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출산에서 비롯되는 사회문제들을 목도하며 살아간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생산·소비가 위축되는 ‘인구절벽’에 이어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위기’를 입증하는 증거와 통계는 차고 넘친다. 지금 대학 정시모집 기간인데, 전국 14개 대학 26개 학과에 단 한명의 지원자도 없었다고 한다. 또한 평균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는 대학이 전체 188개 대학 중 65곳이었다. 응시생이 3곳까지 원서를 내는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3대 1이 안 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된다. ‘미달’ 대학 65곳 중 59곳, 86.8%가 지방 소재 대학이다. 정시모집에서 미달학과 및 대학이 증가하는 것은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입시 경쟁률이 낮고 미달이 많다. 정시·수시 모집에 관계없이 합격자 등록률도 지방대일수록 낮다. 대학가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나도는 배경을 넘어 지역소멸을 예고한다. 저출산은 출산·양육에 들어가는 비용과 부담이 큰 데다 취업과 결혼을 하기도 쉽지 않은 사회여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게다가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초혼(初婚)
새해 벽두에 부동산 관련 규제가 대거 해제됐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렸다. 은행 대출이 쉬워지고 부동산 세금이 줄어든다. 전매제한이 완화되고,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도 폐지된다. 모든 분양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대출 한도도 사라진다. 중앙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넘긴다. 서울 전역과 과천·분당 등 경기 4개 지역만 남겨두고 규제지역을 푼 지 54일 만에 나온 추가 조치다. 지난해 6·9·11월에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 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이로써 규제지역, 중도금 대출,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등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한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풀렸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한다.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며 실수요자의 주택거래까지 어려워졌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주택 분양시장 침체는 건설업과 금융업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1·3 대책 발표된 뒤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둔촌동 주공아파트 견본주택에 계약과 상담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12억원을 웃도는 분양가로 불가능했던
2023년 토끼띠 새해가 밝았지만, 어디 한 구석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투자와 생산, 수출의 주체인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사면초가 한랭전선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며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다 미국-중국 간 갈등 및 북한의 무인기 도발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 세계경기 위축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배경이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2022년 말 ‘비상경영 체제 전환’ 공지문을 사내 연결망에 올렸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긴급회의도 열었다. 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폐지 이후 6년 만이다. 반도체 사업 실적 악화가 핵심 의제였다. ‘반도체 빙하기’는 2022년 하반기 예고됐다. 글로벌 수요가 침체하면서 증시가 먼저 반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하락하며 ‘5만전자’ ‘7만닉스’ 탄식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2023년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적자전환 전망까지 제기됐다. 현실화한다면 2009년 1분기(7052억원 적자) 이래 13년만의 일이 된다. 증시는 실물경제의 거울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과 가전 양판업계가 인력 줄이기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비대면 수요가 늘어 인력을 채용했던 정보기술(IT) 업계도 긴축 모드로 돌아섰다. 증시 침체의 영향권에 놓인 증권업계와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은행권마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아마존·페이스북·트위터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이 국내에도 불어닥쳤다. 기존 인력을 감축하는 마당에 신규 인력 채용은 언감생심이다. 올해보다 경제 상황이 악화할 내년에 역대급 고용한파가 예고된다.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의 전망치보다 낮다. 1%대 성장은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998년과 2009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0년 등 극심한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치다. 내년 경제성장률 하락의 핵심 요인은 수출과 기업 투자의 감소세 전환이다. 정부는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4.5%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로부터는 그렇지 않다(8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한은이 연준에 앞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어도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8월 29일 연준 주최 잭슨홀 회의 현장).” “금리 결정을 할 때 연준이 우선된다고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 물가 등 항상 국내 요인이 먼저다(11월 24일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잇따른 금리인상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한 발언록이다. 국제 결제와 금융거래에 쓰이는 달러화 같은 기축통화 보유국이 아니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은 총재로서의 고민이 묻어난다. 한국 입장에선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약간 높거나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이 안전하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거나 미국보다 큰 폭으로 낮아지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빠져나갈 수 있다. 또한 원화가치를 하락(원달러 환율상승)시키고, 높아진 환율만큼 수입 원자재 및 상품의 원화 환산 가격을 부풀려 국내 물가 전반을 자극하게 된다. 통화정책에 대한 한은과 이창용 총재의 고민은 세밑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위태롭다. 수출이 10월, 11월 두달 연속 감소했다. 수출과 달리 수입은 계속 증가하며 무역수지가 8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두번째로 긴 적자 행진이다. 그래도 올해 연간 수출은 지난해보다 5% 많은 68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간 수출규모 순위도 지난해 세계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라선다.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 등 주력 세 품목과 아세안·미국·유럽연합(EU)·인도 네 시장에서 최대 수출액을 달성한 덕분이다. 대미 수출은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아세안 수출도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12월 5일은 제59회 ‘무역의 날’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자축하기 쑥스러웠다. 사상 최대 수출에도 11월까지 무역적자(426억 달러)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이 워낙 큰 폭으로 불어났다.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흑자를 에너지 수입에 다 쓰고도 부족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주요국의 긴축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사실 수출이 줄고 에너지 수입이 늘어난 것은 독일·일본 등 제조업 강국의 공통 현상
끝내 10월 생산이 확 꺾였다. 감소폭(-1.5 %)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크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 엔진이 식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가 침체의 혹한기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이태원 참사와 화물연대 파업 등 돌발 악재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가 이 지경이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실물경제 지표들이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여파로 수출이 부진해지자 재고를 털어내야 하는 기업들이 공장을 덜 돌린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2.7%포인트 급락했다. 공장 가동이 줄어든 가운데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재고는 자꾸 쌓이고 있다. 제조업만 부진한 게 아니다. 올해 들어 수출 못지않은 엔진 역할을 해온 내수도 주춤거리고 있다. 10월 서비스업 생산이 0.8% 줄었다. 감소폭이 2020년 12월(-1.0%)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회복되던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 등 개인 서비스업 생산이 동반 감소했다. 10월 소매판매액(소비)도 0.2% 줄며 두달 연속 감소했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가운데 금리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3.25%로 2012년 7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3.75~4.0%)과의 금리격차는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은은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4·5·7· 8·10·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레고랜드 사태발發 자금시장 경색과 잇따른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기업과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 증가를 고심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인상 페달에서 발을 뗄 수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상승률과 한미간 금리차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여전히 높다. 물가상승률은 7월(6.3%)에 6%대를 기록한 뒤 8월(5.7%), 9월(5.6%) 낮아지다가 다시 높아졌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그만큼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할 위험도 커진다.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소 빅스텝(기준금리 0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증시 침체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부동산 거래 위축과 기업들의 이익 감소 등 실물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냉각하며 돈줄이 막혔다. 급기야 올해 공모 회사채의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아지는 ‘순상환(14일 기준 8조9400억원)’ 상태로 전환됐다. 회사채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은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회사채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기라면 순상환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영업실적 개선 등으로 보유 현금이 많으면 자금 수요가 줄어 회사채로 조달한 빚을 갚기 때문이다. 회사채 1조3700억원이 상환된 2016년이 이런 경우였다. 하지만 올해 순상환 전환은 자금경색으로 회사채 신규 발행과 차환이 막히면서 나타난 부정적 징후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내몰렸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거래가 줄고 미분양
레고랜드 사태가 마비시킨 국내 회사채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기도 전에 흥국생명 사태가 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불과 한달여 사이 국내 채권 발행과 외자 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쯤 되면 한국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생보업계 8위 흥국생명이 5억 달러어치 신종자본증권(달러 표시 영구채)의 조기 상환을 연기했다가 상환하겠다고 번복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흥국생명의 상환 연기 발표로 한국 채권의 신뢰가 약화됐다. 흥국생명 채권은 물론 다른 금융사와 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발행 조건이 나빠져 다른 금융사들이 자금조달 계획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일까지 나타났다. 그러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 흥국생명과 모기업인 태광그룹으로 하여금 은행과 다른 보험사들을 통해 5000억원을 조달해 상환하도록 압박했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주체 대부분은 5년이 지나면 돈을 일찍 갚을 권리(콜옵션)를 행사해왔다. 따라서 시장에선 사실상 5년 만기 채권으로 여겨진다. 이를 흥국생명이 5년 만에 갚지 않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2%로 여전히 높다. 이로써 미국은 기준금리 4% 시대에 진입했다. 또한 미국(연 3.75∼4.0%)과 한국(3.0%)의 기준금리 차이는 1.0%포인트로 확대됐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을 밟아 0.25%포인트로 좁혀놓은 것이 이내 되돌아갔다. 그만큼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수 있다. 원화가치 약세는 각종 원부자재 등 수입물품의 원화 환산 가격을 높여 국내 물가 오름세를 자극하게 된다. 이런 판에 지난 8~9월 둔화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5.7%) 들어 다시 가팔라졌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오름폭이 커졌다.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심리, 즉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높아졌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한은으로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가 내년부터 3개월 동안 휴장하기로 했다. 겨울철인 11〜12월 평일(화〜목요일)에 문을 닫는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3월 23일까지 전면 휴장한다. 방문객이 기대에 못 미치고 불공정 계약 및 문화재 보존 논란, 놀이기구 사고 등 자체 문제 때문이라지만, 레고랜드발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한 채권시장 경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가 야기한 금융시장 불안은 신용 문제로 귀결된다. 어느 나라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채권은 해당 국가에서 최고의 신용도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강원도가 지역 내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약속한 지급보증 책임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부도 처리됐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발 금리상승 여파로 빡빡해진 채권시장에 지방정부가 보증을 선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지방정부 스스로 보낸 셈이다. 전임 최문순 지사 시절 추진한 사업을 부정적으로 본 현직 김진태 지사가 강원도 곳간을 축낼까봐 빚을 못 갚겠다고 한 것인데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간과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회사채 시장 상황은 최근 급속히 악화했다.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이 채권을 대거 발행하면서 채권시장 자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