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서부지역 복합체육관 조성사업과 관련해 건설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전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창훈)는 15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제주도청 5급 공무원 50대 A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2022년쯤 자신이 감독하던 복합체육관 조성 공사와 관련, 본인 주거지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건설사로부터 공사비 일부를 대신 부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리모델링 공사 전체 비용 약 4000만원 중 건설사 측이 약 2300만원을 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1심에서 A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600만원, 추징금 2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양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건설사 대표 B씨를 증인으로 불러 뇌물 수수 과정의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했다. B씨는 "현장소장을 통해 A씨의 요구사항이라는 보고를 받았고, 회사 차원에서 리모델링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기로 해 송금했다"고 진술했다. 또 "A씨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공사에 불이익이 있을까 우려돼 돈을 보냈다"며 검찰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B씨는 또 같은 공사에 참여한 타 회사 관계자 C씨가 사건을 고발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민간건설공사 표준계약서를 새로 작성했고, 해당 문서에는 A씨의 날인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반면 A씨 측은 "공사비 1600만원을 정당하게 지급했다"며 "나머지 비용은 건설사 측이 자발적으로 부담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B씨의 진술이 A씨를 압박한 결과일 수 있다"며 "뇌물 요구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 측은 사건을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C씨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리모델링 현장에 대한 감정 신청은 기각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다음달 19일로 지정하고, C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도는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A씨의 직위를 해제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여름철 제주 밤의 매력을 살린 야간 관광 콘텐츠를 집중 운영한다. 제주도는 '낮보다 아름다운 밤, 제주의 섬야(夜) 시즌'을 주제로 다음달까지 두 달간 도내 전역에서 다양한 야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기획은 관광객 체류 시간과 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제주 특유의 여름밤 정취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이호 필터 페스티벌'(오는 18일~21일, 이호테우해수욕장) ▲'컬러풀 산지 페스티벌'(다음달 23일~10월 31일, 제주시 산지천 일대) ▲'서귀포 오페라 페스티벌'(다음달 3~10일, 서귀포 예술의전당 일대) ▲'전통 굿 야행 콘텐츠' 등이 있다. '이호 필터 페스티벌'은 힐링 콘서트와 버스킹 등 음악 중심 콘텐츠로 구성된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제술페(제주한잔 우리술 페스티벌)'와 연계해 로컬 술과 젊은 감성을 결합한 해변형 야간축제로 펼쳐진다. 제주시 원도심에서는 다음달부터 '컬러풀 산지 페스티벌'이 주말마다 열려 나이트 런, 야간 포토존, 버스킹 공연 등으로 여름밤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서귀포 예술의전당과 칠십리 야외무대에서는 다음달 초 '서귀포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려 제주형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다. 제주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굿 공연 '금요일엔 Good(굿)이지~ 굿(巫) 꽃 피우다'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전수관에서 열린다. 관광교통 연계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제주시티투어버스는 오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야간 테마 코스를 운영한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이호 목마등대, 도두봉, 동문시장, 산지천, 제주목관아 등을 경유하는 약 2시간 코스로 야경 포토 이벤트와 디제잉, 퀴즈 이벤트 등이 함께 이어진다. 야간 개장하는 공영관광지도 늘어난다. 제주목관아, 도립미술관, 현대미술관, 별빛누리공원 등은 기존 운영시간을 연장해 관광객들에게 밤 시간대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사설 관광지에서도 별빛 관측, 야외 상영회, 테마 조명 등을 활용한 야간 콘텐츠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호·삼양·협재·월정 해수욕장은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야간 개장에 들어간다. 이호·협재는 오후 9시까지, 삼양·월정은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섬야 시즌은 낮과 다른 제주만의 감성적인 밤을 여행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야간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경찰이 여름철 음주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 해수욕장과 유흥가 등지에서 6주간 특별 단속에 나선다. 낮 시간 숙취운전부터 이륜차·개인형 이동장치 위반까지 전방위 단속을 예고했다. 제주경찰청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음주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다음달 24일까지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벌인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단속은 지난 14일부터 6주간 이어진다. 도내 주요 해수욕장을 비롯해 시내권 유흥가, 외국인 밀집지역 등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경찰은 여름철인 7∼8월에 음주운전 사고가 집중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단속의 밀도와 범위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과도한 일정 소화로 인한 졸음운전, 유흥 분위기에서의 음주운전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강력한 단속이 예고됐다. 낮 시간대에 발생하는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교통량과 보행자가 많아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찰은 주간에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숙취 운전을 막기 위해 주·야간을 불문하고 장소를 옮겨가며 이동식 단속을 병행하고 이륜차와 개인형 이동장치(PM), 무단횡단 행위 등 교통질서 위반행위도 함께 적발할 예정이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 분위기에 휩쓸려 음주운전을 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단속 강화를 통해 경각심을 높이고 도민과 관광객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카름스테이 서카름(서쪽) 마을인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미센터’가 농촌 유학 거점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마을에서 지역 내 농촌 유학 및 관계 인구 형성을 위한 거점 체류 시설로 ‘저지리미센터’를 새롭게 조성해 '덤부리스테이'를 공식 오픈했다고 15일 밝혔다. 저지리미센터는 ‘책밭’이라는 콘셉트를 중심으로 1층은 아이들이 다양한 책과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2층은 아이와 함께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숙소 공간으로 구성됐다. 도와 공사는 저지리미센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저지리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공동체 조직인 ‘덤부리협동조합’을 설립, 이들을 중심으로 체험 및 숙박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저지리미센터는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NAVER)를 통해 예약을 받고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미센터’ 또는 ‘덤부리스테이’를 검색하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도와 공사는 지난해부터 지방소멸 대응기금 과제를 추진 중인 가운데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한 지역 체류형 공간으로 저지리미센터를 완전히 탈바꿈했다. 시설물 안전진단, 설계, 리모델링의 과정을 거쳐 체류 공간 조성을 완료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에 새롭게 조성된 저지리미센터를 통해 다양한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관광객들이 제주 농어촌 지역에서 장기간 머물며 소비를 유도할 수 있도록 도민 경제에 선순환되는 체류형 관광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만을 무대로 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오픈 아일랜드: PR00F LAB IN TAIWAN'에 참여할 유망 기업 모집에 나섰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오픈 아일랜드: PR00F LAB IN TAIWAN' 참가 기업을 다음달 4일까지 모집한다고 15일 밝혔다. 모집 대상은 설립 10년 이내의 인공지능(AI) 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솔루션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대만 핵심 산업군과의 연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우선 고려된다. 대만의 주력 산업은 제조, 통신, 전자, 산업 자동화 등이며, AI 기술이 접목된 농업, 양식업, 식음료, 스마트모빌리티 분야도 포함된다. 1차로 10개 기업을 선발한 뒤 심사를 거쳐 최종 2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선발된 기업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보육기업으로 등록된다. TIPS(팁스) 프로그램 및 후속 투자 연계 등 장기적 성장 기회를 제공받는다. 제주혁신센터는 국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과 협력해 대만 진출에 필요한 현지화 전략 수립과 파트너 매칭, 밋업(Meet-up) 운영, 체류비 일부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대만 현지 기업과의 기술·아이디어 실증 가능성 검토에 필요한 일부 비용도 함께 지원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달 제주혁신센터와 스파크랩이 체결한 업무협약(MOU)의 후속 조치로 글로벌 창업 생태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제주형 창업 플랫폼 '오픈 아일랜드'의 일환으로 운영된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실질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제주의 개방적 창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실증 기회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서귀포시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서귀포의료원에서 임금 체불 사태가 벌어져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 측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상여금 지급이 어렵다고 밝혔지만 노동자들은 도의 소극적인 대응을 문제 삼고 있다. 서귀포의료원 노동조합은 15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원 소속 노동자 390명의 정기 상여금 약 6억1000만원이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며 "상여금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두 차례 상여금 지급이 지연돼 올해 2월이 돼서야 일부가 지급되는 등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노조는 "부산시와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는 운영비와 인건비를 긴급 편성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제주도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귀포의료원은 이에 대해 "지난 3월 지급하지 못한 상여금 일부는 이달 중 지급할 예정이며 6월분 상여금은 9월 중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에만 약 7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올해도 약 8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자금 여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의료원은 "현재 운영비 지원과 은행 차입에도 불구하고, 의사 인건비 상승 등 구조적 한계로 손실을 메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TF팀을 꾸려 진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귀포의료원은 내부 경영 문제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제기된 직원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현 의료원장은 현재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노조는 "서귀포 지역 유일의 공공 종합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의료원 내부의 경영 정상화와 함께 제주도의 근본적인 재정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서귀포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20대 남성 직원이 여성 투숙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귀포경찰서는 15일 준강간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3일 새벽 6시 자신이 근무하던 서귀포시 소재 게스트하우스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던 여성 투숙객 B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정확한 사건 경위와 여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올해 상반기 제주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는 지난해보다 뚜렷한 증가세지만 치열해진 할인 경쟁과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업계 전반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초특가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제주항공을 포함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2분기 실적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제주항공을 포함한 국내 LCC 8개사의 국제선 여객 수는 1578만명으로 대형 항공사 전체(1565만명)를 앞질렀다. 하지만 LCC 업계는 탑승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중화권 및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인천~홍콩, 김포~가오슝 등 주요 노선 항공권을 최대 7% 할인하고, 세부·보홀 등 필리핀 노선은 최대 4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비즈니스 라이트' 좌석도 최대 8만원까지 할인하며 적극적인 수요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출혈 마케팅에 대해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탑승률 증가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제주공항 항공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일정 부분 회복되면서 가격 중심의 마케팅 전략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며 "일본 노선 공급 과잉과 일부 노선 수익성 저하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일본 노선 여객 수는 지난 5월보다 4.6% 줄어든 216만명 수준으로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중국 노선 확대를 실적 반등의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무비자 입국 허용 이후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노선 확대와 증편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부터 제주~시안 노선을 주 2회로 운항 재개했다. 인천~웨이하이는 10월까지 주 3회, 인천~옌지는 다음달 말까지 주 1회 증편 운항 중이다. 이달 25일부터는 부산~상하이(푸둥) 노선을 주 4회, 오는 10월부터는 인천~구이린 노선을 주 4회 일정으로 신규 취항할 계획이다. 항공업계는 3분기부터 한국 정부가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을 추진 중인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중국 내 수요 확대와 함께 수익 다변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항공업팀 애널리스트는 "LCC들이 탑승률 증가만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단순한 탑승률 경쟁보다 노선 포트폴리오 조정과 수익 구조 안정화 전략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내 외식업소 1000곳에 실시간 수정이 가능한 디지털 다국어 메뉴판이 보급된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편의 증진과 도내 음식점의 효율적인 외국인 고객 응대를 위해 '2025 디지털 다국어 메뉴판 제작·보급 사업'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도와 공사는 지난 4∼6월 1·2차 모집 공고를 통해 918곳을 선정했다. 옥외가격표시판 지원사업 참여업체를 대상으로 추가 신청을 받아 최종 1000곳을 선정해 디지털 메뉴판을 지원한다. 올해는 대상 업종을 기존 음식점에서 카페, 제과점까지 확대했다. 또 기존에 없던 사용자 관리 페이지를 제공해 점주가 메뉴명과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손쉽게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 사진 데이터베이스(DB)와 음식 메뉴명 번역 사전도 제공한다. 다국어 메뉴판은 영어·일본어·중국어(간체·번체)로 제공된다. 외국인 관광객은 음식점에 설치된 큐알(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메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매장의 대표 메뉴와 알레르기 유발 식품 정보, 채식 정보 등 메뉴 관련 상세 정보를 비롯해 한국 음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위한 문화 소개 콘텐츠 등도 제공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우도의 한 해변에 중국 국기(오성홍기)가 설치됐다가 철거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무질서 행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민 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우도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낮 제주시 우도면 한 해수욕장 인근에 태극기와 함께 오성홍기가 해안도로를 따라 설치된 장면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됐다. 영상에는 깃발 옆에 피아노와 연꽃 모형 등이 함께 배치된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촬영한 A씨는 "우도를 전동차로 돌던 중 우연히 이 장면을 발견했다"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면서 우도는 중국에 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A씨는 "오성홍기가 바닥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고,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중국인 관광객도 여럿 있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경악스럽다",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고 대상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우도면 관계자는 "해당 깃발은 개인이 임의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모두 철거된 상태"라고 밝혔다. 확인결과 이 깃발은 당초 우도 내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중국 국적의 종업원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성홍기와 태극기를 같이 게양, "양구의 우애를 도모하자는 취지였는데 논란이 커져 당황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최근 도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무질서 행위 문제와 맞물려 반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제주에서 단속된 무질서 행위는 모두 4136건이다. 이 중 외국인에 의한 사례가 3522건(85.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8건)의 24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앞서 지난해에도 외국인 관광객의 비위 행위로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제주시 도심 화단과 8월 야외주차장에서 각각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용변을 보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돼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 예방을 위해 추진 중이던 특별치안활동을 당초 계획보다 연장해 오는 10월까지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가 국정기획위원회를 방문해 제주의 핵심 현안 17건을 국정과제에 반영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오 지사는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과 박수현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만나 도정 핵심과제를 설명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건의했다. 이번에 제안된 핵심과제에는 ▲청정수소 기반 탄소중립 선도도시 조성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구축 ▲글로벌 K-컬처 밸리 조성 ▲전천후 글로벌 스포츠 전지훈련센터 조성 등 미래 성장동력 관련 과제가 포함됐다. 또 지방분권을 위한 제도 개선 과제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포괄적 권한 이양 추진 등도 함께 제시됐다. 이는 도가 선도적으로 추진 중인 '지방정부형 분권모델' 구현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오 지사는 이 자리에서 "제주의 핵심과제는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선도 전략"이라며 "도민의 염원이 담긴 과제들이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이에 대해 "제주의 상황과 과제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제안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장도 "제주가 3대 특별자치도 등 제도적 실험을 통해 지역 주도 모델을 잘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도는 이날 논의된 17개 과제에 대해 각 중앙부처와의 연계 협의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공항 동쪽 활주로 끝단에 위치한 철재 로컬라이저(Localizer) 구조물이 올해 안으로 철거되고, 새로운 안전 구조물로 교체될 전망이다. 13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이후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제주공항 로컬라이저 시설에 대해 전면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구조물 개선을 위한 설계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기간은 약 4개월로 예상된다. 이번 용역의 핵심은 기존 철재 H빔 기반의 구조물을 철거하고, 항공기 충돌 시 파손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재질의 신규 구조물로 교체하는 것이다.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방향 정보를 항공기에 제공하는 핵심 항행시설로, 항공 안전에 직결되는 시설이다. 공사는 용역 과정에서 충돌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안정성 검증, 전파 영향 분석, 구조물 강도 평가 등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과 국내 법령을 반영한 최적의 설계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주공항 로컬라이저 교체 사업에는 약 8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 철거 및 신설 작업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주공항에 설치된 기존 로컬라이저는 길이 47m, 높이 7.3m의 대형 철제 구조물 위에 알루미늄 안테나가 설치된 형태다. 해당 구조물은 동활주로 말단 안전지대에 위치해 있다. 지난 항공기 사고 당시 충돌 시 파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전성 우려가 이어져 왔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시설 개선은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항공기 운항 안전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 설계 작업"이라며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쯤 새로운 로컬라이저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청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2016년 출범한 '청년참여기구'가 내년이면 10년 차를 맞는다. 그러나 그동안의 운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냉담하다. 청년 정책의 주체를 표방해왔지만 실제 도정 운영 구조 안에서는 여전히 들러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제9기 청년참여기구는 지난 13일 열린 제주청년주권회의에서 발굴한 정책 4개에 대한 실행력 강화를 위해 정책 TF 분과를 구성했다고 14일 밝혔다. 각 TF장은 모두 4개이고 정책 제안자 또는 제안 분과에서 TF장을 꾸렸다. 이후 원탁위원들의 추가 참여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청년 내부에서는 "해마다 반복되는 형식 절차에 불과하다"는 회의적 시선도 함께 제기된다. 청년참여기구는 제주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자율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목표로 매년 운영돼왔다. 그러나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실질적인 정책 결정권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청년들이 직접 제안서를 작성하고 도정은 이를 참고 수준으로만 '수렴'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제8기 참여위원으로 활동했던 유모씨는 "회의를 해도 최종 결정은 도에서 하며 청년의 제안은 선택적으로만 반영된다"며 "거버넌스라고 하기엔 권한과 책임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청년참여기구는 '정책을 위한 기구'라기보다 '정책을 했다고 말하기 위한 기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퍼지고 있다. 청년 정책의 형식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일 뿐 실질적 의사결정은 여전히 청년의 몫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기득권 세대의 무관심이다. 청년참여기구가 꾸준히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내 중장년층과 공공기관 실무자 상당수는 기구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년 정책의 구조적 기반이란 점은 외면되고 있다. 정치권과 행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철에는 청년을 '소환'하지만 평소에는 기구의 제안을 형식적으로 수렴하거나 무기한 보류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전체회의에서 만난 일부 청년위원은 "기득권 세대는 청년을 정책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적 장식물처럼 소비한다"며 "실질적 권한이 없는 구조에서 내는 청년의 목소리는 도정의 정당성 확보에만 이용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운영 내실도 도마에 올랐다. 제9기 청년참여기구에는 142명의 위원이 위촉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활동 인원은 급감하고 있다. 일부는 참여 수당을 목적으로 신청했고, 형식적인 회의, 낮은 정책 반영률, 분과 내 갈등 등으로 회의 참석률과 집중도는 떨어지는 추세다. 여기에 참여 수당 집행 문제도 매달 반복되고 있다. 회의록과 서명부 등 기본 행정서류가 일부 분과에서 제때 제출되지 않으면서 수당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운영 부실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도 청년정책담당관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발대식과 공지를 통해 회의를 연 후 다음달 5일까지 회의록과 서명부 원본을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안내해 왔다"며 "일부 분과의 지연 제출로 지급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지연의 원인이 개별 위원의 책임으로만 몰리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일부 위원들은 "청년의 태도 문제로만 몰아가며 일관성 없는 운영과 책임 분산 방식은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는 일정 수준의 운영이 유지되고 있지만 관련 예산이 축소되면서 하반기 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2월 열린 발대식에서 "제주 청년들은 제주도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자 당당한 도민"이라며 "지난해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참여한 만큼 도정이 추진하는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보고,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 도정에 반영되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청년위원들 사이에서는 "껍데기만 커졌을 뿐 실속은 비어 있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제9기 위원 김모씨는 "청년은 정책 안에서 늘 피상적인 존재로만 등장한다"며 "기득권 세대는 '경험 부족'을 이유로 청년의 발언을 제한하고, 정책의 정당성은 스스로의 이력과 권위로 대체한다"고 꼬집었다. 제9기 제주청년참여기구 이숭신 위원장은 "그동안 청년참여기구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지역사회에 목소리를 내며 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해왔다"며 "내년에는 더 다양한 청년들이 참여해 보다 탄탄한 운영체계 속에서 실질적인 정책 제안과 사회 변화의 주체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자 제주지역 시민사회가 개헌 과정에 제주와 지방의 목소리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 제주본부는 14일 성명을 내고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중앙 중심의 개헌 논의는 형식적 평등에 불과하다"며 "개헌절차법에는 지방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개헌 논의는 국정과제 채택과 시민사회 공청회를 계기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국회에서 여야 7개 정당이 공동 참여한 개헌절차법안이 발의됐고, 지난 9일에는 국회 주최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개헌절차법 제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제주본부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범국민기구 구성안이 수도권 중심, 중앙정치권 중심의 발상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실제로 5월 발의된 개헌절차법안에는 국민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구성되는 '헌법개정시민위원회'가 포함돼 있다. 최근 공청회에서는 여야·시민사회·학계 추천으로 이뤄진 '추진협의회' 구성이 제안됐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추천권한은 포함돼 있지 않다. 제주본부는 이에 대해 "이 같은 무작위 방식이나 중앙 추천 위주로는 수도권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만큼 지방 주민이 참여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 개헌 논의가 중앙 중심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본부는 구체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시민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무작위 추첨 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 10명씩 추천한 170명을 추가해 모두 470명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추진협의회의 경우에도 17개 시·도가 각각 1명씩 추천해 전체 50명 중 17명을 지방 대표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본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구성돼야만 제주를 포함한 지방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며 "특히 제주는 시민위원회에서 10명, 추진협의회에서 1명을 추천할 수 있어 헌법적 지위 확보 논의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국민기구 운영 과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본부는 국회와 정치권을 향해 "지방 참여가 보장된 개헌절차법 제정과 제주도와 도의회, 지역 정당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며 "개헌 논의에 있어 '지방분권'과 '헌법 속 제주'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훔친 신용카드로 2박 3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1400여만원을 쓴 20대 외국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사기와 절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인도네시아 국적의 2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5일 새벽 1시께 제주 서귀포시 내 한 호텔 주차장에 세워진 렌터카 차량에 침입해 신용카드를 훔쳐 쓴 혐의를 받는다. 그는 훔친 렌터카를 몰고 제주시내로 이동한 뒤 훔친 신용카드로 김포공항행 항공권과 일본 후쿠오카행 항공권, 일본 후쿠오카 시내 숙소 등을 모두 예약했다. A씨는 지난 6월 1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을 거쳐 김포공항으로 이동한 뒤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을 빠져나갔다. 이어 17∼19일 2박 3일간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피해자가 카드 거래를 정지하기 전까지 15·16일 이틀간 항공권, 숙소 등 일본 여행 예약 등으로 쓴 금액은 1400여만원에 달했다. A씨는 지난달 19일 밤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훔쳐 타고 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2020년 어학연수 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경기도 한 대학교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웠다. 이어 학교에서 제적당하자 외국을 오가며 관광비자로 한국에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연합뉴스]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공원 부지에 용암해수를 활용한 관광체험형 '제주해양치유센터'가 들어선다. 제주도는 제주해양치유센터 공공건축 심사결과를 반영해 8월경부터 설계공모를 통해 제주 여건에 특화된 최적의 디자인을 선정하고 기본·실시 설계에 착수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2028년까지 모두 480억원(국비 240억원, 도비 240억원)이 투입된다. 제주해양치유센터는 수중보행·운동 해수풀, 피부질환 전문치유실, 요가·명상 공간, 해양자원 테라피실 등을 갖춰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핵심 자원인 염지하수(용암해수)는 사용한 만큼 바닷물이 다시 유입되는 순환자원으로, 미네랄과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연중 균일한 물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삼양해수욕장의 검은모래, 제주화산송이 등 치유와 연계 가능한 다양한 해양자원도 적극 활용된다. 도는 지난해부터 지방재정투자심사, 총사업비 등록 등 국비 절충을 통해 사업예산을 확보했다.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의 당위성도 정립했다. 사회기반시설(SOC) 사업 특성에 따라 문화재 관련 조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 공유재산심의 등 사전 절차를 완료했다. 올해 건축기획 및 사업계획 사전검토를 거쳐 지난 7일 공공건축심의위원회 심사에서 조건부 의결됐다. 제주해양치유센터는 건설과 운영단계(준공 후 5년간)에서 생산유발효과 1132억원, 고용유발효과 479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고 도는 설명했다. 제주도는 제주해양치유센터를 중심으로 해양치유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연관 산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해 제주 해양관광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육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나갈 방침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도당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내부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후보자와 도당 간부, 당원들 간의 의견 충돌이 공개적으로 이어지며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국힘 제주도당에 따르면 제12대 도당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는 오는 15, 16일 이틀 간 이어진다. 선거는 도내 대의원 280여명을 대상으로 문자 투표 방식으로 이뤄진다. 결과는 오는 16일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김승욱 제주시을 당협위원장과 고기철 서귀포시 당협위원장의 2파전 구도로 치러진다. 하지만 선거 절차와 당 운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고 후보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도당위원장 선거에 정견발표 기회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도민 지지도가 하락하고 당원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도당은 혁신과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지도부의 책임론을 언급했다. 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변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 280명 대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당대회조차 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상대 후보였던 김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도당 관계자는 고 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도당의 한 간부는 "정견발표가 생략된 선거 절차는 고 후보 본인 또는 대리인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음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고 후보는 전임 도당 지도부의 일원이었다"며 현 지도부를 겨냥한 비판이 부적절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해당 간부는 선거 이후 관련 입장을 따로 밝히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일부 당원들은 SNS 등에서 양측을 두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도당위원장 선거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면서 향후 선거 결과와 함께 당내 수습 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 온 걸스카우트 대원 한명을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로 유인해 ‘성추행’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신줄을 잠깐 내려놓은 연예인이 그랬어도 세상이 시끄러울 사건을 대통령이 저질렀으니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힐 일이다. 대통령이 말 그대로 대형 사고를 치자 모두들 ‘이제 정권은 끝장났다’고 망연자실하고 자포자기한다. 재선(再選)은 언감생심이고 탄핵과 파면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교도소로 직행할 판이다. 그러나 영악한 백악관 여성 보좌관 윈프리드 에임스(Winfred Amesㆍ앤 헤이츠 분)가 전의를 상실한 백악관 참모들을 질타하고 나선다.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Impossible is not a fact. It’s an opinion)’이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불굴의 정신을 일깨운다. 아디다스가 광고 카피로 적절하게 써먹어 유명해진 말이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이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It ain’t over til it’s over)는 불세출의 야구감독 요기 베라(Yogi Berra)의 ‘속단 금물’ 정신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12월 3일 밤에 어처구니없이 선포해버린 비상계엄에 실패하고도 살아남을 길을 찾기에 분주했던 대통령과 집권당의 뻔뻔한 불굴의 정신을 닮았다.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고 단지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말은 용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대단히 긍정적인 메시지이지만, 이 다짐을 악당들이 마음속에 새기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에임스 보좌관은 ‘스핀 닥터(spin doctor)’ 브린(로버트 드 니로 분)을 초빙한다. 정치판의 스핀 닥터가 하는 일이란 현실에 ‘스핀(회전)’을 잔뜩 먹여 왜곡된 현실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일이다. 다시 말해,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된 ‘프레임’을 짜서 상대와 ‘프레임 전쟁’을 벌이는 일이다. 프레임이란 미국 사회심리학자 리차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이 말하는 ‘생각의 지도’에 해당한다. 니스벳은 「생각의 지도(The Geography of Thought: How Asians and Westerner Think Differently and Whyㆍ2003년)」에서 동양과 서양 사람들이 동일한 문제를 서로 다른 ‘생각의 지도(문화적 프레임)’ 속에서 바라보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프레임이란 또한 ‘창문’과도 같다. 방 안에 갇힌 사람에게 세상은 네모난 작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이 전부다. 집밖에 호랑이 떼가 몰려와 있어도 창문으로 보이지만 않으면 집 밖은 안전한 곳이다. 브린은 불세출의 스핀 닥터답게 능수능란한 솜씨로 미국인들이 봐야 할 프레임을 짜준다. 그 프레임 속에는 느닷없는 알바니아와의 전쟁이 전면에 자리 잡는다. 대통령의 성추행은 프레임 밖으로 밀어내버린다. 우리는 대개 정치꾼들과 언론이 짜주는 프레임 속에 들어오는 것들만 보고, 프레임 밖으로 밀려난 현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과 같은 것’이다. 우리도 매일 브린과 같은 스핀 닥터들이 벌이는 프레임 전쟁 속에 살고 있다. 어이없는 비상계엄 후에 ‘계엄=내란’의 프레임과 ‘계엄=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계엄만큼이나 황당한 프레임이 맞부딪혀 거의 내전을 치렀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는 ‘내란 청산’ 프레임에 이번에는 ‘내란 청산=정치 보복=독재’라는 기괴한 프레임으로 맞서는 또 다른 프레임 전쟁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브린이 만든 프레임 중앙에 자리 잡은 ‘알바니아 전쟁’이 허구라는 사실이다. ‘사실’에 근거한 프레임이라면 딱히 비난할 수도 없겠지만 ‘가짜 뉴스’를 기반으로 엉뚱한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이것 보라’고 하면 범죄행위가 된다. 우리네 스핀 닥터들이 열심히 들이댄 ‘계엄=자유민주주의 수호’ 프레임도 ‘부정선거’ ‘중국 간첩’ 등 무수한 가짜 뉴스들로 유지된다. 유교적 정치관에서 바람직한 지도자를 흔히 ‘자애로운 아버지(benevolent father)’라고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북한 ‘김씨’ 백두혈통들이 대를 이어 ‘어버이 수령’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모양이다. 자애로운 아버지가 보여주는 프레임이라면 자식들이 의심 없이 봐도 무방하겠다. 그러나 정치모리배들과 권언유착된 ‘지라시’들이 보여주는 프레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성철 스님이 “달을 가리키는데 왜 달을 안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느냐”고 질타했다지만 그건 성철 스님이 요즘 세상이 어떤지 몰라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누군가 달을 가리킨다고 달을 봐서는 안 된다. 우선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누구 손가락인지부터 분별하고 그 달을 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걸스카우트 소녀를 덮친 대통령이 알바니아를 보라고 하면 알바니아를 보지 말아야 한다.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부정선거와 중국간첩을 보라고 하더라도 있지도 않은 그 허상을 바라봐선 안 된다. 한번 프레임에 빠지면 그 프레임이 곧 고정관념이 돼서 그 프레임에 맞는 가짜 뉴스의 유혹도 뿌리치기 어려워지는 모양이다. 우리만큼이나 ‘가짜 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에서 요즘 “See No Evil, Hear No Evil, Speak No Evil(사악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듯하다. 아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당이라는 일본 닛코동조궁(日光東照宮)의 ‘입틀막’ ‘귀틀막’ ‘눈틀막’ 하고 있는 3마리 원숭이들을 패러디 한 듯하다. 입틀막ㆍ귀틀막ㆍ눈틀막 원숭이들은 종종 언론탄압의 상징처럼 사용되기도 했지만, 원숭이들이 퍼트리는 가짜 뉴스에까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다룬 오디세이아에는 ‘사이렌(Siren)’이라는 마녀가 등장한다. 감미로운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 배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게 만드는 고약한 마녀다. 달콤한 가짜뉴스를 퍼뜨려 사회를 난파시키는 고약한 마녀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그 감미로운 소리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 귀를 막지 않은 대신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돛대에 결박해 그 위험구역을 벗어났다고 한다. 프레임 전쟁 속에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무사히 항해하려면 우리 모두 오디세우스 정도의 비범함을 갖고 있어야 하는 듯 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제주도가 '제12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아시아 최고 기항지'로 선정됐다. 제주도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12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아시아 최고 기항지 상'을 수상해 아시아 크루즈 허브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14일 밝혔다. 올해 포럼은 기존 학술 중심 행사에서 박람회 형식의 대규모 국제 교류 행사로 확대 개최됐다. 아시아 12개국에서 600여명의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해 아시아 크루즈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모색했다. '2035 아시아 크루즈의 비전: 9%에서 20%를 향한 항해'를 대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크루즈 산업 비전 공유와 함께 B2B·B2C 비즈니스 상담회, 크루즈 상품 부스 운영 등 실질적인 산업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돼 높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주목을 받은 '크루즈 산업 글로벌 커리어' 세션에는 과거 포럼에 참가했던 제주 청년들이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 로열 캐러비안, 노르웨이안 크루즈 라인의 현직 항해사 신분으로 연사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국제 현장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해양 인재 양성 체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해 청년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제주 크루즈 이슈 포커스' 세션에서는 제주가 추진 중인 준모항 발전 전략이 주요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 고덕윤 AT투어 대표는 "제주는 단순 기항지를 넘어 크루즈 승선 출발지로 거듭나고 있다"며 "지역경제 기여 확대를 위해 도와 민간이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크루즈 기항 증가와 준모항 확대에 따른 출입국·세관·검역(CIQ) 인프라 확충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귀포 지역에 CIQ 출장소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현장 수용 능력 강화를 위한 기반시설 확충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도는 이번 포럼이 아시아 크루즈 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청년 인재 양성과 지역 산업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국제 행사로서 의미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 준모항 전략 등 다양한 과제가 도출됐다"며 "제주가 아시아 크루즈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 반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내 대표 특급호텔인 '메종글래드 제주'의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DL그룹은 최근 자회사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소유한 메종글래드 제주 매각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인 그래비티자산운용과의 협상을 중단했다고 11일 밝혔다. DL그룹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 기한이 만료돼 자연스럽게 매각 논의가 종료된 상태"라며 "향후 매각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DL그룹은 지난해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투자자로 참여한 그래비티자산운용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메종글래드 제주'를 포함해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코엑스'를 묶은 패키지 매각을 추진해 왔다. 매각가는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각 추진 과정에서 '밀실매각' 논란이 불거졌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글래드호텔앤리조트지부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강력히 반대해 왔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매각 사실을 알게 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이윤만을 위해 일방적인 결정을 강행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DL그룹은 앞서 코로나19 시기 '글래드 라이브 강남'과 '항공우주호텔' 운영권을 정리하며 경영 효율화에 나선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현시점에서 현금 확보를 위한 추가 매각 시도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메종글래드 제주는 1978년 문을 연 '제주그랜드호텔'이 전신이다. 2015년 DL그룹이 리브랜딩을 통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한때 제주시 연동권을 대표하는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했다. 현재도 제주 관광호텔 업계에서 상징성이 큰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가 전국민 대상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본격적인 사전 준비에 돌입했다. 국민비서를 통한 사전 안내 서비스가 시작되고, 각 지자체 실무 공무원 교육도 병행된다. 행정안전부는 14일 오는 21일 소비쿠폰 신청 시작을 앞두고, 이날부터 '국민비서' 서비스를 통해 개별 지급액과 신청기간, 사용기한 등을 미리 안내한다고 밝혔다. 국민비서 알림은 카카오톡·네이버·토스 등 주요 앱이나 국민비서 홈페이지에서 가입 절차를 거치면 받을 수 있다. 알림 서비스는 오는 19일부터 순차 제공된다. 지자체 단위의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이날 제주시와 서귀포시청, 도내 43개 읍면동 주민센터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에서는 1차 지급 계획과 접수 절차, 지역화폐 연계 방안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전국민에게 1인당 최대 15만원이 지급된다. 제주도민은 기본 지원금 15만원에 비수도권 추가 지원금 3만원이 더해진 모두 18만원을 받게 된다. 도는 가급적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으로 신청·지급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 투입되는 제주지역 예산은 국비 1874억원과 지방비 208억원 등 모두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정부와 도는 사전 홍보와 함께 현장 접수에 혼선이 없도록 민원 대응 체계도 정비할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어쩌다가 밤낮이 바뀌어버린 아기처럼 요즘 들어 어머니는 낮에는 달처럼 주무시고 밤에는 해처럼 배회하신다. 엊그제는 거의 하룻밤 하룻낮, 24시간을 주무시기만 하셨다. ‘혹시나….’ 하는 걱정이 불안스레 꿈틀거려서 가만히 어머니 얼굴에 귀를 대보았다. 아무래도 숨결이 너무 약하신 듯하다. 갑자기 덜컥 두려움이 솟구친다. “아고게! 어머니, 얼른 일어 나십서! 저녁때가 다 되어수게!”하고 큰 소리로 깨워본다. 반응이 없으시다. 그 순간 ‘아직은 안 돼!'하는 조급함이 급하게 심장을 두드린다. 얼른 몸을 기울여서 어머니의 눈꺼풀을 뒤집어 본다. 그 순간 “야이, 무사?(얘, 왜 그래)”하면서 거칠게 밀치신다. ‘아고, 더 주무십서, 예! 미안허우다. 어머니가 나만 나둬동(놔두고) 솔째기(살짝이) 아버지한티 가불카부댄(가버릴까 봐)....’이라고 멋쩍게 물러선다. ‘역시, 우리 어머니시네….’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직은 어머니에게 호령할 기운이 남아 있으시다. 오늘은 정오쯤에 일어나셨다. 거실로 나와 당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마당을 쳐다보시더니 한숨을 쉬신다. 더위에 시달리다 못해 머리를 숙인 상추들이 숨을 죽이며 온몸을 늘어뜨리고 있다. 예년보다 급하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관건은 계획이나 방침이 아닌 엄중한 실천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7월 안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의 협업 체계인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구성한다. 세 기관에 분산돼 있는 심리와 조사 기능을 모아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초단기 알고리즘 매매 등 지능적·조직적 불법행위가 증가하는 데 맞춰 인공지능(AI) 감시 체계를 구축해 불공정거래 위험 종목군을 탐지하기로 했다. 거래소의 시장감시 체계도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전환한다. 적극적인 행정제재로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단 한번으로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거래소는 현재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계좌를 기반으로 감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는 감시 대상이 많은 데다 동일인 연계성 파악도 어렵다. 이에 주민등록번호를 가명 처리한 정보를 계좌와 연계하는 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 온 걸스카우트 대원 한명을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로 유인해 ‘성추행’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신줄을 잠깐 내려놓은 연예인이 그랬어도 세상이 시끄러울 사건을 대통령이 저질렀으니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힐 일이다. 대통령이 말 그대로 대형 사고를 치자 모두들 ‘이제 정권은 끝장났다’고 망연자실하고 자포자기한다. 재선(再選)은 언감생심이고 탄핵과 파면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교도소로 직행할 판이다. 그러나 영악한 백악관 여성 보좌관 윈프리드 에임스(Winfred Amesㆍ앤 헤이츠 분)가 전의를 상실한 백악관 참모들을 질타하고 나선다.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Impossible is not a fact. It’s an opinion)’이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불굴의 정신을 일깨운다. 아디다스가 광고 카피로 적절하게 써먹어 유명해진 말이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이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It ain’t over til it’s over)는 불세출의 야구감독 요기 베라(Yogi Berra)의 ‘속단 금물’ 정신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12월 3일 밤에 어처구니없이 선포
이재명 대통령의 3일 첫 기자회견은 시점과 형식, 내용 모두 직전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됐다. 우선 취임 30일 만에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이른 시간에 회견을 했다. 질문자를 지명하기도 했지만, 기자 명함을 넣은 상자 안에서 무작위로 뽑아 선정했다. 풀뿌리 지역 언론에도 영상으로 질문하도록 했다. 대통령실의 ‘가깝게, 새롭게, 폭넓게’ 콘셉트에 맞게 대통령과 기자단과의 물리적 거리도 가깝게 배치했다. 좌석도 둥그런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배열했다. 이 대통령은 사전 조율 없는 민감한 질문에도 참모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답변했다. 정권 초기 허니문 기간이어서인지 날선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치솟는 서울 아파트값, 라면에 계란 넣어 먹기 부담스러운 생활물가, 시한이 임박한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협상,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검찰을 비롯한 사법제도 개혁 등 현안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초대 내각 및 검찰 인사 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시멘트와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 시멘트만 모으면 시멘트 덩어리가 되고, 모래만 모으면 모래더미가 된다”며 진영에 따른 갈라치기가 아닌 ‘통합’ 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과 관련해선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학생을 지키려다 제가 무너졌습니다." 제주시 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남긴 말이다. 그가 마주한 상황은 한마디로 무방비였다. 신체 접촉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가해 학생과 수학여행을 떠나야 했고,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건 "화해하라"는 말과 "수행평가 때문에 복귀해달라"는 요구뿐이었다. 결국 A씨는 병가와 특별휴가를 연달아 사용한 끝에 교단을 떠났다. 학교는 침묵했고, 교사는 끝내 혼자였다. 사건은 지난 5월 수업 중 발생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을 제지하자 학생은 갑자기 A씨를 껴안으려 했고, 뿌리쳐도 다시 강하게 팔을 붙잡았다. 이후에도 새벽 시간에 문자가 왔고, 복도에서 위협적인 접근이 반복됐다. A씨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분리 조치는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되기 전까진 어렵다"는 설명이 전부였고, 보호 매뉴얼도 없었다.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조차 A씨가 직접 확보해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닷새 뒤 그 학생과 함께 수학여행에 인솔 교사로 떠나야 했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A씨의 호소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뒤로 이뤄진 분리 조치는 고작 5일. 병가에 들어간 A씨에게는 "수행평가 문제
지난 20일 오후 2시 제주시 김만덕기념관 만덕홀. '제주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공청회가 열렸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수소트램 사업에 대해 전문가와 도민이 마주한 자리였다. 단상 위에서는 장밋빛 '미래의 제주'가 펼쳐졌다. 관광객 수요, 탄소중립 교통수단,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익숙한 키워드들이 연이어 쏟아졌고 '제주형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수식어도 덧붙여졌다. 이날 발표된 핵심 교통수단은 '트램(Tram)'이다. 도로 위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운행되는 노면 전차로 지하철보다 건설비가 저렴하고 정시성이 높아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대중교통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 트램과 달리 도가 도입을 검토 중인 수소트램은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이용상 한국철도문화재단 이사장은 "수소트램 역세권 주변에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사업 추진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익 대전광역시 철도정책과장도 "도시철도 건설은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도로와 교량, 교각 등 기반시설을 함께 개량하고 개선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그 많던 야자수는 다 어디 갔나요?" "다 뽑았대요. 그런데 또 심는대요." 제주시 탑동로를 걷던 관광객과 상인의 대화다. 제주시는 지난 3월부터 이 곳 가로수도 심어졌던 워싱턴야자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방향을 틀었다. 지금 탑동로에서는 야자수를 다시 심는 '재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그 사이 도민 혈세 3억원 가까이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사실 워싱턴 야자수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건 오래다. 1982년부터 제주도내 주요 도로와 관광지에 심어져 그동안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색 풍경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한때 3500여 그루가 도내 곳곳에서 자라 제주의 또 다른 상징이 되기도 했다. 아열대 식물인 워싱턴 야자는 멕시코, 북아메리카의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콜로라도주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줄기는 하나로 곧고 원기둥 모양이며 회갈색이 난다. 잎은 꼭대기에 빽빽이 나며 부챗살처럼 돼 있다. 수명은 80~250년 이상이고 추위에 비교적 강해 제주지역 등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최대 25m 이상까지도 자라 제주 곳곳에 심어진 워싱턴 야자들도 20m를 훌쩍 넘는 크기로 자랐다. 바람에 대한 저항성이 아주 강한 편인 수종으로
우리의 일상이란 그대로 삶을 말한다.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지나가는(흐르는) 보통 평범한 삶 말이다. 대다수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지나가는 삶이 있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우리들 살아가는 이유가 그냥 흐르는 시간 같지만 각각의 개인에게는 작은 의미든 거창한 의미든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다. 삶은 목적 그 자체다. 누구는 꽃을 좋아하고 여행을 사랑하며, 산책을 즐긴다. 혹은 취미에 몰두하고, 생업에 매달리면서 하루하루를 뿌듯하게 보내기도 한다. 사실 평범하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평범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모두의 삶이 다르듯 살아가는 방식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삶이 다름은 목적도 행위도 다르다는 말이다. 우리가 평범하다는 삶에 대해 의심한 적이 있었는가? 살아간다는 것은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일 뿐이다. 일상의 나를 보자. 습관, 취향, 지향하는 목적, 버릇, 입맛, 기호, 외모, 성격, 피부색 등 수 십억 인간이 있어도 어떤 식으로든 다 다르다. 나는 살아온 경험도 다르고 부모도 다르다. 오히러 내가 '상대방과 같은 것이 무엇일까?'하고 반문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상에서 개개인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나의 실체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 그래서 우리 모두의 삶이 같다는 이데올로기를 믿고 살았다. 물론 세상은 온갖 이념에 갇혀 있지만 그것도 그대로의 삶의 모습이다. 시간은 오로지 대상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서야 알 수 있는 수수께끼이다. 보이지 않고 신비로운 것이 시간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자연의 본질로 봐야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있는 것, 세월, 과거, 주름, 성장, 늙음, 죽음 등 모두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우리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면서 아쉬운 것들을 떠올린다. 때로 주어진 삶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잘하리라는 각오도 다진다. 시간은 생로병사의 집행자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타고 사는 우리는 공간마저도 서서히 변화하는 것을 잊는다. 지리학에서 말하는 '풍경의 기억 상실'이라는 개념처럼 서서히 변해가는 장소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자신이 사는 곳이 급변해버린 사실을 알고는 당혹해 한다. 그렇다. 모든 것이 서서히 변하면 우리는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의 얼굴이 바로 그런 대상이 된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알기까지는 큰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성장 과정의 사진처럼 실제 비교할 수 있는 증거들이 있을 때 비로소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늘 그대로의 생각으로 살아가게 한다. ‘나’라는 우리의 하루는 시간을 보낸다는 말로서 생활을 이야기할 것이다. 시간을 보낸다는 말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나의 하루를 보면, 하루라는 말도 시간의 개념인 것이다. 하루는 편의상 아침, 낮, 저녁, 밤으로 구성된다. 낮과 밤도 지구의 자전으로 생기고, 열두 달 사계절도 지구의 공전으로 생기고 있어, 시간이 우주의 원리를 따르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인생이 허무할 수도 신비롭게도 느껴질 것이다. 우리 생명도 시간의 결과로서 살아있고, 살기 위한 행위들 모두가 자기 생명을 존속시키기 위한 시간 싸움이 되며, 일상 또한 시간 안에 놓인 사람들의 무대가 된다. 우리의 일상은 시간과 공간을 통해 감지된다. 공간이 없으면 시간도 없고, 그 반대로 마찬가지이다. 존재자인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통합된 관계에서만 삶이라는 의미가 성립된다. 그러니까 존재자의 시간은 공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다. 일상은 바로 시간이 공간에, 공간이 시간과 함께 존재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우리의 삶은 시공간의 통일에서 일어나는 개별 존재자의 ‘아주 특별한 경험’인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법정계획을 수립하거나 혹은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많은 용역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현안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오랜기간 논의와 여러차례의 용역이 있었음에도 실행이 무산되어 왔다. 그러한 점에서, 이 논설은 2023년 12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이하 ‘용역’이라 한다)’의 중요한 쟁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여 보다 더 충실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찬성 혹은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용역’ 그 자체를 입법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다른 ‘용역’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보다 더 실행이 가능한 ‘용역’을 수행하여 주도록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독자들의 많은 의견을 제시하여 주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용역' 161∽171쪽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하는 관광세, 호텔세, 숙박세, 환경세 등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 관광세(Tourist Tax)인가 환경세(Eco tax)인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통적인 문제 인식은 '과잉관광(over tourism)'으로 인한 심각한 압박(enormous pressure), 즉 물가와 부동산 가격상승을 비롯하여 쓰레기와 교통난, 환경 파괴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가중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수단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관광객들로부터 징수하여 지속가능한 관광을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은 ‘관광세(tourist tax)’라 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환경자원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세(eco tax)’라고 부르고 있다. 다만 ‘환경세’는 화석연료 사용, 교통시설이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 배출 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에 직접 부과되는 세금을 의미한다. 또한 'tax'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납부하는 '세금'은 물론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되는 ‘부담금’이나 ‘사용료’ 등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담금관리기본법」 제2조는 '부담금'이란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의무'이므로 ‘환경보전기여금’은 이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면서 환경보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국회와 행정부의 입법심사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논쟁대상이다. 즉,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정책은 엄격한 입법심사 대상이며, 이후에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 지방재정고권과 조세법률주의 외국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세는 국가가 정하는 세금이 아니라, 해당 지방의회의 의결로 자율적으로 세율과 종목을 결정하는 지방세이다. 그 근거는 해당국가의 헌법과 법령이 보장하는 지방재정고권(financial sovereignty)과 조세고권(taxation sovereignty)으로 포괄적인 지방자치 고유권한의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독일 「기본법」 제28조 제2항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재정 자치권한과 조세권한을 보장받는다. 그러므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의회 의결로 스스로 지방세의 종목이나 세율을 결정할 수 있으며, 이 권한은 200여년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지방자치의 오래된 역사적 배경에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지방세라 할지라도 ‘조세법률주의(헌법 제59조)’에 의하여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며, 「부담금관리기본법」 제3조에 의한 부담금은 '법률'로 정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환경보전기여금’이 절실하다 할지라도 국회가 정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 특히 2001년 시행된 「부담금관리기본법」의 제정이유는 '각 개별법률에 근거하여 설치 운영되어 온 각종 부담금의 신설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며,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부담금을 신설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기 전에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요구하는 등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 이와같은 법률 체계의 큰 차이로 인하여, 외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제주특별자치도가 ‘환경보전기여금’을 쉽게 도입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려우며, 높은 장벽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 포르투갈 마데이라의 사례 포르투갈 마데이라의 지방자치단체인 ‘펀찰시(Funchal City)’는 2024년 10월부터 지속가능한(sustainability)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방 관광세(Municipal Tourist Tax)’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 수입은 인프라와 서비스, 시설을 보존, 증진, 유지하기 위하여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관광세는 관광객이 호텔 등에 숙박할 경우에 1인 '1박(per night)'당 2 유로(€, 3000원 정도)이며, 최대 '7 연속 숙박(7 consecutive nights)'으로 14 유로(€, 2만1000원 정도)까지 부과된다. 숙박 이전 혹은 체제 기간 중에 납부하여야 한다. 이에 비하여 제주특별자치도 ‘용역’ 194쪽과 202쪽은 '숙박시설의 객실 이용자(1인/1일)' 1500원을 기본부과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숙박은 ‘1박 2일’이 되기 때문에 ‘2일’로 적용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낳게 된다. 결국 현장에서 심각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되므로, ‘1인/1일’은 반드시 ‘1인/1박’으로 수정하기를 권한다. '자동차대여사업용 자동차 이용자(1일/1대)'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펀찰시는 2025년도부터 마데이라 섬에 상륙하는 크루즈 승객에 대하여도 ‘크루즈 승객 1인당(per cruise passenger)’ 2유로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추가되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렌트-카에 대하여 관광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좀처럼 그 사례를 찾을 수가 없으므로 또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드린다. # 기여금인가? 분담금인가? 이 ‘용역’ 표지는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본문에는 '제주환경보전분담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의 추진과정에 상당한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진다. 그러나 다양한 명칭에도 불구하고,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적용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부담금'에 대하여 '특정한 공익사업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해 그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시키기 위해 부과하는 금전지급의무'라고 판결한 바 있다.(헌재 2003.5.15. 2001헌마90)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의로운 거지가 사람들에게 재난을 방비하라고 경고하다 만약 ‘옜다! 하고 던져주는 음식을 먹지 않겠다’라는 말이 사람인 거지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를 표출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거지의 기본 인격 관념과 의협(義俠)의 관념이 동시에 내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밑바닥에 처해 있지만 결국은 인류의 일원으로 자신의 생존을 추구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타인을 도와주려 한다. ‘선을 쌓고 덕을 행하는’ 것이다. 원나라 인종 연우(延祐) 첫해에, 몸에 검은 옷을 걸친 거지가 큰 바가지를 한 손에 들고 수군 방책과 장경(張涇) 부두 사이에 있는 술집에서 구걸하며 돌아다녔다. 술을 마실 때마다 외치고 다녔다. “소(牛)가 온다.” 그리고 수군 방책과 인가의 벽에 ‘불(火)’ 자를 쓰고 다녔다. 사람들은 역겹다는 듯이 욕을 해대며 글자의 흔적을 지웠다. 나중에는 거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해 겨울, 해적 우대안(牛大眼)이 유가항(劉家港)에서 태창(太倉)까지 약탈을 자행하였다. 수군 방책과 장경 부두는 불바다가 되었다. 그때서야 사람들이 당시 그 거지가 재앙을 암시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평민에서 말단인 보잘 것 없는 거지가, 일이 터지기 전에 암시라는 방법으로 도적과 화재를 예방하라는 경고를 던졌다는 것은 일종의 ‘의협의 담력’이 아닌가? 그 거지는 그런 특별한 방법으로 현지인들이 보시해준 은혜를 보답하였다. 거지 장이(張二), 외구를 물리치는 데에 공을 세웠으나 공신으로 자처하지 않았다 적이 들여 닥쳐 국가가 위급한 지경에 처했을 때 거지들이 가지고 있던 의협의 기개는 왕왕 민족 결기로 전화되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명나라 때에 어디 출신인지는 분명하지 않은 장이(張二)라는 거지가 있었다. 그 거지는 훌륭한 잠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1개여 월 동안 별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었다. “힘차고 민첩하게 사지를 넘나들었다.” 가경(嘉慶) 33년(1554)에 왜구가 침탈하자 장이는 태수의 부하로 들어가 항전에 참가하였다. 태수가 그에게 적진으로 들어가 정탐하고 오라고 명할 때마다 장이는 예리한 무기를 들고 헤엄쳐 적진으로 들어갔다. 적선을 만나면 배 바닥에 구멍을 내 침몰시키기도 했다. 수시로 적의 심장부에 들어가 상황을 정탐하면서 왜구의 수급을 베어다 헌상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태수는 은패를 주면서 장이에게 위로금을 전달하려 했으나 받지 않았다. 술로 위로하니 받겠다고 하였다. 왜구의 난이 평정되고 난 후 논공행상하려 할 때, 장이는 백호의 직책을 계승하여야 했다. 군현에서 예복까지 하사하려 했다. 그러나 모두 거절하면서 거지로 살기를 원했다. 밤에는 사찰에서 잠을 자면서도 낮에는 미소 지으면서 걱정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런 그에게 후인이 감탄하였다. “만 번 죽을 위험에 드나들면서 큰 어려움을 바로잡고 큰일을 이루었으나, 길게 휘파람 불며 부귀영화를 거절하였다. 그래, 동해의 빈한한 사람으로 살았으니 노련(魯連)선생이지 않는가!” 이처럼 공로에 따른 이익과 관록을 마다하고 외부 침탈을 당한 국가를 위하여 죽음조차 피하지 않는 기질은, 거지 신분인 장이가 의협의 인격을 승화시켰다고 하겠다. 적을 물리치는 공을 세웠으면서도 여전히 구걸로 살아가고 다른 부귀를 추구하지 않았으니, 의협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비교해 보자. 현귀 출신이면서 이익만을 쫓거나 몸을 팔아 부귀영화를 추구하면서 부끄러움도 없이 적에게 투항한 변절자가 예나 지금이나 많지 않던가. ‘천민’인 장이라는 거지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 어찌 하지 않겠는가. 거지의 지위가 비천해 구류(九流) 중에서 말단에 위치해 있었던 까닭에, 그중에 ‘의협’의 일들이 많았지만 문자 기록으로 남긴 것이 극히 적고, 사서나 전기 같은 전당에 들어가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진 ‘구비(口碑)’ 문학 속에는 인구에 회자하는 문장이 전송되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어에 ‘주강호(走江湖)’라는 말이 있다. ‘강호(江湖)를 떠돌다’라는 뜻이다. 사전에는 ‘곡예사·떠돌이 의사·점쟁이 따위가 생계를 위하여 세상을 떠돌아다니다’라고 돼있다. 중국 문화전통의 세속관념으로 보면, 강호를 떠돌아다니는 부류는 하층민, 더 나가서는 천민들의 일이었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회포를 풀다(遣懷)』1) 시에서 읊었다. “실의에 빠져 강호에서 술 마시고 다닐 때는 미인들 가는 허리 손바닥에 가벼웠네.” 실의에 빠져 곤궁해질 때 다른 길을 찾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강호 사회에 전락하고 사회 하층으로 빠져든다는 말이다. 송(宋)대 원채(袁采)의 『원씨세범(袁氏世範)』 「자제당습유업(子弟當習儒業)」에 있는 기록이다 : “사대부의 자제가 일시적으로 세록을 받을 수 없고 의지할 재산이 없으면, 어버이를 섬기고 처자를 보살피기 위해서는 유생이 되는 것이 낫다. 자질이 뛰어나면 진사과를 공부할 수 있기에 위로는 과거 급제하여 부귀를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글방을 열어 가르치면서 속수(束修, 옛날 스승을 처음 찾아뵐 때 드리던 예물, 개인 교수에게 주는 사례금)를 받을 수 있다. 진사과 공부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위로는 서찰을 써주는 일을 하여 서신을 대신 써 주거나, 다음으로 글 읽는 법을 배워 초학자의 스승 노릇을 할 수 있다. 만약 유생이 될 수 없다면 무당, 의사, 승려, 도사, 농민, 상인, 기술자 등 모두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면서도 조상에게 욕을 먹이지 않으니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제가 떠돌아다니다가 거지가 되거나 도적이 되면 이것은 조상을 가장 욕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 사대부의 정통 관념이다. 어찌 모르겠는가. 고아함과 속됨, 즉 아속(雅俗)이란 모두 상대적이다. 홍구(鴻溝)와 같이 큰 틈이 있어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예부터 많은 아사(雅士)들이 강호에 빠져들었을 뿐 아니라 강호 속에 있는 사람도 자연히 전통 인격의 도덕, 미학, 가치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확고한 강호 정신 체계를 이어받아 그 복잡한 세계를 지탱하고 유지하였다. 거지 사회는 강호 사회의 한 계통이다. 여러 부류와 서로 의존하면서, 비교적 큰 측면에서 맑고 혼탁함이 진면목을 숨기고 끼어들어 섞인 ‘강호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거지의 ‘단체 인격’이 드러난 ‘의협(義俠)’과 ‘부랑자, 불량배’라는 이중인격, 그리고 그것과 ‘강호정신’의 본질적 연계성을 얘기하고자 한다. 한비자(韓非子)는 오래전에 말했다. “협(俠)은 무력으로 금령을 범한다.” 초기 무협(武俠)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말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빈곤한 사람을 구제하는 일은 어진 사람의 자세다. 믿음을 잃지 않고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것은 의로운 사람이 취하는 행동이다.” 이것이 협의(俠義)에 대한 중국 최초의 관념이다. 이를 근거로 사마천은 『사기』에 「유협(游俠)열전」을 썼다. 「유협열전서」에서 사마천은 의협의 인물과 그 행동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그 말은 믿을 수 있고 그 행동은 반드시 결과가 있으며, 한 번 승낙하면 반드시 성실하게 이행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뛰어든다. 다른 사람의 곤경에 뛰어들면, 이미 자신의 생사존망을 초월한다. 자신의 생사존망을 초월하나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고 자신의 공덕을 찬양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덕으로 원한을 해결하고 후하게 베풀고서도 그 대가는 적게 바랐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이 주를 달았다. “의협의 기질과 풍모는 이렇다 : 반드시 우의를 중하게 여기고 신의를 강구하며 즐겁게 사람을 돕고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린다. 말을 하면 행하고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며 굳세고 정직하다.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며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덮어놓고 싸움을 벌이거나 제멋대로 흉포하게 굴며 힘을 믿고 폭력을 휘두르고 함부로 날뛰는 것은 결코 의협이 할 일이 아니다.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고 시비가 불분명한 강호 문파들 간에 서로 원한을 가지고 살해하는 것도 의협의 행동이 아니다.” 거지의 ‘집단 인격’은 마침 ‘협의’와 ‘부랑자, 불량배’라는 이중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사마천 『유협열전』 중의 여러 ‘협(俠)’은 대부분 외딴 시골, 민간의 포의(布衣), 즉 필부다. 출신이 비천하다. 유럽 중세기에 고정적인 경제력을 가진 기사 계층의,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가졌던 구성원들과는 선명하게 대비된다. 어쩌면 당시 거지가 아직 하층 사회의 구체적 단체를 이루지 못한 까닭에 사마천의 『유협열전』 중에는 의로움을 행하는 협객과 같은 거지 열전이 없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행방이 일정하지 않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유협(游俠)’의 ‘유(游)’는 거지가 강호에서 유랑하는 행적과 상통한다. 근대와 현대 사회에서, 거지가 단체를 결성하여 내부의 인적 교류 관계를 유지하는 신조는 ‘강호 의기(義氣)’다. 사회에서 거지가 비천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의협(義俠)의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은 바로 중국 문화전통이 그 특수한 인격에 영향을 끼친 결과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견회(遣懷, 회포 풀다)」〔두목(杜牧)〕 : 落魄江湖載酒行(낙백강호재주행),楚腰纖細掌中輕(초요섬세장중경).十年一覺揚州夢(십년일각양주몽),贏得青樓薄倖名(영득청루박행명) : 실의에 빠져 강호에서 술 마시고 다닐 때는 미인들 가는 허리 손바닥에 가벼웠네. 십 년 만에 문득 양주의 꿈 깨니 청루에서 박정한 사내라는 이름만 얻었구나. ; 제목은 ‘회포를 풀다’ 뜻으로, 두목이 환락에 빠져 지내온 생활을 자책하면서 지은 시이다. ‘초요(楚腰)’는 가는 허리를 뜻한다. 옛날 초(楚)나라 왕이 허리가 가는 여자를 좋아하니 궁중 여인들이 저마다 허리를 가늘게 하려다가 굶어 죽기까지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장중경(掌中輕)’은 한(漢)나라 성제(成帝)의 총애를 받던 조비연(趙飛燕)의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출 정도였다는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양주(揚州)는 당나라 제일의 환락가였다. ‘양주몽(揚州夢)’은 환락에 빠져 지내온 덧없는 세월을 뜻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