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백 세를 넘기면서부터 ‘이번이 어머니의 마지막 명절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다. 102세가 되신 올해는 추석을 준비하면서부터 노천명 시인의 ‘장날’이 떠올랐다. ‘대추 밤을 돈 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루 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준다고 울었다. 절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방울이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차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1938년도에 출간된 노천명 시인의 첫 시집 ‘산호림’에 나오는 시다. ‘돈 사야’라는 말은 충청도 방언으로 ‘내다 팔아 돈을 만들어야’라는 뜻이라고 배웠던 국어 시간이 생각난다. 이십 리를 걸어야 하는 외진 마을에서 음력 11일에 열리는 열하룻장을 보기 위해 새벽같이 떠나는 아버지와 대추를 안 준다고 우는 막내딸은, 우리들 어린 시절의 서정이다. 저녁 무렵에 떠오르는 달을 송편에 비유한 시인의 마음 또한 추석을 준비하는 마을 사람들의 애틋한 정서를 담고 있다. 저녁 어스름이 먼저 몰려오고 아버지가 장에서 돌아올 즈음, 하루 종일 아버지를 기다리던 이쁜이는 정작 잠이 들어버렸는지.
제주에서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22년 594건이던 소화전 주변 주·정차 단속 건수는 지난해 985건으로 65% 증가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693건이 적발돼 이미 2022년 전체 단속 건수를 넘어섰다. 소화전 주변의 불법 주·정차는 화재 시 소방용수 공급에 지장을 주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소방당국은 오는 26일 제주 전역에서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해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단속 대상은 안전표지가 설치된 소화전 주변 5m 이내에 주·정차된 차량이다. 소방서별 단속반과 의용소방대, 양 행정시가 합동 단속을 벌인다. 관련 법에 따라 소화전 5m 이내 주·정차된 차량은 승용차 8만원, 승합차 9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방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해 도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재난현장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관광공사가 전국 지방 관광공사와 도내 공기업 중 처음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제주관광공사가 23일 대구 EXCO에서 열린 제19회 지방공공기관의 날 행사에서 지방공공기관 혁신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단체 표창을 받았다. 이번 단체 포상은 성과 창출, 지방공공기관 발전 기여도, 우수사례, 인지도, 그리고 행정안전부 경영평가 결과 등 네 가지 부문에 대한 엄격한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전문 심사위원의 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제주관광공사는 창립 16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 단체 표창을 받으며 전국 지방 관광공사와 제주지역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영예를 안았다. 제주관광공사는 효율적인 기관 운영을 위해 정원 감축과 조직 개편을 시행하고 도내 유사하거나 중복 기능을 가진 기관과의 단계적인 통합을 추진했다. 또 금융부채 조기 상환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며 정부의 혁신 계획을 적극 이행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공사가 지난해 '행정안전부 지방공공기관 혁신 구조개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제주 관광의 자원 순환 실현, 관광 빅데이터 서비스 제공, 농촌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 청년 및 여성 일자리 확대를
제주 연안습지의 생태·환경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야외 영화제가 해양보호구역인 서귀포시 오조리 갯벌 일대에서 열린다. 제주도는 다음달 3일 오후 6시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갯벌 주차장(오조로80번길 47)에서 '제1회 갯것이 영화제'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갯것이는 조간대나 바다에서 나는 소라나 꼬막, 바지락, 물고기 등을 모두 일컫는 제주어다. 오조리 갯벌은 지난해 12월 습지보호구역(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행사를 주관한 오조리 마을회, 제주생태관광협회, 깅아와바당 등은 전국 공모를 통해 해양 보호에 대한 의식을 높일 수 있는 6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상영작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거나 주제로 삼은 작품들이다. 길게는 40분, 짧게는 10분 내외 길이의 단편영화들로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로 이뤄졌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전 신청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행사장 규모로 인해 최대 100명까지만 관람이 가능하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습지보호구역인 오조리 갯벌 인근 주민들은 연안습지를 보전하고 가치를 알리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해양보호구역의 가치를 공감할 수 있도록 제주도 역시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
제주 동부 서귀포시 가시리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잇따라 추진돼 산림과 경관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한국남부발전은 표선면 가시리 중산간 지역에 12㎿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 예산과 태양광 패널의 면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 부지 면적은 약 13만 365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가시리 내 다른 부지에서 아시아그린에너지를 포함한 4개 사업자가 추진 중인 22만5000㎡ 부지의 48.5㎿ 규모 태양광 사업과 비교해 규모는 작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의 전기사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규모 사업에 속한다. 사업자는 이미 전기사업 허가를 받은 상태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가시리 중산간 지역이 기존의 태양광 사업들과 더불어 태양광 발전 시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가시리에는 2만 9466㎡ 부지에 16.7㎿ 규모의 태양광 발전이 운영되고 있다. 이번 남부발전의 추가 태양광 사업이 가시리에서 진행되면서 또 다른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가시리에는 이외에도 마라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제주 태양광발전단지가 공사 중
한라산 등반을 하다 정신을 잃은 30대 관광객이 휴일에 산에 오른 경찰의 응급조치로 위기를 넘겼다. 23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대정파출소 소속 마라도치안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주업 경위는 지난 13일 오전 11시 휴일을 맞아 한라산을 등반하던 중 백록담 정산 부근에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30대 여성 A씨를 발견했다. 관광객인 A씨는 홀로 한라산을 등반하다 폭염에 탈진해 30분 이상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계단에 앉아서 졸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다른 등반객 신고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사이 심한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에 이어 과호흡과 손발 저림, 극심한 추위를 느끼는 등 상태가 악화됐다. 김 경위는 즉시 가지고 있던 식염 포도당을 A씨에게 먹게 하고 손발을 주무르며 의식을 잃지 않도록 응급조치했다. 또 비상용 은박 담요를 덮어 주며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김 경위는 119구조대 요청으로 삼각봉 대피소 인근 헬기 착륙장까지 약 30분간 A씨를 둘러업고 하산했다. 다행히 119구조대에 넘겼을 때 이 여성은 체온이 조금 올라 안정을 되찾았다. A씨는 건강을 되찾고 지난 20일 제주경찰청 홈페이지 '칭찬 한마디'에 감사에 인사를 전했다.
"마치 조롱당하는 느낌이 듭니다. 대단한 걸 주는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속 빈 강정같은 느낌입니다." 요즘 결혼을 앞둔 제주도내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 나오는 말이다. '피식' 웃는 이도 있다. 이유는 제주도가 지난 12일 인구 감소와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헤 내놓은 '인구정책 신(新) 전략사업' 때문이다. 발표된 정책들은 주거 지원, 출산 및 육아 지원, 일·가정 양립 촉진, 인구 유입 등 4대 핵심 분야로 구성돼 있다. 최명동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인구정책 신 전략사업은 제주의 지역적 특성과 도민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면밀히 분석해 마련했다"며 "인구 유출 방지와 유입 촉진 효과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의 청년들, 특히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다. 도에서 발표한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혼부부 연 30만 원 공공임대주택'이다. 월 임대료 2만 5000원이라는 파격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임대주택이 실제로 얼마나 공급될 수 있을지 구체적 계획은 없다. 제주도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연간 혼인 건수는 약 3000
제주지역의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있다. 반대로 노인복지시설은 증가하고 있다. 23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출생한 아기는 약 3200명이었다. 이 중 제주시 추자면과 우도면, 일도1동, 서귀포시 정방동, 중앙동, 송산동, 예래동 등 7개 지역에서 출생아 수가 10명을 밑돌았다. 특히 추자면은 2명, 우도면과 일도1동, 정방동은 각각 3명에 그쳤다. 제주도 출생아 수도 2019년 4500명, 2020년 3989명, 2021년 3728명, 2022년 3599명, 지난해 3200명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반면 노인복지시설은 2022년 678곳에서 지난해 729곳으로 7.5%(51곳) 증가했다. 실제로 서귀포시 대정읍 한 어린이집은 올해부터 노인요양시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도내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지난달 기준 12만3686명이다. 이는 도내 인구의 18.4%를 차지한다. 국제연합(UN)에 의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유나이티드가 두 시즌 연속 파이널B에서 강등권 경쟁을 벌인다. 제주유나이티드는 23일 광주와의 K리그1 31라운드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포항이 강원을 2-1로 꺾으면서 파이널A 진출이 좌절됐다. 제주는 지난 대구전 패배로 파이널B 행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었다. 결국 두 시즌 연속 파이널B에서 강등권 탈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K리그1은 31라운드 종료 후 파이널A와 파이널B 진출 팀들이 모두 확정됐다. 파이널A에는 울산, 김천, 강원, 수원FC, 포항, 서울이 포함돼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위한 경쟁을 펼친다. 반면 파이널B에는 광주, 제주, 대전, 전북, 대구, 인천이 속해 강등을 피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번 시즌 K리그1의 10위 팀은 K리그2 플레이오프 승자와, 11위 팀은 K리그2 2위 팀과 강등 여부를 결정하는 경기를 치른다. 최하위인 12위 팀은 자동으로 강등된다. 스플릿 시스템 도입 이후 마지막 33라운드에서 순위가 자주 변동됐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두 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모든 팀의 파이널A와 B 진출이 확정돼 정규라운드가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됐다. 제주유나이티드는 현재
제주의 도시가스와 쓰레기봉투 등 공공요금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북 익산을)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내 도시가스 평균 요금은 약 1만 3000원이다. 이는 1만 600원대인 광주와 비교해 20%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스 요금 측정 기준은 1MJ을 516MJ로 환산한 금액이다. MJ는 가스 열량 단위다. 전국 17개 지자체 중 도시가스 요금이 1만 3000원대를 기록한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다른 지역들은 대부분 1만 1000원 이하로 집계됐다. 또 하수도 평균 요금도 제주에서는 1만 2000원으로 전국 평균 8550.53원보다 40.3% 높은 수준이다. 제주 하수도 가정용 요금은 ㎥당 600원이다. 20ℓ짜리 쓰레기봉투도 제주에서는 700원으로 전국 평균 511원보다 약 200원 더 비싸다. 특히 전남의 352원과 비교하면 약 350원을 더 부담, 2배나 된다. 이 같은 요금 차이는 지자체가 도시가스, 상하수도, 쓰레기봉투 등 공공요금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 지역의 인프라 상태, 물류 비용, 지리적 특성 등 여러 요인이 요금 결정에
금융위원회 은행·중소금융 분야 부원장에 제주출신 김병칠 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부원장보가 임명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제3차 임시회의를 열고 이복현 금감원장 제청에 따라 김 부원장보를 부원장에 임명했다고 23일 밝혔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융위원회법에 따라 금감원장이 인사 제청을 하고 금융위에서 임명한다. 김 부원장은 앞으로 국내 은행, 저축은행, 상호조합금융, 카드회사의 감독과 검사를 총괄한다. 임기는 2027년 9월 19일까지 3년이다. 제주 출신 인사가 은행·중소금융 부문 부원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원장은 제주시 조천읍 출신으로 신촌초, 조천중, 오현고를 졸업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한국은행에 입사한 후 1999년 금감원 설립 당시 자리를 옮겨 감독1국을 시작으로 디지털금융감독국장·감독총괄국장 등을 지냈다. 금융감독원은 "중요 현안이 집중된 부문의 현재 부서장을 해당 부문 임원으로 임명해 당면 과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방송됐을 때 외국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좀비'가 아니었다. 바로 한국의 전통 모자 '갓'이었다. 해외 시청자들은 당시 드라마 킹덤에 대해 "좀비와 멋진 모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정도로 '갓'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과거에도 개항 후 조선 땅을 밟은 외국인들은 다채로운 갓에 매료돼 조선을 '모자의 나라'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조선시대 '갓'을 비롯한 '망건', '탕건' 등 다양한 관모(冠帽, 옛날 벼슬아치들이 쓰던 모자)를 만들었던 주산지가 '제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오늘날 관모 공예의 명맥이 유일하게 제주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른다. ◇ 잊혀가는 관모 전통 잇는 사람들 순우리말인 '갓'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쓰던 모자다. 선비들은 상투를 틀고 이마에 망건(網巾)을 두른 뒤 그 위에 탕건(宕巾)을 쓰고, 다시 그 위에 갓을 썼다. 머리카락 한 올 흘러내리지 않도록 망건을 완벽하게 두를 때까지 수차례 풀었다 둘렀다를 반복할 정도로 의관을 정제하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조선의 선비들은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이니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