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예전 같지가 않아요. 오히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어요." 제주시 동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하소연이다. 지난 16일 오후 제주 대표 전통시장인 동문시장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썰렁했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의 발길도 뜸했다. 문을 닫은 빈 점포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고, 겨우 장사를 이어가는 가게들도 손님을 기다리며 적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제주도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와 관광객 감소, 임대료와 원자재값 상승, 온라인 플랫폼의 수수료 부담,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 관행, 반복되는 대출 의존 등 복합적이고 깊은 문제 속에 고통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가 '만원의 행복 릴레이' 캠페인을 통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비 진작에 나섰다. 도는 17일 제주오일시장에서 국민운동단체와 함께 캠페인을 본격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는 진명기 제주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새마을회,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 등 국민운동단체 회원 10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1만원 이상 지역 상점에서 소비한 후, 그 모습을 SNS에 인증해 소비 릴레이 운동을 확산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도는 "동네 가게에 매일 1만 원을 쓰는 작은 실천이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이번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소비의 중요성 인식 ▲하루 1만 원 소비운동 실천 ▲골목상권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상생 협력을 통한 지역 공동체 활성화 등을 결의문에 담았다. 이날 현장에서 장을 보고, 시장 내 음식점을 이용하는 등 직접 소비로 이어졌다. 진명기 행정부지사는 "이번 캠페인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주민 간 협력과 소통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활동"이라며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이번 캠페인만으로는 자영업자들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제주 자영업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폭등한 임대료 ▲플랫폼 수수료·광고비 강요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 계약 ▲빚에 기대는 경영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윤경 국회의장 민생특별보좌관은 "자영업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대출이 아니라 사람들이 골목상권에 나와 소비하는 환경"이라며 "일정 기간 골목상권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나 바우처가 지역 경제 순환을 돕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지역 전용 상품권이나 할인권을 제공해 골목상권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는 임대차 보호제도 보완,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공정한 프랜차이즈 계약, 자영업자 전용 복지 정책 등 근본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이번 캠페인이 일회성 행사로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관광업과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서는 골목상권 소비를 일상화할 수 있는 지역화폐, 바우처 지급, 지역 경제 순환 시스템 구축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캠페인이 열렸던 오일시장과는 달리, 전날 찾은 동문시장은 텅 빈 점포와 적은 손님 수로 그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장사를 접은 빈 가게들, 한두 명의 손님을 기다리며 무료히 앉아 있는 상인들의 모습이 '만원의 소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상권 침체의 깊이를 보여주는 듯했다. 박지명 제주도 자치행정과장은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영업자 지원 정책을 발굴하겠다"며 "도내 소비 촉진과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인들의 바람은 단순하다. 제주 동문시장 한 상인은 "한 명이라도 더 가게에 찾아와 물건 하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도의 이번 캠페인이 상인들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날지, 도민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이은 대표가 지난 14일 제주도청을 방문해 고향사랑기부금을 기탁했다. 이은 대표는 영화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건축학개론', '아이 캔 스피크' 등을 제작한 기획자다. 현재 명필름 대표이사이자 중앙대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기탁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 명필름 이은 대표이사, 농협중앙회 제주본부 고우일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제주는 영화 제작자로서도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이라며 “문화·예술이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명필름의 이은 대표께서 제주를 위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이은 대표님의 발자취가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농협도 지역사회와 협력해 고향사랑기부 확대와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따라 개인은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2000만원 이내 금액을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와 함께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지역 특산품 및 관광 상품 등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은 고향사랑e음 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서 낼 수 있다. 전국 농·축협과 농협은행 창구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지난해 제주공항 인근에서 불법 드론을 날리다 적발된 인원이 4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공항 인근에서 불법 드론을 운영한 42명(내국인 34명, 외국인 8명)이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드론 비행 금지구역(공항 반경 9.3㎞ 이내)에서 드론을 운영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도와 제주지방항공청, 제주경찰청, 한국공항공사는 공항 인근 불법드론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이날 제주공항 국내선 터미널 3층에서 '불법드론 방지 캠페인'을 벌였다. 캠페인에서는 불법드론 방지 스티커 부착 퍼포먼스, 드론 비행 가능 지역 돌림판 퀴즈, 홍보물 배부와 함께 제주형 도심항공교통(UAM) 가상현실(VR)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캠페인은 오는 21일까지 한다. 행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 한명희 제주지방항공청장, 김수영 제주경찰청장, 장세환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장을 비롯한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4개 기관장들은 불법드론 비행 근절과 항공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서약서에 서명하며 기관 간 협력과 노력을 다짐했다. 이후 제주공항 드론 탐지 상황실을 방문해 드론 레이더·스캐너 장비, 광학·적외선 카메라 등 드론탐지시스템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는 경희대와 협력해 지난 17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1리에서 '사회혁신스쿨'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두 기관이 체결한 런케이션(Learncation, 학습과 휴가 병행) 활성화 및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의 첫 성과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특화 프로그램이다. 사회혁신스쿨은 현장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중심학습 방식의 교육혁신 모델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경희대 10개 분야 전공과목(디지털콘텐츠학·조리서비스경영학·지리학·컨벤션경영학·도예학·Hospitality경영학·미디어학·체육학·연극영화학·외식경영학) 학생 15명과 지도교수 1명이 참여한다. 학생들은 최대 15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참여 학생들은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로컬 브랜드 개발과 함께 지역 상권과 관광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기획·제작, 청년 유입을 위한 창의적 공간디자인과 문화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역 주민과 협력해 추진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는 대학의 전문성과 청년들의 창의력을 접목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대학은 캠퍼스와 강의실을 넘어 현장 경험을 통해 사회혁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도는 기대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현장 교육과 지역혁신을 결합한 새로운 런케이션 모델이 될 것"이라며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도록 협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 의장은 18일 제436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지연되면서 정치적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은 불법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06일째 되는 날"이라며 "그동안 제주의 주요 현안은 불확실한 정치 상황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멈춰서거나 표류하고 있다. 제주의 미래를 개척해나가기 위한 도민 모두의 단합된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결정이 지연될수록 대한민국의 신뢰는 약화하고, 경제회복 또한 늦어질 것"이라며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도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헌재의 신속하고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제주도의 버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제주도는 버스 수송 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양문형 버스, 중앙차로제 확대 등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며 "이번 요금 인상안이 이런 정책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도민 사회의 충분한 공감대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임시회에서는 의원 발의 조례안 10건과 도지사 제출 의안 84건 등 90여건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다. 이 중 명예도민 위촉 취소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제주도 명예도민증 수여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버스요금 인상 관련한 '제주도 버스요금 조정 의견 제시의 건'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아름다운 봄 풍경과 함께 다채로운 관광 콘텐츠를 선보이는 특별 여행주간이 운영된다. 제주도는 봄 시즌을 맞아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10일간 특별 여행주간인 ‘2025 지금, 제주여행-제주에 폭삭 빠졌수다’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관광객 감소 상황에 대응해 여행 수요를 촉진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됐다. 도는 우선 관광객 환영 이벤트로 제주공항에서 ‘제주와의 약속’ 서약에 참여한 관광객에게 추첨을 통해 제주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을 증정한다. 도내 착한가격업소(249곳), 백년소상공인업소(10곳) 중 2곳을 방문하고 사회관계망(SNS)에 후기를 남기면 20만원 상당 기념품을 제공하는 ‘가심비로 즐기는 맛있는 제주여행 이벤트’도 진행된다. 제주 명소를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도는 또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와 축제장, 인증샷 명소 등에 제주 상징물(감귤, 남방큰돌고래, 동백꽃)을 설치해 스탬프 투어를 운영한다. 3곳을 방문하고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제주 왕복 항공권을 지급한다. 이외에 공공플랫폼 ‘탐나오’를 통해 240여 개 관광지 입장료의 40%를 할인받을 수 있다. 항공사와 연계해 여행주간 제주기점 특가 항공권 지원도 진행된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둘러 볼 수 있는 ‘제주시티투어버스’ 무료 탑승 이벤트도 마련됐다. 도는 지역 관광업계와 함께하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가성비 높은 제주관광 만들기’ 캠페인은 물론,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와 협업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초여름인 6월과 가을 관광 비수기인 11월에도 특별 여행주간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강풍으로 중단된 '2025 제주들불축제'의 아쉬움을 달래줄 실내 특별공연이 열린다. 제주시는 오는 23일 오후 6시 제주아트센터에서 2025 제주들불축제 ‘희망, 잇다’ 특별공연을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들불축제 2~3일차 행사 취소로 아쉬움을 느낀 도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주제 공연자들 또한 축제 중단에 아쉬움을 공감해 공연을 승낙함으로써 특별공연이 성사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축제 2일차 주제 공연인 ‘오름향연’이 실내에서 재현된다. 미디어파사드를 활용한 화려한 연출이 더해질 예정이다. 출연진으로는 양방언 밴드, 국악연희단 하나아트, 우싸이드, 비지, 딥플로우가 참여한다. 관람은 전석 무료다. 7세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티켓은 오는 19일 오전 9시부터 제주아트센터 누리집(www.jejusi.go.kr/acenter/index.do)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이번 들불축제 첫째날에는 희망기원제와 개막행사,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농수축산물 판매장터 등이 열렸다. 4만4368명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군 간부를 사칭해 단체 주문을 한 뒤 나타나지 않는 '노쇼' 피해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8일 제주시 삼도동에서 5년째 빵집을 운영해 온 A씨에 따르면 지난 10일 제주에 있는 해병대 9여단 간부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예약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해당 남성은 부대원들을 위한 녹차 크림빵 100개를 주문하면서 "14일 오전 9시 다른 간부가 찾으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4일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록 빵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A씨는 예약 주문한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남성은 받지 않았고 대신 '번창하시길 바랍니다'는 문자메시지가 돌아왔다. 이어 '병사들이 모두 녹차 알레르기가 있다'며 '주변 보육원에 후원하시고 좋은 일 한 번 하시길 바란다. 시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는 식의 조롱하는 듯한 메시지를 받고 화가 난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녹차 크림빵 100개의 판매가는 33만원이지만 손해 보다 만든 시간과 노력이 허사가 된 게 화가 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병대 9여단 측에서는 이런 주문을 한 사실이 없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병대 9여단 관계자는 "군을 사칭해서 도시락, 빵 주문하는 사례가 있는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군부대에 전화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시행 5년 차를 맞은 한라산 탐방예약제의 운영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달부터 한라산 탐방예약제에 대한 도민 인식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를 토대로 다음 달 7일 오후 2시 한라수목원에서 정책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강진영 제주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이 탐방예약제의 필요성과 운영 개선 방향, 제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밝힌다. 이후 진희종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의 진행으로 환경·관광·생태 분야 전문가와 도민들이 참여하는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진다. 도는 토론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다음 달 중순부터 개선된 탐방예약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또 한라산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고려해 학생 체험활동에 한해 탐방예약 없이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장이 공문으로 신청하면, 인솔교사와 함께하는 수학여행 등 체험활동은 평일 최대 200명까지 성판악과 관음사 탐방로를 이용할 수 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는 탐방객 수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2021년 1월부터 성판악(1일 1000명)과 관음사(1일 500명) 탐방로에 도입됐다. 이후 예약 부도(노쇼) 페널티 제도 도입, 1인당 예약 가능 인원 조정, 등정 인증서 발급 절차 개선 등 지속적인 제도 보완이 이뤄졌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탐방예약제 시행 초기인 2021년 11.53%였던 예약 부도율이 지난해 8.97%까지 낮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한라산의 체계적인 보존이라는 기본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탐방객들의 편의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공항 소음 피해 지역 주민을 위한 보청기 지원금을 기존 34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대폭 인상한다. 제주도는 18일 '제주특별자치도 공항소음대책지역 등의 주민에 대한 지원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보청기 지원금 현실화, 주민들의 도외 이동권 확대, 행정 절차 간소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개정안에 따라 난청을 겪는 주민에게 지급되는 보청기 지원금이 기존 34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약 3배 인상됐다. 올해 지원 대상은 100명이다. 또 제주공항 이용료 지원 횟수도 연 4회에서 6회로 확대된다. 공항 이용료 지원 대상은 공항소음대책지역 및 소음인근 지역 거주 주민 8만1000여명이다. 국내선(4000원)과 국제선(1만2000원) 이용 시 해당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은 읍·면·동 주민센터 방문 또는 제주공항 소음민원센터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가능하다. 다음 달부터는 개편된 제주공항 소음민원센터 홈페이지에서도 별도의 로그인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공항소음대책지역 내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원, 방음도서관 및 통학버스 운영, 기초생활수급자 유선방송료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이 시작된다. 한편, 공항 소음 피해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제주시 애월읍, 삼도1·2동, 용담1·2동, 노형동, 외도동, 이호1·2동, 도두동, 연동, 일도1동, 건입동, 오라동 등이 포함된다. 다만 삼도동과 오라동은 일부 지역만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지역 주택 매매 소비심리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여전히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2.0으로 지난 1월(94.8)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매매 심리가 하락한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 95∼115 미만이면 '보합 국면',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구분된다. 전국적으로는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서울은 124.7로 1월보다 14.3포인트 급등하며 5개월 만에 다시 '상승 국면'으로 전환됐다. 경기(109.5), 인천(111.2) 역시 두 달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제주는 수도권과 다른 분위기 속에 여전히 매수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전국에서 하락 국면을 보인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세종(105.7→105.1), 충북(108.6→108.2)은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울산(113.2), 대전(99.8) 등은 소비심리가 크게 올라갔고, 지방 전체 주택 매매 심리지수도 102.4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주는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이는 경기 침체와 관광산업 위축, 고금리 기조에 따른 대출 부담, 매수 심리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제주도내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일부 수도권에서는 규제 완화나 투자 심리 회복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제주는 여전히 고금리·경기 침체라는 이중고에 빠져 매수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특히 내수 경기 회복과 맞물려야 주택시장 분위기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월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9.1로 1월보다 6.1포인트 상승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도 101.2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과거와 오늘을 조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곳곳의 발자취입니다. 21세기인 지금과 1970.80년대의 풍경이 대조됩니다. 그동안 제주는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제주도청의 기록자료를 매주 1~2회에 걸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편집자 주
재외동포청이 모국과 제주 발전에 기여한 재일동포 기업인 고(故) 김평진 씨를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했다. 재외동포청은 대한민국 발전 또는 거주국 내 한인 위상 제고에 기여한 동포를 발굴해 알리는 '이달의 재외동포'의 첫번째 주인공으로 모국과 제주 발전을 이끈 재일동포 기업인 김평진(1926∼2007)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동포청은 앞으로 매달 대한민국 발전 또는 거주국 내 한인 위상 제고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해 발표한다. 광복 이전 독립운동 시기부터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경제, 문화, 사회, 과학 등 각 분야에서 모국과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재외동포의 활동을 알려 국민에게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의 자산'임을 인식시키자는 취지다. '이달의 재외동포'는 전 세계 동포단체의 추천과 언론, 교육, 경제 등 각 분야 민간 전문가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재외동포정책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제주 출신으로 도쿄에서 요식업·유기업·부동산 등으로 자수성가한 김평진은 1962년 재일제주개발협회장에 오른 뒤 재일동포 경제·문화인을 주축으로 한 제주 향토방문단을 파견했고, 제주도 농수산 부문 개발을 위한 기술 연수생을 일본으로 초청해 선진 농업 기술을 익히게 했다. 당시 방문단을 이끌고 서울에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만난 그는 박 의장으로부터 "제주도에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만한 호텔이 없다"며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관광호텔 건축을 요청받자 즉석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제주 첫 관광호텔인 제주관광호텔을 지은 데 이어 서귀포관광호텔과 허니문하우스(파라다이스호텔 전신) 등도 잇따라 건립하면서 제주도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허니문하우스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겨울 별장으로 사용된 건물이기도 하다. 또 첫 고향방문단 때 일본 감귤 묘목 500그루를 가져와 서귀포농업고와 제주대 농학부 농장에 식수했다. 이를 계기로 재일동포의 감귤 묘목 보내기 운동이 시작돼 오늘날 제주도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교육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66년 경영난으로 폐교 위기에 처해 있던 제주여자학원(제주여중·제주여고)을 인수해 여성 교육 발전에 힘썼다. 학교를 넓은 곳으로 이전해 1만3000여평의 부지에 체육관을 별도로 짓고, 신축 교사 실내에 화장실도 구비했다. 당시에는 선구적인 근대 설비로 제주 사회의 선망의 대상이 됐고, 지속적인 지원으로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또 1977년에는 제주신문사(현 제주일보) 회장으로 취임해 제주도 언론 환경 개선에도 앞장섰다. 신문사를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언론기관으로 발전시켰다. 제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1982년에는 재일한국인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한일 간 경제 협력 관계 강화에 기여했고, 88서울올림픽 지원금 모금에도 앞장섰다. 또 재일한국교육재단 고문으로 재일 한인 2세의 모국 방문 기회를 제공해 국가관과 역사·발전상을 가르쳤다. 이 밖에도 제주 고교축구 선발팀을 일본으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고, 제주도 종합경기장과 애향운동장 건설 과정에서도 큰 기부를 통해 전국소년체육대회 개최를 이끌었다. 이러한 공헌을 높이 평가해 우리 정부는 1968년 국민훈장 동백장, 1981년 국민훈장 모란장, 198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을 수여한 바 있다. 이상덕 청장은 "재외동포는 일제강점기 해외에서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해방 후 조국 근대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 등에 있어 막중한 역할을 했다"며 "이달의 재외동포 선정을 통해 그들의 공로를 널리 알려 모국과 동포사회 간 유대감을 높이고, 재외동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대표 봄 축제인 2025 제주들불축제가 강풍과 비로 결국 전면 취소됐다. 하지만 이미 사전에 예고된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강행했던 제주도와 제주시의 결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15일 오전 9시 50분, 기상 악화로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주들불축제 2~3일차 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시는 "축제 안전관리 계획에 따라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일 때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강풍으로 무대와 천막, 집기류 등 각종 시설물이 파손돼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기상청의 강풍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와 시가 일정을 강행한 점에 대해 '안전보다 축제 강행이 우선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제주지방기상청은 축제가 열릴 15일 제주에 강한 비바람이 예상된다고 예보한 바 있다. 이날 제주에는 순간풍속 초속 24.8m의 강풍이 불었고, 북부·동부·북부중산간에는 강풍경보, 그 외 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실제로 도심 곳곳에서 신호등이 꺾이는 등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새별오름 축제장 역시 아수라장이 됐다. 체험 부스와 판매장으로 사용하던 천막 수십 동이 강풍에 무너져 내렸고, 행사 물품과 집기류가 날아가 흩어지는 등 정상적인 행사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락했다. 강풍으로 성인조차 걷기 힘든 상황에서 관람객과 참가자의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받았다. 이번 들불축제는 불을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첫 축제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제주시 측은 축제 하루 전 "비가 와도 디지털로 진행하니 문제없다"며 예정대로 강행 방침을 고수했었다. 시는 "불을 쓰지 않는 디지털 전환으로 비가 내려도 행사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정작 강풍에 천막과 무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근본적 안전 문제는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행사 취소 직전까지도 시는 "상황을 보면서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행사장 곳곳이 강풍으로 파손되고 무너진 뒤에야 전면 취소를 발표했다. 올해 들불축제는 '우리, 희망을 피우다'를 주제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새별오름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개막식 하루만 진행되고 모든 주요 행사는 무산됐다. 특히 15일 예정된 디지털 달집 점화, 오름 불놓기 대신 마련된 '디지털 오름 향연', 피날레 콘서트 등 핵심 프로그램이 모두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14일 개막식에서는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축하 공연과 함께 디지털 불꽃 퍼포먼스, 미디어 아트쇼가 무사히 진행됐다. 하지만 축제 대미를 장식할 주요 행사들이 사라지며 관광객과 시민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미 충분히 예고된 강풍을 무시한 채 축제를 강행한 행정의 무리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상 예보가 며칠 전부터 지속적으로 강한 비바람을 경고했는데도, 시는 '디지털로 하니 문제없다'며 안이하게 접근했다"며 "결국 현장에서 천막이 날아가고, 사람도 걷기 힘든 상황까지 가서야 취소를 결정한 것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은 행정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시 관계자는 "남은 일정 중 16일 예정이던 '새봄, 새희망 묘목 나눠주기' 행사는 오는 22일 오전 10시 제주시 시민복지타운으로 장소와 날짜를 변경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들불축제 사태를 계기로 도의 행사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행정당국이 예상 가능한 기상 악화 속에서도 축제를 강행했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향후 대규모 행사의 안전관리 지침 강화가 요구된다. 제주시는 "현재 축제장 시설물 안전 점검과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던 만큼 시민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대가 친환경 캠퍼스를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 실천을 확산하기 위해 학생 중심의 '그린캠퍼스 서포터즈'를 운영한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와 제주대 총학생회는 친환경 교정 조성과 환경 인재 양성을 목표로 '그린캠퍼스 서포터즈 1기'를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서포터즈는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과 실천 의지를 가진 제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모집 기간은 이달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진행된다. 지원 동기와 환경 관련 활동 경험 등을 평가받아 최종 15명이 선발될 예정이다. 선발된 서포터즈들은 팀을 구성해 캠퍼스 내 환경개선 활동을 기획·실행해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또 활동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환경 보호 캠페인을 펼치게 된다.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은 제주대(www.jejunu.ac.kr) 및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www.jgec.kr) 홈페이지에서 신청 서류를 내려받아 제주대 총학생회 대표 이메일(jnuwith2025@gmail.com)로 접수하면 된다.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는 제주대 진로·취업지원 포털(JNU e-CLIPs) 비교과 프로그램 참여 기회가 제공된다. 프로그램 운영비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김진근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장은 "대학이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 친환경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주대가 지역사회 환경 개선을 선도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학생들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대는 지역 사회와 연계한 환경 보호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친환경 캠퍼스 조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19년에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국민의 대표에 의하여 제정된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헌법으로 평가받는다. 이 헌법 제1조는 “독일은 공화국이다. 정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면서, 국민이 주인인 바이마르 공화국(1919∽1933년)이 출범한다. The German Reich is a Republic. Political authority emanates from the people. 그러나 극우 정당인 나치당과 히틀러의 출현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질서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결과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타난다. 브라질 연방공화국 헌법 제1조에서도
100년을 넘게 살아낸 후에는 다시 어린아이로 태어나는 걸까. 마치 한 살 아이처럼 하루 종일을 끄덕끄덕 조시는 어머니가, 잠꼬대를 하신다. “장로님, 날 찾아줍서! 나 손 잡아 줍서...”. 아버지께서 대포교회의 장로가 되신 후로, 어머니는 늘 아버지를 ‘우리 장로님’이라고 불렀다. 아, 어머니가 몹시도 외로우시구나.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우신 게다. “어머니, 아버지는 천국에서 하루 종일 어머니를 지켜봠수게. 아버지가 어떻게 어머니를 한순간이라도 잊으시쿠과? 보지 않고 어떵 살 수 이시카, 예?” 그럴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동서녘으로 이웃해서 사셨다. 마을 사람들은 리사무소가 있는 못동네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방향을 따라 ‘동동네, 섯동네, 알동네, 웃동네’라 불렀다. 아버지는 해가 떠오르는 동동네 허 장 할으방의 종손으로 태어났다. 그 유명한 동의보감의 허 준, 홍길동전의 허 균처럼, 양 천 허씨들은 이름을 외자로 썼다. 아버지는 1923년 1월 20일생, 양천 허씨 가문의 34세손이자, 제주도로 들어온 조상의 계보로는 24세손이다. 입도조(入道祖)인 송암공 허손(許愻)은 고려말에 대제학의 벼슬을 지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같이 조선을
12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볼트·너트·스프링 등 253개 파생상품에 25% 관세가 부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유럽연합(EU)도 미 공화당 근거지인 켄터키주의 버번위스키, 위스콘신주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을 콕 집어 10∼50% 추가 관세로 맞섰다. 트럼프 정부의 첫 품목별 보편관세 부과 조치로 한국산 제품도 25%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그동안 적용받던 철강 면세 쿼터(연간 263만t)도 없어졌다. 대미對美 3위 철강 수출국인 한국(29억 달러·9%)은 US스틸 등 현지 업체에 비해 불리해졌다. 중국산의 덤핑 공세로 업황이 악화한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대미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래도 ‘20% 추가관세+25% 철강 관세’의 이중고를 겪는 1위 캐나다(71억 달러·23%), 2위 멕시코(35억 달러·11%)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또한 열연강판은 25% 관세를 물어도 미국산과 가격이 비슷하다. 다행히 자동차용 강판·컬러강판·강관 등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쿼터가 없어져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생겼다. 글로벌 관세전쟁도 결국 우리가 대응하기
영화의 마무리는 뜻밖에도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의 13살짜리 딸 로즈가 담당한다. 영화 내내 말수도 적고 부모에게 순종적인 착하고 예쁘장한 여자아이다. 당시 최고 흥행 드라마였던 ‘프렌즈(Friends)’에 과몰입 현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또래 아이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면서도 왠지 조금은 독특한 아이다. 어른들이 모두 패닉 상태에 빠지는 재난 상황에서도 로즈는 무표정하고 감정의 동요도 없고 공포도 느끼지 않는 듯하다. 거의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모습이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로즈가 보여주는 그 ‘해탈’의 정체가 드러난다. 재난 상황에서 아만다와 클레이(에단 호크 분) 부부가 집주인 조지와 근심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근처 어딘가에 누군가 재난에 대비한 시설과 준비를 해놓은 집이 있다’는 카더라 통신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로즈가 무표정하게 그 대화를 듣고 있다. 다음날 로즈가 실종된다. 어른들의 대화에서 엿들은 ‘그 집’에 가면 혹시 드라마 프렌즈의 최종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무 말 없이 ‘가출’해버린 것이다. 감독이 부각하는 로즈는 소위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2010년 이후 출생자)’다. 사회학자들은 ‘디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50년대 이래로, 개방을 포함한 여러 가지 명목을 가진 봉건의 유물인 항방(行幇)은 중국대륙에서 금지되면서 일시에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거지나 거지 항방이 야기한 문화 토양, 경제 환경은 사회제도의 변혁에 따라 깨끗하게 없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빈곤과 그에 상응하는 전통문화는 거지를 생겨나게 했다. 그 사회현상을 이용해 범죄 활동하는 거지 항방의 출현은 피할 수 없었다. 당대 중국대륙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랑자 범죄 집단이 된 거지 항방은 부정할 수 없는 폭력조직, 흑사회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없애지 못하면 현실 사회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게 될 것이었다. 잠재된, 잠복해 있는 폐해이며 재난이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보도에서 드러난, 조사했던 자료 중에서 당대 중국 거지 항방의 종적을 찾아 볼 수 있다 : 여기는 만리장성 이북에 있는 중소형 도시다. 거지들은 각각 ‘점아(點兒)’가 있어 아무렇게나 끼어들 수 없다. 나는 9일을 머물렀다. 거의 매일 거리를 헤매는 ‘흑색의 유령’을 ‘정찰’하러 다녔다. 놀랐다. ‘유령’들의 얼굴에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 기색을 어찌 전혀 찾아볼 수 없는가? 인원이 거의 고정되어 있고 행동도 규칙적이어서 충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안내원이 내게 말했다. 여기에서 구걸하는 거지는 모두 ‘자격’이 있다고. ‘경력’이 짧은 사람은 1년 반 정도이고 ‘경력’이 많은 사람은 칠팔 년이나 됐다고 하였다. 마침내 알게 되었다 : 그곳의 거지는 한 ‘개방(丐幇)’에 속해 있었다. 느슨한 연합 방파였다. 피차 협력하고 이끄는 방주인 ‘대야(大爺)’ 한 명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대야’는 거지가 아니었다. 직업은 개인 경영자로 책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었다. 30여 세가 됐을까, 겉으로는 문약하게 보였으나 내실은 강하고 횡포했다. 무술을 할 줄 알았고 감옥에도 갔다 왔다. 지금은 연간 수입이 1만 원(元)을 넘었다. 그의 수중에는 몇 개의 ‘근거지’(세력 기반)가 있었다. 가로로 놓인 길이 가장 풍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지’였다. 그는 ‘근거지’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지만 거지들을 느슨하게 통제하였다. 새로 온 거지는 그에게 큰절하기만 하면 됐다. 그는 그들에게 활동지역을 분배해 주는 책임이 있었다. 현재의 거지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거지들 사이의 관계를 조절하였고 그들의 갈등을 해결해 줬다. 우연히 다른 거지가 재난을 당하고 병에 걸리면 그가 ‘자신의 재물을 내어 의로운 일을 하였다.’ 거지들은 그를 의지했고 신뢰하여 공물을 바치기를 청원하였다. 물론 그가 얻는 것이 그가 보시하는 것보다도 많고도 많았다. 그런 거지 사이의 묵인은 ‘개방’의 법규가 되었다. 월권을 하는 자는 엄격한 제재를 당했다. ‘지역’은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3, 6, 9 등으로 나누어 직접적으로 거지의 수입과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지역 분배는 사람마다의 표현, 경력 등을 기준으로 제때에 조정했다. 급작스럽거나 경솔하지 않았다.(『거지종적(乞丐行踪)』)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쌍성 거치처의 초기 단두는 팔기(八旗) 출신 장상(張祥)이었다. 사람들은 ‘점야(占爺)’라 불렀다. 1914년에 장상이 죽자 그의 수양아들 관복길(關福吉)이 계승하였다. 별호는 관사자(關傻子)였다. 관사자는 익살스런 관상을 가지고 태어났다. 극단에서 단역을 맡을 때에 『법문사(法門寺)』 중의 어린 태감 가계(賈桂)역과 『홍란희(紅鸞禧)』 중의 거지 단두 김송(金松) 역을 연기할 정도였다. ‘점야(占爺)’의 의발을 이어받으면서 현관(縣官)과 상회 회장의 환심을 샀다. 처음에는 괜찮게 거지를 관리했지만 나중에는 갈수록 각박해져서 구타하지 않으면 욕을 해댔다. 모든 거지에게 길거리에 나가 구걸하도록 했다. 그리고 구걸해온 밥과 탕을 먼저 그의 조수에게 검사케 하여 고기나 완자 같은 것을 골라내어 자신이 먹었다. 겨울이 오면 거지 방에 땔감을 제한하였다. 언 방에서 추워서 덜덜 떨게 만들어 설사까지 할 지경이었다. 1917년 겨울, 20여 구의 얼어 죽은 거지 시체를 거지 집에 차곡차곡 쌓아둔 후 얼었던 것이 녹을 때쯤에서야 성 밖 귀왕묘(鬼王廟)의 만인갱(萬人坑) 속에 던져 넣었다. 매장할 때 널을 뽑아냈을 뿐만 아니라 입었던 닳아빠진 의복까지 벗겨냈다. 외지에서 구걸하러 온 거지들은 낡은 사찰에서 야숙을 하는 일이 있어도 감히 거지처에는 가지 않을 정도였다. 10년 후, 관복길이 병들어 죽었다. 그때 전대 단두 장상의 손자 장흥방(張興邦)은 40여 세에 이른 나이였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아편쟁이였다. 장흥방은 상회에 뇌물을 주고 선조의 유산을 이어받아 제3대 단두가 되었다. 그는 관복길보다 더 잔혹하게 거지를 학대하였다. 거지들은 그에게 돈을 벌어주기 위하여 일해야 했다. 만주(滿洲)정부 시절에 격배(袼褙, 헝겊 조각이나 넝마 조각을 붙여서 만든 두꺼운 조각. 주로 천으로 된 신발을 만드는 데에 쓰였다)가 일시에 부족해지자 그는 폐품을 모두 사들여 여러 거지에게 격배를 만들게 한 후 고가로 팔아치워 많은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주택을 수리했을 뿐만 아니라 농지 20여 경(垧)을 추가 구입하여 소작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고리대를 놓아 높은 이득을 얻었다. 1946년 쌍성이 해방군에게 복속되자 당시 거지처에 있던 50여 명의 거지와 소작농들이 한꺼번에 철저한 결산을 요구하였다. 장흥방은 분노한 민중 앞에서 아편을 먹고 자결하였다. 이때부터 3대에 걸쳐 통치한 쌍성의 거지처는 자연스레 해산되었다. 쌍성부 거치처와 같은 그런 관청에서 경영하는 특수한 개방은 일반 오합지졸이 모인 개방과는 달랐다. 지방 관료와 토호가 자신의 이익을 유지하려고 만든 자선 기구였지만 항방을 우두머리의 방법으로 단두를 임용하고 관리토록 하였다. 개방 전통 관습처럼 권위를 상징하는 ‘간아(杆兒)’(타구봉)를 내세워 단두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당시 거지들을 거지 항방에 대한 신비감과 공포 심리를 이용하여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묵묵히 감내하고 사역하는 노예로 만들었다. 실로 ‘고명(高明)’한 거지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런 개방의 패권은 여전히 본바닥 건달과 불량배들이 장악하고 있는 구조였기에 역시 거지 흑사회의 하나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승익의 그 자리에 있는 마음 작품은 화가 자신의 정신적 가치를 보여준다. 거기에는 작가의 기질이 그대로 나타난다. 기질이란 생태학적이고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특유의 성격을 말한다. 우리는 작품에서 바로 연상되는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작품에서 첫인상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인상이 전체를 말하지는 않는다하더라도 적어도 그 화면에서 화가의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림에서 보여주는 색채와 형태와 분위기는 그 화가의 형태적 사유와 미학의 지향점을 말해준다. 오승익의 작품에 드러나는 모티프에는 두 가지 감정이 배태돼 있다. 차분한 이성으로 행동을 절제하는 태도가 드러나고, 다른 하나는 잠재된 의욕이 모여서 분출의 순간을 기다리는 고요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이런 감정들은 오승익 화폭의 몇 가지 특질로 나타난다. 오승익의 한라산의 분위기는 매우 육중하게 다가온다. 적어도 그 산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실재보다 더 많은 무게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무게는 바로 오승익이 잠재된 삶의 무게라고 할 수 있다. 한라산은 오승익의 마음에 품고 있었던 역사적인 운명의 무게라면, 거기에는 말 못할 가족사가 묻혀있고, 이웃의 아픔들이 스며있어서 거기에서 파생된 삶과 4·3이라는 역사적 고뇌들이 쌓인 심리적 높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은 어떤 각도로 봐도 고뇌의 산물이다. 그것이 삶 자체의 고뇌이든 그것이 반영된 표현적 고민이든 물감의 색과 마띠에르는 오승익의 내면이 뚫고 나온 표면의 껍질이 된다. 표면에는 상처를 상징하고 있는 흔적들이 있다. 화면에 빠른 붓으로 드문드문 그어진 가로선의 돋을 표현들은 오랜 시간 억눌린채 지나온 상처받은 영혼들의 고함이기도 하다. 무릇 그 흔적의 두께는 그의 숨겨진 역사의 심리상태에 대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승익의 화면은 가로로 분할된다. 네 가지 색으로, 혹은 세 개의 색으로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 유형들을 보면, 먼저 엷은 하늘, 적설(積雪)의 흰색, 초록으로 덮인 아아용암색, 그 아래에는 갈색 등 4단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엷은 하늘, 붉은색과 녹색 3단 화면 공간, 황토색 하늘 녹색의 산맥, 짙은 초록 기슭의 3단 구성, 밝은 황토의 하늘, 붉은 산, 갈색으로 변해가는 녹색의 3단 화면, 그리고 황토색의 하늘, 검어지는 브라운 컬러의 그러데이션 3단 구성 등이 있다. 화면은 대체로 강렬한 보색을 이루면서도 어둡다. 화려하거나 찬란한 색들은 보이지 않는다. 분할된 화면이지만 전체적으로 모노톤의 특성들이 배어난다. 빛의 흐름도 밝음과 어둠이라는 대비가 주를 이룬다. 한라산은 뼈와 살, 아픔과 인내, 고통과 치유, 노출과 그늘, 내면과 표면, 감춤과 드러냄이라는 상징체계가 되고 있다. 그리고 화면에는 누군가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기호처럼 죽은 자의 산담 무덤이 있고, 민군(民軍)의 돌무지 무덤, 천리(遷移:이장)한 무덤이 숨은 듯 있다. 인적이 드문 길 숲 앞에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나무는 마음에서 삭이면서 살아온 묵시적(黙示的) 존재들에 대한 기념비로 보인다. 한라산은 4가지 색채로 등장한다. 화산의 아아용암색, 식생의 녹색, 계절의 흰색, 그리고 마음의 붉은 색이 그것이다. 아아용암색은 제주를 상징하는 화산의 색으로 불의 색이기도 하다. 검회색의 현무암과 더불어 제주의 몸체를 이루는 섬의 외피가 되는 색이다. 이것이 승화되면서 비로소 붉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아아용암은 태토(胎土)와 같다. 가장 근원적인 시작을 의미하는 원형(原形)인 셈이다. 녹색은 오랜 세월 한라산을 3계절 덮는 현상적 색이다. 녹색은 미묘하게 변하며, 내부적으로 토양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고, 외부적으로는 온도와 비바람의 조건에서 태어나는 색이다. 흰색은 눈이며, 한라산의 외형을 덮는 색이다. 흰색이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한라산의 아픔을 덮으면서 평온을 찾고, 희망을 기다리는 순간의 색이다. 한라산을 덮음으로써 새로운 것들을 기다리게 한다. 하얗게 덮인 산간의 모습은 휴지기의 여유를 보여줌으로써 산도, 사람도, 잠시 숨을 돌리게 한다. 그러나 그 눈 아래, 마음속 선연한 색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관념적 사상 때문에 그 붉은 색을 정치적인 이념이 색으로 도색(塗色)해버린 파시즘의 역사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승익은 다시 붉은색으로 붉은색을 치유하고 있다. 단지 색은 색일 뿐이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있는 사람들의 뒤틀린 의도가 만들어낸 도그마를 용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붉은색은 마음의 색으로 순전히 작가의 정신에서 탄생한 심리적인 색이다. 그 붉은 색은 자극적인 감정 상태에 의해 만들어진 색으로 막힌 가슴을 풀어버리는 색이기도 하다. 인생 자체가 고통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은 그 고통을 감내할 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통로를 찾지 못한다. 오승익이 유독 붉은색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그 색을 보면 마음이 더 후련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 색의 자극이, 치유를 위해 내 던져진 존재를 새롭게 풀어헤치는 살풀이와도 같은 것이다. 상처를 자극으로 치유하라. 가족사의 아픔을 고백적 외침으로써 맺힌 가슴을 뚫어버리는 행위가 같은 것이다. 붉은색의 고정된 관념을 극복하면서 얻은 평온이 그에게 색다른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비로소 붉은색은 흘러나오는 식은 색이 아니라 온기를 가지고 돌고 도는 생명의 색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이번 그 자리, 한라산은 지금껏 작가가 집중해온 토르소, 흔적, 치유, 실험이라는 담론의 노정(路程)에 있다. 그 길은 무겁고 오래 걸리기도 했다. 짐을 벗으면 발길이 가볍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마지막 프로세스로서 한라산이란 테마를 마감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리 한라산은 시간의 지층 아래에서 새로운 주제를 떠받치는 또 다른 태토가 돼 줄 것이다. 오승익은 이제 미술교사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전업 화가의 출발선에 서게 됐다. 그 자리, 한라산이 이제는 내 자리 한라산이 돼 그 산에 올라서 멀리 보게 될 것을 기대한다. 시간의 힘은 위대하다. 이제 그는 다른 흔적을 시간과 함께 남겨야 한다. 어머니 산 한라산이 자신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숭고한 이름으로 남을 때까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거지 항방(行幇)은 모두 민간 비밀집단이었지만 예외적으로 관청이 경영하는 개방도 있었다. 옛날 흑룡강(黑龍江) 쌍성부(雙城府)의 ‘걸개처(乞丐處)’가 관방의 개방이다. 옛날에 쌍성부 서남 모퉁이에 부익장(富翼長)이라는 거리가 있었다. 그 거리에는 산병홍(傘屛紅) 대문이 있었고 대문에는 금색 문자로 쓴 ‘쌍성부 걸개처’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곳이 청나라 말기부터 민국을 거쳐 만주국 14년(1945)까지 약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떠들썩했던 쌍성부 관청이 경영했던 개방의 소재지였다. 외원에는 동서로 곁채 초가집 5동이 있었다. 처마가 낮고 종이 창문으로 돼있는 일명량암(一明兩暗)1) 형태였다. 실내 맞은편에 있던 온돌이 거지들의 숙식처였다. 문을 들어서면 정면의 해청방(海靑房) 5칸이 있었고 동서로 각 2칸이 배치되어 있었다. 모두 기둥과 대들보를 채화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거지처의 단두(團頭)가 머무는 곳이었다. 명의상에는 유랑하는 거지를 맡아 기르는 자선단체라 되어있지만 사실상은 항방(行幇)이라는 수단으로 거지에게 사기 치는 그야말로 염왕전(閻王殿)이나 다름없었다. 거지가 거지처에 들어가면 단두의 부하 아닌 부하, 노예나 다름없었다. 노역 하면서 욕 듣고 매 맞았다. 단두의 권위는 ‘간아(杆兒)’〔타구봉(打狗棒)〕를 가지고 상징으로 삼았다. 2척 길이의, 위에는 검은색, 아래는 붉은색으로 되어 있는 몽둥이였다. 몽둥이 끝에는 가죽 채찍이 묶여있었다. 그것을 근거로 관리가 거지를 관리하면서 관방에서 직접 파견된 특별한 개방 방주가 되었다. 거지의 식량은 화명책(花名冊)을 근거로 매월 상회에서 1인 1두 수수쌀〔고량미(高粱米)〕을 공급했다. 의복은 매년 군경에서 반납, 폐기하는 낡은 의복 중에서 골라 썼다. 땔나무는 성문 4곳에 파견되어 지키는 거지가 성으로 들어오는 땔감 파는 사람의 짐이나 수레에서 뽑아 가졌다. 가장 많은 시기는 한 계절에 수천 다발이나 모을 수 있었다. 단두가 거지에게 버려진 시체나 사형수 시체를 염하고 매장하는 일에 노역하도록 할 때에는 관례대로 상회에서 별도로 비용을 발급하였다. 그러나 그런 수입은 거지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많은 부분을 단두가 개인적으로 착복하였다. 이외에도 단두에게는 매년 음력 정월 15일 대보름날과 부잣집에서 혼례나 장례를 거행할 때에 관례대로 뭉칫돈이 들어왔다. 정월 15일 전후 3일 전통 대보름 기간에 단두는 ‘등관(燈官)’을 맡아 등을 걸지 않은 상점에 벌금으로 양초, 원소(元宵) 등을 받았다. 한 번에 수천 가치나 되는 물품을 걷을 수 있었다. 동시에 ‘등관녀’〔등관양자(燈官娘子)〕로 분장하여 ‘창기의 빚’〔표장(嫖帳)〕을 요구한다며 점포에 ‘구상(求償)’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였다. 부잣집에서 혼례나 장례가 거행될 때면 단두의 ‘간아’(타구봉)를 문 옆에 걸어두고 거지가 와서 구걸하지 못하도록 했고 그에 따른 하루 노임을 계산해 단두에게 사례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큰일을 하면서 거지를 고용해 의장을 들도록 했다면 단두가 얻는 사례금은 더 많았다. 그러한 수입 대부분은 거지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모두 단두의 소유로 귀속되었다. 거지처가 거둔 거지는 상회에서 규정한 음력 매월 초하루, 보름 이틀 동안만 거리에 나가 구걸하였다. 그날이 규정대로 행하던 거지에게 돈을 지불하는 날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중국 가옥의 방 배치의 하나로 한 동(棟)이 세 칸으로 되어 있으며 외부로의 출입구는 중앙의 칸 ‘당옥(堂屋)’에만 있고, 양 곁의 칸 ‘이옥(里屋)’에서는 중앙의 칸을 통하여 출입하게 되어 있는 구조의 집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