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의 선거 벽보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초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을 특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 18일 낮 12시 23분 제주시 노형초 인근에서 게시된 대선 벽보가 훼손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고 19일 밝혔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벽보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얼굴 부분만 집중적으로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어린이 2명이 해당 벽보를 훼손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현재 경찰은 이들 어린이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 현수막 등을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나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경우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 계도 조치 등 별도의 절차가 적용된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의 행위라 하더라도 선거 관련 사안인 만큼 법적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관광공사가 제주시 노형오거리 옛 노형파출소 부지 토지를 매각한다. 제주관광공사는 공사 소유의 노형오거리 토지 407.6㎡(제주시 노형동 903-4번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토지매각은 최고가 입찰의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온비드 전자입찰을 통해 진행된다. 입찰 예정가격은 약 65억원이다. 입찰 일정은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www.ijt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사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지방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를 마련, 각 기관의 불요·불급한 자산 정비를 위해 기관의 고유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토지·건물 등을 정비해 자산 건전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사는 그동안 노형오거리 토지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국비 및 도비·자체 예산 등 공공재원 투입을 통해 공공시설물을 조성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추진이 어렵게 되자, 민간투자 사업자 공모를 진행하는 등 다각도로 활용방안을 모색해 왔다. 매각대상인 노형오거리 토지는 일반상업지역이다. 공사가 2012년 7월 제주도로부터 관광안내센터 건립 및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옛 노형파출소 부지인 도유지 407㎡와 일대 건물을 14억4000여만원에 매입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며 "길지 않은 정치 인생을 함께하고 저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며 "비록 당을 떠나지만,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 주십시오.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한 표 한 표는 이 나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고 번영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존속될 것이냐 붕괴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내가 대선 승리를 김문수 후보 본인 못지않게 열망하는 것도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없이는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도 국민 행복도 안보도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탈당 선언은 중도층 공략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절연' 요구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출한 이후 출당·탈당 여부를 놓고 당내 논란이 불거진 끝에 나왔다. 윤 전 대통령과 김문수 후보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놓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서로에게 결정을 미루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
'섬 속의 섬' 우도의 렌터카 운행 제한 제도가 8년 만에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제주도는 오는 7월 중으로 '우도면 내 일부 자동차 운행 제한 명령'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현행 운행 제한 조치는 오는 7월 31일 종료된다. 도는 그동안 3년 단위로 제도 시행 효과를 분석하고, 주민과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연장 여부를 판단해왔다. 2017년 8월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지금까지 세 차례 모두 연장됐다. 최근 제주연구원이 제출한 정책 연구 용역에선 비수기 차량 진입 허용이라는 새로운 제안이 나왔다. 제주연구원 연구진은 "교통 혼잡 해소라는 정책적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비수기(12월~2월)에 한해 차량 진입을 허용할 경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루 진입 차량은 43대 또는 87대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또 연구원은 렌터카·전세버스 제한 이후 급증한 우도 내 대여 이륜차(오토바이 등)를 717대까지 줄일 것을 권고했다. 2023년 말 기준 우도 내 대여 이륜차는 987대다. 우도 지역의 관광객 수는 제도 시행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다. 2017년 178만1000명이던 방문객은 지난해 128만8000명으로 49만여 명(27.7%) 줄었다. 내국인 신용카드 결제액도 2020~2022년 월평균 22억9200만원에서 최근 3년간 21억7200만원으로 5.2% 줄었다. 우도 주민들 사이에서도 제한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와 관광 소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기 한정 렌터카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는 2017년 8월부터 교통 혼잡과 사고 방지를 위해 차고지가 없는 렌터카와 전세버스의 우도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위반 시 대당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 1~3급 장애인, 65세 이상 노약자, 임산부, 교통약자를 동반한 경우 예외 적용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제주지역 선거캠프인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제주도당선거대책위원회(이하 제주선대위)'가 도민 중심의 통합 선대위 구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선대위 참여 신청자는 공개모집 시작 일주일 만에 2200명을 돌파했다. 제주선대위는 지난 7일부터 ▲10·20·30 선거대책위원회 ▲특별기구 ▲특보단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결과 현재까지 2200여명이 신청을 완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선대위는 당초 14일까지였던 모집 기간을 오는 25일까지로 연장해 더 많은 도민 참여를 이끌 계획이다. 모집 대상은 선거운동에 법적 제약이 없는 제주도민 누구나 가능하다. 각 분야 참여 방식도 다양하다. 특히 주목되는 '10·20·30 선대위'는 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들이 선대위원장을 직접 선출하고, 활동 방향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독립적인 청년 주도 조직이다. '특별기구'는 정책 분야에 관심 있는 직업, 지역, 세대별 도민들이 자율적으로 본부나 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는 조직이다. 이 외에도 경제, 문화예술, 체육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되는 '특보단'과 선거 캠페인을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단'도 함께 운영된다. 참여 신청은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안내된 구글폼 링크를 통해 가능하다. 특별기구는 제주선대위 조직본부를 통해 접수받는다. 김한규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정치적 진영이나 세대, 계층을 넘어선 도민 통합 선대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도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이끄는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진돗개를 동원해 야생동물을 잔인하게 불법 포획한 30대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A씨와 B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주시 중산간 지역과 경기도 군포·수원 일대 야산 등에서 125차례에 걸쳐 오소리, 노루, 사슴, 멧돼지 등 야생동물 160여 마리를 불법 포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8차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훈련된 진돗개를 이용해 동물을 물어뜯게 하거나 특수 제작한 창과 지팡이 칼로 심장을 찌르는 방식, 돌로 머리를 가격하는 방식 등 극히 잔혹한 수법으로 사냥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사냥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진돗개 동호회 회원들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개를 고가에 판매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불법 포획한 오소리, 노루, 사슴의 뿔 등은 건강원에 맡겨 가공하거나 지인에게 제공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들은 범행 전 야생동물 서식지와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를 사전 탐색하고, 주로 심야 시간대에 범행을 저질렀다. 노루·사슴·멧돼지 등 검문 시 발각 우려가 있는 동물의 경우 현장에서 가죽을 벗겨 사체를 개 사료로 활용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었다. 또 이들은 "개가 우연히 야생동물을 공격했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답변을 사전에 모의하는 등 단속 대비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치경찰단은 구속된 A씨와 B씨 외에도 불법 포획에 가담한 3명과 관련 건강원 운영자를 불구속 송치하고,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상현 제주도자치경찰 수사과장은 "개를 이용한 사냥은 조류독감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크다"며 "야생동물 불법 포획과 학대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법상 정해진 장소·기간 외에 야생동물을 포획하거나, 덫·올무·유독물 등 금지된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상습적 학대 또는 포획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불법 도구 소지·보관 또는 불법 취득 역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가 제주산 감귤의 최대 수입국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해마다 제주산 감귤 수출량의 5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한국감귤수출연합은 회원사로 등록된 23개 생산자단체와 23개 수출업체의 지난해 전체 감귤 수출량 3347t 가운데 러시아로 수출된 물량이 53%인 1775t에 달했다고 19일 밝혔다. 다음은 캐나다 558t, 미국 324t, 싱가포르 150t, 홍콩 149t, 말레이시아 143t, 대만 78t, 몽골 66t, 뉴질랜드 52t, 괌 38t, 필리핀 6t 순이다. 2023년 대러 수출량은 1977t(56.5%)이고, 2022년 수출량은 1484t(54.3%)이다. 러시아는 전쟁을 하기 이전인 2021년에 5466t을, 2020년에 4391t을 수입하기도 했다. 다만 이때는 러시아가 귤과실파리가 검출된 중국산 감귤이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그 빈자리를 제주산 감귤이 차지했다. 2019년 러시아의 제주산 감귤 수입량이 687t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러시아의 수입량은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국감귤수출연합은 제주의 18개 지역 농협과 품목별 농협인 제주감귤농협이 출자해 2021년 12월 설립됐다. 현재 이들 18개 출자 농협, 5개 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 23개 수출업체가 회원사다. 양영재 농협 제주본부 제주감귤지원단장은 "러시아가 제주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운송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신선도가 좋고 맛도 중국산보다 훨씬 좋아 바이어들이 많이 찾는다"며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 수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전국을 돌며 지방세 고액체납자 집을 수색해 6000만원 상당의 순금, 명품 가방, 현금 등 127점과 현금 100만원을 압류했다. 제주도는 지난 12∼16일 도외 거주 지방세·세외수입 고액체납자 29명을 대상으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전국을 돌며 현장 방문 실태조사와 가택수색을 실시했다고 19일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 종로구 저택에서 호화 생활을 누리는 제주도 소재 골프장 전 대표자인 체납자 A씨 가택을 수색해 시가 6000만원 상당 순금 100돈을 비롯해 고가의 양주, 귀금속, 미술작품 등을 압류했다. 이외에도 명품 가방 12점, 명품 시계·반지 등 귀금속 105점, 고급 양주 6병, 미술작품 4점, 현금 100만원 등이 압류됐다. 도는 현금을 즉시 체납액에 충당하고, 나머지 압류 물품은 감정평가 후 공개 매각을 통해 체납액 징수에 충당할 예정이다. 도는 도외 거주 체납자의 체납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세무관리팀장을 주축으로 세무공무원 4명으로 구성된 '도외 체납 실태조사반'을 발족했다. 이번 수색·조사는 지방세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장기간 지방세·세외수입을 체납한 것으로 의심되는 도외 고액체납자 2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34억원에 달한다. 실태조사반은 가택 수색과 함께 도외 체납자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도 실시했다. 도가 압류한 부동산을 보유한 체납자들에게는 공매 처분 전 최후 통지서를 전달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 도심 주요 혼잡 도로인 중앙로와 연삼로에 인공지능(AI) 기반 신호체계가 도입된다. 제주자치경찰단은 중앙로(6.7㎞)와 연삼로(12㎞) 구간에 AI 신호 운영 시스템을 적용하는 신호체계 개선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요일, 시간대, 방향별 교통량을 실시간 분석하고, 이에 맞춰 최적화된 신호 주기를 자동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적용 구간은 중앙로 제주대학교 입구부터 남문사거리까지, 연삼로는 신광사거리부터 삼양초소까지다. 자치경찰단은 앞서 연북로에서 시행된 AI 신호체계 개선사업에서 통행 속도 14% 증가, 통행 시간 13.5% 단축의 효과를 거둔 점을 근거로 사업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선작업은 중앙로·연삼로 일대 모두 42개 교차로 중 28곳에 이미 구축된 스마트교차로 시스템을 활용해 진행된다. 중앙로 구간은 현장 조사와 신호 주기 산출을 마치고 지난 달 24일부터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연삼로 구간은 다음달 중 작업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자치경찰단은 시범사업 효과를 정밀 분석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주요 혼잡 구간을 대상으로 추가 개선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광조 제주자치경찰단 교통정보센터장은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분석과 첨단 기술 접목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도심 교통 운영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됐지만 국민의힘 소속 제주도의원들의 SNS 활동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선거 열기가 좀처럼 고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당내 지지층조차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6일 <제이누리>가 확인한 결과 국민의힘 제주도의원 12명 중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김문수 대선 후보를 지지하거나 관련 선거운동 내용을 올린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김황국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제주시 거리 유세 현장을 담은 사진과 함께 "꿈이 현실로, 새롭게 대한민국! 기호 2번 김문수"라는 글을 게시했다. 원화자 의원도 김 후보의 선거 포스터를 공유하며 지지 활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대선 관련 게시물을 올리지 않은 상태다. 실제 제주도당뿐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소속 한 의원은 "지역구에서 얼굴만 비추는 의원은 있어도 실제로 선거를 적극 돕는 의원은 손에 꼽힐 정도"라며 "SNS를 보면 전국 107명의 국회의원 중 약 40명은 활동이 멈춘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대선 시기엔 최소한 카드뉴스라도 만들어 올려야 하는데 의무감에 움직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107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15일 오전까지 김문수 후보의 유세나 선대위 활동 관련 게시물을 단 한 건도 SNS에 올리지 않은 의원이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현진·진종오·유용원·김예지 의원 등 친한계 의원 7명을 포함해 김태호·김재섭·김종양 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 13일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발족식에도 김석기·권영진·김형동·유영하 의원 등이 불참했다. 이들 대부분은 경선 과정에서 김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인사들이다. 심지어 같은 날 열린 만찬 자리에서는 다수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혀 김 후보와 모 의원 단 두 사람만 식사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힘 내부에서는 "국회의원들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의원들의 활동까지 독려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이번 주말을 분수령으로 삼고 선거 분위기 반전에 나설 방침이다. 오는 17일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주를 찾아 4·3평화공원을 참배한 뒤,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서 집중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국힘 도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힘 도당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싸움의 최전선인데 현장에서 제대로 뛰는 의원이 드물다"며 "도민들이 선거 분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면 결국 표심으로도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제주선대위는 "도의원들을 비롯해 SNS 홍보와 거리 유세 등 제주도당 차원의 총력 유세전을 준비 중"이라며 "모두가 힘을 모아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의 헌법적 지위 명시와 제도적 보장을 위한 개헌 질의에 대해 개혁신당이 가장 명확하고 적극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면 부정, 더불어민주당은 유일하게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과 제주본부, 제주민회는 제주도내 9개 정당을 대상으로 진행한 '헌법 개정 관련 질의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제주특별자치도 헌법 명시 ▲지역 정당과 중대선거구 도입 ▲정부형태 제도 설계 ▲자주 입법권 보장 등을 주제로 각 정당에 질의서를 발송했다. 그 결과 개혁신당·국민의힘·정의당·진보당·조국혁신당·소나무당·녹색당·노동당 등 8개 정당이 응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중 개혁신당은 "제주의 헌법적 지위 명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역 정당 설치, 중대선거구제 도입,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계 등에 대해서도 '도민 자치권 확대'를 위한 전향적 입장을 표명했다. 또 "도민이 대표를 선출해 지역사무에 직접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개헌 설계 논의에도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결과에 대해 "제주는 역사적·지리적 특수성과 분권 실험지로서의 위상을 고려할 때, 헌법에 명시될 자격이 충분하다"며 "현장 중심의 자치 실현을 위해 도민의 입장에서 실질적 제도 설계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모든 항목에 부정적 입장을 내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성 부족과 재정 문제를 이유로 추진이 어렵다"고 답했다. 정의당은 전반적으로 긍정 입장을 내면서도 중앙정치에서의 소외 가능성, 재정 취약 문제 등을 들어 '신중한 논의'를 주문했고, 진보당은 "지방분권 원칙에는 찬성하나, 제주만을 위한 독립적 지위 보장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논의가 필요하다", 소나무당은 "제주의 자주 입법권 보장에 적극 공감", 노동당은 "지방자치 확대에 원칙적으로 동의", 녹색당은 "기후생태헌법 논의 중심에 있으며 지방분권 이슈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각각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중 유일하게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개헌 논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제주의 헌법 명시'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 측은 "정당들이 입장을 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논의가 헌법 개정과 제주 자치제도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영남, 호남, 충청권을 잇달아 방문한 데 이어 다음 주부터는 제주 표심 공략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다음 주 제주를 방문해 유세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이 후보에 대한 신변 위협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제주 방문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주선거대책위원회는 "중앙선대위와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제주 방문도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힘 제주선대위는 "이미 중앙선대위에 제주 방문 일정을 요청해둔 상태"라며 "17일 제주를 찾은 권성동 원내대표와 논의 후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가 이달 안에 최소 한 차례 이상 제주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제주 유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후보는 최근 '학식 먹자'라는 이름으로 각 대학을 돌며 대학생들과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제주대 학생들이 해당 간담회를 신청했다"며 "이에 따라 제주 방문 일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후보보다 한발 앞서 제주 일정을 확정한 후보는 민주노총 지지를 받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다. 권 후보는 오는 21일 제주를 찾아 지지자들을 만나고 거리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다음 주 주요 후보들의 제주 방문이 잇따르면서 본격적인 제주 지역 공약도 속속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정당 후보들은 4·3 완전 해결, 제2공항, 탄소중립, 청년 일자리 등 제주 현안을 두고 차별화된 정책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항공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유공자와 유족을 위한 국내선 할인 혜택을 대폭 확대한다. 제주항공은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국내선 전 노선에 대해 국가유공자 대상 할인 혜택을 확대 적용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할인은 그간 정규 할인 대상에서 제외됐던 유공자 유족 및 보훈보상대상자 등까지 포함되는 것이 특징이다. 적용 대상은 ▲독립유공자 유족 ▲비상이 국가유공자 ▲국가유공자 유족 ▲5·18 민주유공자 및 유족 ▲특수임무유공자 및 유족 ▲보훈보상대상자(재해부상 군경 등) 및 그 유족 등이다. 이들에게는 국내선 전 노선 항공권에 대해 30%의 요금 할인이 제공된다. 할인 예매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제주항공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능하다. 예매 시 '신분 할인(호국보훈 할인)' 항목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할인 금액이 적용된다. 다만 할인은 정규 운임에 한해 적용되며, 탑승 당일 공항 카운터에서 국가보훈부가 발행한 유공자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와 그 가족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할인 범위를 확대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항공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신혼부부와 자녀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전세자금 대출 이자 지원에 나선다. 제주도는 19일 '2025년 제2차 신혼부부·자녀출산 가구 주택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복권기금을 활용한 추가경정예산 5억원을 확보해 추진된다. 신청 대상은 신청일 기준 7년 이내 혼인신고 또는 자녀 출산 이력이 있는 무주택 가구다. 금융권에서 주택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도민이면 가능하다. 지원 금액은 신혼부부 및 자녀 1명 출산 가구에 최대 140만원(대출 잔액의 1.5%), 다자녀(2자녀 이상)·장애인·다문화 가구는 최대 180만원(2%)까지 책정됐다. 우선 지원 대상으로는 다자녀·장애인·다문화 가구가 해당된다. 신청은 다음달 13일까지 주소지 읍면사무소 또는 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제주도 누리집에서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다. 제출 서류는 ▲임대차계약서 ▲전세대출 확인서류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통장 사본 등이다. 도는 해당 사업을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159가구에 모두 14억9000만원, 올해 1차 사업에서는 약 700가구에 10억20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을 맞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제주에서 민심 잡기 총력전에 나선다. 양당은 오는 17일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을 중심으로 유세 일정을 집중 배치하며 사실상 첫 정면 대결에 돌입할 예정이다. 16일 각 당 제주도당 선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선거대책위원회는 주말을 앞두고 동물권, 발달장애인 관련 정책 경청 간담회를 열고 복지 분야 공약 구상에 나선다. 문대림 총괄선대위원장은 '동물권 정책 경청 간담회', 위성곤 총괄선대위원장은 '발달장애인 정책 경청 간담회'를 각각 주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어 17일 오전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서 상인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거리 유세를 벌이며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주요 거리에서도 합동 유세와 거리 인사를 병행한다. 김한규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제주에서 압도적인 대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선거대책위원회도 이날 출근길·퇴근길 인사와 게릴라 유세 등을 통해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특히 17일에는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제주를 방문한다. 권 원내대표는 제주 방문 이후 4·3평화공원을 참배한 뒤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며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제주시 을 선거사무소에서 당직자·당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 상황을 점검한다. 국민의힘 제주선대위는 주말 내내 제주 시내와 서귀포 주요 거리에서 합동 유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승욱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재명과 민주당의 폭주를 반드시 막아내기 위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는 피고인이 여성 법정경위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50대 A씨를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진행된 자신의 재판과정에서 여성 법정경위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일 재판 진행에 불만을 품은 한 여성 방청객 B씨가 소란을 피우자 재판부로부터 퇴정명령을 받았고, B씨를 강제로 끌고 나가던 여성 법정경위와 B씨 일행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A씨는 충돌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여성 법정경위에게 다가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가슴의 명찰을 보려다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법정 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A씨는 북한 지령에 따라 제주에서 이적단체를 결성하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지난해 기소돼 현재 재판받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국토남단 서귀포시 가파도가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친환경 미술관으로 재탄생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자연과 지역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2025년 가파도 AiR 지역 연계 프로그램 '예술로 가파도'를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재단은 대표 프로그램으로 도내 예술단체인 '아트링겔'과 협력해 지난 7일부터 '가파도 자연미술제'를 열고 있다. 이번 미술제는 가파도의 자연환경을 활용한다. 박봉기, 임종길, 유리 등 한국 작가 3명과 대만 작가 리퀘이치 등 4명의 작가를 초청해 그들의 작품을 가파도 올레길과 밭, 공터 등에 전시했다. 재단은 또 환경단체인 세이브제주바다 등과 협력해 해양쓰레기를 모으고 이를 소재로 주민, 관광객과 함께 재활용 작품을 제작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 및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고, 자연적으로 사라지거나 복원 가능한 설치를 원칙으로 삼는다. 재단은 자연미술제 외에도 6월 팝업 레스토랑, 7∼8월 어린이 예술방학, 9월 플라스틱 프리 유랑인형극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이어간다. 모든 프로그램의 일정 및 세부 내용은 인스타그램(art_to_gapa)을 통해 순차적으로 안내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와 손잡고 제주 콘텐츠의 세계화를 본격 추진한다. 제주도는 16일 오후 향사당에서 넷플릭스와 ‘제주 문화관광과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향사당은 예로부터 고을의 원로들이 봄과 가을 두 차례 모여 공동체의 당면 과제를 의논하던 전통적인 장소다. 제주도는 넷플릭스와 공동협력 과제를 논의하고 함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측은 △제주도 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한 공동 노력 및 상호 지원 △협약기관의 국내외 홍보 채널을 연계한 제주 가치·문화·관광·마케팅 및 콘텐츠, 워케이션 공동 홍보 협력 △제주 콘텐츠 확산을 위한 작품, 공동 프로그램 운영 및 협업 △홍보·마케팅 활성화 위한 제주콘텐츠진흥원·제주관광공사 등 도 산하 지방공공기관과의 원스톱 협업체계 구축 △지역경제 활성화 및 문화, 관광사업 등 공동협력을 추진한다. 넷플릭스는 제주와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왔다. ‘킹덤: 아신전’, ‘수리남’ 등의 작품을 제주에서 촬영했다. 최근에는 제주어를 제목으로 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제주의 문화적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 넷플릭스 김민영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총괄, 최승현 한국 정책부문 디렉터, 강민부 제주콘텐츠진흥원장, 고승철 제주관광공사 사장 등 문화콘텐츠 분야 인사들이 참석했다. 오영훈 지사는 “최근 전 세계 젊은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폭싹 속았수다’의 방영은 제주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면서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 예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제작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총괄은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의 삶과 정서가 담긴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라며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지역 스토리를 발굴하고 한국 문화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올해 20회를 맞는 제주포럼에 60여개국에서 4000여명이 참가해 다양한 분야의 세계 현안들을 논의한다. 제주도는 오는 28∼3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2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국내외 30여개 기관이 참여하며, 60여개국 4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6일 밝혔다.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혁신'이라는 대주제로 열리는 올해 포럼에서는 외교·안보, 경제, 기후·환경, 문화·교육, 청년, 글로벌 제주 등 6대 핵심 분야 관련 53개 세션이 운영된다. 8개의 세션은 제주도가 직접 운영한다. 지난해 재개된 세계지도자 세션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와 주요 국제기구 대표, 글로벌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포럼에 대거 참여한다. 이들은 기후 위기, 경제 불평등, 지역 안보 등 시급한 글로벌 현안을 논의한다. 도는 이번 포럼을 통해 제주도정 핵심 정책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지방외교 거점'으로서 제주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세계평화의섬 지정 20주년을 맞아 지속 가능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제주의 핵심 가치를 국제사회에 확산할 계획이다. 탄소 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관광 등 제주의 선도적인 정책 사례를 세계와 공유하며 틱톡 코리아와의 협업을 통해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청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참가자들을 위해 제주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예술', '자연', '마을', '평화' 테마의 4개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는 이날 도청 탐라홀에서 제20회 제주포럼 준비 상황 보고회를 열어 세부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실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가 보유한 자연경관과 마이스 인프라를 넘어 우리 도정의 주요 정책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면서 의제를 선점하고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는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이자 제주포럼 20회를 맞는 의미 있는 해"라면서 "4000여명 참가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식음료와 숙박시설 점검에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의 선거 벽보가 제주 곳곳에 부착되기 시작했지만 유독 한 후보는 빠졌다. 기호 8번 무소속 송진호 후보다. 벽보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5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기호 8번 무소속 송진호 후보의 선거 벽보는 제주 지역에 부착되지 않았다. 송 후보는 선거 벽보 제출 마감일인 지난 14일 오후 6시까지 선관위에 벽보를 제출하지 못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송 후보 측은 벽보를 택배로 발송했으나 마감 시한 내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지연 제출로 과태료를 납부하더라도 자정 전까지 물품이 도착해야 부착이 가능하지만 이날 자정까지도 택배는 배송되지 않았다. 선관위가 직접 택배사에 배송가능 시각까지 문의했지만 "시한 내 도착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런 문제로 지난 15일 오후 제주시 남녕고 건너편 벽에 설치된 선거 벽보 등 도내 곳곳에서도 기호 8번 자리는 아예 비었다. 제주도선관위 관계자는 "송 후보의 벽보 누락은 제주뿐 아니라 일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벽보가 도착하지 않은 이상 부착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제주 지역에는 모두 864곳(제주시 577곳, 서귀포시 287곳)에 선거 벽보가 부착된다. 벽보에는 후보자의 이름, 사진, 기호, 학력 및 경력, 주요 공약 등이 담겨 유권자가 거리에서 후보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도선관위는 벽보 내용에 거짓이 있을 경우 누구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공직선거법에 따라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임의로 철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오는 20일까지 각 가정에 책자형 선거공보를 발송할 예정이다. 선거공보에는 각 후보자의 재산·병역·납세·전과 이력 등 정보공개자료가 담긴다. 중앙선관위 정책공약마당(policy.nec.go.kr)에서는 정당의 10대 정책과 후보별 10대 공약도 열람할 수 있다. 이번 대선 재외투표는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선상투표는 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다. 사전투표는 오는 29, 30일 양일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시된다. 본 투표는 다음 달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투표 종료 직후 개표가 이뤄지며 당선인이 확정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전국 시·도 교육감 직무수행 평가에서 6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2025년 4월 전국 시도 교육감 직무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긍정평가 59.5%를 기록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다만, 지난 3월 평가(62.7%)보다는 3.2%포인트 하락했다. 뒤를 이어 김대중 전남교육감이 56.7%로 2위, 천창수 울산교육감이 45.0%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세종 최교진(4위), 경남 박종훈(5위), 충북 윤건영(6위), 광주 이정선(7위), 경북 임종식(8위), 충남 김지철(9위), 서울 정근식(10위), 전북 서거석(11위), 인천 도성훈(12위) 순이다. 부산은 교육감 선거가 지난달 2일 치러진 관계로 이번 평가에서는 제외됐다. 이달 조사부터 결과가 반영될 예정이다. 리얼미터는 13위 이하의 하위권 결과는 비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8일부터 31일,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만36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시도별로는 3~4월 기간 동안 각 800명을 표본으로 삼았다. 통계 보정은 지난해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대·권역별 가중치를 부여해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응답률은 3.4%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끝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14일 한국 경제에 대한 ‘0%대 성장률 전망’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2월 1.6%로 전망했던 것을 이번에 0.8%로 낮췄다. 3개월 새 성장률 전망치가 반토막 났다. 그동안 0%대 성장률을 전망한 곳은 주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었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IB 8곳의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3월 말 1.4%에서 4월 말 0.8%로 한달 새 0.6%포인트 급락했다. KDI의 수정 전망치는 IB 평균과 비슷하지만 정부기관이나 국책연구원 중 처음으로 0%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KDI는 미국발 관세 충격이 성장률을 0.5%포인트, 비상계엄 여파와 건설경기 침체 등에 따른 내수 부진이 0.3%포인트 갉아먹을 것으로 봤다. 수출과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민간소비 증가율도 1.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투자·내수의 동반 급랭이다. 트럼프발 관세 영향이 커지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시장은 벌써 실물경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규직 비중이 높고 처우도 괜찮은 제조업 취업자가 4월에 1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곤 60분 회의하면 59분 동안 마이크를 독점한다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헌법재판소에 탄핵 피청구인으로 서서도 80분간 마이크를 놓지 않는 모습을 모두가 보기도 했다. 영화 ‘다운폴’ 속 히틀러도 그에 못지않다. 지하벙커 속에서 절망적인 마지막 14일 동안 히틀러는 모든 발언을 독점하고 끝없이 ‘한탄’과 ‘샤우팅’을 반복한다. 히틀러는 유언장도 1부와 2부로 장황하게 작성해 놓고도 나치의 합참의장이었던 빌헬름 카이텔(Wilhelm Keitel) 장군에게 보내는 또 다른 유언장을 작성한다. 히틀러 본인 서명이 들어간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 문서다. 참으로 할 말이 많았던 인물이다. 그 유언장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민족과 독일군은 이 길고도 힘든 싸움에서 모든 것을 마지막까지 바쳤다. 그 희생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나의 신뢰를 악용했다. 전쟁을 치르는 도처에서 불충과 배신이 투쟁의 힘을 훼손했다… 이 전쟁에서 독일 민족의 노력과 희생은 너무나도 커서 나는 그러한 노력과 희생이 허사가 됐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히틀러는 마지막 순간까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연히 자책도 하지 않았다. 히틀러 자신
우리나라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 주 헌법 96조는 '공무원은 개별 정당이 아니라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헌법과 유사하다. 다만 여기에 더하여 '공무원은 그 의무 수행 과정은 물론 수행 범위 밖에서도 항상 민주적 헌법 국가에 종사할 것을 선언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부분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Civil servants shall be the servants of the entire people rather than of an individual party. The civil servants must declare his/her support of the democratic constitutional state at all times and must be loyal to it in the course as well as outside of the performance of his/her duties. # 민주적 헌법질서에 종사하는 공무원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민주적 헌법질서이다. 역사상 최초의 헌법 공
“어머니, 어디 가십디강?” 이른 아침 어머니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보니, 어머니가 주무시면서 잠꼬대를 하신다. 꿈을 꾸셨나 보다. 103세 어머니가 꿈속에서 당신의 어머니를 만나시다니.... 어머니 임하용님은 1880년 명치 13년에 출생, 43세에 막둥이 딸을 낳으셨다. ‘성춘(成春)’이라 부르실 적에 ‘네 인생에 봄을 이루어라’ 기원하셨을 할머니를 생각해 본다. 살아 계시다면 146세가 넘으셨을 터. 그래도 꿈속에서 만난 어머니는, 생생한 땀 냄새에서 달콤한 살 내음이 느껴지는 제주 여인이 아니었을까? 초등학교 때 일이다. 어머니가 클방(정미소)에서 쌀을 한 짐 지고 오셨다. 아, 그 껍질을 갓 벗겨낸 쌀(곤쌀)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라니.... 우리는 그때 쌀을 일컬어 ‘고운 쌀’이라고, ‘곤쌀’이라 불렀다. 그 투명하게 기름기가 흐르는 쌀 한 줌을 입에 털어 넣고서 씹고 또 씹으면 흘러나오던 달짝지근한 맛, 그 비몽사몽의 감미로움이여! 어머니가 쌀 구덕을 난간에 부려놓자마자, 나는 얼른 팔을 뻗어서 쌀 한 줌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혹시나 꾸중이 날아 올까 봐 얼른 달아날 태세를 취하였다. 그러자 막 머릿수건을 벗어서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이달 6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어린이날 홈경기를 맞아 많은 가족 단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제주SK FC는 강원FC에 0-3으로 완패하며 경기장엔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일부 서포터즈들이 선수단 통로와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단순한 패배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무기력한 경기력, 그에 대한 해명도, 표정도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팀의 태도에 팬들의 쌓인 감정이 터졌다. K리그에서 '버막(버스 막기)'은 낯설지 않다. 성적 부진이나 프런트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때 전국 각지의 경기장 주차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2023년 수원삼성이 강등이 확정된 뒤 팬들은 2시간 넘게 선수단 버스를 막고 단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제주 사태는 방식과 반응, 그리고 이후 전개까지 모두 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동진 선수가 있었다. 팬들과 마주한 그는 언성을 높였고, 일부 팬은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박 선수가 팬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과 이를 말리는 구단 관계자의 모습이 담겼다. 여기까지는 다소 거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전개는 K리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박 선수는
4월 3일 오전 9시.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으로 향하는 길. 유족을 태운 차량과 전세버스 행렬 사이로 익숙한 구호와 피켓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2공항 결사반대", "환경을 지켜라." 4·3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이 날만큼은 다른 주장들까지 추모의 공간에 겹쳐 있었다. 주차장은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과 경호 인력이 출입 동선을 통제했고,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 옷차림의 인파 사이로 하얀 국화가 하나둘 지나갔다. 추모와 경계가 교차하는 긴장된 공기 속에서 오전 10시 정각을 알리는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 엄숙한 분위기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단상에 오르면서 갈라졌다. "윤석열 탄핵!", "한덕수는 물러가라!"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연신 고성을 질렀고, 행사 진행요원과 보안 인력이 즉각 달려들었다. 팔이 붙잡히고, 입이 막히는 순간. 참석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남성은 6~8명의 경호 인력에 둘러싸인 채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추념식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이 물리적 제지, 이른바 '입틀막'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윤석열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왕벚나무 아래,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아이들은 솜사탕을 들고 뛰어다니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도심 속 대표 봄 축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기도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건 벚꽃보다 비싼 축제장 음식값이었다. 지난 29일 한 이용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순대 6조각에 2만5000원, 오케이'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적은 양의 순대볶음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해당 노점은 전농로 축제장 먹거리 부스 중 한 곳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꼼장어는 3만원, 아이들 헬륨풍선은 하나에 2만원이었다", "가격표도 안 보이고 결제 후 알게 되는 구조", "여기 노점 바베큐도 바가지다. 제주도민 아니고 육지 떠돌이 장사꾼들"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만난 도민 정모씨(33·여)는 "제주를 찾은 지인들에게 '축제니까 즐기라'고 했는데 바가지 가격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가지 논란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봄 '비계 삼겹살'
제주의 대표 봄 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올해 기상 악화로 중도 취소되자 지역 사회 내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축제 명칭과 정체성 문제부터 천문학적 예산 집행까지, 여러 갈래의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열릴 예정이던 ‘제27회 제주들불축제’는 태풍급 강풍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일부 행사는 분산 개최 형식으로 열어 축제를 마무리했다. 2년 만에 열린 이번 축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로 기획돼 주목받았지만 디지털 전환 시도마저 완전히 구현되지 못한 채 아쉽게 막을 내렸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로 시작됐다. 제주 전통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마을 단위로 불을 놓던 풍습을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산불 위험성,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오름 불놓기’는 해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2022년에는 전국적인 산불 재난으로 축제가 전면 취소됐고, 2023년에는 산불경보로 불놓기 행사가 급히 철회됐다. 환경단체와 도민 청원 등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제주시는 올해부터 '불놓기'를 과감히 제외하고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빛 중
옛날부터 지금까지 거지 무리가 저지른 가장 중심 되는 악행은 사기다. 이것은 사람들이 가장 증오하는 점이다. 그런데 인간세상은 늘 바뀌고 사기술도 변하기에 세상 사람은 결국 다시 속임수에 걸려든다. 그러니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전체적으로 말해서 거지 사기술은 약간의 노리기(노림술)일 뿐이다. 새로운 술수를 부리고 기발한 생각을 해내는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 자주 썼던 거지의 사기술 몇 가지를 보자. 청나라 때에 A씨가 타인이 일을 하는 데 중간에서 증인을 서주기로 하고 모두가 공소(公所, 동업자 조합 사무소)에 함께 가서 은량1)을 봉하여 저장하기로 하였다. 은량을 저울질할 때 마침 대나무 바구니를 손에 든 거지가 와서 구걸했다. A씨가 부스러기 은전 몇 개를 건네주었다. 거지가 적다고 했다. A씨가 화나는 척하며 거지가 들고 있는 낡은 옷으로 덮여있는 바구니에 원보를 던져주면서 질책하였다. “네가 바라는 것이 이거냐?” 거지는 질겁해서 말했다. “부자 어른께서 몇 푼 던져주고 싶지 않으면 주지 않으시면 될 일이지, 그렇게 화까지 내고 그러십니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원보를 꺼내어 탁자위에 올려놓고 다른 돈은 받지도 않고 떠났다. 나중에 피해자가 봉인을 뜯고 나서야, 거지가 돌려준 원보는 가짜 돈이고 진짜는 가지고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A씨와 거지는 한통속이었다. 바꿔치기 수법으로 편취한 것이었다. 모과 회시 때에 각 성의 관용 수레가 경성에 군집하였다. 어떤 효렴(孝廉)이 유리창(琉璃廠)을 지날 때에, 남색 나사 마괘자를 손에 들고 장사하는 거지를 만났다. 보아하니 도둑질해온 것 같았다. 가격을 물으니 아니나 다를까, 은자 2량이라 하였다. 가격이 너무 쌌기에, 효렴은 기뻐 당장에 샀다. 돌아간 후 효렴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누가 장안 생활이 쉽지 않다고 했는가. 달랑 은자 2량으로 나사 마괘자를 살 수 있잖은가.” 사람들이 믿지 않자, 보여줄 요량으로 옷 보따리를 열었다. 그런데 질척질척한 흙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정말로 마괘자인줄 알았잖소. 흙이라니. 그러니 은자 2량인 게지요.” 효렴은 의아해 하며 말했다. “분명히 마괘자였는데. 어떻게 흙으로 바뀔 수 있지?” 사람들은 바꿔치기 수법에 당했다고 알려주었다. 먼저 흙이 든 보따리를 숨겨뒀다가 매매가 성립될 때에 진짜 물건과 교묘하게 바꿔치기 한 것이었다. 바꿔치기 한 것이 들통 나서 팔지 못하게 된다하더라도 되돌려 주면 그뿐이었다. 아니, 옆에 있던 사람이 자기 것이라고 손에서 뺏어가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사는 사람은 장물을 사려했다고 고발당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니, 그저 사기 당해 손해 봤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소한 것에 욕심을 부리는 그런 사람은, 어떤 일에 연계시키기만 하면 계략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보는 게 인생사이지 않던가. 바꿔치기 수법은 거지들이 상용하는, 또 짝과 공모하여 저지르는 사기술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은량(銀兩), 옛날 화폐로 사용한 은이다. ‘양(兩)’을 단위로 중국 각지에서 통용되었던 본위 화폐로, 정해진 화폐는 없고 ‘원보은(元寶银)’, ‘마제은(馬蹄银)’ 등으로 통용하고 실제로는 ‘원(元)’으로 환산해 사용하였다. 1935년에 ‘폐량개원(廢兩改元)’이 실행돼 폐지되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거지가 있는 반면에 물에 빠져 죽은 거지의 시신을 부친과 남편으로 오해하여 상복을 입고 효경을 다한 경우도 있다. 이 이야기는 청나라 때 남정원이 『녹주공안』에 기록한 내용이다. 남정원 본인이 광동 보녕(普寧) 현령으로 있을 때 친히 경험했던, 숨겨져 있던 일을 밝혀내어 고발했던 살인사건이다. 현민 정후추(鄭侯秋)의 처 진(陳) 씨가 어떤 사람이 자기 남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현아(縣衙)에 고발하였다. 진 씨의 말은 이랬다 : 남편이 남동방(南董坊)의 보장1)을 담당하고 있을 때에, 소방무(蕭邦武)가 계약서를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고 숨기자 남편이 그것을 따지니 앙심을 품고 있었다. 소방무는 11월 13일에 폭도들을 데리고 정 씨 집으로 몰려가서 재산을 강탈했다. 남편은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중상을 입고 피할 데가 없어 강에 뛰어들어 죽었다. 시체는 지금 협산(峽山) 개천에 있다고 하였다. 오래지 않아 죽은 사람의 아들이 배를 타고 가서 시신을 싣고 와서 현령에게 검시해 달라고 했다. 죽은 사람의 손톱에 진흙과 모래가 잔존한 것을 보니 익사한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상흔 하나 없는 몸에 얼굴만 식별하기 어렵게 변해 있었다. 진 씨 모자는 상복을 입고 애통하게 울면서 현령에게 소방무 등의 목숨으로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런데 여러 가지 자료와 의혹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후추가 평상시에 도적들의 범행을 내버려둬서 백성에게 해를 끼친 까닭에 관부의 추문이 무서워 도망간 것이 분명했다. 처자는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모함하고 있었다. 삼일도 지나지 않아 부근 혜래(惠來)현에 숨어있던 정후추가 체포되면서 사건이 해결되었다. 진상이 확연하게 밝혀지니 칭찬이 자자했다. 마지막에 남정원이 말했다. “그 시체는 어디에서 가져온 것이냐 물으니, 물에 빠진지 오래된 주인 없는 거지 시체를 실어왔다고 한다. 지금 가짜 아들, 가짜 처가 남편을 위하여 상복 입고 효를 다하며 상장을 짚어 입관하고 장사를 지내니, 체통이 어찌 서겠는가. 그 거지도 웃음을 머금고 구천으로 갔을 것이다.” 『의옥집』에 기록된 무참하게 머리를 잘리어 증거물로 변한 억울한 거지와 비교하면 물에 빠져 죽은 배고픈 거지는 행운인 셈이다. 그러나 거지로 전락하면 결국 배고픔과 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갈 데 없게 된다. 종국에는 물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은 어쨌든 처참하지 않은가. 이러한 무고의 살인사건이 아니더라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가련한 벌레처럼 조용하게 사라졌을 것이다. 거짓 장례식이 거행된다하여도 무슨 필요가 있을까? 살아있을 때 그에게 보잘 것 없는 음식이라도 실컷 먹게 하여 편각이라도 인생 여정을 연장시키는 것보다 못하지 않는가. 생활이 곤궁해 초라하게 되어 죽는다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손면(孫沔), 거지를 혹형으로 다스리다 거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도둑질하기도 하고 사기 치기도 하고 강탈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다. 『절옥귀감』 권5의 기록을 보면 송나라 때에, 추밀부사 손면(孫沔)이 항주지사를 담당할 때 왼쪽 손은 없고 오른쪽은 두 손가락만 있는 거지가 가난뱅이 집의 솥을 훔치다가 싸움이 붙어 법정에 서게 되었다. 거지는 손이 잘린 왼쪽 팔을 들고 울면서 말했다. “가난뱅이가 저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손도 없는 거지가 어찌 솥을 훔친다는 말입니까?” 손면은 곧바로 동의하면서 가난뱅이를 책망하며 쫓아냈다. 그런 후 부드러운 말로 거지를 안위하고는 솥을 건네주었다. 거지는 처음에는 받지 않자 손면이 몇 차례 더 안위하였다. 그러자 거지는 손면의 속셈을 모르고 남아있는 두 손가락으로 솥을 들고 팔을 이용하여 천천히 들어 머리에 얹혔다. 가만히 보고 있던 손면이 사람을 시켜 다시 잡아오게 한 후 그의 손가락을 잘라 대중에게 보였다. 그런 판결에 대해 손극(孫克)은 평했다. “간악한 일을 징치하는 것은 중용의 도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 부득이한 경우에만 그렇게 한다. 여공작(呂公綽)이 병사에게 특별히 사형을 판결한 까닭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 군인의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일의 관계가 중대하니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 간악한 무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도리 상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됐다. 거지가 솥을 훔친 일은 지극히 하찮아서 말할 가치도 없다. 사실을 밝혀내면 그뿐이다. 법을 넘어 혹형으로 처벌했으니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세속에서는 칭찬받아 명예를 드높일 수는 있지만 군자가 행할 일은 아니다. 특별히 여기에 그 일을 기록하고 그 뜻을 판별하여 분석해 놓으니 간악한 사람을 징치하는 데에 경계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극은 손면이 솥을 훔친 거지에게 남은 손가락마저 잘라버리는 참형을 내린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양형이 과중하다고 보고 ‘법의 정도를 넘은 혹형’이라고 단언했다. 사실 너무 과했다. 잔인하다 아니할 수 없다. 달리 생각해보자. 훔친 것이 맞다하더라도 남은 삶은 또 어떻게 꾸려나가야 한단 말인가. 거지의 처지가 불쌍할 뿐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옛날 보갑제도(保甲制度)의 보장이다. 청대(淸代)에는 ‘보정(保正)’, ‘지보(地保)’, ‘지방(地方)’, ‘지갑(地甲)’, ‘리서(里胥)’라고 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거지 구성원 성분은 대단히 복잡하다. 예부터 그랬다. 이것이 거지가 자주 범죄에 연루되는 기본적인 원인이다. 송나라 때 정극(鄭克)이 편찬한 『절옥귀감(折獄龜鑑)』에 ‘위정람상(韋鼎覽狀)’의 일을 기술하고 있다. 위정(韋鼎, 515~593)이 광주자사(光州刺史)에 부임했을 때 손님으로 갔다가 주인집 첩과 사통한 사건이 벌어졌다. 손님이 돌아갈 때를 기다려 첩이 귀중한 재물을 훔친 후 야밤에 도망쳤다. 오래지 않아 죽임을 당하여 풀덤불에 던져졌다. 주인이 손님과 첩이 사통했다는 것을 알고 손님이 첩을 살해했다고 고발하였다. 현리가 심문한 후 손님과 첩이 간통한 죄상을 파악하고 손님을 사형에 쳐하도록 판결하였다. 사건 심리가 종결되어 주부에 보고하였다. 위정이 안건을 살핀 후에 말했다. “이 손님은 간통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모 사찰의 승녀가 첩을 기만하여 재물을 훔쳐오도록 한 후 사찰의 노예를 시켜 그녀를 죽이도록 하였다. 장물은 지금 모처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곧바로 손님을 석방하고 중을 체포토록 했으며 동시에 장물을 찾아내었다. 이때부터 관할 지역 내에 질서가 잡혔고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을 정도로 세상이 태평하고 기풍이 올바르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성도고금기(成都古今記)』에서 소회무(蕭懷武)의 일도 기록하였다. 오대시기에 전촉(前蜀) 후주의 부하 중에 소회무라는 관리가 있었다. 특무 조직 ‘심사단(尋事團)’을 책임지고 있었다. 본래 순군(巡軍)과 같은 직무였다. 그는 100여 명을 관할했고 그들 각각은 십여 명의 심복을 양성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시때때로 모이고 흩어지니, 사람들이 판별하기 어려워 ‘개’라고 불렀다. 큰 길이나 작은 골목에서 무의(巫醫), 술집 심부름꾼, 거지, 고용인부, 장사꾼(행상인), 심지어 아동 중에도 그들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민간 백성의 사사로운 비밀도 그들은 모르는 게 없을 정도였다. 그들 중에 어떤 사람은 주군(州郡) 관부나 훈신 귀척의 집에서 밥 짓고 말을 기르고 수레를 몰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공적 사적의 모든 동정을 아무 때나 소회무에게 비밀리에 보고하였다. 이러니 사람들은 두려워졌다. 자기 신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소회무의 앞잡이라 의심하였다. 소회무는 그것을 빌미로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 원성이 조정 내외에 가득했다. 곽숭도(郭崇韜)가 군대를 거느리고 촉에 입성한 후 그 집안의 재산을 몰수하고 참수 시켰다. 이에 대해 정극은 말했다. “이것이 간악한 사람을 정탐하다가 오히려 간악하게 되는 사례다. 눈과 귀가 되어 감시할 수 있는데 어찌 똑똑히 분별하지 못하여 원망이 생기겠는가?” 거지도 그 사이에서 어릿광대 역을 분명히 했을 것이다. 팔 잘린 거지, 알고 보니 도적이었다 도적질을 하다가 곤궁해져서 거지가 되기도 했다. 청나라 광서 23년(1897), 소흥(紹興) 수징교(水澄橋) 다리 어귀에서 두 팔이 없는 거지가 구걸하러 다녔다. 그는 아무 때나 두 다리로 골패를 가지고 놀면서 도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발가락으로 기와 조각을 집고 수십 보나 멀리 던지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 소년 시절에 악인의 유혹에 빠져 도적이 됐다. 한번은 복건(福建)에 있는 모 부잣집에 도둑질하러 갔는데 그 집에서 방비하고 있었다. 곧바로 지붕으로 도망쳤지만 은밀히 추적하는 사람을 따돌리지 못했다. 저항할 틈도 없이 왼쪽 팔이 잘려나갔다. 아픔을 참으면 간신히 담을 뛰어넘어 도망쳤다. 나중에 1척 정도까지 추격해 온 사람에게 오른쪽 팔까지 잘려나갔다. 다시 추격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자 사찰에 들어가 숨었다. 사찰의 스님은 자비로웠다. 의술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치료까지 해줬다. 3개월 정도 지나서야 아물었다. 원래 패거리가 3명이었는데 2명은 사로잡혔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구걸하면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는 두 팔이 없지만 능히 뛰어오를 수 있었다. 빙 둘러선 구경꾼들이 돈을 주겠다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그가 다리 어귀에서 다리 밑으로 뛰어내리면 착지할 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의 경공(輕功)은 여전했다. 이 사례는 거지의 출신성분을 보면 숨어 지내는 범죄자도 받아들여 은닉시켜주는 단체였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반대로 무고한 거지를 억울하게 죽이는 경우도 생겼다. 『의옥집』 권10에 집록된 『포급람원개(捕急濫寃丐)』의 기록이다 : 선현(宣縣)과 흡현(歙縣) 사이에 있는 지역에 강도가 밤에 길을 가던 행인을 죽이고 목을 잘라 머리만 가지고 사라진 사건이 발생하였다. 날이 밝아올 때, 길 가던 사람이 거기에서 피를 밟아 넘어졌다. 급히 혐의를 벗으려 애썼으나 관부는 살인범으로 몰아 옥에 가둬버렸다. 그런데 맞춰 볼 사람머리가 없으니 안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상부에서는 기한을 두고 빨리 해결하라 다그쳤다. 포리(捕吏)는 병이 들어 거동하기 힘든 거지의 머리를 잘라 숫자를 채웠다. 살인 혐의를 받아 옥에 갇힌 그 사람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어쩔 수 없이 허위자백 했다. 결국 사형이 집행되었다. 나중에서야 진범이 잡혔다. 하지만 이미 길을 가던 무고한 사람과 불쌍한 거지가 죽임을 당한 후였다. 흉악범 한 명에, 원혼이 세 명이나 생겼다. 거지는 무슨 잘못이 있는가. 무고한 사람을 남살하는 관부는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더욱이 거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시신에 머리가 없다고 거지의 머리를 잘라 숫자를 채우다니.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가! 세속 관념 중 거지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비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물의 화원(畫園),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9명의 화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중견작가 3명과 청년·신진작가 6명이 동물 주제를 가지고 마련하였다.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는 주제에 걸 맞게 모두 포유류나 조류와 같은 동물을 그린 그림들이다. 그래도 동물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강부언의 바다는 숨을 죽이고 있다. 무엇인가 기다리는 의아한 분위기이다. 해안에서 고즈넉히 쉬고 있는 백로의 무리들은 순백의 형상이 오늘따라 순수하게 느껴진다. 백로들은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희다. 흰 것은 고고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한한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앞날에 변해가는 환경의 배반이 짙은 슬픔으로 배어난다. 오승익은 자신의 인생 경험에 말못하는 고통이 있었다. 붉은 색은 그의 감정의 색이다. 강렬한 븕은 색의 한라산 아래 작가의 변신처럼 마소가 침묵 상징이 되고 있다. 살암시민 살아지는 삶은 인고(忍苦)의 언어이다. 그러나 한라산의 아픈 침묵을 깨려는 듯 마음은 어느새 산자락 아래 무겁게 서 있다. 이미선은 남방돌고래의 빠른 유영에서 바다 평원을 구르는 파도에 감기는 동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돌고래가 화가 자신이 되는 순간 바다는 새롭게 사유하는 공간이 된다. 세상의 비밀은 운동성에 있으며, 만물은 모두 움직이고 생명의 역동은 움직일 때 다시 살아난다. 물결이나 선이나 동작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그것들의 관계에서만 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김산은 만월, 원시림, 물을 통해서 자연은 하나이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의 조화이다. 작가는 자연 자체이면서 자연의 매개자인 백록을 통해, 인간의 염원으로서 오래된 미래의 이상향을 꿈꾸고 있다. 김원재는 신비하게 생각되는 흰 까마귀를 등장시켜 사회 속의 다름과 이질적인 차이에 대해서 고민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름이란 마치 환경에서 천적에게 노출된 것처럼 따돌림되기 일쑤다. 그렇지만 환경은 스스로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그것이 자연과 인생의 생태계와 비슷하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김지훈은 추상을 마치 의식의 흐름인양 보여준다. 새소리를 그려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세상은 소리로 꼭 차 있다. 인간의 오감 중에 눈은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고, 청각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린다. 소리는 비가시적이지만 어떤 형태를 선명하게 연상할 수가 있다. 소리의 형태적 표현이 리듬이 되는 데 형태와 색채의 음악성이 바로 그림이 된다. 정재훈은 고양이를 그리고 있다. 얼룩은 고양이의 특성을 나타내지만 유추해보면 삶에서 겪어야하는 수많은 사건이나 공포들의 반영처럼 보인다. 홀로 섬에 있다는 것은 물에 갇힌 존재의 고독으로 보이며, 사회적 환경에서 묻어나는 온갖 얼룩은 그래도 평온과 안정의 숲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처지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허진혁은 말의 슬픈 눈동자를 통해서 화가의 삶을 들여다본다. 표현의 자유는 방대하지만, 과연 제도, 명예, 삶은 우리 사회로부터 어느 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예술가의 인생은 마치 첩첩산중을 홀로 가는 말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맛닥뜨리는 현실은 맑은 눈동자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게 한다. 존재는 고통이 있지만 그 고통은 자유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희망일 것이다. 유찬우는 뱀과 도마뱀을 그린다. 원래 뱀은 도마뱀에서 진화하여 지금은 종류가 3700종이나 된다. 유찬우의 뱀은 비바리뱀이다. 비바리뱀은 우리나라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희귀종으로 북방한계선이 된다. 도마뱀은 토종으로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줄장지뱀과 다르다. 뱀의 상징은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악의 화신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칠성신이 된다. 뱀의 생태적 특성이 집을 지키고 쥐를 퇴치하므로 곡식을 지키는 부자의 상징으로 여기며, 칠성신앙은 모계로 전승된다. 칠성은 말 그대로 북두칠성에서 기원하여 죽음을 관장하여 인간의 목숨과 수명을 관리한다. 사실 선과 악은 인간의 가치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담론이며 도덕 윤리 또한 해당 사회의 셰계관에서 비롯된다. 청사는 신성하고 도마뱀은 약자의 생존전략과 닮았다. 변신은 변화이며, 다른 것으로 전환이고 생성과 소멸은 생태계의 조화일터이다. 선악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