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크 아노(Jean Jacques Annaud) 감독의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ㆍ1989년)’은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ㆍ1932~2016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기호학 외에도 에코의 분야는 철학, 해석학, 중세학, 문화비평, 사회비평, 소설 등에 걸쳐 있어서 그의 ‘전공’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에코를 ‘걸어 다니는 도서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에코에게 썩 어울리는 별호別號일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그 명민함으로 이름난 윌리엄 수도사(숀 코너리 분)가 교황청의 명을 받아 문제의 수도원으로 향하고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는 윌리엄 신부가 수도원 정문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원작 소설에서는 수도원에 도착하기 직전에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를 담는다. 에코는 이 장면 속에 논문으로 치면 논문의 ‘문제 제기(research question)’를 담은 셈인데, 아노 감독은 이 장면을 과감하고도 난폭하게 쳐내는 이해하기 어려운 만행을 저지른다. 원작 속에서 윌리엄 수도사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