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중증 청각장애인 가정에 '눈에 보이는' 화재감지기가 보급된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도민이 화재로부터 안전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한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중증 청각장애인 가정(1346가구)과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6660가구) 등 화재 안전에 취약한 7946가구다. 청각장애인 가구에는 화재시 음향 경보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봉으로 빛을 내는 시각 표시기능이 있는 '시각경보형 감지기'를 보급한다. 그 외 대상 가구에는 화재시 음향 경보만 울리는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보급한다. 감지기는 관할소방서 소속 의용소방대가 주택 안전 점검의 날 등을 활용해 직접 대상 가구를 찾아 설치한다. 박근오 제주소방본부장은 "취약계층이 화재로부터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맞춤형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승용차로 치고 달아난 70대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서부경찰서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상 도주치상)로 7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 45분께 제주시 오라3동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여성 B씨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B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던 A씨는 얼마 후 다시 사고 현장을 찾았다. 당시 목격자 신고를 받은 경찰과 119구급대원이 출동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무엇인가에 부딪쳤는데 사람인 줄은 몰랐다"며 "사이드미러가 파손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사고 현장에 다시 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면허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자세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CBS가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해법을 고민하는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 ‘기후역습-제주의 봄가을은 안녕하십니까’ 2부작을 방송(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한다고 31일 밝혔다. 다음달 2일 오후 5시부터 30분간 방송될 1부 ‘봄과 가을의 기억, 그리고 경고’는 기후위기가 가져올 어두운 미래와 경제성장의 과실만을 좇으며 기후위기 대응에 소홀히 한 과거를 조명했다. 2부 ‘한강과 라인강의 기적 그리고 기후’는 다음달 3일 오후 5시에 방송된다. 기후교육과 환경교육으로 기후위기의 해법을 제시하는 독일의 사례와 우리 기후교육의 현실을 비교했다. 이인 기자가 기획·취재하고 류도성 아나운서가 연출한 ‘기후역습-제주의 봄가을은 안녕하십니까’는 기후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와 국내 기후교육 현장을 집중 취재한 결과물이다. 제주CBS는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다양한 교육자와 전문가, 학생들을 만났다. 국내에서도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기후교육 현장을 취재했다. 내레이션은 제주에서 친환경 감귤 농사를 지으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인 ‘루시드폴’이 맡았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또 15살부터 금요일마다 지구환경 파괴에 침묵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의미로 등교거부 시위를 벌이고 유엔본부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며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해온 스웨덴 환경운동가 ’툰베리‘가 가상인물로 출연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일본에 있는 제주4·3 피해자에 대한 추가 실태조사와 함께 희생자 추가 접수가 이뤄진다. 제주도는 오영훈 제주지사가 지난 29일 일본 오사카 통국사 재일본 제주4·3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후 재일본 제주4·3희생자유족회 오사카지부와 간담회를 가졌다고 30일 밝혔다. 오 지사는 간담회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가 보상금 지급과 직권재심을 통한 명예회복 등 과거사 해결의 모범사례로 거듭나고 있는 4·3 의 피해 회복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거주하는 생존 희생자와 유족도 국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고 희생자 추가 신고를 위한 행정적 지원을 약속하고 유족회의 협조를 부탁했다. 오 지사는 “무고한 희생이라는 아픔을 이겨내고 정의로운 해결로 나아가는 제주4·3의 진전된 역사는 관서지역 제주인들에게는 남다른 감동 그 자체일 것”이라면서 “ 4·3 의 광풍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 이국땅에서 힘들게 버터야 했던 가슴속 한과 서러움을 씻을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추가조사와 4·3 희생자 추가접수도 벌이고 있다”며 “일본에 있다는 이유로 피해 보상과 명예 회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꼼꼼하고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오광현 재일본 제주4·3희생자유족회 오사카지부 회장은 “일본에서도 국가 보상금 신청이 가능하도록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많은 유족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보상 절차를 신속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주시 조천읍 출신의 한 유족은 “시아버지가 4·3 때 창에 찔려 후유증으로 10년 동안 고생하다 돌아가셨다”면서 “후유증으로 나중에 돌아가신 분도 피해자로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이와 관련해 “외교부와 협의해 주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피해 신고나 보상금 신청에 관련한 증명서 발급 및 접수가 가능하도록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신고 및 보상 절차 안내와 상담 등 제주도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는 지난 1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재일본 4·3 희생자와 유족을 비롯한 4·3사건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제8차 추가 신청을 받고 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삼다수재단이 제주와 국가를 위한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2023년도 장학생을 모집한다. 제주삼다수재단은 2023년도 제주삼다수장학생 165명(대학생 60명, 고교생 60명, 중학생 45명)을 모집한다고 31일 밝혔다. 대학생의 경우 제주도 내에 1년 이상(연속) 주소지가 등록돼 사실상 거주하고 있는 제주도민 또는 제주도민의 자녀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학업성적과 생활정도를 고려해 선발된다. 등록금 범위 내에서 1년간 최대 550만원이 지원된다. 대학생 장학생 신청 접수는 다음달 10일까지 제주삼다수재단누리집(samdasoo.incruit.com)에서 받는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개발공사 홈페이지(www.jpdc.co.kr) 공지사항 또는 제주삼다수재단 누리집 지원공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고등학생과 중학생은 오는 4월에 각 학교 학교장 추천을 통해 선발한다. 고등학생은 도내 30개교에서 학교당 2명(성적우수자 1명, 저소득층 1명)씩 모두 60명을 선발한다. 중학생은 도내 중학교 45개교를 대상으로 학교당 1명(저소득층 1명)씩 모두 45명을 선발한다. 제주삼다수재단은 지난 2006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1637명의 장학생을 선발, 37억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해오면서 제주도내 최대 규모의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경호 제주삼다수재단 이사는 “제주 출신의 우수한 청년들이 무한한 꿈과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 제주삼다수재단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지난해 제주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이 처음 100명대를 넘어섰다.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제주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104명으로 전년 46명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5년간 제주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은 2016년 28명, 2017년 35명, 2018년 33명, 2019년 60명, 2020년 96명, 2021년 46명 등이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20대 25명, 30대 22명, 50대 20명 순이다. 10대 청소년도 2명이 적발됐다.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가 전체 마약사범의 절반 가까운 47.1%(49명)를 차지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온라인 등을 통해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마약사범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주는 관광지라는 특성상 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 등이 마약을 투약하거나 판매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1년 내내 특별단속 기간이라는 생각으로 마약류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빚은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공동체 회복을 위한 치유의 숲이 조성된다. 서귀포시는 20억여원을 들여 강정마을 근린공원 '제일강정 푸른꿈' 조성공사를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제일강정 푸른꿈 공원은 강정마을과 제주도, 정부 3자 합의에 따라 강정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된다. 앞서 서귀포시는 2019년 12월부터 지방비를 들여 근린공원 조성지로 강정마을 의례회관 주변 사유지 12필지, 1만4370㎡를 매입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강정 근린공원 조성 실시설계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의견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11월 조성사업 실시계획작성을 고시했다. 시는 2024년까지 강정 근린공원을 완공한 이후에도 주민 의견을 받아 미비한 부분에 대해 보완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강정마을 주민공동체를 회복하고 주민들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공원 조성공사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눈 구경을 하려는 차량이 제주 1100도로에 몰리면서 도로가 긴급 통제됐다. 제주도는 30일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1100도로(구 탐라대 사거리∼어승생삼거리) 대형 교통사고 우려로 오후 5시까지 차량 전면통제중이니 교통안전을 위해 우회해달라"고 알렸다. 제주도 산지에는 앞서 지난 28일까지 내린 많은 눈이 쌓여있다. 이날 제주지역이 맑은 날씨를 보이며 파란 하늘 아래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졌다. 이러다보니 설경 명소로 꼽히는 1100도로에 오전부터 눈 구경 인파가 몰리며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특히 이날 한라산 탐방로 중 성판악·관음사·영실 코스 등이 최근 내린 폭설로 인한 시설물 점검을 이유로 통제된 가운데 어리목 코스만 개방되다보니 어리목 인근 구간에 차량이 몰렸다. 또한 한라산 설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어승생악 탐방로(어리목 탐방안내소∼어승생악 정상)와 1100고지 습지도 1100도로를 지나야 갈 수 있다. 도로 옆에 눈이 쌓여있는 상황이다보니 많은 차량이 도로를 침범해 주차하면서 편도 1차로 도로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자치경찰단은 "현장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양방향 소통이 어렵다"며 "버스는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100도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도로로, 한라산 1100고지(해발 1100m)를 통과해 1100도로라고 불린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많은 눈이 내린 제주에서 눈길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29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와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시 42분께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의 한 도로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차들이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차량 7∼8대가 사고가 났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이송된 인원은 없었다. 이날 오전부터 이 일대에서 눈길 사고가 잇따르자 제주도는 '어음리 중산간 일대 폭설로 인해 다수 교통사고 및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니 주변 차량 운행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7일에도 오후 5시 30분께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에서 액화석유가스(LPG) 운반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옆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가 경상을 입었고, 다행히 가스 누출은 없었다. 또 같은 날 오후 8시35분께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트럭과 승합차가 충돌하는 사고로 50대 트럭 운전자가 중상, 승합차 탑승자 5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이틀새 곳곳에서 눈길 사고가 속출했다. 기상청은 지난 28일 오후 6시를 기해 제주도남부중산간·제주도북부중산간에 발령했던 대설주의보를 해제했다. 그리고 같은날 오후 10시를 기해 제주도 산지에 발령했던 대설주의보를 해제했다. 기상청은 제주에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바람이 초속 15m 내외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또 제주도 남쪽 먼바다를 중심으로도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2∼4m로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유의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강추위에 제주지역 겨울철 최대전력수요 기록이 경신됐다. 29일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6시 제주지역 최대전력수요는 107만6500㎾로, 지난해 1월13일 기록한 종전 겨울철 최대치(107만4400㎾)보다 2100㎾(0.2%) 늘었다. 최대전력수요 발생 당시 전력 공급 예비력은 47만1600㎾, 예비율은 43.8%로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추위로 인해 난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력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6시 제주 0.1도, 고산 0.4도, 서귀포 0.8도, 성산 -0.7도 등 0도 안팎의 추위 속에 제주도 곳곳에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29일 낮부터 제주의 기온이 차차 오르겠다고 예보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동부경찰서는 온라인상에서 중고물품을 판매한다고 속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30대 A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휴대전화와 의류, 공연 티켓 등을 판다고 속여 피해자 68명으로부터 236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는 물품 대금을 현금으로 입금 받은 뒤 물품을 보내지 않는 수법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자신이 직접 판매 글을 올리기보다는 인터넷 중고거래 직거래 사이트에 특정 물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판매자로 사칭해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9일 최초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범행에 이용된 A씨 명의 계좌를 지급 정지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급 정지로 본인 계좌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텔레그램을 통해 빌린 B씨 명의 2개 계좌를 이용해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계좌를 빌릴 당시 금전적 대가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물품 대금을 도박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를 빌려준 B씨에 대해서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해양경찰이 찜질방 샤워실 바닥에 쓰러진 초등학생을 목격하고 신속히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 목숨을 구했다. 30일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10분께 서귀포시 성산읍 한 찜질방 샤워실에서 미끄러진 A(10)군이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 의식을 잃었다. 성산파출소 소속 이주현(36) 경위는 같은 시각 휴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찜질방을 찾았다. A군 삼촌의 "도와달라"는 다급한 외침 소리를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A군은 당시 맥박이 약하고 호흡이 없었던 상태였다. 해경 구조대원임을 밝힌 이 경위는 A군 입을 벌려 안쪽으로 말려있던 혀를 빼내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이 경위가 심폐소생술을 한 지 약 2∼3분이 지났을 무렵 다행히 A군은 호흡과 의식을 되찾았다. 이 경위는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A군을 인계했다. A군은 제주시내 병원으로 이송돼 검사를 받았다. 일시적인 뇌진탕 증상 외에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위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해경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A군 삼촌은 해경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을 통해 "사고 당시 이 경위님의 적극적인 응급처치가 아니었다면 굉장히 힘든 상황에 부닥치게 됐을 텐데 너무나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국립제주박물관이 30일 19세기 말 제주 지역사와 동아시아 해양교류사의 흔적을 살필 수 있는 자료인 양우종의 '표해일기'(漂海日記)'를 번역·발간했다. '표해일기'는 1893년 12월 제주에서 서울로 가던 무관(武官) 양우종(梁佑宗, 1863∼1917)이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현재 일본 오키나와의 도리시마(鳥島)에 다다르고, 이어 오키나와·가고시마·나가사키를 거쳐 고향 제주에 돌아오기까지 약 3개월간의 여정을 기록한 일기다. 근대 이전 시기 동아시아에서 표류는 각국의 사람과 문화를 소통케 했던 수단이었다. 특히 제주 지역은 섬이라는 특성상 표류가 잦았다. '표해일기'는 19세기 말 제주 사람이 표류하면서 겪었던 사건과 그 과정에서 느낀 개인적 심경을 보여주는 사료로 자료적 가치가 있다. 국립제주박물관은 2010년 양우종의 손자 양경두씨로부터 '표해일기'를 기증받아 현재 상설전시관 조선실에서 전시 중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은 2021년부터 제주 역사 연구에 보탬이 되도록 소장 고문헌을 고전총서로 발간하고 있다. 2021년에는 첫 번째 고전총서로 '지영록'을 발간했고, 2022년에 두 번째로 '표해일기'를 발간했다. '표해일기'는 19세기 말 제주 출신 인물이 오키나와 표류 경험을 직접 서술한 표류기라는 점에 가치가 있다. 국한문 혼용체로 돼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던 '표해일기'의 원문을 여러 전문가가 쉬운 우리말로 풀고 자세한 주석을 달았다. 부록에는 양우종의 표류 경로를 표시한 지도, 후손이 기증한 그 밖의 고서와 고문서를 비롯해 조선시대에 제주에서 오키나와로 표류했다 돌아온 사람들의 기록 7편의 발췌문과 해제 등이 담겼다. 비매품으로 국립제주박물관 누리집(https://jeju.museum.go.kr)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해안사구와 하천 등이 절대보전지역으로 확대 지정됐다. 제주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절대·상대·관리보전지역 지정(변경) 및 지형도면 고시'를 30일 공고했다. 변경안은 절대보전지역 33만4063㎡와 생태계보전지역 1등급 90만㎡, 생태계보전지역 2등급 730만㎡ 등을 각각 추가 지정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도내 절대보전지역은 기존 2억163만9970㎡에서 2억197만4033㎡로 늘어난다. 새로 추가된 절대보전지역은 해안변 경관 보호를 위한 해안가 일대 18만9000㎡다. 또 해안사구 4300㎡와 용암동굴 범위에 드는 것으로 조사된 12만3263㎡도 절대보전지역에 추가된다. 이와 함께 하천구역 및 하천 지역의 절대보전지역이 1만7500㎡ 늘어난다. 이밖에 제주고사리삼 등 멸종위기야생생물 군락지 등이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으로, 임상 및 생태자연도에 따른 자연림이 생태계보전지구 2등급으로 상향된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교육부가 새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집필 기준에 제주 4·3사건을 명시했다. 교육부는 2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수학·과학 외 교과)과 한국과학창의재단(수학·과학)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용 도서(교과서+지도서) 검정 심사기준을 공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교육과정이란 학생들이 초.중.고교 단계별로 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정하는 가이드라인 격으로, '교육과정'이 바뀌면 출판사는 새로운 교과서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교육부는 이때 교과서를 만들면서 유의할 점과 심사 기준 등을 담은 '편찬준거'(집필기준)를 발표해 검정교과서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경우 양질의 교과서 개발을 위해 제주 4·3 사건, 5·18 민주화 운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내용 등을 포함하도록 기준(학습요소)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주4·3은 역사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말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되면서 초·중·고교 사회, 역사, 한국사 교육과정에 제주4.3 및 5·18 민주화운동 등이 삭제돼 논란이 인 것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025년 시행 예정인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수립하면서 모든 교과의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학습요소'를 삭제했다. '학습요소'는 교과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핵심 요소를 말한다. 그런데 새 교육과정안에는 '학습요소'가 사라지면서 교과서에서 4·3을 반드시 다뤄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당시 제주에서는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제주4.3유족회 등이 일제히 반발, "교육부의 2022 교육과정 개정안에 ‘제주4·3’ 기술 근거를 확실하게 명시해 진실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4·3의 정의로운 해결과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아울러 제주도교육청은 2025년 이후 교과서에 4·3이 출판사 뜻에 따라 기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4·3평화재단, 4·3희생자유족회, 교원단체, 역사교사 모임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고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에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해 12월14일 제주 4.3을 교과서 편찬시 반영하라며 개정 교육과정을 수정 의결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의 줄거리와 방향만 간략하게 제시하는 대강화(간소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역사 교과서의 경우 편찬준거 내 편찬 유의점 속에 별도로 학습요소를 만들어 제주 4.3 등 주요 역사적 사건을 제시해 제대로 역사 기술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만나지 못했던 가족·친지들이 3년 만에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세배도 하게 됐다. 일상 회복에 따라 귀성·귀경객은 물론 여행객이 동시에 몰리며 설 연휴 기간 교통 혼잡이 상당할 전망이다. 명절이면 흔히 ‘민심의 용광로’가 열린다고들 한다. 차례와 밥상머리에서 으레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이것이 여론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 보인다. 이미 지난해 추석 때부터 그런 흐름이 있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모여도 과거보다 정치 이야기를 덜 한다. ‘정치 말고 다른 이야기하자’며 애써 피하려 든다. 정치판이 워낙 극단화돼 있어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족·친지들 간에도 얼굴을 붉히거나 큰소리를 내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큰 선거가 없는 해다. 경제 상황은 좋지 않고 민생이 팍팍한데 정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짜증을 더한다. 여야 정당 가릴 것 없이 당대표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표를 새로 뽑는 문제로 시끄럽다. 그러면서 지지층만 바라보는 진영·팬덤 정치,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당론 정치는 강경파의
구정 연휴 3일째다. 올해들어 101세가 되신 어머니가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신다. 눈송이들이 마당 가득 휘날린다. 보목동 강아지는 눈이 내리면 짖는다더니, 우리집 맥스가 컹컹 짖어댄다. 한 겨울에도 눈을 보기가 어려운 대신, 섶섬 앞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눈 덮인 풍경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보목동은 한라산이 팔을 벌리면 품 속 가장 따뜻한 곳에 안기는 위치다. 그래서일까? 눈을 보기도 힘들지만, 설사 눈이 내렸다 해도 포근하기는 마차가지다. 오랜만에 내리는 눈을 방 안에서 바라보니,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는다. 평화로움이 마당에 가득하다. 누군가 먼 데서 찾아올 것만 같다. 나풀거리며 춤을 추듯 내려오던 눈송이들이 동백꽃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맥스가 눈을 붙잡으려고 몸부림친다. 그래, 우리 눈 구경이나 가보자. 맥스와 함께 대문을 나와 구두미포구로 간다. 구두미는 거북의 머리와 꼬리를 닮았다는데, 사실 보목마을 사람들에겐 구두미 앞에 있는 섶섬이 더 친숙하다. 섶섬은 나무가 울창해서 숲섬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섶섬에 있는 문필봉이다. 마치 붓을 닮은 듯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길쭉한 바위 끝이, 신기하게도 뾰죽한 펜 끝을 닮았다.
1000만불이 든 돈가방을 노리고 세계 최고의 킬러들이 몰려든 ‘탄환열차’는 전쟁터가 된다. 전쟁은 목적 달성을 위해 다른 수단과 방법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무력에 호소하는 ‘마지막 수단(last resort)’이자 궁극적인 해법이다. 말이 필요 없다. 탠저린과 레몬, 늑대와 말벌들이 닥치는 대로 쏘아버리고 베어버리고, 두들겨 패고 독침을 찔러버리기도 한다. 이 살벌한 전쟁터에 조금 특이하고 생뚱맞은 킬러가 등장한다. 더 이상 살상(殺傷)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무당벌레(브래드 피트)’다. 무당벌레는 살상은 하지 않고 ‘도덕적’이고 옳은 방법으로 돈가방만 찾아오겠다는 신념으로 총도 없이 전투장비라곤 폭죽과 수면제 따위만 준비하고 전쟁에 나선다.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무당벌레는 자기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킬러들에게 ‘대화와 협상’을 제안하고, ‘분노가 빠르면 빠를수록 이해는 느려진다’는 둥, ‘상대에게 손가락질하면 나머지 세 손가락은 자신을 향한다’는 둥 참 좋은 말만 골라 한다. 모두들 ‘전쟁’을 하자는데 무당벌레 혼자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자고 한다. 안타깝지만 당연하게도 상대들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은 ‘무슨 ×소리냐?’ 뿐이다. 기세등등하게
우리는 저출산에서 비롯되는 사회문제들을 목도하며 살아간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생산·소비가 위축되는 ‘인구절벽’에 이어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위기’를 입증하는 증거와 통계는 차고 넘친다. 지금 대학 정시모집 기간인데, 전국 14개 대학 26개 학과에 단 한명의 지원자도 없었다고 한다. 또한 평균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는 대학이 전체 188개 대학 중 65곳이었다. 응시생이 3곳까지 원서를 내는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3대 1이 안 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된다. ‘미달’ 대학 65곳 중 59곳, 86.8%가 지방 소재 대학이다. 정시모집에서 미달학과 및 대학이 증가하는 것은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입시 경쟁률이 낮고 미달이 많다. 정시·수시 모집에 관계없이 합격자 등록률도 지방대일수록 낮다. 대학가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나도는 배경을 넘어 지역소멸을 예고한다. 저출산은 출산·양육에 들어가는 비용과 부담이 큰 데다 취업과 결혼을 하기도 쉽지 않은 사회여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게다가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초혼(初婚)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교육계 현장이다. 도무지 민주제 작동원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6월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교육감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다. 한마디로 절차적으로도 문제지만 주민자치 직선이란 대의명분을 몰각하고 있다. 교육계 현장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잣대가 등장하는 것도 마뜩치 않지만 현 이석문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맞서는 보수성향 그룹의 단일화 방식은 우선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후보를 정하겠다는 논리가 문제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대의원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선거인단’을 꾸려 후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주도한 건 제주바른교육연대다. 진보진영 이석문 현 교육감에 대항할 보수성향 후보로 고창근(71)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과 김창식(65)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2명이 참여,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조사(ARS) 조사 방식으로 한다. 조사대상은 제주도민 50%와 선거인단 50%다. 선거인단은 교육단체
1998년 민선 2기 6·4지방선거가 마무리되고 고작 며칠 뒤였다. 천주교 제주교구 노형성당에서 ‘중대한’ 기자회견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회견을 주도한 이는 당시 제주의 정의구현사제단을 이끌고 있는 임문철 신부였다. ‘선거판의 중대한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 중앙·지방언론사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현장으로 내달렸다. 회견의 주인공은 손모(당시 31세)란 한 청년이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누군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그의 입에선 말 그대로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왔다. “당선자인 우근민 후보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800만원을 받았다. 조직과 유권자를 관리하기 위한 돈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소외감이 밀려오고, 이런 잘못된 선거는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에 양심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충격이었다. 사실이라면 우 후보의 당선은 무효가 될 사안이었다. 엄연히 금품살포이자 유권자 매수에 해당하는 선거법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일간지 기자이던 그 시절 마감시간에 맞춰 서둘러 기사를 송고하느라 허둥댈 수 밖에 없었다. 기사를 보내고 차분히 기억을 더듬다보니 돈을 받았다는 회견의 주인공은 얼굴이 기억나는 중학동창이었다. 연락
◆대장괘(大壯卦) 대장(大壯), 위력이 강대함, 성대하다 뜻이다. 강건할 때 너무 지나치게 자신의 힘을 써서는 안 된다. 사업이 순리적으로 풀릴 때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쩌면 이미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져 있을 수 있다. 반드시 적립금을 준비해 두고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일찌감치 준비해둬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 두라 : 세상 모든 것이 극성(極盛)에 이르면 쇠로(衰老)해진다.(『노자』) 지나치게 끝까지 고집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노자(老子)가 말했다. “남을 아는 것을 지(智)라 하고, 자신을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남을 이기는 것을 유력이라 하고,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이라 한다.”(『노자』) 진정으로 강하다 함은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양(羊)을 보자. 어릴 적에는 온순하지만 성장하여 다 자라고 난 후에는 용맹스럽기 그지없다. 힘이 넘친다. 자주 뿔로 울타리를 들이받는다. 벗어나 대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이다. 결과는?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지만 울타리는 꼼짝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뿔이 울타리 위에 걸려 버린다. 끝내 몸을 뺄 수 없게 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때의 양은 극단의 강함이 아니라 경솔하게 실행에 옮긴 것이다. 부주의한 것이다. 빨리 고치지 않으면 후회 막급할 수밖에 없다. 울타리는 휘저어져 망가진다. 양은 여전히 계속해서 장대해진다. 현재 상황에 안정을 찾지 못하여 곳곳으로 돌아다니다, 결국 두렁 속에 빠져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장대해진 후 정확한 목표가 없고 순수한 동기가 없다면 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의 단계에 들어가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훌륭하고 선한 동기와 고상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의 원동력을 잃기 쉽다. 일반인의 노력에는 명예, 이익, 권력, 세력, 지위를 추구하지 않은 게 없다. 그것을 추구하는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죄악은 더더욱 아니다. 문제는 추구하는 과정에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는 게 아닌가? 타인을 해치지는 않는가? 아니면, 도덕을 해치지는 않는가? 추구하는 과정에서 향상심, 적극성은 있어야 한다. 다만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은 적게 갖는 게 좋다. 그래야 생활이 더 유쾌해 진다. 자신의 집념 때문에 타인을 해치지 않게 된다. 적극적이라 함은 일종의 태도다. 그 자체는 잘잘못이 없다. 동기가 불순하고 목표가 바르지 않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커다란 잘못이다. 목표를 달성한 후 득의양양해 하거나 반대로 극히 고통스럽다면 그것도 잘못된 것이다. 오직 목표가 순수하고 도달하는 방법이 정확해야만 적극적 태도가 장점이 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에게는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 실제에 맞는 정확한 목표를 위하여 분투하면, 설령 과정에 고난이 있다손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객관적 실제에 위배된 목표를 위하여 끈질기게 나아간다면, 그런 ‘한번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해낸다’는 마음은 ‘용을 도살하는 기능 ;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도 써먹을 길이 없는 것’처럼 가소로울 따름이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가 말했지 않는가, 가장 따분한 것은 따분함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탐냄은 사람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통성이다. 어떤 때에는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움켜쥐고 포기하지 않으려 하면서 스스로 고통스러워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심지어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지기도 한다. 재물과 여색을 탐하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전도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 심지어 생명을 해치는 일이 벌어진다. 집요하게 추구하고 수확에만 골몰한다면, 잠시 소유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하여 고집한다면, 일득일실에 끙끙 앓게 되는 오류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심지어는 극단에 빠지게 된다. 외적 사물에 연연하게 되면 평생 그 굴레를 벗어날 방도를 찾지 못하게 된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 말은 스스로 분발시키는 명언이다. 맞다. 세월의 변화 속에서 열정적으로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진맥진하고 상처투성이가 됐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힘들고 어려운 세월 속에서 배회하고 헛되이 보내게 되는 지경이 이르러서야 잔혹한 현실을 문득 깨닫게 되리라. 우리가 너무나 많은 헛된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리라. 집착이라는 것도 난관에 부딪치고 난 후 어리석은 고집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리라. 우리는 실제에 근거하여야 한다. 외부 요인과 자신의 조건을 살피지 않고 열 내서는 안 된다.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마음속 그 가장 높은 산을 위하여 참혹한 실패 뒤에 그 실패 원인을 깊이 생각하고 나서 적당한 시기에 포기를 선택하여야 한다. 능력 이외의, 힘이 미치지 않는 몽상을 포기하여야 한다. 실제에 맞지 않는 목표는 버려야 한다. 아쉬움 속에 손을 놓는 것이 가장 큰 해탈을 얻는 것이다. 그러면 유치한 격정이 성숙과 온건으로 대체됐음을 발견하게 되리라. 그렇게 하여 생명이 나날이 풍성해지는 것을 알게 되리라. 이러한 포기가 현명한 지혜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적당한 시기에 포기하는 것은 지혜다. 자신에게 내재된 잠재력과 외부 요인을 밝게 살펴볼 수 있게 만든다. 피폐해진 자신을 조정할 수 있게 만든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즐거우면서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집착은 지나친 욕망에 따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유하고 있고 또 끝없이 잃어버리고 있다. 금전에 연연하면, 명리에 연연하면 끝내 지불해야 하는 것은 건강이요 심하면 생명까지 버리게 된다. 적당한 시기에 포기하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잔혹한 경쟁은 엄중한 스트레스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담을 가지게 만든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젊은 인재들의 ‘과로사’가 끊이질 않는다. 오랜 기간 과부하가 걸린 채로 전전하기에 그런 젊은 생명이 일찍 시드는 것이다. 인생은 짧다. 그럼에도 생명을 무의미하게 마모시키는 것은? 장래를 위하여 생각하자. 먼 미래를 위하여 고민하자. 우리는 조금 일찍 재부에 대한 집요한 추구를 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가? 아직도 권력을 집요하게 쫓고 있지는 않는가? 인생에는 아쉬움이 많다. 세상사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포기는 불현 듯 생각이 떠오른 마음에 따라 한 행동이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퇴각하는 책략도 아니다. 객관적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냉정이다. 굳센 의지의 결과요 구현이다. 정확한 포기는 성공의 선택이다. 삶에 있어 추구는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목표에 부합하여야 한다.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포기는 가망이 없는 기다림에서 벗어나게 하여 우리를 새롭고 경쾌한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명철한 지혜를 가지게 만들 것이며 새로운 소득을 얻게 만들 것이다. ***** 大壯卦 ䷡ : 뇌천대장(雷天大壯) 진(震: ☳)상 건(乾: ☰)하 대장은 곧음이 이롭다.(大壯,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우레가 하늘에 있는 것이 대장(大壯)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예가 아니면 실천하지 않는다.(象曰,雷在天上,大壯,君子以,非禮弗履.) [傳] 대장괘는 「서괘전」에서 “돈(遯)은 물러남이다. 그런데 물건은 끝내 물러날 수 없기 때문에, 대장괘로써 받았다”라고 했다. 돈은 멀리 떠난다는 뜻이고, 장(壯)은 나아가서 장성하다는 뜻이니, 돈은 음이 자라서 양이 물러나는 것이며, 대장은 양이 장성한 것이다. 쇠하면 반드시 장성하면서 사라지고 생장함이 서로 의존하기 때문에, 물러났다면 반드시 장성하게 되므로, 대장괘가 돈괘(䷠) 다음이 되는 이유이다. 괘는 진괘(震卦☳)가 위이고, 건괘(乾卦☰)가 아래인데, 건괘는 굳세고 진괘는 움직여서, 굳셈으로써 움직이는 것이 대장의 뜻이다. 굳센 양은 크니, 양이 자라서 이미 중을 지났다. 큰 것은 장성함이며, 또 우레의 위엄과 진동이 하늘에 있는 것 또한 대장의 뜻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음으로, 소인을 멀리하면 자신은 소인이 모해하려는 목표에서 효과적으로 멀어진 수 있다. 소인과 접촉하면 내뱉어진 별스럽지 않은 말일지라도 소인은 손길이 가는 데로 집어내어 커다랗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면 당신이 해를 당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소인을 멀리해야만 우리 자신이 저속하지 않게 된다. 근묵자흑이라 하지 않았는가. 소인과 너무 가까이하면 소인에게 오염될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의 인격과 형상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소인이 내뿜는 오탁의 기운은 쉬이 없애지 못한다. 나쁜 것은 사라질지언정 그 악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나쁜 잔재는 쉬이 가시지 않는 법이다. 망령이 어디 쉬이 사라질까. 수천 수백 년 동안 사회를 좀먹지 않았던가. 소인이 득세하는 것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음험한 소인은 여전이 우리 생활에 많은 번거로움을 가져온다. 위연(魏延)은 촉(蜀)나라 장군이다. 용감하고 책략에 뛰어났으며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났다. 여러 차례 전공을 세운,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인재였다. 유비(劉備)가 살아있을 때에는 그를 대단히 중용하였다. 제갈량(諸葛亮)도 그를 무척 중시하면서 그를 군의 골간으로 삼았다. 그렇기에 대다수는 위연이 제갈량의 계승자가 되리라 여겼다. 그런데 제갈량은 일찍부터 장완(蔣琬)을 후계자로 정했다. 후주 유선(劉禪)에게 써서 보낸 편지에 제갈량은 말했다. “신이 만약 불행을 당하면 나중 일은 마땅히 장완에게 넘기소서.” 제갈량은 계속해 위연을 중용했으나 그 인물은, “단지 쓸 뿐, 의탁할 수는 없었다.” 위연은 전투에는 능하였으나 변덕스러운 소인의 마음을 가졌기에 그랬다. 제갈량은 군사로 매번 결단해야 했다. 촉나라의 생사존망을 모두 관장하고 고려하여야 했다. 그렇기에 사람을 씀에 있어서는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 하면서 재덕을 겸비한 인물을 선발해 중용하였다. 빠져나와야만 할 때는 단호하게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야 길하다. 그러한 결단은 소인은 내릴 수 없다. 소인은 일득일실에 끙끙 앓으면서 망설이고 결단하지 못한다. 지금의 후퇴는, 내일 더 빠른 전진을 위한 것! 소인은 한 손으로는 윗사람에게 아부하고 한 손으로는 아랫사람을 짓누른다. 소인에게 미움을 사면, 그는 앙심을 품어서 당신을 떼어내려 하고 밟아 죽이려 하고 제거하려고 한다. 화근을 뿌리째 없애지 못하면 윗사람의 ‘성지(聖旨)’라고 거짓으로 전하며 윗사람을 기만하고 아랫사람을 속이면서 제멋대로 나쁜 짓을 저지른다. 윗사람 앞에서는 고의로 사실을 외곡하고 이간시키면서 당신을 모함해 외톨이를 만든다. 소인은 이익을 중시하고 도의를 경시한다.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의리도 저버린다. 이익을 보면 곧바로 나서고 곤란한 상황이면 뒤로 물러선다. 결탁하기를 좋아하지만 단결하지는 않는다. 그룹을 만들기를 좋아하면서 대세를 무시한다. 모순과 충돌을 이용해 패거리를 짓는다. 공작 앞에서는 까마귀가 흉측하다 말하고 까마귀 앞에서는 공작이 헤프다고 말한다. 돼지에게는 원숭이가 시끄럽다고 말하고 원숭이에게는 돼지가 우둔하다고 말한다. 양다리를 걸치며 겉과 속이 다르다. 쌍방 앞에서는 자신이 ‘좋은 사람’인 것처럼 한다. 소인은 온갖 궁리를 다하여 ‘처세술’을 연구하고 쉽게 총애를 받으며 뜻을 얻는다. 그러면서 윗사람의 심복이 된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윗사람의 사고력은 소인에게 미혹돼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충신과 간신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소인은 재앙의 근원이다. 한 부서에 소인이 있게 되면 늘 소란스럽고 불안하게 된다. 내부의 대인관계가 긴장하게 되고 파별 투쟁이 극렬하게 된다. 소인은 윗사람만 염두에 둔다. 군중은 절대 안중에 두지 않는다. 소인은 윗사람이 스스로 파멸을 초래하게 만드는 원흉이다. 소인을 멀리하라, 군자와 더불어 있으라. 군자는 도의를 안다. ***** 遯卦 ䷠ : 천산돈(天山遯) 건(乾: ☰)상 간(艮: ☶)하 돈(遯)은 형통하니, 소인은 바르게 함이 이롭다. 돈(遯)은 형통하니, 조금 바르게 함이 이롭다.(遯,亨,小利貞.) 「단전」에서 말하였다 : 돈(遯)은 형통함이란 도피하여 형통한 것이다.(彖曰,遯亨,遯而亨也,) [傳] 돈괘는 「서괘전」에서 “항괘(恒卦)는 오래함이니 물건은 그 한 자리에 오래있을 수가 없으므로 돈괘로써 그 다음을 받았으니, 돈(遯)이란 물러남이다”라고 했다. 오래되면 떠나감이 있음은 서로가 필요로 하는 이치이니, 돈괘가 항괘를 잇는 까닭이다. 돈(遯)은 물러남이며 피함이니, 떠나감을 말한다. 괘의 형상은 하늘 아래에 산이 있는데, 하늘은 위에 있는 물건이고 양의 성질이 위로 올라가며, 산은 높게 솟은 물건이니 형체가 비록 높게 솟았다고 하지만 본체는 그치는 물건으로 위로 능멸하는 상이 있지만 그치고 나아가지 않고, 하늘은 이내 위로 올라가 떠나버리니, 아래에서는 능멸하고 위에서는 떠나가므로 이는 서로 어긋나 도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피해 떠나려는 뜻이 있다. 두 음이 아래에서 생겨 음이 자라나 장차 성대해지고 양은 사그라져 물러나니, 소인이 점차 성하게 되고 군자는 물러나 도피하기 때문에 돈괘가 되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돈괘(遯卦) 돈(遯)은 은퇴, 도피다. 도망쳐 숨다 뜻이다. 음기가 자라나고 양기가 숨는 것을 대표한다. 소인이 생장하고 군자가 멀리 사라진다. 풍설이 난무하기 시작하니 현사는 은퇴한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핍박받아 하직하는 사람이 생겨나기도 하고 도주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소인을 만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소인은 막기 어렵다. 사람은 살다보면 소인을 만나게 된다. 이른바 소인이라 함은, 음험하고 교활하며 본심을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을 가리킨다. 소인은 정도 의리도, 믿음도 덕도 없다. 권모술수에 능하다. 자주 중상모략 한다. 가장 비열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고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함정을 파고 덫을 놓으며 쌍방을 부추겨서 시비를 일으킨다. 농간부리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인다. 헛소문을 퍼뜨리고 말썽을 일으키고 터무니없이 날조한다. 말은 달콤하게 하면서 속으론 늘 남을 해칠 생각만 하고 타인을 팔아먹는다. 이 모두가 소인의 특기이고 절기다. 무릇 소인은 윗사람의 호오를 열심히 연구한다. 아무 때나 윗사람의 희로애락의 ‘청우계’를 관찰한다. 윗사람의 말과 안색을 살펴보고 그 의중을 헤아려 비위를 맞춘다. 순종하며 환심을 산다. 『주역』은 우리에게 말한다 : 산이 높으면 하늘은 뒤로 물러선다. 산이 아무리 높아봐야 하늘에 닿을 수 없다. 소인을 멀리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소인을 증오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아무 엄격하게 행동하면서 소인이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하라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늘 있는 소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첫째, 가능한 한 소인에게 미움을 사지 말라. 소인은 불쾌하게 만들 필요조차 없다. 소인은 타인의 약점을 들춰내는 데에 유달리 능하다. 지극히 조그마한 은원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복수하려고 벼른다. 그렇기에 차라리 군자에게 미움을 살망정 소인에게는 미움을 사지 말라. 일단 소인에게 찍히면 귀찮은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唐) 왕조 명장 곽자의(郭子儀)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안사의 난’이 평정된 후 공이 크고 권력이 세진 곽자의는 소인의 질투를 받지 않기 위하여 무척 조심하고 신중하였다. 한번은, 곽자의가 병을 얻자 관원 노기(盧杞)가 병문안을 왔다. 그는 역사에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간특한 소인이었다. 용모가 추하여 당시 사람들은 그를 반송장으로 취급하였다. 그래서 그를 보면 입을 가리고 킬킬 웃어대지 않는 부녀자가 없을 정도였다. 곽자의가 그가 찾아왔다는 문지기의 말을 듣고는 곧바로 가족에게 얼굴을 내밀지 말고 피하라고 하고는 자기 혼자 객실에서 손님을 맞았다. 노기가 떠나자 집안사람들이 병상에 모여들어 곽자의에게 물었다. “병문안을 온 모든 관원들 앞에서는 우리에게 피해있으라고 하지 않으셨는데, 어찌하여 저 사람이 왔을 때는 우리에게 숨어있으라고 하셨는지요?” 곽자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희가 모르는 게 있다. 저 사람의 생김새만 추한 게 아니다. 내면도 음험하기 그지없다. 그대들이 그를 보고 실소를 참지 못하여 웃음소리를 내게 되면 저 사람은 분명 마음속에 원한을 품는다. 저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면 우리 가족은 재앙을 피하기 어렵게 되기에 그랬다.” 나중에 노기가 재상이 되자,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이전에 자기를 비웃거나 멸시하였던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유독 곽자의만은 존중하였다. 소인에게 미움을 사지 않으면 우리 자신이 불필요한 갈등과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둘째, 군자는 소인과 다툴 수 없다. 어째서 군자는 소인과 다툴 수 없는 것인가? 소인은 도덕규범을 무시하고 상례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소인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교활한 소인이 델포이(Delphi) 신탁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서 다른 사람과 내기하였다. 약속된 날짜에 그는 참새 한 마리를 겉옷 속에 숨겨서 왔다. 신전에 들어서서 신 앞에서 자신의 품속에 있는 물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신에게 물었다. 소인은 신이 자신의 품속에 있는 참새가 죽었다고 하면 산 채로 신 앞에 내놓을 것이고 살았다고 말하면 참새를 몰래 죽여서 신 앞에 내놓을 심산이었다. 신은 그의 졸렬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간사한 계략을 알아채고는 그에게 말했다. “이놈. 잘난 체 하지 말거라. 물건이 내 품속에 있지 않느냐. 죽었는지 살았는지 네가 말하면 될 일이 아니더냐!” 소인은 덕성도 없고 신의도 없다. 목적을 달성하려 양아치와 같은 수단을 총동원한다. 군자는 동일한 상례로는 소인과 다툴 수가 없다. 그렇기에 군자는 소인을 이기기 어렵다. 셋째, 군자의 도로 소인을 대하면 된다. 어쩔 수 없이 소인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게 된다면 군자의 도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 자기를 해하려는 소인을 대할 때는 절대 그 사람이 썼던 방법으로 그 사람을 다스리려 해서는 안 된다. 소인이 당신을 모해하는 과정은 그 본성이 폭로되는 과정이다. 군자의 도로 소인을 대하면 모두가 당신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을 인정하는 과정이 된다. 대중은 모두 스스로 시비를 판단하는 표준을 가지고 있다. 인심은 저울이다. 소인은 불의를 저지르기에 언젠가는 모두가 그의 낯짝을 간파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시장을 잃게 되고 길바닥에 나온 쥐새끼마냥 숨을 곳이 없게 된다. 넷째, 소인을 멀리하라. 먼저, 소인을 멀리하면 효과적으로 우리를 이용하려는 소인을 피할 수 있다. 소인은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서 시비를 부추긴다. 소인이 떠들어대는 말을 듣지 말고 소인의 미혹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 소인이 이용하려고 하는 바를 피하면 된다. 그러면 자신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은 원래 프로이트 심리학파 영향을 받은 결정론 심리학자였다. 그런데 나치 수용소에서 처참한 세월을 보낸 후 독창적인 품격을 지닌 심리학파를 이루었다. 프랭클의 부모, 처자, 형제는 모두 나치의 마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본인도 나치 수용소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다. 어느 날, 벌거벗은 채 우두커니 수용실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어쩌면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이 그를 확연대오하게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극단적인 환경아래 사람은 결국 최후의 자유를 얻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기 태도를 선택할 자유다.” 무슨 뜻인가? 한 개인이 극단적인 고통 속에서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때, 의연히 스스로 자신의 인생태도를 결정하게 된다는 말이다. 가장 큰 고난 속에서 프랭클은 적극적, 진취적인 태도를 선택하였다. 비관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에 그려 넣은 것은, 석방된 후 어떤 강단에 서서 자신이 겪은 경험을 어떻게 학생에게 강의할 것인가, 이었다. 그런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사유방식에 근거하여 옥중에서 자신의 의지를 연마하면서, 자신의 영혼이 감옥의 금고를 초월하여 자유의 세상으로 임의대로 날아다녔다. 프랭클이 옥중에서 발견한 사유 준칙은 바로 우리 매 사람이 성공을 추구하는 데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인생태도, 적극적이며 주동적인 태도였다.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사람은 적극적이며 주동적인 사람과 비교하였을 때 큰 차이가 존재한다.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사람은 결국 자신이 환경과 타인에게 좌우된다고 느낀다. 타인이 알려주지 않으면,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자신은 그저 소극적으로 살아갈 뿐이다. 환경이 좋지 않을 때에는 하늘을 원망하고 타인 탓으로 돌린다. 운명이 안배하기를 바란다. 귀인의 도움을 기다릴 뿐이다. 어떤 일에도 타인에게 의지할 뿐 자신이 주도하지 못한다. 일을 성사시키지 못한다. 적극적이고 주동적인 사람은 어떤 환경에 처했든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유지한다. 그래서 스스로 책임감을 지니게 된다. 운명을 자기 손으로 조종한다. 자기는 결코 환경이나 타인에게 종속되어 있지 않다고 자신한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현대화된 기업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하는 일은, 더 이상 기계식 중복 노동이 아니라 독립된 사유를 가지고 스스로 주동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이야기하였다. “미래의 역사학자는 말할 것이다. 본 세기의 가장 중요한 일은 기술이나 네트워크 혁신이 아니라 인류 생존 환경의 중차대한 변화라고 할 것이다. 본 세기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선택을 하여야 한다. 반드시 적극적으로 자신을 관리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오늘날 대다수 우수한 기업은 인재에게 기대하고 있다. 적극적이고 주동적이어야 한다. 열정이 충만하여야 한다. 융통성 있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현대화된 기업에서 성공을 거둘 생각이 있거들랑 반드시 자신이 주동이 된다는 의식을 배양하는 데에 노력하여야 한다. 일을 함에 있어 용감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주동적으로 자신이 업무 목표를 설정하여야 한다. 끊임없이 방법과 방식을 고쳐야 한다. 이외에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고 확장하여야 한다. 상급자나 동료 앞에서 자신의 장점을 서슴없이 표출하여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피동적으로 타인이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가리켜 주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주동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해하여야 한다. 계획하여야 한다. 그런 후에 온힘을 다하여 완성시켜야 한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을 생각해 보라. 어느 누가 하자는 대로 승낙한 사람이 있던가.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 어디 있던가. 적극적이고 주동적이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만 도달하지 못하는 목표는 없게 된다. 자기의 학업과 연구 항목을 다루는 데에 있어 어머니의 마음이 필요하다. 어머니가 자식을 대하듯이 그렇게 책임지고 전심전력을 다하며 끊임없이 노력하여야 한다. ***** 恒卦 ䷟ : 뢰풍항(雷風恒) 진(震: ☳)상 손(巽: ☴)하 항(恒)은 형통하여 허물이 없으니(나), 곧음이 이로우니, 가는 것이 이롭다.(恒,亨无咎,利貞,利有攸往.) 「상전」에서 말하였다 : 우레와 바람이 항(恒)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서서 방소(方所)를 바꾸지 않는다.(象曰,雷風,恒,君子以,立不易方.) [傳] 항괘(恒卦)는 「서괘전」에서 “부부의 도는 오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항괘로 받았다”고 하였으니, ‘항(恒)’이란 오래한다는 것이다. 함괘(咸卦:䷞)는 부부의 도이니, 부부는 종신토록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함괘의 뒤에 항괘로써 받았다. 함괘(咸卦䷞)는 막내아들이 막내딸 아래에 있으면서 남자로써 여자에게 낮추니 남녀가 사귀어 감응하는 의리이고, 항괘는 맏아들이 맏딸 위에 있으면서 남자가 높고 여자가 낮으니, 부부가 집에 있는 항상 된 도이다. 사귀어 감응하는 실정을 논한다면 나이가 어림은 친절한 것이고, 존비의 차례를 논한다면 나이가 많음은 마땅히 신중하고 바르게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태괘(兌卦☱)와 간괘(艮卦☶)가 함괘가 되었고, 진괘(震卦☳)와 손괘(巽卦☴)가 항괘가 되었다. 남자가 여자 위에 있는 것은 남자가 밖에서 활동하고 여자가 안에서 유순하니 인륜의 떳떳함이기 때문에 항괘가 되었고, 또 굳센 양이 위에 있고 부드러운 음이 아래에 있는 것은 우레와 바람이 서로 함께 하며 공손하면서 움직이고 굳센 양과 부드러운 음이 서로 호응하는 것이니, 모두 항괘의 뜻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