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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과세 원칙 적용 안 된 금융투자소득
2020년 금융세제 선진화 일환 ... 금융투자소득세 국회 통과
2023년 시행예정이었지만 … 개인투자자 반발에 2년 유예
총선의 해 벽두 ‘금투세 폐지’ 약속 ...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취지
국제 규범 어긋나는 금투세 폐지 ... 역효과만 불러올 우려 적지 않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지구촌 많은 나라에서 중시하는 과세의 기본 원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으로 소득이 생기면 근로소득세를 낸다. 사업을 해서 소득이 생기면 사업소득세를 낸다. 부동산을 사고팔며 이익을 거두면 양도소득세를 낸다. 은행 예금에 몇푼 이자가 붙어도 이자소득세를 낸다. 

그런데 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주식이나 채권 투자로 벌어들인 소득, 이른바 금융투자소득이다. 상장주식을 거래하며 몇천만원, 억대의 양도차익이 생겨도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고소득층일수록 금융상품을 활용해 조세 회피를 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금융투자소득세다. 

금투세는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조세의 형평성을 높이고 투자유형·금융상품별로 제각각인 과세 체계를 바로잡자는 취지였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이면 20%(지방세 포함 22%), 3억원을 초과하면 25%의 세금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금투세는 당초 202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자 2022년 말 여야가 합의해 2025년으로 2년 유예했다. 당시 주식 양도세가 면제되는 대주주 기준(10억원)을 유지하는 조건을 붙였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해 말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고쳐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완화했다.

이처럼 법만 제정했지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금투세를 새해 벽두에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서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곧바로 기획재정부 차관이 “올해 세법개정 논의 과정에서 어떤 조합이 바람직한지 판단한 뒤 정부안을 확정하겠다”고 보조를 맞췄다.

 

정부가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한 표면적 이유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주식 저평가) 해소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와 관련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금투세와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하고 있다. 금투세 폐지는 오히려 국제 규범에 어긋난다. 

금투세 폐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은 미흡한 주주 환원 정책과 국내 기업의 저조한 수익성·성장성, 열악한 기업 지배구조 등이다. 세제는 주요 변수가 아니다.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금투세 폐지로 인해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커질 수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증시 활성화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까지 폐지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기조 변화이자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는 행태로 증시에 보탬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1월 2일 새해 증시 개장식에서 대통령이 세제 개편을 언급한 것도 어색해 보인다. 세금 관련 법안은 매해 7월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논의를 거친다.

이런 상례에 어긋나는 금투세 폐지 약속은 4월 10일 총선에서 2030 세대 등 개미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주식 공매도 금지 조처에 이어 내놓은 ‘포퓰리즘 공약 시리즈’라는 지적을 벗기 어렵다. 

금투세를 폐지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이라서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증권거래세 등 맞물린 사안에 대한 검토도 함께 요구된다. 극한 대립 구도인 여야 관계로 볼 때 쉽지 않은 일이다. 
 

 

금투세 폐지는 그렇지 않아도 적자가 큰 재정에 주름살을 더 늘릴 수 있다. 금투세를 폐지하면 연평균 1조3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펑크 난 세수 규모가 60조원에 이른다.

올해도 경기 회복이 더뎌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44조원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에 이어 금투세까지 폐지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겨온 건전재정 기조와도 어긋난다. 

총선이 급하다고 공매도 전면 금지, 금투세 폐지 등으로 주식시장을 띄웠다가는 더 큰 부작용과 후유증을 잉태할 수 있다. 정부가 금투세 폐지 명분으로 내세운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기업 지배구조와 수익성 개선, 배당률 제고 등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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