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호 태풍 '스팟(SPAT)'이 발생했지만 제주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방기상청은 23일 오전 9시 기준 제2호 태풍 스팟이 일본 도쿄 남동쪽 약 2400㎞ 해상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태풍 스팟은 중심기압 100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18m, 시속 약 65㎞의 비교적 약한 세력을 가진 열대성 저기압으로 분류된다. 태풍은 북서진하다가 점차 세력이 약해져 오는 26일 일본 도쿄 인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소멸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일본 해상에서 발생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한반도와는 상당한 거리 차가 있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제주를 포함한 국내 전역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상청은 태풍 진로와 해상 기류 변화에 따라 국지적 파고나 해수면 변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상 활동 시 최신 기상정보를 참고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지난 11일 오전 9시 필리핀 마닐라 서쪽 약 해상에서 발생한 제1호 태풍 우딥(WUTIP)은 중국 잔장과 중국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변질돼 한반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 등급을 받으면서 내부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350명의 전 직원이 올해 성과급을 못받게 되면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3일 32개 공기업과 55개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100명의 평가단을 구성해 현장실사와 이의제기 등 4개월간 절차를 거쳐 확정됐다. 평가 결과 우수 등급인 A등급 기관은 15개, 양호(B) 기관은 28개, 보통(C) 기관은 31개, 미흡(D) 기관은 9개, 아주미흡(E)인 기관은 4곳으로 집계됐다. JDC는 이번 평가에서 하위권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가 재무건전성, 생산성 등 운영 효율성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 이행, 국가정책사업 수행 등 공공성을 함께 고려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영관리 항목 중 재무성과 지표 간 편차가 높게 나타난 일부 기관은 평가 등급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JDC는 이번 평가 결과로 약 15억원에 달하는 전직원 몫 성과급이 전액 지급되지 않았다.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또 경영 성과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기관장 4명에게 내려진 '경고' 조치 대상에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JDC 노동조합은 내부 성명을 통해 "이번 경영평가는 예고된 실패"라며 "양영철 이사장은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성과보다 조직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퇴진 운동을 포함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영평가 등급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JDC 면세점 영업이익 감소가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내국인 제주 방문 수요가 몰리던 시기에는 면세점 수익이 급증하면서 양호한 경영 평가(B)가 이어졌지만 최근 제주 관광 침체로 매출이 감소하며 경영 지표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헬스케어타운 등 JDC가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들의 실적 반영이 어려운 점도 종합 평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JDC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내부 조직 운영과 사업전략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다음달 31일까지 도내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제주 골목상권 속 내 이야기 영상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웰컴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대여한 촬영 장비를 활용해 제주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매력을 광고 영상물(CF), 브이로그(Vlog), 단편영화 등 자유로운 형식으로 제작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뒤 이메일(jto_studio@naver.com)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이번 공모전은 일반영상(5~10분)과 숏폼 영상(60초 이내) 두 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총 상금은 260만원이다. 도와 공사는 응모작의 조회수와 내·외부 전문가 심사를 종합해 우수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www.ijto.or.kr) 알림마당 내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웰컴 디지털 스튜디오는 제주관광공사가 2022년 5월 개관한 공간이다. 도내 관광업계 및 지역 소상공인의 온라인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올해 외사촌 여동생 나이가 50대 초반이니 아마 1970년대 초쯤인듯 싶다. 어머니 바로 밑 동생인 작은이모 혼례 준비 때다. 그때만 해도 외가에 상수도 시설이 없었던 터라, 막내 외삼촌, 외사촌 형들과 함께 손수레에 막걸리 통 12개를 싣고 천제연 1단 폭포로 가야만 했다. 작은이모 잔치 때 쓸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당시 외가는 서귀포시 중문동에 있는 열녀문 동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왕복 3km 내외였지만, 손수레를 끄는 막내 외삼촌이 중학생이었고, 뒤에서 미는 외사촌 형들이 다 초등학생이니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외갓집 마당을 나오자마자 ‘열녀문 동산’을 500m 낑낑 오른 다음 오르막길을 다시 500m정도 더 가면, 원 동산이라는 가파른 동산이 나타난다. 그 원 동산을 500m 정도 내려가면, 아주 예전에 선녀들이 목욕했다는 천제연이 나타났다. 천제연 입구에 손수레를 세운 다음, 한 말들이 막걸리 통을 들고 계단을 한참 내려가면 1단 폭포 옆에 물이 콸콸 쏟아지는 동굴이 있었다. 지금은 출입금지 지역이다. 거기서 물을 담아 다시 미끌미끌한 급경사 계단을 힘겹게 올라와, 물통을 손수레에 싣고 가파른 원 동산을 올라와야 하는 엄청난 작업이다. 그걸 그날 서너 번 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도 잔치는 기본이 3일이다. 준비까지 합치면 일주일이다. 그래서 ‘일뤠 잔치’ 혹은 ‘이레 잔치’라고 했다. 첫째 날은 ‘물 받는 날’이다. 잔치에 쓰이는 물을 동네 사람들이 혼주네 집 물 항아리에 채워줬다. ‘물 부조’인 셈이다. 둘째 날이 ‘ᄃᆞᆺ(혹은 도세기) 잡는 날’이다. 혼례를 위해 집에서 키운 ‘자릿 도세기’를 잡았다(=도축했다). 셋째 날이 ‘가문(家門)잔치’ 날이다. 혼례식 전날, 친인척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가문잔치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예전에는 혼례식은 안 가더라도 가문잔치 날에는 반드시 ‘잔치 먹으러’ 갔다. 넷째 날이 ‘혼례식’ 당일이다. 신랑이 신붓집 가서 신부를 데리고 신랑집으로 온다. 다섯째 날은 ‘사돈(査頓)잔치’다. 혼례식 다음 날 신랑 신부가 신붓집에 가서 신부 일가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고 인사드린다. 여섯째 날은 신랑 집 가는 날, 마지막 날은 잔치 마무리하는 날이다. 이중 핵심인 ‘가문잔치’, ‘혼례식 날’, ‘사돈잔치’를 일러 ‘3일 잔치’라 했다. 제주도 혼례 풍속은 친인척과 마을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잔치였다. 내혼(內婚)으로 형성된 마을공동체의 결속을 위한 동네잔치이기도 했다. 제주도는 마을 내혼이 많았기 때문에 친가와 외가가 한마을에 살거나 인근 마을에서 거주해 집안 대소사에 함께 했다. 우리 어릴 적만 해도 동네 친척네가 일이 나면 일주일간 집에서 밥 안 했다. 그 집 가서 일 도와주며 삼시 세끼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힘들게 길어오는 물은 ‘ᄃᆞᆺ(도세기) 잡는 날’에 특히 많이 필요했다. 예전에는 잔치를 대비해 ‘ᄃᆞᆺ통시’에서 기르던 ‘자릿 도세기’를 잡았다. ‘자릿 도세기'란 제주도 토종 흑돼지로 돗통시에 넣고 기르는 두 마리의 돼지 중 어미젖을 뗀 새끼 돼지를 말한다. 돼지를 잡아 고기는 혼례식 날에 쓰고 내장이나 기타 부산물은 순대를 담아 ‘가문잔치’날 나눠 먹었다. 가문잔치 날 ‘궨당’들이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다음날 혼사에 대해 의논하고 준비한다. 친척들은 둘러앉아 사돈집에 참석할 ‘우시’(상객), ‘대반’, ‘중방’ 등을 정한다. 신랑 집에서는 가문잔치 때 예장(禮狀)을 쓰고 ‘홍세함(혼서함)’을 준비했다. 혼인할 때에 신랑집에서 예단과 함께 신붓집에 보내는 편지인 혼서(婚書)를 담는 상자이다. “이 당, 저 당해도 궨당이 최고!”라는 ‘궨당’이란 권당(眷党)의 제주어이다. 제주도에서는 부계 친척의 친당(성펜궨당)에 더하여 모계 친척의 척당(외펜궨당)도 포함한다. 친가 8촌에 더하여 고종 4촌·이종 4촌·외종 4촌 이내를 포함한다. 이들을 다 합치면 60호 정도다. 제주대학교 김혜숙 명예교수는 “제주도에서 친척을 뜻하는 용어로 궨당·일가·방상 등이 있으며 제주도에서는 일가보다는 ‘서로 돌아본다’라는 뜻의 ‘방상(訪相)’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라고 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주 4·3 관련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권 민주당 제주도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정부가 공식 발간한 진상보고서마저 부정하는 조직적 왜곡"이라며 "제1야당 지도부의 역사 인식 수준을 드러낸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제주를 방문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제주4·3은 남로당 총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언론 질의에서도 해당 입장을 재확인하며 해당 발언이 단순 착오가 아닌 인식에 기반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부가 2003년 공식 채택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4·3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양민 희생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남로당 진압'으로 치환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며 공당 지도부가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 위원장이 과거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와 함께 제주를 찾아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선거 전에는 '치유'를 말하더니 선거가 끝난 지금은 '진압'을 언급하는 것이 과연 진정성 있는 정치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었다고 진상보고서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지도부 위치에 있는 정치인이라면 발언의 무게를 더 무겁게 인식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변인은 성명 말미에서 "지금 필요한 건 궤변도, 해명도 아닌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라며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도민은 정치적 심판으로 분명히 응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제1야당이 4·3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역사 왜곡에 단호히 맞서 정의롭고 완전한 해결을 위해 도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무모한 다이빙이 인생을 바꾸는 중대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수심 1.5m 이하 얕은 물에서 머리부터 입수해 경추(목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최근 9년간 30건 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2024년 9월까지 다이빙으로 인한 경추 외상 환자 34명을 포함한 전체 경추 외상 환자 353명에 대한 분석 결과 전체의 약 9.6%가 '얕은 물 다이빙'으로 중증 손상을 입었다. 환자 중 97%가 남성이었다. 평균 연령은 30.6세다. 대부분 사고는 7~8월 성수기에 집중됐다. 사고 장소는 야외 해변(64.7%)이 실내 수영장·목욕탕(35.3%)보다 많았다. 특히 평균 사고 수심은 12m에 불과했다. 평균 낙상 높이도 1.32m로 짧았지만 목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에 충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이빙을 위한 최소 수심 기준으로 34m 이상을 권장하고 있다. 외상센터 분석에 따르면 다이빙 사고 이후 응급수술까지의 평균 시점은 1.25일이었다. 수술을 받은 환자 20명 중 80%는 사고 발생 후 2~8시간 내에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시기와 신경학적 예후 간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반면 목뼈 손상의 심각도(MCC, 평균 척수관 압박률), 병변의 길이, 척수 출혈 여부 등 해부학적 손상 요소들이 예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척수 출혈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신경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34명의 환자 중 20명(58.8%)은 수술을 받았고, 나머지 14명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사망, 혹은 전원 등의 사유로 수술을 받지 않았다. 가장 흔한 손상 형태는 굴곡에 의한 파열 골절로, 경추 하부(C5~C7) 부위 손상이 주로 나타났다. 경추는 평균 5~7kg의 머리를 지탱하는 구조로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는 부위다. 대부분의 사고는 무방비 상태에서 머리부터 수면에 입수한 방식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삼투압 분석 결과 환자 중 약 15%는 음주가 의심되는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경고 표지, 수심 표시 의무화, 사고 다발지역의 위험 지대 지정 등 구조적인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주 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 연구진은 "척수 손상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도 빠르고 적절한 중재가 이뤄지면 예후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며 "사고 이후 치료보다 사고 자체를 막는 구조적 예방 시스템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과거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임기 내 '5대 개혁안'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제주시 연삼로에 위치한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과거를 책임지고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탄핵 반대 당론만큼은 무효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탄핵 반대 당론이 여전히 유지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탄핵 반대가 곧 계엄을 옹호했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찬반 입장을 떠나 당시 국회의원들의 헌법기관으로서의 의사 표현은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한 '5대 개혁안'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모든 사안을 여론조사에 맡기기는 어렵지만 당론 결정에 있어서 당원들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절차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 내 관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차기 지도부가 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여론조사와 추진 의지를 명확히 남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30일 비대위원장 임기를 마무리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김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한 데 대해서는 "좋은 조언에 감사한다"며 "보수 진영이 붕괴 직전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지금이라도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해왔다"고 말했다. 제주4·3 사건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당시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남로당의 단독선거 반대 총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제주 주민을 희생시켰다"며 "4·3은 제주의 아픔이자 대한민국 전체의 아픔"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국립 트라우마 치유센터, 전문 요양병원 건립, 유족 복지 시스템 확충 등은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라며 "비록 저희가 야당이 됐지만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이호테우목마등대 앞 테트라포트에 방치돼 있던 폐어구들이 민관합동 정화활동을 통해 모두 수거됐다. 이번 활동에는 제주 해녀를 비롯해 청년 환경단체, 해양경찰특공대 등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보탰다. 제주좀녀 대표 이유정 해녀를 포함해 프롬오션, 해타임, 이호어촌계 해녀회, 지역 청년 단체들은 지난 17일 테트라포트에서 폐어구를 맨손으로 걷어내고, 구조물 사이에 낀 쓰레기를 수거하는 1차 정화활동을 벌였다고 20일 밝혔다. 이어 19일에는 제주해양경찰이 본격적으로 투입돼 2차 정화활동을 펼쳤다. 해양경찰특공대는 수중 수색과 수거 작업을 벌였고 UDT 출신 대원들은 바다 깊숙이 엉켜 있던 폐어구를 해체한 뒤 2톤 크레인 차량을 이용해 육상으로 옮기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번 활동은 단순한 환경 정비를 넘어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해양경찰 관계자는 "바다 안전만큼이나 해양 환경 보전도 중요한 임무"라며 "앞으로도 민간과 협력해 제주 해역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폐어구 수거 활동을 주도한 이유정 해녀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시사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제주 해녀의 삶을 소개하며 해양 생태 보존의 중요성을 알렸다. 시사에 참석한 한 홍콩 시민은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났다"며 "처음으로 바다를 위해 행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유정 해녀는 "제주 바다는 제주만의 바다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할 생태 공동체"라며 "이번 활동처럼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한다면 바다의 미래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 해녀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래 한국의 대표적 여성 생업 공동체로 자리매김했다. 이 해녀는 전통 해녀문화를 계승하는 동시에 해양 환경운동과 예술 창작을 병행하며 제주 바다의 현실과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꾸준히 알려오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전문성을 지닌 '성읍리 초가장'이 이제는 제주 초가 수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는 '성읍리 초가장' 보유자와 전승교육사가 국가유산청으로부터 국가유산수리기능자 자격을 인정받아 국가유산수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20일 밝혔다. '성읍리 초가장'은 제주 전통 초가의 독특한 건축 기법을 보존하기 위해 2008년 4월 제주도 무형유산(단체종목)으로 지정됐다. 제주 초가는 뭍지역 한옥과 달리 강한 바람과 염분에 견디기 위한 독특한 구조와 재료, 공간 배치를 가지고 있다. 제주에선 그동안 국가유산수리기능자 자격이 없어 전통 기법을 제대로 아는 성읍리 초가장들이 직접 수리에 참여하지 못하고, 제주 초가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기능자들이 수리 작업을 담당하면서 전통 방식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도는 2022년부터 국가유산청에 성읍리 초가장의 국가유산수리기능자 자격 인정을 여러 차례 건의했다. 국가유산수리법 개정 후 지난해 3월 국가유산청으로부터 검토자료 보완 요청을 받아 지난 4월까지 전승활동 현황과 추가 자료를 제출하며 최종 승인을 받았다. 현재 도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초가는 모두 949채다. 이 중 서귀포시 성읍마을에만 934채가 집중돼 있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자격 인정으로 성읍리 초가장 보유자와 전승교육사들이 직접 설계와 시공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제주 초가 수리의 전문성과 정확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전국 첫 해양경찰 긴급차량에도 적용한다. 제주도는 20일 오전 도청 백록홀에서 제주지방해양경찰청과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 확대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은 긴급차량이 접근하면 전방 5개 신호기를 자동으로 제어해 교차로를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2020년 13개 교차로에 시범 도입된 후 지난해 도내 전체 신호기 1120개에 확대됐다. 이번 협약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과 기후변화로 인한 어선·연안 사고 등 해양사고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도와 제주해경은 지난 4월부터 실무협의를 진행하면서 해경특공대 긴급차량 7대를 시범 주행한 결과 이동시간 단축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 소방차량 중심의 육상 구조체계에 해경 긴급차량이 추가되면서 해상에서 육상까지 긴급차량이 교통체증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신속하게 이동해 인명구조 골든타임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상호 협력과 운영 성과 분석 및 결과 공유, 지속적인 개선방안 모색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전국 첫 해경과 연계해 확대하는 것으로, 골든타임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역 특성상 해양사고가 빈발하고, 기후 위기로 이런 상황이 가속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협약의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박상춘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은 "해상사고 현장에서 신속한 구조활동과 안전한 이송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이번 협약으로 해상에서 육상까지 끊김이 없는 생명 구조 체계가 완성돼 해양 안전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가 저소득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정부 지원금을 매칭해주는 '희망저축계좌 Ⅱ' 신규 가입자 모집에 나선다. 제주시는 다음 달 1일부터 저소득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희망저축계좌 Ⅱ' 신규 가입자를 모집한다고 23일 밝혔다. 모집 기간은 다음 달 1일부터 22일까지다. 대상은 현재 근로활동 중이면서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인 주거·교육급여 수급자 및 기타 차상위 계층 가구다. '희망저축계좌 Ⅱ'는 가입자가 매달 1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납입하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주는 제도다. 올해부터는 기존 1대1 매칭 방식이 아닌 연차별 차등 지원 방식으로 개편됐다. 이에 따라 1년차에는 매달 10만원, 2년차 20만원, 3년차에는 30만원을 정부가 매칭 지원한다. 가입자가 3년간 저축을 유지하고, 자립역량교육 10시간 이수와 자금사용계획서를 제출하면 본인 저축액과 정부지원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 단, 중도 해지 시에는 본인 저축액과 이자만 지급된다. 신청은 주소지 소재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가능하다. 기타 문의는 제주시 기초생활보장과(064-728-2523)로 하면 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천사나래주간활동센터(이하 센터)가 지난 20일 탐라장애종합복지관에서 '빛나는 나! 당당한 발걸음 천사나래 멋쟁이 패션쇼와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2024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도민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토탈라이프스타일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스타일로 피어나는 천사나래 멋쟁이들!'의 결과물이다. 제21회 지적발달장애인의 날을 앞둬 이뤄졌다. 시설 이용인들이 패션스타일링 교육을 받으며 각자 피부 톤과 체격, 체형을 고려해 직접 고른 의상들을 입고 레드 카페트 위를 자신 있게 모델 워킹했다. 작품전시회에서는 시설 이용인들이 ‘제주 숨옹기 담화헌’에서 강승철 장인과 정미선 도예가의 지도를 받으며 제주 흙으로 빚어낸 150여 점의 도예작품들을 전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라주간활동센터 시설 이용인들의 오카리나연주와 수화 합창 공연, 천사나래주간활동센터 이용인들의 난타 공연도 있었다. 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JDC의 지원을 받아 시설 이용인들을 대상으로 뷰티스타일링(헤어), 패션스타일링(의상), 푸드스타일링(요리), 주거스타일링(도예) 등을 진행하고 있다. 토털 라이프스타일링 교육과 실습은 ‘장애인들은 스타일이나 위생, 세련과 멋짐과는 거리가 멀다’라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공동체 구성원으로 거듭나며 자아존중감과 자신감 향상은 물론 사회통합과 정상화를 돕기 위해 기획됐다. 천사나래주간활동센터는 2019년부터 도내 성인발달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사회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성인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장애인 등록자 수는 3만6918명이며, 이중 지적장애인은 3750명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공무원을 사칭한 납품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며 도내 소상공인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신원을 알 수 없는 이가 한 업체에 견적서를 요청하고 물품 구매 공문서를 보내왔다. 해당 업체는 문서의 진위를 의심해 지난 19일 도에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했다. 확인 결과 문서는 위조된 것이었고, 공무원 명의도 사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 공문서에는 허위 문서번호와 실존 공무원 이름, 부서 전화번호가 포함돼 있었다. 존재하지 않는 '제주특별자치도청'으로 새겨진 공인도 날인돼 있었다. 도는 유사 범죄로 인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전 부서에 해당 사기 사건의 내용을 공유해 업체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도록 협조 요청했다. 또 유사한 수법의 사기 사건이 전국적으로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해 다른 지자체와 사례를 공유한 뒤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이번 사례는 거래처와 소상공인을 노리는 방식이라 심각성이 크다"며 "피해 예방을 위해 공문의 진위가 의심스러운 경우 즉시 경찰이나 해당 기관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12대 제주도의회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예산안을 심사할 제4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을 시작한다. 20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는 오는 27일 열리는 제2차 본회의에서 구성안을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의 예산안 및 결산안, 기금운영계획안, 기금결산안 등을 심사하는 특별위원회다. 예결특위는 1년 단위로 운영된다. 의장이 3명, 각 상임위원회에서 2명씩 모두 12명을 추천해 모두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번 제4기 위원 임기는 7월부터 시작된다. 위원장에는 강상수 국민의힘 의원(서귀포시 정방동·중앙동·천지동·서홍동)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의원인 강 의원은 현재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이다. 의장 지명 몫으로 추천됐다. 이번 예결위 구성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강봉직(애월읍을), 김경학(구좌읍·우도면), 김기환(이도2동갑), 김승준(한경면·추자면), 박두화(비례), 송영훈(남원읍), 이경심(비례), 홍인숙(아라동갑) 의원이 참여한다. 국민의힘에서는 강 의원 외에 원화자(비례), 이남근(비례), 이정엽(대륜동), 현기종(성산읍) 의원이 포함됐다. 교육의원 몫으로는 고의숙 의원(제주시중부), 비교섭단체에서는 양영수 의원(진보당·아라동을)이 추천됐다. 도의회는 구성 완료 이후 하반기 본예산 편성을 비롯해 주요 예산안 심사를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항목과 조사 범위를 결정하는 협의회가 성산읍 현장에서 열렸다. 동식물상 조사범위를 기존보다 6배 이상 확대하고, 조류 위치추적장비도 대폭 늘리는 등 조사 계획이 전면 보완됐다. 제주도는 20일 제2공항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회를 지난 19일 오후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었다고 밝혔다. 협의회에는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 주민대표 등 모두 10명이 참석해 현장 점검과 회의를 병행했다. 회의에 앞서 위원들은 대수산봉을 시작으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온평리 맹꽁이 서식지와 숨골, 혼인지 인근 동굴 등 공항 예정 부지 내 주요 생태·지질 환경을 직접 점검했다. 위원들은 "맹꽁이 서식지와 숨골만 살피는 데 그칠 경우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동굴 생태, 철새 충돌 위험성 등 항목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장 답사 후 열린 회의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동안 이어졌다. 평가 대상 지역과 환경보전목표, 대안 설정, 평가항목, 조사 방법, 주민의견 수렴 방안 등 6개 분야 21개 항목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협의 결과, 동식물상 조사범위는 기존 300m에서 2㎞로 대폭 확대됐고, 조류 위치추적장치는 기존 4종 50대 미만에서 다양한 종을 포함해 50대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철새도래지와 공항 부지가 중첩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외에도 ▲해양생태계 조사지점을 기존 3개 정점에서 6개 정점으로 확대 ▲대기질 조사범위를 타 공항 사례를 참고해 2㎞ 이상으로 확대 검토 ▲인구·주거 항목을 일반에서 중점 항목으로 조정해 정밀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도는 협의회 결과를 오는 23일까지 환경영향평가 승인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결정된 평가항목과 조사계획은 제주도 홈페이지와 환경영향평가 사이트(jeju.go.kr/jejuenv/index.htm)를 통해 공개된다. 한편, 제주지방항공청은 도의 평가준비서 보완 요청과 관련해 "항공수요 예측은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기본설계 단계에서 별도 전문기관이 검토할 사안"이라며 공청회와 주민공람 등 의견수렴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재소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협의회를 현장 중심으로 진행했고, 마감기한 내 결과를 도출해 신뢰성 있는 평가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홧김에 불을 내 2명이 다쳤다. 23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2시 30분 서귀포시 보목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거주자인 50대 남성과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시도한 40대 남성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은 20여 분 만에 진화됐지만 소방당국은 약 6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남성이 부부싸움 도중 가스레인지 위에 방석을 던지며 불이 붙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출신 김성범 해양정책실장이 해양수산부 차관에 임명됐다. 정책과 국제 분야 모두에 정통한 해양 관료로 해양수산 전반에 걸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20일 김성범 해양정책실장을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임명했다. 1968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귀포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김 차관은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해수부 내에서는 어업자원국 자원관리과장, 연안해운과장, 정책기획관, 항만국장, 장관 정책보좌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해양정책실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김 차관은 정책 기획과 조정 업무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수부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실행 과정을 주도했다. 조직 내 소통과 조율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차관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s) 추가기금총회 의장을 11년간 역임하며 해양 국제 협력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주요 국제 행사와 회의에 적극 참여하며 국제 해양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상력을 인정받았다. 해양수산부는 "김 차관은 해운, 수산, 항만, 국제협력 등 해양수산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을 고루 갖춘 관료"라며 "정책 기획과 대외 협력 모두에서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올들어 제주에서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9일 이른 시점이다. 22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밤부터 21일 아침 사이 제주 북부 지역의 최저기온이 27.6도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기상 현상이다. 수면 장애와 같은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여름철 무더위의 지표로 활용된다. 기상청은 "제주 북부를 중심으로 낮 기온이 크게 오른 데다 밤사이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발생했다"며 "당분간 남서풍의 영향으로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한편, 지난해 제주지역의 열대야 일수는 제주(북부) 75일, 서귀포(남부) 68일, 성산(동부) 60일, 고산(서부) 51일로 각각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른 무더위로 제주지역에 피서 수요가 앞당겨지면서 도내 주요 해수욕장 12곳이 모두 조기 개장한다. 제주도는 17일 올해 여름철 해수욕장을 당초 예정된 7월 1일보다 앞서 모두 개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기 개장 대상은 기존 6곳에서 12곳 전체로 확대됐다. 우선 함덕·이호·협재·금능·월정·곽지·삼양·김녕·화순·표선 등 10개 해수욕장은 오는 24일 문을 연다. 신양해수욕장은 26일, 중문해수욕장은 30일에 각각 개장한다. 도는 조기 개장 결정 배경에 대해 "6월부터 본격적인 피서객 유입이 시작되는 최근의 흐름과 지난해 조기 개장 지역에서 관광객 만족도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확인된 점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장 결정은 해수욕장별 이용 빈도, 안전관리 여건, 지역 주민 협력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도는 내년부터 마을회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더 이른 시점의 개장도 검토할 계획이다. 편의시설 이용료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된다. 각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마을회 등은 자발적으로 파라솔(2만원), 평상(3만원) 등 편의용품 요금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도는 해수욕장 12곳에 안전관리요원을 조기 배치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선발된 안전요원들은 사전 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됐다. 해수욕장 내 위험지역에 대한 출입 통제 및 이용객 안전 계도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도는 개장 전부터 위험지역에 입수 주의 안내 현수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연안 해역과 어항 등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안전 펜스 및 안내 표지판도 확대 설치 중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여름철 관광객 유입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만큼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해수욕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와 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한라병원이 연세의료원과 손잡고 수도권 원정 진료 문제 해소에 나선다. 공동 진료 체계를 기반으로 한 포괄적 협력 협약이 체결되면서 제주도민이 도내에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한라의료재단과 연세의료원은 지난 20일 오후 제주한라병원 금호대강당에서 공동 진료와 교육·연구 등 의료 전반에 걸친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성수 한라의료재단 이사장과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을 비롯해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 최재영 연세의대 학장 등 연세의료원 주요 관계자 7명이 참석했다. 양 기관은 협약식 직후 상호 발전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두 기관은 ▲전문의 협진 및 진료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한 공동 진료 체계 구축 ▲전공의·전임의·의대생을 위한 공동 교육 및 수련 프로그램 운영 ▲의학 연구 및 첨단 치료법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 협약은 최근 도내 의료 현안으로 부상한 '수도권 원정 진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주한라병원의 전략적 대응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세의료원과의 연계 진료 시스템을 통해 도민들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고품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양 기관의 협력은 지역 의료 수준 향상과 의료 형평성 확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공동 진료를 중심으로 모범적인 지역 협력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성수 제주한라병원 이사장도 "이번 협약은 도민이 수도권까지 가지 않아도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도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 기관은 향후 정기 실무 협의회를 구성해 세부 과제를 이행하고, 신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협력 관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교육청은 오는 7월 1일자 정기인사에 따른 5급 이상 지방공무원 16명에 대한 인사 발표와 6급 이하 지방공무원 185명에 대한 인사를 20일 예고했다. 3급 인사로는 제주도서관장에 문성인 미래공간기획과장(서기관)을 지방부이사관으로 승진·전보했다. 도교육청 행정국장에는 한봉순 제주도서관장(지방부이사관)을 전보했다. 양윤삼 행정국장은 퇴직준비교육 파견 발령했다. 4급 인사는 도교육청 학교시설과장에 변광필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육시설지원과장(사무관)을 지방기술서기관으로 승진·전보했다. 미래공간기획과장에는 고경우 학교시설과장(서기관)을 전보했다. 퇴직준비교육 중인 김방수·김형조 서기관은 정년퇴직한다. 5급 인사로는 황정식 제주도서관 문헌정보부팀장(지방사서주사)이 사무관으로 승진 임용됐다. 정년퇴직 1명, 퇴직준비교육 파견 2명, 전보 3명, 파견 2명 등 모두 9명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6급 이하는 모두 185명으로 승진 51명, 전보 114명, 퇴직준비교육 파견 5명, 파견 4명, 정년퇴직 5명, 명예퇴직 1명, 신규 임용 5명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69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20위에서 7계단 떨어졌다. 매해 공개되는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이긴 해도 나라 밖에서 이렇게 바라본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더구나 같은 아시아권 경쟁국인 홍콩은 3위, 대만이 6위, 중국도 16위로 한참 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정치 혼란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순위 하락은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드러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은 위기 신호다. ‘기업 효율성’ 부문 순위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곤두박질하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안정성 순위도 지난해 50위에서 바닥권인 60위로 내려앉았다. IMD 순위는 각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지를 평가한다. 올해 ‘기업 효율성’ 성적표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데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 생산성(33→45위), 노동시장 유연성(31→53위), 경영
1500만명의 사상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전쟁을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전쟁이었다고 진절머리를 냈다. 그러나 ‘전무’한 것은 맞았지만 ‘후무’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30년 만에 밝혀졌다. 1945년 히틀러의 자살로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제2차 세계대전은 그야말로 미증유의 대참사였다.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가 군인(600만명)과 민간인(900만명)을 합쳐서 1500만명이었던 반면 불과 3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제2차 세계대전은 군인과 민간인을 합친 사망자가 무려 4900만명에 달했다. 이 전쟁의 참상과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그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규모도 그에 걸맞게 엄중해야만 하고 또한 그랬으리라고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뉘른베르크 재판’으로 상징되는 전범 재판의 과정과 결과는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뉘른베르크 국제 군사 재판’에 전범으로 기소된 나치 전범은 고작 24명에 불과했고, 사형선고를 받아 처형된 인물도 달랑 8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지하벙커 속에서 히틀러와 함께 마지막 순간(영화 속)을 보낸 나치 핵심 중의 핵심 인물들이다. 나머지는 각각의 징역형에 처했고, 그나마 3명은
하룻밤과 낮, 거의 스무 시간을 지그시 눈을 감고서 주무시는 어머니. 그 앞에 엎드러져서 “어머니, 미안허우다. 나가 그자 ‘침 바끄지(뱉지) 맙서, 밥 흘리지 맙서’ 허멍 존다니(잔소리)만 해연..., 어머니한티 입에 맞는 음식 하나 못 해드리멍 그냥 ‘밥 먹읍서! 살려도랜만 허지 말앙 입을 벌립서. 밥 먹는디 죽는 사름 보십디강!’ 허멍 큰 소리만 지르곡, 반찬이 어신 건 생각을 못 핸 예.... 죄송허우다, 어머니! 제발 눈 뜹서게. 나가 영 빌엄수게....”라면서 답답한 마음에 어머니의 눈꺼풀을 뒤집으려고 하자, “야이, 무사(얘가 왜 이래)?”라면서 내 손을 강하게 밀치신다. 아, 우리 어머니가 괜찮으시구나. 힘이 여전하시구나. 살아나셨구나! “어머니, 이제랑 일어납서. 어머니 그추룩 아끼는 상추를 어떤 머리 검은 쥐(사람)가 막 뜯어감수게!”. 그러자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눈을 살며시 뜨시더니, 내 얼굴을 두 세 번 쓰다듬으신다. 그러고선 ‘너는 왜 이리 예쁘냐’는 듯한 표정으로 다정하게 웃으시곤 다시 눈을 감으신다. ‘아, 이렇게 세상을 떠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마음에 애간장이 다 녹아든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은 불효뿐이구나. 언제나
11일 코스피지수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회복했다. 4월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여파로 230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두달 만에 25% 넘게 올랐다. ‘코스피 5000’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약 8%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의지와 글로벌 자금 유입이 맞물린 결과다. [※참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13일 코스피지수가 2900포인트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기인한 하락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취임 8일차에 거래소를 찾은 것부터가 강한 부양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이 35% 이상이면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서 과세하는 방안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낮다. 2014~2023년 중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 성향이 31%인데 한국은 26%에 머물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중간배당으로 생활비를 보조받을 수 있게 하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그 많던 야자수는 다 어디 갔나요?" "다 뽑았대요. 그런데 또 심는대요." 제주시 탑동로를 걷던 관광객과 상인의 대화다. 제주시는 지난 3월부터 이 곳 가로수도 심어졌던 워싱턴야자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방향을 틀었다. 지금 탑동로에서는 야자수를 다시 심는 '재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그 사이 도민 혈세 3억원 가까이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사실 워싱턴 야자수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건 오래다. 1982년부터 제주도내 주요 도로와 관광지에 심어져 그동안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색 풍경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한때 3500여 그루가 도내 곳곳에서 자라 제주의 또 다른 상징이 되기도 했다. 아열대 식물인 워싱턴 야자는 멕시코, 북아메리카의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콜로라도주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줄기는 하나로 곧고 원기둥 모양이며 회갈색이 난다. 잎은 꼭대기에 빽빽이 나며 부챗살처럼 돼 있다. 수명은 80~250년 이상이고 추위에 비교적 강해 제주지역 등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최대 25m 이상까지도 자라 제주 곳곳에 심어진 워싱턴 야자들도 20m를 훌쩍 넘는 크기로 자랐다. 바람에 대한 저항성이 아주 강한 편인 수종으로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 3일 오전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아래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 제주남초등학교에는 서서히 불이 들어왔다. 투표 사무원과 정당 참관인, 선거 관계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5시 30분이 되자 본격적인 투표 개시 준비가 시작됐다. 참관인을 대상으로 한 안내와 주의사항 전달, 투표지·도장·투표함 점검까지 모든 절차가 빈틈없이 이어졌고, 투표함 봉인 작업도 그 일부였다. "이건 봉인함을 잠글 열쇠입니다.", "이건 투표함에 부착할 개폐 방지 스티커입니다." 투표 사무원은 준비물 하나하나를 직접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현장은 긴장 속에서도 질서와 투명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 5시 59분. 투표관리인의 개시 선서가 낭독되면서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본 투표가 시작됐다. 그러나 평온했던 분위기는 채 한 시간도 유지되지 않았다. 오전 6시 48분 한 남성 A씨가 삼도2동 제2투표소에 도착해 신분증을 제시하며 투표를 시도했다.그러나 선거인명부에는 이미 지난달 30일 사전투표를 마친 이력이 명확히 기재돼 있었다. 투표 사무원이 이를 설명하자 A씨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고, 아무 말 없이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화창한 5월 초여름 날씨.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들린다. 교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밝은 햇살, 바람에 실려오는 노랫소리와 체육시간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 스승의 은혜를 다시금 되새기는 5월, 그러나 교실 안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주도내 한 초등학교 교사 고모씨(35)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낄 줄 알았다"면서도 "이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언제 나를 향할지 모를 민원의 공포와 싸워야 하는 게 더 무섭다. 교사라는 이유로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떨궜다. 제주의 교실 안에서 교사들이 맞서고 있는 것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폭력과 민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이었다. 결혼을 앞둔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죽이겠다', "결혼식장에 찾아가 깽판을 치겠다"는 협박을 매일같이 들어야 했다. 또 다른 교사는 "창문만 봐도 혹시나 찾아오지 않을까, 집에 가도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대응하면 더 큰 해코지가 돌아올까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이 학부모는 10명의 교사를 정서학대 혐의로 고소했고, 교육청과 학교에는 100
이달 6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어린이날 홈경기를 맞아 많은 가족 단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제주SK FC는 강원FC에 0-3으로 완패하며 경기장엔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일부 서포터즈들이 선수단 통로와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단순한 패배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무기력한 경기력, 그에 대한 해명도, 표정도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팀의 태도에 팬들의 쌓인 감정이 터졌다. K리그에서 '버막(버스 막기)'은 낯설지 않다. 성적 부진이나 프런트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때 전국 각지의 경기장 주차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2023년 수원삼성이 강등이 확정된 뒤 팬들은 2시간 넘게 선수단 버스를 막고 단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제주 사태는 방식과 반응, 그리고 이후 전개까지 모두 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동진 선수가 있었다. 팬들과 마주한 그는 언성을 높였고, 일부 팬은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박 선수가 팬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과 이를 말리는 구단 관계자의 모습이 담겼다. 여기까지는 다소 거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전개는 K리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박 선수는
가련하게 위장하거나 벙어리 흉내 내며 구걸하는 것에 비해 더 나간 것이 형사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기술도 인위적으로 불구로 만들어 구걸하는 것과 비교하면 작은 무당이 큰 무당을 만난 것처럼 비교도 안 된다. 일부러 불구자로 만드는 것이 ‘채생절할(采生折割)’1)이다. 청나라 건륭 시기에 향시에 합격해 소문(昭文), 봉현(奉賢) 지현을 역임했던 상휘(常輝)〔자는 의운(衣雲)〕가 건륭 34년(1769)에, 소주(蘇州) 부랑중항(富郞中巷)에서 머무를 때 쓴 『난방필기(蘭舫筆記』) 기록이다. “내가 도중(都中)에 있을 때 매번 괴인이 돈을 버는 것을 보았다. 이삼 척밖에 안 되는 사람도 있고 윗몸은 있으나 아랫몸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팔이 한 쪽이 없거나 다리 한 쪽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기형(畸形)이 다 모여 있었다.……경인(庚寅) 봄(1770)에 진택(震澤)성 중시교(中市橋)에 15세의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 아이가 다리가 없는 상태로 오랫동안 꿇어앉아 구걸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구하지 못하여 날이 어두워지자 울면서 구걸하였다. 혼자서 울면서 오늘은 분명 맞아 죽을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몹시 슬픈 목소리였다. 마음씨 좋은 사람 오륙 명이 관찰하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건장한 사내가 달려들어 업고 갔다. 몰래 성 밖 강 아래까지 따라가 봤다. 배 안에는 손이 없거나 발이 없는 동남동녀 서너 명이 있었다. 상앗대질하는 사람 오륙 명이 있었다. 모두 건장한 사내였다. 즉시 순찰대와 함께 체포하러 갔다. 우두머리는 물에 뛰어들어 도망쳤고 한 사람만 붙잡혔다. 앞에서 말한 여자아이에게 물으니 본래 현지 세도가의 딸이었다고 했다 : 팔구 세 때에 혼자 밖에 놀러갔는데 실종되었다. 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산으로 겹겹이 막혀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깨어나서 울었더니 초죽음이 되도록 얻어맞았다. 나중에 약을 칠한 후 다리를 칼로 잘랐다고 했다. 얼마나 아팠는지……. 여자애의 부모에게 알렸다. 딸을 잃어버린 지가 7년이나 됐지만 만나자마자 알아보았다. 관부로 보내어 여러 차례 심문했으나 확실한 자백을 받지 못했다. 끼워 고문하는 형틀을 아무 것도 아닌 양 대했다. 안건이 종결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나는 북쪽으로 돌아왔다.” 인위적으로 불구자로 만들어 구걸하게 만든 거지는 개방이 저지르는 범죄 중 하나다. 옛날에 어린이를 유괴하여 잔혹한 방법으로 불구자로 만들거나 기형으로 만들어 구걸케 하면서 재물을 편취해 전사회적 해악이 되었다 또 다른 기록2)도 있다 : 강호 악당이 ‘채생절해’로 이득을 얻으려고 어린 아이를 유괴한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강요하고 모략을 쓰기도 한다. 악랄한 악당은, 사기꾼과 한통속이다. 건륭 때에 장사(長沙)시에 두 사람이 개 한 마리를 끌고 나타났다. 개는 일반 보통 개보다는 조금 컸다. 양쪽 앞발 발톱은 개보다 길었고 뒷발은 곰과 닮았다. 꼬리는 있으나 작았다. 귀와 눈은 사람을 닮았다. 결코 개 종류는 아니었는데 개털이 온몸에 나있었다. 사람 말을 할 줄 알고 박자에 맞춰 노래할 줄도 알았다. 관중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노래 한 곡 하라면서 돈을 던져주었다. 현령 형(荊)모가 그들을 만났다. 의사에게 보여주면 후한 상을 내리겠다며 병졸에게 명하여 데려오게 하였다. 먼저 개를 아문에 들여보낸 뒤 개에게 물었다. “그대. 사람인가, 개인가?” 답했다. “나 역시 사람인지 개인지 모릅니다.” 물었다. “함께 다니니 어떤가?” 답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평소에 무얼 가르치는가 따져 물으니 답했다. “낮에는 나를 끌고 시내에 나가고 밤에는 돌아가 통에 들어갑니다.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루는 비가 와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배에서 내게 먹을 것을 주려고 통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두 사람이 상자를 여니 상자에는 목인(木人) 수십이 있었습니다. 눈과 손, 발 모두 자동으로 움직였습니다. 갑판 아래에는 노인이 누워있었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저도 모릅니다.” 형모가 두 사람을 체포해 심문하였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명을 내려 달군 침으로 귀곡혈(鬼哭穴)을 찌르는 극형으로 심문하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 : 3살 어린이로 만들었다. 먼저 약으로 피부를 흐물흐물하게 만들고서 다 벗긴 후, 개털을 태운 재와 약을 먹였다. 약을 복용시켜 병세를 가라앉히니 몸에 개털이 나기 시작하고 꼬리가 생겨나 개와 닮았다. 그런 방법으로는 열에 하나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개로 만들 수 있다면 평생 돈을 벌 수 있다. 무수한 어린이에게 실험하고서야 저런 개가 생긴다고 답했다. 목인은 어디에 쓰느냐고 물으니 답했다. “아이를 유괴해 스스로 목인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절름발이, 소경, 팔 없는 장애인 모두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돈을 구걸해 오도록 했습니다.” 형모가 상황을 알고 병졸을 데리고 가 배를 수색하였다. 배에는 가죽만 남은 노인이 있었다. 등 쪽을 갈라내 속에 짚을 넣어 만든 상태였다. 어디에 쓰느냐고 묻자, 답했다. “그것은 90세가 넘은 노인의 가죽입니다. 가장 얻기 힘든 겁니다.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약과 함께 사람 몸에 침으로 찌르면, 그 사람 혼이 곧바로 와서 부역하게 됩니다. 수십 년을 찾다가 이제야 겨우 얻었습니다. 피부가 습하게 되면 가루로 만들 수 없기에 발각됐습니다. 하늘의 뜻입니다. 하늘이시어! 이제 빨리 죽기 원할 따름입니다.” 형모가 대노해 명을 내려 차꼬와 수갑을 채워서 시가로 끌고 나갔다. 죄상을 낱낱이 알린 후 사형을 집행하니, 관중들이 쾌재를 불렀다. 개도 오랜 시일이 지나니 먹을 것을 얻지 못하여 굶어 죽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채생절할(采生折割)은 직업 거지 중에서 가장 잔인하고 흉악한 형태다. 인위적으로 불구자를 만들거나 ‘괴물’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세인의 동정을 받으며 길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재물을 구걸한다. ‘채(采)’는 취하다, 수집하다. ‘생(生)’은 원료, 일반적으로 정상으로 발육한 어린 아이. ‘절할(折割)’은 칼이나 도끼로 자르다 뜻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살아있는 정상적인 사람, 특히 어린아이를 잡아다가 칼이나 도끼로 자르거나 다른 방법으로 불구를 만든다거나 형상이 기괴한 괴물로 만드는 방법이다. 2) 『청패류초(淸稗類鈔)·곤편류(棍騙類)·채생절할(采生折割)』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거지는 틈만 있으면 사기 친다. 구걸할 때만 눈에 띠는 모습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청나라 모 년 모 월에,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이 가마를 타고 종복과 함께 전당포에 갔다. 팔찌 한 쌍을 벗어 건네며 저당 잡히겠다고 했다. 주인이 받아서 자세히 검사해보니 누런 금색을 띠는, 진짜였다. 중량은 5량이었다. 팔찌 주인이 경전(京錢)1) 500관(串)을 요구하자 전당포 주인은 맡을 수 없다며 돌려주었다. 한 바탕 가격 흥정을 한 후, 300관에 저당하기로 하고 숫자대로 돈을 지불하는 전표를 발행해 주었다. 그 사람이 떠난 후 옆에 서있던 거지가 낡은 저고리를 벗어서 건네주면서 20관에 저당 잡히겠다고 하자, 전당포 주인이 고소한다고 난리를 쳤다.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가짜 금팔찌를 300관이나 주었잖소. 내 이 저고리는 비록 낡기는 했어도 가짜는 아니잖소? 어찌 20관 가치가 없다는 말이오?” 그제야 전당포 주인이 의심이 들어 다시 팔찌를 꺼내 보았다. 금도금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거지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알아챘소?” 거지가 답했다. “그 인물은 유명한 사기꾼이오. 그가 사는 곳까지 내가 알 정도니까.” 전당포 주인은 돈 2관을 보상해 줄 테니 자신에게 그 집까지 데려가 달라고 했다. 거지가 안내하는 집에 가보니 정말로 그 손님의 가마가 그곳에 있었다. 거지는 멀찍이서 그 손님을 가리키고는 돈을 받아들고 떠났다. 전당포 주인이 집안으로 들어가 봤다. 손님이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감히 떠들어대지 못하여 종복에게 손님을 불러달라고 한 후 언쟁을 벌였다. 손님이 말했다. “물건이 가짜였다면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내게 줄 수 있다는 말이요?” 안에 앉아있던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는 둘에게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후 손님에게 말했다. “우리는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부당하게 이익을 봐서는 안 되오. 시정 소인과 언쟁하면서 체통을 잃어서도 안 되지요. 귀하께서 저당 잡혀 가지고 온 돈은 아직 쓰지 않았잖소. 어찌 그냥 되돌려 주지 않는 게요!” 그 손님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이 말을 따른다면서 전표를 내주고 팔찌를 돌려받았다. 전당포 주인은 기쁜 마음으로 전표를 받아들고 돌아갔다. 전당포 주인이 저녁 무렵에 돈으로 바꾸려 조폐국에 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전표를 가지고 와서 현금으로 바꾸어 떠나버린 후였다. 조폐국에서 돈을 찾아간 전표와 전당포 주인이 가지고 온 전표를 대조해보니, 전당포 주인이 들고 있던 전표는 가짜였다. 전당포 주인이 다시 손님이 있던 집으로 찾아갔으나 벌써 떠나고 아무도 없었다. 거지도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알고 보니 염치없는 얼굴을 하고 나타난 거지와 사기꾼들은 한통속이었다. 짝을 이루어 사기 친 것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청나라 때 북경 지역에서 유행하던 가격 표준이다. 강희(康熙) 때에 무게 7분(分)의 소전(小錢)을 주조해 북경에서 유통하였다. 2문(文)이 대전(大錢) 1문에 해당하였다. 그 소전을 당시에 ‘경돈(京墩)’이라 불러, 북경 금전의 명칭이 되었다. 나중에는 1문 당 경전 2문으로 제조해 사용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대 정당이 6·3 조기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도 공약집을 내놓지 않아 유권자들이 ‘깜깜이 선거’에 내몰렸다. 국민의힘은 25~26일께, 민주당은 27~29일께 공약집을 공개할 예정이다. 결국 재외유권자는 공약집도 없이 투표를 마치게 됐다. 유권자 25만8254명이 20~25일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데 공약집을 확인조차 못했다. 지역·주제별로 따로따로 내놓은 ‘쪽공약’만 공개됐다. 세 차례 TV토론 중 경제(18일)·사회(23일) 분야를 주제로 한 두차례 토론은 공약집 없이 진행됐다. 3차 토론이 27일이니 사실상 모든 TV토론이 ‘무無공약집 토론’이 될 판이다. 정책 토론과 상호 검증 기회를 양대 정당 스스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대선 사전투표는 29~30일 이틀간 진행된다. 지난해 총선의 사전투표 비중(46.7%)을 감안하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공약집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없이 투표를 하게 된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대선 공약집 늑장 제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후보는 대선 9일 전, 문재인 후보는 10일 전에 각각 공약집을 공개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선거가 앞당겨진 2017년 조기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는 22일 전, 문재인 후보는 11일 전 공약집을 발표했다.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투표 13일 전, 이재명 후보는 15일 전에 공약집을 제출했다. 앞서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공약집이 일찌감치 한달 전에 나왔다. 이회창 후보가 36일 전, 노무현 후보가 31일 전에 내놨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20일 전, 이명박 후보가 18일 전에 공약집을 공개했다. 결국 21대 대선은 역대 대선 중 가장 늦게 공약집을 내놓은 불명예를 안게 됐다. 대외적으로 ‘정책 경쟁’을 하자고 외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자료집 공개를 미루는 것은 서로 ‘검증’과 ‘비판’을 차단·회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공약을 검증하는 시민단체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들은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이번 대선의 1순위 의제로 꼽았다. 이어 ‘경제 회복 및 저성장 극복대책 마련’ ‘공정과 상식 회복 등 민주주의 복원’이 2·3순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의 선택은 조금 달랐다. ‘국민 통합·사회적 갈등 해소’가 1순위였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육성’ ‘수도권 집중 완화 및 균형발전’이 2·3순위로 꼽혔다. 전반적으로 일반 유권자(국민)들이 전문가보다 훼손된 민주주의,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민주주의 복원’ 의제가 새롭게 제기됐다. 유권자들은 각종 현안을 고소·고발 등 사법시스템으로 끌고 가는 정치 실종과 선출받지 않은 기관들의 과도한 정치 개입 및 월권을 지적하며 공정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인식했다. 저성장과 미국발 관세 후폭풍에 대한 걱정이 경제 회복 및 저성장 극복대책을 요구했다. 대선 공약집 발간이 공직선거법상 의무사항은 아니다. 앞서 12일 공개된 두루뭉술한 키워드 중심 ‘10대 공약’도 중앙선거관리원회가 임의로 제출받아 공개한 것이다. 유권자에게 발송되는 선거공보만이 의무사항이지만, 후보별로 공약을 비교해 파악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빈약하다. 대선 공약집은 후보자가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침서이자 유권자와의 약속이다. 그런데 공약집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2002년 16대 대선 이후 갈수록 발표가 늦어지는 추세다. 특히 이번 대선 공약집 공개가 가장 늦다는 것은 또 다른 ‘정치 퇴행’이다. 그 탓에 ‘정책 선거’가 자리 잡지 못한 채 정당과 후보들은 상대 말꼬리를 잡거나 잘못을 들춰내 공격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에 몰두하는 형국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커피원가 120원’ 등을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문수 후보의 ‘미스 가락시장’ 발언 등을 비판했다. 후보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공약 가운데 재원 확보 방안과 실행계획이 없는 구호에 그치는 것들이 적잖다. 첫번째 경제 분야 TV토론에서도 후보들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답변으로 넘어갔다. 민생 현안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정책공약 경쟁은 뒷전인 채 상대방을 향한 인신공격이나 추문 들추기, 자격 시비, 색깔론 등 네거티브로 치닫는 선거전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부정적 캠페인에 유권자들이 노출되면 투표율이 5% 정도 떨어진다는 미국 대선 결과 분석(탈동원효과)도 나와 있다. 공약집 발간이 늦어질수록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설익은 공약이 국정과제로 이어져 부작용과 후유증을 잉태할 위험성도 커진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1924년 9월 24일, 노신(魯迅)는 「구걸하는 사람」이라는 산문시를 발표하였다. 『야초(野草)』집에 수록된 산문시로 상징과 사실 수법으로 묘사하였다. 나는 벗겨진 높은 벽을 따라 부드러운 먼지를 밟으며 걸어간다. 나 이외에 몇몇이 제 갈 길을 걷는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니 벽 위로 솟아오른 높은 나뭇가지가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잎을 단 채 내 머리 위에서 흔들거린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니 사방이 온통 먼지다. 한 아이가 나에게 구걸한다. 겹옷을 입었다. 슬프거나 근심스럽게 보이지 않는데 막아서며 절하고 쫓아오며 애원한다. 나는 그의 말투와 태도가 싫었다. 나는 슬프지도 않으면서 장난치 듯 하는 그가 싫었다. 나는 쫓아오며 애원하는 그에게서 진저리가 났다. 나는 길은 걷는다. 나 이외에 몇몇이 제 갈 길을 걷는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니 사방이 온통 먼지다. 한 아이가 나에게 구걸한다. 겹옷을 입었다. 슬프거나 근심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벙어리이다. 양손을 나란히 벌려놓고 손짓한다. 나는 그의 손짓이 싫다. 그리고 결코 그는 벙어리가 아니다. 구걸하는 방법일 뿐이다. 나는 희사하지 않는다. 희사할 마음도 없다. 나는 단지 자선가보다 높은 자리에서 혐오와 의심과 증오를 보낼 뿐이다. 나는 무너진 토담을 따라 걷는다. 잘린 벽돌이 무너진 돌담 사이에 쌓여있다. 돌담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산들바람이 가을 한기를 내 겹옷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사면이 온통 먼지다. 나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구걸할지를 생각한다. 소리를 낸다면 어떤 말투로 할까? 벙어리로 가장하면 어떤 손짓으로 할까? ... 나 이외에 몇몇이 제 갈 길을 걷는다. 나는 앞으로 보시를 받을 수 없고 베풀어 도우려는 마음(布施心)도 얻을 수 없으리라. 나는 앞으로 자선가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자처하는 자들에게서 혐오, 의심, 증오만을 받게 되리라. 나는 앞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침묵으로 구걸하리라! ... 나는 적어도 허무는 얻게 되리라. 산들바람이 불어와 사면이 온통 먼지다. 나 이외에 몇몇이 제 갈 길을 걷는다. 먼지, 먼지... ... 먼지... 과거에 노신 작품을 평가할 때 학계에서는 예술의 상징과 사실 두 방면만 주의할 뿐이었다. 요 몇 년, 중국에서는 작품의 상징 의의를 더 중시하고 있다. 그중에는 생경한 정치공리주의를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경우도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은 인문과학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다. 노신을 연구한 일본 학자 오다 타케오(小田岳夫)는 노신의 산문시 중에서 「구걸하는 사람」은 당시 회색의 심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중국학자는 문제를 제기했다. “노신 『야초』 속에는 분명 비교적 농후한 허무와 비관적 정조가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고 「구걸하는 사람」이 그런 허무, 비관의 ‘회색의 심경’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노신은 전편에서 구걸하는 거지를 싫어하고 암울과 허무를 부정하였다. 그는 항쟁으로 암울한 사회를 벗어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표정의 소침은 내심의 치열을 간직하고 있다. 이것이 「구걸하는 사람」의 서정적 특색이다.”(「손옥석(孫玉石), 『야초』 연구」) 과연 그럴까? 「구걸하는 사람」의 상징과 사실 두 방면 중 어느 한쪽도 버려서는 안 된다. 사실, 노신은 이 산문시에서 사실 방면에서 거지들의 관용적인 사기 수법을 주의해 드러내 보였다. 예를 들어, “슬프거나 근심스럽게 보이지 않는데 막아서며 절하고 쫓아오며 애원한다.” “슬프거나 근심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벙어리이다. 양손을 나란히 벌려놓고 손짓한다.” 이 모두 예나 지금이나 흔히 보이는 사기 수법이다. 그렇기에 노신은 명확히 표명하였다. “나는 그의 말투와 태도가 싫었다. 나는 슬프지도 않으면서 장난치 듯 하는 그가 싫었다.” “나는 그의 손짓이 싫다. 그리고 그는 벙어리가 결코 아니다. 구걸하는 방법일 뿐이다.” 이런 사기술과 위장은 한 세대 한 세대 전승되고 연속돼, 반복적으로 희사자의 측은지심을 찔렀다. 그래서 노신은 말했다. “나는 희사하지 않는다. 희사할 마음도 없다. 나는 단지 자선가보다 높은 자리에서 혐오와 의심과 증오를 보낼 뿐이다.” 세상사가 늘 변하는데 누가 감히 자신의 일생 중 결코 거지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노신도 자신이 그러한 지경에 빠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연상하였다. “나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구걸할지를 생각한다. 소리를 낸다면 어떤 말투로 할까? 벙어리로 가장하면 어떤 손짓으로 할까?..." 그런데 노신은 사기 치지는 않고 그저, “나는 앞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침묵으로 구걸하리라!” 결과는 어떻게 될까? “나는 앞으로 보시를 받을 수 없고 베풀어 도우려는 마음(布施心)도 얻을 수 없으리라.”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자선가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자처하는 자들에게서 혐오, 의심, 증오만을 받게 되리라.” 「구걸하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거지가 행하는 사기라는 상투 수단을 드러내 보이면서 당시 사상가의 관점을 표현하였다. 적어도 「구걸하는 사람」의 예술 상징 방면에 대하여 이미 많은 학자가 세간에 해석을 해놓았기에, 굳이 이 글에서 논술할 내용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언급한 것은, 거지의 사기술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일 따름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