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오는 13일 오전 10시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비인(BeIN;) 공연장에서 ‘2023 제주 아세안+α 케이(K)-콘텐츠 포럼’을 연다. 제주 콘텐츠 산업을 아세안+α 국가에 진출시키고 제주가 콘텐츠 비즈니스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올해 처음 열린다. 제주도는 아세안 10개국과 인도 등 신남방국가를 중심으로 환태평양 지역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아세안+α 정책을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제주 콘텐츠산업의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한 국내외 콘텐츠 분야 전문가 초청 포럼과 제주 콘텐츠 기업의 실질적인 네트워킹 기회 마련을 위한 비즈니스 교류행사 등이 운영된다. 포럼은 오영훈 제주지사의 ‘아세안 진출을 위한 제주형 케이(K)-콘텐츠의 새로운 도약’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총 3개의 세션으로 운영된다. 해외 초청 연사들로 구성된 첫 번째 세션은 ‘아세안에서의 케이(K)-콘텐츠 현황과 트렌드, 그에 따른 제주의 방향은?’을 주제로 진행된다. 국내연사로 구성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제주에서 찾는 글로벌 K-콘텐츠 도약의 성공전략’을 논의한다. 마지막 세션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조현훈 부장이 ‘제주 콘텐츠 산업 혁신성장과 지원을 위한 케이(K)-콘텐츠의 다양한 성과 사례’를 주제로 발제하고, 제주한라대 김동만 교수가 좌장을 맡아 도내외 토론자들과 제주 콘텐츠산업이 아세안과 글로벌로 도약하기 위한 첫 걸음에 대해 토론한다. 오성율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제주-아세안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제주를 기점으로 케이(K)-콘텐츠가 활성화되길 바란다”며 “포럼 결과물을 바탕으로 도 문화콘텐츠산업의 진흥계획을 마련하고, 제주 콘텐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옛 제주도 도로관리사업소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청사가 신축된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시 연동 설문대여성문화센터와 접한 부지에 소방안전본부 청사를 신축하는 계획을 담은 제주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현 소방안전본부 청사는 1982년 1월 여성회관으로 준공된 후 1992년부터 소방안전본부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필수 공간이 부족해 1994년과 2003년, 2009년 등 증축을 거듭하고 있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어 2011년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대상인 E등급 판정을 받은 이후 2016년 건물에 내진 등 시설 보강을 벌이면서 새로운 청사 건립 또는 이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어 지난해 12월 제주도와의 협의 끝에 제주시 연동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바로 옆 제주도 도로관리과 부지에 신청사 건립 부지를 확정했다. 소방안전본부 신축 부지는 현재 전기차충전소와 제주도 도시관리과 사무실 등으로 쓰이고 있다. 도는 국비 200억원과 지방비 262억원 등 462억4300만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1만399㎡ 규모의 소방안전본부 청사를 신축할 계획이다. 신축 청사에는 119종합상황실과 사무실, 지휘작전소, 정보통신실, 심리상담실, 후생시설 등이 들어선다. 도 소방안전본부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재난유형에 대비해 119 종합상황실 필수공간을 확보하고, 재난총괄기관으로 제주형 종합컨트롤타워 구축과 재난업무의 능률성 확보를 위해 청사 신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일 개회하는 제423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도 소방안전본부 신축에 따른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통과되면 내년 3월 설계공모 및 실시설계, 교통영향평가 등 용역을 벌인 후 2025년쯤 착공해 2026년 12월 준공이 전망된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도 지방공휴일인 4·3희생자추념일에 학교도 휴교해 추모에 동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4일 한권 제주도의회 제주4·3특별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일도1·이도1·건입동)에 따르면 매년 4월 3일 각급 학교에 지방공휴일 적용을 권고, 4·3 관련 학습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는 '제주도 4·3 희생자추념일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재 4·3 지방공휴일 적용 대상은 제주도의회, 제주도 본청 및 하부 행정기관, 도 직속기관·사업소, 합의제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근로자다. 교육청과 학교, 은행, 병원 등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나 이번 조례 개정안에는 휴무적용 권고대상에 학교를 포함했다. 또한 제주도 산하 출자·출연기관도 4·3 지방공휴일 적용을 권고하도록 했다. 한 의원은 "지방공휴일 권고 대상에 학교를 포함하고, 제주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으로 그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학교와 학생들이 4월 3일에 4·3 관련 학습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4·3추념일은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데 이어 4·3 70주년이던 2019년 국내 처음으로 제주도 지방공휴일로 지정됐다. 한 의원은 이와 함께 4·3 역사 왜곡 행위에 대한 소송 활동을 지원하는 '제주4·3 역사 왜곡 대응 법률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4·3 역사 왜곡 행위에 대한 법률적 지원 방안과 4·3 역사 왜곡행위 예방을 위한 실태조사, 신고센터 운영 등과 이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변화하는 문명사의 흐름에 제주지역 언론의 생존향방을 모색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제8차 제주미래포럼이다. 제주중앙언론인회가 주최하고 <제이누리>와 제주도·제주개발공사·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후원한 제8차 제주미래포럼이 지난 1일 오후 4시부터 제주시 연동 설문대여성문화센터 2층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세상을 바꾸는 테크저널리즘'이 주제다. 장승홍 제주중앙언론인회 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개회사를 통해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의원회 사무총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지난 100년간 언론권력은 어떻게 변화했고, '지금 우리는 왜 CES와 기술변화에 주목해야하는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챗 GPT 등 지금 속속 등장하는 테크 저널리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 기회를 빌어 제주 언론의 생존 향방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이 자리가 '제주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아이디어 창고'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의 기조강연이 이어졌다. 민 전 사무총장은 "가장 먼저 생긴 매체는 라디오로, 최근 전기차에 AM라디오를 제외하면서 미국사회에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AM은 500~1600KHz의 낮은 주파수를 사용해 멀리까지 쉽게 전파가 돼 미국처럼 광활한 지역에서는 활성화 돼있다. 하지만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주파수 간섭을 이유로 항의해 미국 상원에서 AM 라디오 신차 배제 금지 촉구에 대한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쟁 시나 재난 시에 AM라디오가 필요하다. AM 전파의 마지막 수단이 전쟁 시 긴급구호 수단"이라면서 "하지만 이제 아이폰 등이 위성을 통해 개개인의 위치를 다 알려줄 수 있다. 사용자가 넘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감지해 비상연락망으로 경고도 가능하다. AM 전파의 경우 긴급구호 수단로서 의미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으로 라디오 전파기술을 상업화해 방송국을 만든 지 100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첫 방송이 나왔던 게 1920년"이라면서 "1987년에도 '라디오가 위기'라는 얘기가 나왔다. 언론은 그때부터 틈새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미디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신의 보급 자체가 결국은 뉴스 산업의 시작이었다. AP나 로이터, AFP 같은 그런 통신사들이 바로 이곳에서 나왔다"면서 "당시 전화비가 비쌌기 때문에 팩트를 가능한 한 짧게 쓰는 것, 역삼각형 구조, 중요한 문장을 앞에 놓는 것 등의 기사체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본질적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언론사들을 보면 인력을 줄이고 있다. TV보급률은 100%지만 방송사도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TV는 필수매체라고는 하지만 요즘 모두 TV대신 스마트폰 등 다른 디바이스로 넘어가고 있다. 종이신문은 이제 지하로 내려가기 일보직전"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챗 GPT가 다른 분야 뿐만 아니라 언론 분야에서도 화제다. 라디오나 종이신문 시절에도 'TV가 나오면 망한다'라는 이야기가 돌았다지만 챗 GPT의 등장은 더욱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인공지능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챗 GPT는 인간의 상상력이나 지성을 앞서가는 부분이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기득권인 전문가 집단이 위협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뉴스에 대한 갈망, 정보에 대한 갈망은 구석기 시대든 미래든 본능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디바이스가 변하고 있고, 그 디바이스를 누가 선점하는가의 싸움이다. 언론사가 사양산업으로 가고 있다지만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누가, 어떻게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해 1월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를 소개했다. 민 전 사무총장은 "기술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구성물이다. 사회적 합의체를 통해서 진전의 단계로 가는 것"이라면서 "CES에서는 미래를 바꾸는 기술의 현장이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이 바로 CES 현장이다. 언론사도 이제 틈새시장을 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사양산업이라고 하는 것도 어떻게 재정의하느냐, 어떤 것을 어떻게 먼저 시도하느냐, 어떻게 기존의 것을 부수고 재조합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아닌 기회가 오기도 한다"며 "워싱턴 포스트의 경우 기술인력들을 처음에는 10대 1에서 지금은 5대 1까지 늘렸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기자들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소식을 갈구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처럼 폐쇄적인 형태의 정보를 먼저 독점해서 알리는 '게이트 키핑' 역할은 이미 끝났다"며 "언론사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은 CBS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해 한국외대 초빙교수이자 법무법인 제이피 고문, 전 CBS 보도국장, 노컷뉴스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지역 단성중(남·여중)의 남녀공학 전환 필요성에 도민의 47.5%가 동의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34%로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교육공론화 제3호 의제 '단성중(남·여중)의 남녀공학 전환' 공론화 도민참여단 토론회에서 지난달 8∼15일 학부모, 학생, 교직원, 도민 등 61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우선 남녀공학 전환 공론화에 대해 알고 있는지에 대해 51.7%는 '모른다', 34.9%는 '들어봤지만 내용은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13.4%에 그쳤다. 남녀공학 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의견이 47.5%를 기록했다. 하지만 비동의한다는 의견도 34%로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18.5%는 중립이었다. 응답자별 동의율을 보면 초등학교 교직원(58.7%)과 중학교 교직원(72.3%)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유·초등생 학부모는 49.9%, 중학생 학부모는 47.1%로 학부모 동의율은 절반에 약간 미치지 못했다. 중학생은 38.9%, 일반 도민은 36.8% 동의하는데 그쳤다. 남녀공학 전환에 동의하는 이유는 '성별과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낼 수 있기 때문',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기 때문', '원거리 통학 여건 개선'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남·여중 각각의 특성과 장점이 있기 때문', '학습 분위기가 안 좋아질 것 같음',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음' 등으로 나타났다. 전날 열린 도민참여단 토론회는 사전 여론조사 시 신청자 중 지역과 찬반 비율을 고려해 선정된 104명 중 93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도민참여단은 사전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주제 발표, 질의응답, 3차례의 분임 토의와 공유 시간을 가졌고 마지막에 사후 설문조사를 했다. 토론회 참가자 김모씨는 "공론화에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교육 문제를 토론하는 것이 의미가 컸고, 이전에 알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민참여단 토론회 결과 보고서는 내년 1월 제주교육 공론화위원회에 보고된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도교육감에게 정책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남·여중의 남녀공학 전환'은 중학생 통학 여건 개선과 학교 선택권 강화를 위해 제주도교육감이 숙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론화위원회에 제안한 의제다. 도내 45개 중학교 중 단성학교는 14곳(남중 7, 여중 7)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여.야가 2일 제주 서귀포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임성철(29) 소방관을 추모했다. 국민의힘 강사빈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화마 속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빠져있을 유가족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강 부대변인은 "오직 국민 안전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다했던 고인의 순직 소식에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는 하늘의 별이 된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기현 대표도 페이스북에 "꽃다운 나이, 거대한 불길 속에서도 오직 국민 안전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다했던 고인의 순직 소식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고 썼다. 김 대표는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보다 안전한 구조 여건을 만드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페이스북에 "뜨거운 그의 사명도, 빛나던 젊은 꿈도 미래도 이제는 모두 저 하늘의 별이 되어버렸다.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고 적었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국민이 기다리는 곳이라면,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소방관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 그리고 뜨거운 숙명에 한없이 깊은 경의를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또다시 발생한 젊은 소방관의 희생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영웅들이 외롭지 않도록 더욱 무거운 마음으로 소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을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김한규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언제나 사명감으로 두려움을 이기고 화마와 싸워온 고(故) 임성철 소방교의 헌신과 용기를 잊지 않겠다"며 "소방관 출신 오 의원이 사고 때마다 국가가 또 막지 못했다며 느꼈던 좌절을 떠올리며 저도 반성한다"고 언급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제주 서귀포시 감귤창고 화재 진압중 순직한 임성철(29) 소방교에게 1계급 특진(소방장)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비보를 접한 뒤 고인을 애도하며 "큰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소방관 여러분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소방관을 화마에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불길이 덮친 화재 현장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고인의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우 대통령실 재난안전팀장은 지난 1일 오후 대통령실을 대표해 임 소방관 빈소를 찾았다. 그는 유가족을 위로하며 윤 대통령 조전을 전하고 특진 계급장과 훈장도 영전에 전수했다. 임 소방관은 이날 새벽 화재 진압 중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불을 끄다가, 외벽 콘크리트 처마 잔해에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도당 사무처장을 외부에서 수혈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오는 11일까지 도당 사무처장(계약직) 1명을 공개채용한다고 5일 밝혔다. 계약기간은 1년으로 모집공고 및 서류접수기간은 4일부터 오는 11일까지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발표하게 된다. 자세한 사항은 국민의힘 홈페이지 및 제주도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앞서 제주도당은 지난 10월 17일 이명수 전 사무처장이 임기를 마쳤다. 하지만 두 달째 후속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 안팎에서 중앙당 인사 내정설이 돌았다. 반면 허용진 도당위원장은 총선에 대비해 "지역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외부 영입을 위한 공모를 중앙당에 요청해왔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서부경찰서는 카지노 칩을 훔친 혐의(절도)로 40대 중국인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께 제주시 한 호텔 카지노에서 중국인 관광객 B씨의 3500만원 상당 카지노 칩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가 테이블에 카지노 칩을 두고 식사를 하러 간 사이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칩을 자신의 칩 보관함에 담아 가지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당일 해당 칩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B씨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하고, 3일 오후 2시 20분께 제주국제공항에서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기 돈인 줄 알았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 아들도 소방관인데…." 2일 제주시 연동 소방안전본부 1층 회의실에 마련된 고 임성철(29) 소방장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중년 여성 추모객은 분향소에 들어서기 전부터 눈물을 쏟아냈다. 소방관 아들을 뒀다는 이 추모객은 "제주에 여행 왔다가 임 소방장의 부고를 듣고 마음이 아파 조문하러 왔다"고 했다. 이 추모객은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영전에 국화꽃을 올리고 추모의 인사를 한 뒤 방명록에 '꽃다운 청춘을 바쳐서 목숨을 기꺼이 내어주신 소방관님. 천국에서 영면하시길'이라는 글을 남겼다. 소방공무원들도 근조 리본을 착용한 채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소를 지켰다. 김성중 행정부지사를 비롯한 제주도청 간부 공무원들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헌화·분향했다. 합동분향소는 2∼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된다.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도 동료 소방관들을 비롯한 조문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남화영 소방청장도 이날 제주를 찾아 사고 현장을 확인한 뒤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제주도 누리집에 마련된 온라인 추모관(https://www.jeju.go.kr/119/notice/memory.htm)에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당신의 숭고한 희생과 노고 잊지 않겠습니다' 등 추모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온라인 추모관에는 3천174명이 헌화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의 친구라고 밝힌 한 추모객은 "원하는 것 있으면 내 꿈속에서 말해 다 들어줄게. 꼭 와라. 너를 보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다. 보고 싶고, 고생했다. 사랑한다'고 글을 남겼다. 임 소방장의 영결식은 5일 오전 10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제주도청장(葬)으로 엄수된다. 영결식 당일엔 오전 5시 30분 발인 후 고인이 근무했던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와 생가, 화북성당 등을 거쳐 영결식장에 도착할 예정이며 같은 날 오후 3시경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안장식(봉안식)이 진행된다. 고인은 앞서 1일 오전 1시 9분께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택 옆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중 거센 불길에 무너져 내린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에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한라산 탐방객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고 안전한 산행문화 정착을 위해 한라산 탐방 입·하산 시간이 동절기와 하절기로 간소화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4일 탐방객 입·하산시간 조정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현재 동절기·하절기·춘추절기 등 3단계로 구분된 입·하산 시간을 동절기와 하절기 2단계로 간소화했다. 입산시간은 동절기·하절기 구분없이 오전 5시로 통일된다. 또 정상부를 탐방할 경우 진달래밭∼동릉 정상, 삼각봉∼동릉 정상 도착시간은 현행 1시간 30분에서 2시간으로 확대된다. 이번 행정예고는 오는 23일까지 20일간 이뤄진다. 행정예고에 따른 의견이 있는 도민과 탐방객들은 한라산국립공원으로 23일 오후 6시까지 우편(제주시 1100로 2070-61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팩스(64-710-7819) 또는 전자우편(kchoongkim@korea.kr)으로 제출하면 된다. 제주도는 입·하산시간 행정예고 이후 최종안을 확정한 뒤 혼선을 방지하고 변경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시범 운영한 뒤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양충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이번 한라산국립공원 입·하산시간 조정은 탐방객들이 보다 여유롭게 등산하도록 해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행정예고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지역 총선시계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회로, 예비주자들은 출판기념회로 총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은 오는 2일 오후 4시 제주한라대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제주가 키운, 제주를 키울 국회의원 송재호 2023 의정보고회'를 연다. 이날 송 의원은 올해 의정활동 성과와, 지난 4년간의 국회와 제주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 또한 오는 3일 제주대 공과대학 3호관 강당에서 ‘청년과 함께하는 의정보고회’를 갖는다. 김 의원은 지난 2년간의 의정활동 성과를 공유하고, 청년이 김 의원에게 바라는 향후 의정활동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은 내년 1월7일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의정보고회를 갖고 올해 의정활동 성과와 함께 지난 8년간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성과와 경험 등을 알릴 계획이다. 예비주자들은 출판기념회로 세몰이에 나섰다. 제주시갑 선거구 출마설이 나오는 문대림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은 오는 23일 오후 3시 제주한라대 한라컨벤션센터에서 '문대림의 뒤집기 한 판'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서귀포시 선거구 출마에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도 오는 23일 오후 2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또, 제주시갑 선거구에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문윤택 전 제주국제대 교수는 지난 9월 9일, 서귀포시 선거구 출마가 유력한 이경용 전 제주도의원은 지난 10월 15일 각각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22대 총선 투표일인 내년 4월10일 기준으로 90일 전인 내년 1월11일부터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직무상 행위 기타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집회, 보고서, 축사·인사말을 통해 의정활동 보고를 할 수 없다. 아울러 누구든지 후보자와 관련 있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다. 한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내년 4월10일 치러진다.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은 오는 12일부터 시작된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겨울철 빙판길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평화로 상습 결빙구간에 도로열선이 설치된다. 제주도는 올해 사업비 16억원을 투입해 평화로 상습 결빙구간에 도로열선을 설치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해당 구간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인 평화로~안덕면 동광리 진출입 도로와 대정~평화로 본도로로 연결되는 도로 등 상습 결빙구간 2곳, 1.37km다. 지난달 착공해 올해 말까지 시험가동한 후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설치중인 도로열선은 온도와 습도 감지센서가 결빙 상황을 상시 감지해 자동으로 가동된다.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블랙아이스까지도 감지해 겨울철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도로열선을 통한 도로제설은 염화칼슘 등 제설제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양창훤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이번 도로열선 설치로 빙판길 사고 예방은 물론 도로 통행불편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겨울철 기습 강설과 한파로 인해 도민과 관광객의 도로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해 안전한 도로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개발공사가 도내 첫 토지임대부 주택인 삼도이동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72호 공급을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형 보금자리 주거종합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삼도이동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설계공모를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란 토지의 소유권은 사업자인 제주개발공사가 가지고, 건축물 및 복리시설 등에 대한 소유권은 주택을 분양받는 자가 가지는 것이다.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분양가가 결정되는 게 대부분이다. 무주택 도민들의 자가소유 기회를 확대·보장해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주택이다. 제주도는 이번 사업을 위해 지난 7월 삼도이동 1244-1번지 일원의 사유지를 매입했다. 이후 제주개발공사는 기획설계, 공공건축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이번 설계공모를 진행했다. 설계공모를 통해 2동 72호 규모의 주택을 건설해 공급 할 예정이다. 제주개발공사는 도내 첫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통해 청년,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구도심으로의 인구 유입을 이끌어내 원도심 지역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공모는 오는 7일까지 공사 홈페이지(www.jpdc.co.kr)를 통해 참가접수 및 구비서류 제출을 완료한 자에 한해 참여가 가능하다. 이번 설계공모에서는 제주 자연환경과 문화 등의 요소가 반영된 디자인이 선정될 수 있도록 심사기준을 마련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심사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제고를 위해 설계공모 심사과정을 인터넷 채널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당선작은 설계권이 부여되는 우선협상자의 자격을 갖게 된다. 우수작·가작 등 입상작에 대해서도 보상금을 차등 지급한다. 설계용역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2개월이다. 내년 8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및 2025년 상반기 공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입주자 맞춤형 시설과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도민들이 주거 불안 없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삼도동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받고 있는 비자림 내 아왜나무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빗자루병이 발생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달 비자림 내 아왜나무에서 발생한 빗자루병 증상과 관련해 1차 검사 결과, 빗자루병의 주요 원인인 파이토플라스마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4일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지난달 12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대와 전북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등 소속 전문가들에게 비자림 내 빗자루병 증상을 보이는 아왜나무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해당 아왜나무에서 빗자루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파이토플라스마가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빗자루병 증상의 원인을 밝히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비자림 내 아왜나무는 성목 기준으로 100여본이 생육하고 있다. 아왜나무는 상록속성수로 후박나무, 생달나무 등과 함께 비자나무의 대표적인 경쟁식물이다. 빗자루병은 곰팡이균에 감염된 나무에서 발생한다. 나뭇가지 일부분이 혹모양으로 부풀고 잔가지가 빗자루 모양으로 쪼그라들다가 말라 죽는다. 세계유산본부는 비자림 내 전수조사를 통해 5그루의 빗자루병 증상 아왜나무를 확인했다. 이 중 4그루는 제거할 계획이고, 1그루는 전문가 연구를 위해 존치할 예정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정옥아, 차롱에 떡 받아 와시매 먹으라!"(차롱의 표준어는 채롱이고, 채그릇의 하나다. 싸릿개비나 버들가지 따위의 오리를 결어서 함(函)처럼 만들고 안팎에 종이를 바르기도 한다.) 한밤 중에 뜬금 없이 나를 깨우시더니, 무슨 비밀이나 되는 듯이 속삭이며 하시는 말씀이다. 요즘은 어머니가 아주 오래 전 기억을 소환해 내서는, 마치 지금 막 벌어지는 일처럼 얘기하실 때가 많다. 치매 증세는 대부분 기억력 감퇴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발병 초기에는 건망증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약속을 잊고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수일 전 혹은 수 주일 전의 일에 대한 단기 기억력 저하가 먼저 생기고, 병이 심해지면서 장기 기억력 저하가 온다. 점차 언어능력, 방향감각 등 인지능력이 떨어지면서 심한 경우 옷을 입거나 세수하는 것을 잊어버리기까지 한다. 더욱 심해지면 가족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또한 정서 변화로 인해 불안·근심·분노 등의 감정 표현이 잦아지면서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충동까지 일으키기도 한다(요양보호사 표준교재, p.188). 어머니가 나타내는 치매 증세도 그 선봉이 기억력 감퇴다. 사실, 기억력 저하나 감퇴는 ‘혹시 내가 치매가 아닐
몇개의 카테고리(category)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세상의 모든 것을 그 속에 우격다짐으로 집어넣는 것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대단히 난폭해질 수 있어 썩 바람직하지 않다. ‘여자와 남자’라든지 ‘흑인ㆍ백인ㆍ황인’이라는 분류도 그렇고, ‘상류층ㆍ중산층ㆍ서민층’이라는 분류도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모든 현상이나 인간은 하나의 카테고리 속에 집어넣어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합적이다. 사람들은 예술작품이나 영화를 대개 ‘장르(genre)’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어떤 영화든 복합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어 특정한 장르로 규정하기는 어려울 듯하지만 맥도나 감독의 ‘이니셰린의 밴시’에 굳이 장르의 딱지를 붙인다면 아마도 코미디와 블랙코미디 경계에 걸친 듯도 하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것 같기도 하다. 아동문학계의 윌리엄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영국의 아동문학가 로알드 달(Roald Dahl)은 블랙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여서인지 동화에도 ‘블랙코미디적’ 요소들을 솜씨 좋게 버무려낸다. 그래서 그의 동화들은 가끔은 잔혹동화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로알드 달이 설명하는 블랙코미디의 본질은 그럴듯하다. “어떤 사람이 서 있는데 머리 위로 페인트가 가득 담
한국은 가히 ‘부채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가계빚과 기업부채 규모가 각각 국내총생산(GDP)을 웃돌며 세계 1~3위권이다. 부채 증가 속도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다. 가계, 기업 가릴 것 없이 부채 총량과 증가 속도 모두 위험하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하며 경제성장률은 1%대를 맴도는데 물가가 잡히지도 않고 고금리가 지속되니 가계도, 개인사업자인 자영업도, 기업들도 불어나는 부채와 이자 부담에 짓눌려 신음한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러 금융통계로 입증된다. 대출을 3건 이상 끌어 쓴 자영업 다중채무자가 177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이들의 대출 잔액 743조9000억원도 최대인 데다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 2분기 연체액은 13조2000억원, 1년 전의 2.5배다. 연체율도 1년 새 0.75%에서 1.78%로 2.4배 뛰었다. 가계도 빚과 연체의 늪에 빠졌다. 꺾이지 않는 대출 수요로 빚은 계속 불어난다. 3분기 주택담보대출이 17조3000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관련 엇박자 정책과 집값 떠받치기가 빚내 집을 사자는 ‘영끌’ 심리를 자극했다. 가계대출에 카드사용액을 합친 9월말 가계신용 1875조6000억원도 사상 최대다. 게다가 은행
어머니가 내 얼굴을 고즈넉이 바라보신다. 얼마나 부드럽고 다정스런 표정인지, 어머니가 ‘참 곱게 늙으셨구나’ 싶다. 내 가슴으로 싸〜아 하니 밀려드는 물결에, 지난 20년의 세월이 순간처럼 파도친다. 아버지를 미국의 공원묘지에 장례하고서, 어머니 손을 붙잡고 돌아온 게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고, 어머니도 두 세 차례 죽음의 강가를 헤매셨다. 하지만 내 어머니만 예외인 듯, ‘어머니는 영원히 내 곁에서 어머니가 되시겠거니...’ 하고, 연약해지는 늙음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그 어머니가, 새삼스레 내 손을 가만히 붙잡아서 당신의 가슴에 대신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어 하시는 말씀. “정옥아, 고맙다, 고맙다, 촘말로 고맙다 이!” “아니 미신 말이우꽈게! 나가 고맙주, 어떵 어머니가 나한티 고마울 수 이시우꽈?”라면서, 어머니를 부둥켜 안는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커다랗게 밀려온 파도가 가슴을 친다. 가슴이 아프게, 심장이 저리게.... 아 이토록 고맙고 귀한 어머니를 제대로 돌봐드리지 못하였구나. 그런데, 어머니가 전에 없이 왜 이러실까? 불길한 예감에 정색을 하고, 다짐을 받는다. “어머니,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교육계 현장이다. 도무지 민주제 작동원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6월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교육감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다. 한마디로 절차적으로도 문제지만 주민자치 직선이란 대의명분을 몰각하고 있다. 교육계 현장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잣대가 등장하는 것도 마뜩치 않지만 현 이석문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맞서는 보수성향 그룹의 단일화 방식은 우선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후보를 정하겠다는 논리가 문제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대의원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선거인단’을 꾸려 후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주도한 건 제주바른교육연대다. 진보진영 이석문 현 교육감에 대항할 보수성향 후보로 고창근(71)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과 김창식(65)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2명이 참여,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조사(ARS) 조사 방식으로 한다. 조사대상은 제주도민 50%와 선거인단 50%다. 선거인단은 교육단체
기쁨의 다른 방식은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다. 대중과 더불어 즐거워해야만 단결할 수 있고 마음을 합쳐 협력할 수 있다.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단결은 마음을 합쳐 협력하는 것이다. 공동의 이상, 공동의 임무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다른 개체를 전체에 응집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말한다. “상하 간에 같은 바람이 있는 자는 승리한다.”(上下同欲者勝) 장군과 병사 상하 간에 동일한 욕망을 가지면 어찌 승리하지 못할 것인가. 모택동(毛澤東)도 말했다. “군민이 한 사람처럼 단결하면 천하에 누구든지 대적할 수 있다.” 단결한 단체는 부서지지 않는 굳건한 응집력이 있다. 단결한 단체만이 공격해 깨뜨릴 수 없는 전투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 기업 중에서 한 마음으로 협력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체현하고 있다 : 동심(同心), 즉 한 마음이다. 한 마음으로 한 곳을 향해 나아가, 상하 모두 똑 같이 진심으로 기업을 대하고 발전을 도모한다. 동덕(同德), 일치된 도덕관념이다. 기업 상하 모두 상대적으로 일치된, 적어도 서로 용납하는 도덕 수준과 가치 관념을 갖추고 있다. 기업 이익 목표에 부합하기 위하여 동공으로 준수하는 행위 원칙이 있다. 동향(同向), 공통된 방향이다. 개인이 분투하는 목표와 방향 선택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기업 내부에서는 개인의 목표와 방향은 기업 조직의 목표와 방향이 통일돼 있고 일치한다. 동리(同利), 공동 이익이다. 물질이익은 회피할 수 없는 문제다. 기업과 직원을 묶어주는 기본 연결고리다. 공동 이익의 요령은 가능한 한 공평하게 하는 원칙을 지킨다. 노동에 따라 분배한다. 동락(同樂), 같이 기쁨을 누린다. 서로 간에 소통하고 조정하면 기업 전체가 서로 이해하게 되고 화합하는 즐거운 분위기가 넘쳐나게 된다. 강기슭에서 밧줄로 배를 끄는 인부, 섬부(纖夫)를 보지 못했는가? 끌어당기는 밧줄, 섬승(纖繩)을 햇볕에 그을린 적동색의 넓고 두툼한 어깨에 묶고 웃통을 벗어던진 사나이 무리를 봤을 것이다. 길고 긴 밧줄을 지고 허리를 굽혀 끈다. 맨발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게 배를 끌며 앞으로 나아간다. 특히 황하의 섬부는 어깨 하나에 의지해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나이들이다. 황하 먹임 소리를 목청껏 불러재낀다. 강인한 기백과 꺾이지 않는 용기로 살아간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한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간난신고를 건너간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고난을 헤쳐 나간다. 그들은 깊고도 무거운 중국 오천 년의 역사를 끌고 왔다. 찬란한 문명을 끌어 앞으로 나아갔다.…… 어깨 하나로 한 가정의 행복을 부담하였다. 무수한 어깨가 민족의 진흥과 부강을 짊어졌다. 강철 같은 어깨로 도의를 짊어졌나니1), 공과는 후인이 평하지 않겠는가. 현재 하여야 할 일이 있다 : 손에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자신의 근면과 지혜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머리를 나란히 하고 더 높은 곳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도움이 필요하다. 외팔로는 돌을 들기 어렵지 않던가. 사람이 많으면 산도 옮길 수 있다. 생화 한 송이로는 아름다운 봄을 치장할 수 없다. 마음을 열라. 활달하라. 그러면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하면 함께 발전할 수 있다. ***** 兌卦 ䷹ : 태위택(兌爲澤) 태(兌: ☱)상 태(兌: ☱)하 태(兌)는 형통하니, 곧게 함이 이롭다.(兌,亨,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붙어 있는 못[澤]이 태(兌)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벗들과 강습한다.(象曰,麗澤,兌,君子以,朋友講習.) [傳] 태괘(兌卦☱)는 「서괘전」에 “손괘(巽卦䷸)는 들어감이니, 들어간 뒤에 기뻐하기 때문에 태괘(兌卦☱)로 받았다”라고 했으니, 태(兌)란 기뻐함이다. 물건이 서로 들어가면 서로 기뻐하고, 서로 기뻐하면 서로 들어가니, 태괘(兌卦☱)가 이 때문에 손괘(巽卦☴)의 다음이 되었다. 1) 鐵肩擔道義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검색과 해안 - 살바도르 엘리잘데(Salvador Elizalde) 나는 느리고 둔한 빛의 긴장 속에 남아 있고 세상의 목소리는… 나는 상상한다: 조용한 남자, 움직임의 환상. 모호한 즐거움을 구별하라. 부서진 길을 돌아다니는 활동하지 않는 방랑자. 인간의 변덕을 열망하는 스케치를. 그리고 하나된 웃음, 생명의 결정체 우물과 말에 빠져들고, 그들은 나를 그린다: 앉아서 생각하는 사람, 마음속에 거칠게, 순진한 유머, 피로가 풀렸다. 압도된 조각가 지루한 외관, 사려 깊은 환상 고통의 마법에. 그리하여 빛에 맞서는 유리잔과 일상의 지루함… 광범위한 쪽으로 나를 잠깐 본다: 밝은 지평선 행복한 휴식 중… 하지만 빛이 있고… 목소리가 있다. 문장에서: 녹초가 될 때까지 추구하는 검색, 계속 검색하게 된다. Search and shore (By Salvador Elizalde) I remain in suspense slow and dull of light, while the voice of a world… I imagine: The quiet man, illusion of movement. Be distinguished for ambiguous pleasures. Inert wanderer of broken roads. Eager sketcher of human whim. And the united laughter, crystals of life slipping into wells and sayings, they draw me: Sedentary thinker, wild in the mind, naive in humor, placid in fatigue. Overwhelmed sculptor of dull facades, of thoughtful fantasies in the magic of pain. Thus, the daily tedium of a glass against the light... towards the extensive glimpses me: bright horizon in happy rest... But there is a light... and a voice in sentence: until the breakdown searching pursued, you will continue searching. ◆ 살바도르 엘리잘데(Salvador Elizalde) = 아르헨티나 엔트레리오스주(Entre Rios) 헤네랄 갈라자(General Galarza)에서 1950년에 태어났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문학 전공 교수이다. 다수의 출판물에 기고하고 있으며 문학회의 및 작가 회의에 참여했다. 그의 저서로는 Textuality and Literature – 1997 – Clé Editions, Literary Paths – 2000 – Clé Editions, The land and the future – Entre Ríos Editorial – 2013, The earth and the future – Sofía Editions – 2014 등이 있으며 다수의 사화집에 참여하였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권리구제 대리인(법원의 국선변호인과 유사한 제도)으로 활동하다 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분쟁에 휘말리는 사용자와 노동자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사용자가 나름대로 꼼꼼하게 공부하긴 하지만, 관련 규정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없다. 노동자 역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지, 당장 본인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재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꽤 유리한 것처럼 느껴진다. 얼핏 봤을 때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으나,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적지 않고, 적용되는 규정이 현실과 거리가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급하게 필요해서 알음알음 겨우 구하는 과정에 계약서, 임금명세서, 주휴수당 등을 고려할 수 있는 사장님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서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책임은 모두 사용자가 부담한다. 노동자를 위한 구제책과 지원은 찾아보기 쉽지만, 초보 사장님을 위한 법률적인 지원은 쉽게 받기 어렵다. 사실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상황이 대부분일 것이다. 사장님은 직원을 정말 가족처럼 대하고, 일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직원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회사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하는 상황이 일반적이라 믿는다. 언제나 그렇듯 극소수의 나쁜 사람들이 문제다.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사회 경험 없는 순진한 사람을 사실상 가스라이팅하며 노동을 착취하는 사용자,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받으려는 생각 없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사장님을 압박하고 괴롭히는 노동자.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이 있어, 나쁜 사장님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잘 이루어진다. 피해를 본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 처리 기간도 고용노동부나 노동위원회를 통하여 법원의 소송절차보다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무단으로 결근하고, 돌발행동으로 사업장에 손해를 입히는 무책임한 노동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명백하게 우월한 지위에 있어 일부 노동자의 행동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용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소규모 사업주다. 많지 않은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악의적인 특정 직원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업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식의 조치는 사용자에게 악몽이 시작될 뿐이다. 실제 현실과 규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장님을 보고 있으면 참 속상하고 답답하다. 그렇지만 드릴 수 있는 말은 매우 한정적이다. 당연히 법은 지켜야 하고, 다음에는 문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조력을 구하시라고. 당장 현실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법을 위반하지 않는 가장 적절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겠다고.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 태쾌(兌卦) 태(兌)는 기뻐하다, 즐겁다 뜻이다. 사람이 평생 기쁘고 즐겁게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천만금을 가진 부자도 고통 받을 때에는 괴로워한다. 빈한하지만 늘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마음을 열고 통이 큰 사람만이 오랫동안 즐거울 수 있다. 모두가 함께 있고 공동으로 나아갈 때에야 행복의 맛을 체득할 수 있다. 자질구레한 일, 지나치게 따지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람의 일생 중 티격태격, 울퉁불퉁한 삶은 피할 수 없다.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려거든 반드시 마음을 열고 통이 커야 한다. 공동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여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태(兌)는 형통하니, 곧게 함이 이롭다.” 무슨 말인가? 마음이 열려 있고 통이 크면 기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막힘이 없고 형통하면 정도를 굳게 지키는 데에 유리하다. 사람은 자신이 매일 유쾌하고 순조롭기를 바란다. 그러나 삶은 파란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질구레한 일을 지나치게 따지면 자신의 나날을 어두침침하고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활달한 마음을 가져야만 하루하루 생활에 빛이 충만하게 된다. 활달하게 되려면 먼저 개의치 않는, 염두에 두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개의치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건 심각하게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연구할 가치가 없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애써 끝까지 매달리지 말자. 너무 체면을 중시하지 말자. 일마다 ‘착실하게’ 하지 말자. ‘좁은 마음’을 갖지 말자. 하찮아서 말할 가치도 없는 것, 닭털과 마늘 껍질처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을 마음에 두지 말자. 명예와 이익의 득실에 중점을 두지 말자. 걸핏하면 화를 내면서 소리 지르지 말자. 작은 이익으로 인하여 큰 손실을 보게 되면 후회막급이다. 민감하고 공연히 의심하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곡해하게 된다. 사실을 과대포장하게 되어 가상의 적으로 삼게 된다. 임대옥(林黛玉)처럼 그렇게 꽃만 보면 눈물을 흘리지 말자. 음악만 들으면 마음 아파하거나 늘 애수에 잠기고 감상적이지 말자. 자기의 그림자를 보고 스스로 자신을 한탄하지 말자. 인생은 어떤 때에는 정말 그렇게 어리석을 필요가 있다. 개의치 않는 것은 도량이 큰 것이요 너그러움이다. 넓은 마음이나 도량이 없으면 자질구레하게 되고 용속하게 된다. 활달과 너그러움을 실현하면 자연적으로 홀가분하게 되고 유머러스하게 된다. 거기에서 일반을 뛰어넘는 매력 넘치는 성적이 용솟음친다. 개의치 않는 것을 체현하는 것은 수양이다. 고위한 인격이다. 인생의 큰 지혜다. 모든 일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이것저것 갑론을박하며 자잘한 일까지 시시콜콜하게 따지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작은 이득을 탐하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개의치 않는다는 것은 무위지위(無爲之爲), 즉 하지 않은 함이요 대지약우(大智若愚), 즉 큰 지혜는 어리석은 것과 같아, 즐거움이 끝이 없다! 개의치 않는 사람은 모두 자아를 초월하는 사람이다. 소탈하게 사는 사람이다. 자질구레한 일에 속박되지 않기에 몸과 마음이 해방된다. 자유자재로 천지간에 마음대로 질주할 수 있다. 개의치 않는 것은, 자신에게 심리 보호선을 설치해 주는 것이다. 주동적으로 번뇌를 만들어 자아를 어지럽히지 않게 된다. 부정적인 정보에 태연자약할 수 있다. “몸은 산악처럼 평온하고 마음은 흐르지 않은 물처럼 고요하다. 바람과 파도는 치게 두고, 낚시 배에 조용히 앉아 고기를 잡는다.” 이것이 자아를 보호하는 묘방이다. 목표를 굳게 지키고 간섭을 배제하는 좋은 책략이다. 우리의 정력은 결국은 한계가 있다. 곳곳이 뒤엉키고 작은 일에 얽매이면 한 가지 일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 개의치 않는 것은 현실도피와 다르다. 무관심하고도 다르다. 번잡한 세상사를 뚫어보고 소극적으로 속세를 피하여 은둔하는 것과도 다르다. 인생의 큰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도중에 취하는 소탈, 활달, 표일한 생활 책략이다. 모든 일 전체를 다 마음에 둘 필요가 없다. 달관하여야 한다.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틀림없이 멋스러우며 가뿐한 인생이 될 것이다. 인생은 산 넘고 물 건너는 여정과 같다. 평탄한 길도 있고 울퉁불퉁한 길도 있다. 순조로운 경우도 있고 역경도 있다. 활달하면 평안하고 담백하게 인생을 직시할 수 있다. 정원에 피어 있는 꽃을 웃으며 볼 수……. 활달은 인생 태도다. 호쾌함, 정직, 열정, 거리낌 없음, 명랑, 낙관, 태연 등을 포괄한다. 사람의 좋은 소질을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 여러 가지를 포괄한다. 활달하면 마음을 열 수 있다.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다. 인생의 발걸음이 침착하고 힘 있게 된다. 『주역』은 말한다. “붙어 있는 못[택(澤)]이 태(兌)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벗들과 강습한다.” 무슨 말인가? 못물 두 개는 서로 유통하고 촉촉하게 적신다. 피차 이익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기쁨, 즐거움을 상징한다. 군자는 마땅히 그런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의기가 투합하고 지향하는 바가 같은 친구를 좋아한다.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도의를 강습한다. 이것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