 보는 것이 또 세 가지 있다. 먼저 문을 열 때 집안에 주방이 바로 보이면 풍수에서는 돈과 재물의 소모가 많아진다고 여긴다. ☞ 이것은 불의 기운, 화기(火氣)와 관련이 있는데 즉, 문을 들어올 때 주방이 보이면 불의 기운이 사람을 충하고 재물의 기운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여긴다. 오행의 상극 작용으로 볼 때, 불이 금(金)을 극 하면 불이 돈을 극이라는 현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현관문을 열 때나 대문을 들어올 때 곧바로 화장실이 보이면 풍수에서는 역겨운 냄새인 악취(惡臭)가 사람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세 번째로 문을 열 때 곧바로 거울이 보이면 좋지 않다고 본다. 거울은 재물의 기운을 반사하여 밖으로 나가게 한다고 풍수에서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 대문이 곧바로 탁하고 죽은 기운인 사기(邪氣)나 혹은 불결한 기운을 털어내지 못한 채 대문과 마주치는 격이 되어 불리하다. ▲ 대문이 관련된 금기사항 ☞ 풍수적으로 대문에는 크게 두 가지 금기사항이 있다. 문을 들어올 때 대문이나 현관문이 빗장이나 문 가로대에 의해 무겁게 제어를 받는 느낌을 받으면 풍수에서는 이것을 집안에 자손에게 불리한 형상이라고 여긴다. 문의 가로대 위쪽에 너무 무거운 장식이나 문의 모양이 기계로 파 놓은 자형의 홈 모양은 문을 옥죄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여 거주하는 사람이 뜻을 얻지 못하고 억압을 받는 형상이라 하여 풍수에서는 꺼리는 형태이다. 두 번째로 일명 “바실리카” 양식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전체 모양은 직사각형이나 대문이나 현관문의 형태가 반원 벽이 아치 또는 돔형으로 만들어졌으면 형태가 마치 묘비(墓碑)를 연상하게 하여 양택 풍수에서는 매우 불길하다고 여긴다. 집안의 대문 장식이나 실내장식을 할 때 풍수적으로 참고하면 좋다. ▲ 적합한 대문의 크기 ☞ 대문의 치수와 집은 마땅히 비례가 되어야 한다. 대문은 너무 큰데 반대로 집이 작으면 무엇인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은 풍수에서 허실(虛實)의 관계로 보아 조화를 이루지 못한 집이라고 여긴다. 집이 작은데 대문이 크면 허(虛)하여 재물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집은 큰데 대문이 너무 작으면 이것 또한 조화롭지 못한 상태가 되고 큰 집으로 들어가는 외부의 좋은 기운이 막히고 단절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의 도량도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하여 풍수에서는 꺼리고 좋은 운기를 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사실, 대문은 한 가족의 얼굴이며 새것은 좋고 오래된 것은 좋지 않다. 대문이 만약 파손되었으면 곧바로 수리하거나 너무 낡으면 다시 새것으로 바꾸어 주어야 집안에 운기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 오늘날 현대식 주택이나 건물에서는 문턱인 가로줄눈을 아주 낮게 하는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을 일례로 볼 때, 대문이나 현관문 아래 비교적 높은 문턱이라고 할 수 있는 횡목(橫木)을 넘어가게 했는데 이것은 본래 어떤 의미가 있는지 풍수적으로 살펴본다. 전통적으로 대부분 한국이나 중국의 전통 주택에는 대부분 대문 입구에 비교적 높은 가로줄눈이 있었다. 사람들이 대문을 출입할 때는 모두 이 대문을 받치고 있는 가로줄눈을 넘어갔다. 이것은 출입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완충작용을 도와주고 외부의 어떤 좋지 않은 힘을 막아내는 작용이 있다. 옛날의 가로줄눈은 비교적 높고 무릎까지 찬 예도 있는데, 지금은 그렇게 높이 하는 것은 사라졌다. 이 가로줄눈은 주택과 외부를 확실하게 나누어 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바람과 먼지를 차단하고 문밖의 각종 벌레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도 하고 있다고 보아 실용가치가 매우 높았다고 여겨진다.. ▲ 행운을 유도하는 대문의 풍수적인 요건 ☞ 대문에 문제가 있으면 되도록 빨리 개선해야 재운을 증강하는 데 유리하다. 먼저 문 앞에 쓰레기나 지저분한 물건들을 놓지 않아야 하는데, 만약 있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아야 좋은 기운이 집안에 들어온다. 또 대문이 도로와 곧바로 마주치면 극하고 충 하는 형상이 되어 풍수에서 좋지 않다고 보는데 위치상 어찌할 수 없을 때는 비보풍수의 방법으로 집 앞에 나무를 심거나 태산석(泰山石), 즉 일종의 수호석(守護石)을 설치하여 충살을 해소할 수 있다. ☞ 대문이 사당이나 묘당(廟堂)을 마주하고 있거나 사찰이 있으면 전통적으로 운기에 장애를 준다고 믿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전자파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대문이 고압 전탑을 마주하면 심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전선주 및 변압기를 마주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것들이 집으로부터 500m 이내면 인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풍수에서는 대문 앞에 고목이 있으면 운세가 불순할 뿐만 아니라 재액과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고 보기 때문에 옮기거나 제거하는 것이 좋다. ☞ 대문이 타인의 집 모서리와 마주하면 충하고 극 하는 상이 되어 불리하다. 이것은 풍수학에서 첨예한 힘의 작용을 꺼리는 것인데 생활 속에서 매일 문을 열 때 살기(殺氣)를 마주하는 것과 같다고 하여 뜻밖의 재액이나 사고에 취약하다고 여긴다. 만약 대문이 안팎 두 곳으로 나 있으면 안팎이 같은 방향으로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서로 배반하는 형상이 되어 불화하게 된다고 풍수에서 보는 것입니다. 전원주택이나 일반 개인 주택이면 대문이 너무 가까이 임해 있거나 대문이 흐르는 물의 방향과 같이 있으면 재물이 줄어든다고 하여 불길하다. ☞ 만약 바깥 때문과 주택의 옥내 문이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재물이 고갈되고 기운이 모이지 않는다고 여긴다. 이럴 때는 병풍이나 옷장, 또는 큰 궤짝으로 이 사이를 막아야 보완이 된다. 풍수에서는 문이 너무 높으면 좋지 않다고 보는데 이것은 범죄에 연루되는 재화가 발생한다고 여긴다. 주택의 대문 안쪽 면에 그림이나 사진을 걸면 풍수에서는 기운의 출입에 장애를 준다고 하여 꺼린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을 열며 페르낭 브로델은 말한다. “한반도는 일본 열도, 만주, 시베리아, 중국에 둘러싸인 독특한 전략적 위치의 희생양이 되었다.” 맞는 말이다. 한반도에 속한 제주도는 어떤가? 바다 한가운데 섬 제주도는 과거 고려(원나라), 조선의 유형지가 되었고, 말이 주인이 되는 섬이었다. 제주도는 지정학적으로 일본의 대륙 진출이나 남태평양,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되는 지역이다. 왜구들만이 아니라 동인도 회사의 네덜란드·영국·프랑스인들이 바타이유-나가사키 혹은 인도-홍콩-상하이-오사카 항로 중 물, 식량, 땔감 등을 공급받을 수 있는 중간 거점지역으로 이용되었다. 특히 군사적으로 중국의 일본 침략과 일본의 중국 침략을 위한 전략적인 섬이었기에 조선의 변경은 곧 안보의 최전방이 되었다. 한편 역사적으로 한반도 본토 정부는 제주 섬 주민들의 숨통을 한시라도 놓지 않는 바람에 생산력이 매우 낮았다. 과다한 진상으로 인력의 강제 동원되고 말(馬)과 남자들이 필요한 만큼 부족해지자 남자가 비어있는 자리에 여정(女丁)이라는 이름으로 여자들을 성담에 올렸으나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이에 조선 정부는 끝내 200여 년 동안 출륙금지령을 내리고 중앙집권화의 길을 갔다. 성리학의 예의는 과도한 요역(徭役)과 진상이 필요하면서 사람의 경작할 노동력과 노동시간을 빼앗아버려 생산력이 낮아져 섬의 경제적 규모가 빈약하게 작아졌다. 그러므로 제주인들은 자신의 역할 부담을 위해서는 여러 개의 계를 들어야만 충당할 수 있었고 지금도 생활 속에 그 여진이 남아있다. 또한 왜구들은 바깥 세력으로써 급작스러운 곤란을 가져다주는 환난이었다. 해안 지역을 수시로 침략하여 살인, 납치, 강간, 약탈을 일삼고는 동쪽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그러나 조선 후기가 되면서 왜구는 사라져도 왜구의 본성은 그대로 남아있어 조선 말기에도 왜구는 사라져도 일본인이라는 이미지 속에는 여전히 왜구의 얼룩이 드리워져 있었다. 외세의 일관된 특징이 있다면 분명 어떤 구실과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약소국의 생존도 약자처럼 유리한 위치에 제대로 설 수 없으므로 늘 불안하다. 섬의 안보는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 비로소 지켜지고, 국가는 그 이름을 앞세워 안보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힘의 토대는 규모 있는 경제가 말해준다. 한번 사람이 어딘가에 발자국을 남기면 꼭 누군가도 그 길을 따라간다. 처음의 길이 아니었던 것이 대로(大路)가 되는 것처럼 처음의 침탈이 어려운 것인데 두 번, 세 번이 될수록 지리·지형·정보가 축적돼 더욱 손쉽게 다시 그곳을 지배하려고 한다. 제주라는 지형이 왜구의 상륙을 더디게 하는 천연 요새이기는 했으나, 섬사람들이 스스로 편의를 위해 만든 물길을 열어버려 포구나 하천 하구가 다시 그들의 적당한 상륙 지점이 되었다. 대개 왜구가 침략한 마을들은 앞바다가 트이고 선박이 드나들기 좋은 지형을 가진 곳이다. 화북포가 그렇고, 천미포가 그렇고 모슬포가 그러했다. 편리한 대신 매우 쉽게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물며 외부적 요인이 어려움을 가져다줄 때는 내부적 요인은 더욱더 큰 위기를 빨리 부른다. 21세기 제주를 새로운 문명의 땅으로 이끌지는 못해도 여전히 제주인들은 상상 속에서라도 이어도를 꿈꾼다. 그러나 우리는 구식이 될 수는 없다. 상상은 결코 현실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없는 것에서 있음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현실은 현실적으로만 사고할 때 이루어진다. 왜구는 한때 역사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 집단, 국가인 한에서는 언제라도 왜구의 길과 같은 본성을 숨기고서 다른 어떤 이름으로 혹은 어느 장소에 제2, 제3의 왜구의 모습으로 재등장할 수가 있다. 서양 세력을 보면 오늘 우리가 경계해야 할 시대정신이 또 다른 왜구를 분쇄하는 것이다. 동맹도 이익을 위해서는 협박하는 오늘날 국제정치에 또 다른 왜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기우(杞憂)일까? 왜구의 구분에 대하여 왜구라는 말은 원·명나라 혹은 고려·조선의 기록에서 살상과 약탈을 저지르는 일본인 혹은 일본인 집단체로 부르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왜구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전기(前期)에 걸쳐서 일본인으로 구성된 무장 집단에 의해 행해진 약탈 및 납치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 학계에서는 왜구의 구분을 전기 왜구(前期倭寇)와 후기 왜구(後期倭寇)로 나누어 말한다. 전기 왜구란 14~15세기의 왜구를 통칭하며, 후기 왜구는 16세기의 왜구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전기 왜구는 일본인으로 구성된 집단인 데 반해, 후기 왜구는 일본인이 10~20% 정도이고 대부분은 중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이 일본 왜구 연구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사실 왜구를 전기 왜구(前期倭寇)와 후기 왜구(後期倭寇)로 처음 구분한 일본인 학자는 1959년 다나카 다케오(田中健夫)로 이 말을 유행시킨 인물이다. 왜구에 대한 이 이분법적 구분은 지금도 왜구 연구자들에게 즐겨 사용하는 역사 개념이 되고 있다. 또 다케오는 왜구라는 개념이 성립되고 고려인이 그것에 대한 인식이 고정된 시점을 1350년 경인년 이후의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14~15세기 왜구가 전기 왜구의 출발이라고 설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무라이 쇼스케(村井章介)는 다나카가 전기 왜구 구분에서 누락시킨 13세기 왜구를 문제 삼아 다시 ‘초발기 왜구’라고 새롭게 규정하면서 3분법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역사학자 김보한은 다나카의 전기·후기 왜구 구분과 누락된 13세기 왜구를 보강한 초발기·전기·후기 왜구라는 무라이의 구분이 시대적인 전개 과정에서 불안정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논지에 대한 대안으로 일본사 시대 구분을 새롭게 적용하여 가마쿠라기·무로마치기·센고쿠기 왜구라는 개념으로 3구분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마쿠라기 왜구는 1223년부터 1323년까지 왜구를 말한다. 무로마치기 왜구는 시기적으로 고려말과 원말·명초가 겹치는 시기에 출현하기 시작해 지역적으로는 고려의 남해·서해안을 거쳐 산둥반도와 중국 연해로 연결되는 무역로를 따라 동아시아까지 활동했던 15세기 왜구를 말한다. 센고쿠기의 왜구는 16세기에 활동했던 왜구로 설정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