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일까? 100세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늘 맞닥뜨리는 게, ‘이 시간이 다시 올까, 마지막은 아닌가....’ 하는 순간들이다. 올해도 감귤밭에서 그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가슴저리게 바라본다. “어머니, 여길 봅써. 우습서 양!” 하지만 좀처럼 웃음이 화안하게 나타나지 않는 어머니. 분명히 웃으시려는 데도, 표정이 여의치 않다. 그러다가 순간, 웃음이 피어난다. “아고, 어머니! 참 잘 해수다. 열일곱 살에 시집가던 날, 바로 그 얼굴이 돌아와수다. 아, 저기서 아버지가 웃엄수다. 역시 대포 일등 신부감이랜 마씸. 우리 어머니 김성춘 여사님, 세상에서 최고로 곱수다!!!.” 감귤이 익어 가는 보목마을에서 이 가을, 어머니의 미소는 저리도 고우시다. 일손이 아쉬워서 ‘고냉이 손이라도 빌려시민 조키여....’ 하는 감귤 철에, 내 손은 황금색으로 익어서 어서 따주기를 기다리는 감귤보다, 빙색이 웃으시는 어머니 얼굴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정옥아, 나 살려도라!”면서 끙끙 앓으시던 어머니가, “어머니, 어떵 허코 예……. 미깡이 다 익어신디……. 따 줄 사름이 어수다게.” 하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셨다. “조들지 말라 이! 나가 이제 나강 다 타주키여!”
2인조 킬러 ‘탠저린’과 ‘레몬’은 삼합회 조직에 납치당한 ‘하얀 사신’의 외아들을 구출하고 몸값으로 지불했던 1000만불 돈가방까지 회수하는 미션에 성공해 교토행 탄환열차에 탑승한다. 이제 교토역에서 ‘하얀 사신’에게 아들과 돈가방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차츰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열차 안에서 ‘하얀 사신’의 아들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돈가방까지 사라진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열차 안에 누군가 만만치 않은 ‘나쁜 놈’이 타고 있다. 2인조 킬러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직감한다. ‘탠저린’과 ‘레몬’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긴장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해결사의 행동요령을 다시금 확인한다. “먼저 쏘고 질문은 나중에 한다(shoot first, ask questions later).” ‘탠저린’과 ‘레몬’뿐만 아니다. 연인의 원수를 찾아 열차에 탑승한 ‘늑대’의 행동요령도 ‘먼저 쏘고 질문은 나중에 한다’이다. 늑대는 애인이 살해당한 피로연 연회장에서 ‘무당벌레’를 본 것 같다는 어슴푸레한 기억 하나만으로 다짜고짜 칼을 꺼내 먼저 찌르고 본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아수라장에서 살아가는 킬러들의 행동강령이자 생존
마차를 타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는 한 여인. 그의 이름은 사비나 슈필라인(키이라 나이틀리). 원래는 러시아 부유한 집의 5남매 중 첫째인데, 아끼던 여동생이 장티푸스로 죽자 그 때부터 정신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요양 겸 치료를 받으러 스위스로 와 있는 동안 발작이 심해져서 급히 취리히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당대에도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마이클 패스벤더)의 상담을 받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심한 틱(Tics) 증상이나 조울증(양극성 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의사들은 히스테리성 발작이라고 한다. 그 당시만 해도 정신의학이 발달하지 못해서 여성들에서 나타나는 여러 정신병 상황들을 거의 히스테리라고 불렀다. 히스테리는 자궁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나왔고, 자궁이 없어서, 혹은 자궁 문제로 병이 생겼다고 해서 ‘히스테리아’라는 명칭을 붙였다. 참 무지한 명칭이다. 슈필라인은 여러 번 상담을 하다 보니 어렸을 적 아버지에 의한 성학대가 중요한 심리적 원인이었다. 이러한 발작뿐만 아니라 이상한 성욕까지 나타나서 주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프로이트, 융, 슈필라인 시간이 지나면서 융에 의해 슈필라인은 많이 좋아졌으나, 둘은 의사-환자
끝내 10월 생산이 확 꺾였다. 감소폭(-1.5 %)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크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 엔진이 식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가 침체의 혹한기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이태원 참사와 화물연대 파업 등 돌발 악재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가 이 지경이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실물경제 지표들이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여파로 수출이 부진해지자 재고를 털어내야 하는 기업들이 공장을 덜 돌린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2.7%포인트 급락했다. 공장 가동이 줄어든 가운데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재고는 자꾸 쌓이고 있다. 제조업만 부진한 게 아니다. 올해 들어 수출 못지않은 엔진 역할을 해온 내수도 주춤거리고 있다. 10월 서비스업 생산이 0.8% 줄었다. 감소폭이 2020년 12월(-1.0%)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회복되던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 등 개인 서비스업 생산이 동반 감소했다. 10월 소매판매액(소비)도 0.2% 줄며 두달 연속 감소했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가운데 금리가
잠깐만 생각해보자. 희생과 참사엔 책임 소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사망이나 사고로 명명하면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게 어려워진다. 권력자들은 이태원 참사를 대체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이번 편에선 영화 불릿 트레인 속 주인공들의 ‘무책임론’부터 얘기해봐야겠다. 탄환열차 속에서 살인청부업자들이 좌충우돌한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나온다. 환상의 2인조 킬러 탠저린과 레몬은 삼합회에 납치된 ‘하얀 사신’의 아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처치한 삼합회 조직원이 16명이었는지 17명이었는지를 놓고 다툰다. 급기야 둘은 한 장면 한 장면을 손가락 꼽아가며 복기한다. 그 결과, 레몬이 희생자 수에서 한명을 누락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17번째 희생자는 뒤집힌 차 안에서 사람을 구하려다 차가 폭발하는 바람에 어이없이 죽어버린 ‘착한 사마리아인’이었다. 탠저린이 레몬을 향해 “무고한 시민의 죽음에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레몬은 손사래를 친다. 레몬의 표정을 보면,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조금 미안하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레몬은 하필 그 시각에 그 자리에 있다가 죽었으니 ‘자기 팔자’이거나 본인의 책임이지 자기 책임은 아니라고 주장한
어두운 밤, 눈 내리는 뉴욕의 도시 외곽길을 가족을 태우고 운전하던 애나 폭스(에이미 아담스)는 잠시 한눈을 팔다가 차가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겪는다. 자신은 겨우 살아났지만 남편과 아들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만다. 이후 애나는 죄책감에 광장공포증과 우울증이 생겼고, 집밖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거실도 늘 어둡게 하고 산다. 소아정신과 의사이면서 애나 자신도 가끔씩 찾아오는 정신과 의사로부터 상담을 받는다. ‘우먼 인 윈도(The Woman In The Window, 2020)’ 이야기이다. 애나는 10개월 넘게 집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나쁜 버릇이 생겼다. 주변 집들을 훔쳐보는 것이다. 길 건너 집으로 러셀 가족이 이사를 오고, 그 집의 부인 제인 러셀(줄리안 무어)과 그의 아들 이든이 차례로 자신을 방문하면서 친해지게 되지만, 남편인 엘리스테어 러셀(게리 올드만)은 왠지 마음에 안 든다. 일어나지 않은 살인사건을 목격한 여인 그러던 어느 날 찾아왔던 제인이 배에 칼을 맞고 죽는 장면을 창문 너머로 보게 되어 신고하지만, 형사와 함께 찾아왔을 때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살인범은 남편 엘리스테어일까, 아니면 지하에 세 들어 사는 데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3.25%로 2012년 7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3.75~4.0%)과의 금리격차는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은은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4·5·7· 8·10·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레고랜드 사태발發 자금시장 경색과 잇따른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기업과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 증가를 고심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인상 페달에서 발을 뗄 수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상승률과 한미간 금리차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여전히 높다. 물가상승률은 7월(6.3%)에 6%대를 기록한 뒤 8월(5.7%), 9월(5.6%) 낮아지다가 다시 높아졌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그만큼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할 위험도 커진다.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소 빅스텝(기준금리 0
셀피(selfie)는 자가 촬영 사진(Self-Portrait)의 줄임말로 촬영자가 자기 자신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2013년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가 그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하였는데, 우리가 흔히 셀프 카메라를 줄여서 셀카라고 부르는 것과 거의 같은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 하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엘자 고다르’는 《나는 셀피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삶의 변화를 기술 혁명, 인간 혁명, 자아 혁명 등 8가지 혁명으로 나누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인간이 주체성을 되찾아 책임감 있고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엘자 고다르는 저서에서 즐거운 한때를 기록하고자 우리가 찍는 셀피, 이는 가상의 시대에서 우리가 맞이하는 급격한 변화의 신호라고 주장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인간이 자기 자신 그리고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지금을 저자는 ‘셀피 단계’라고 칭하고 있다. 한편, 시카고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약 14만 장의 셀피 사진이 우연히 알려지면서 무명 작가에서 일약 천재 작가로 유명해졌지만, 평생 불우한 삶을 살았다는 ‘비비안 마이어’가 바로 원조 셀피, 셀피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쿄에서 나고야로 향하는 ‘탄환열차’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분기탱천한 킬러들이 저마다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다. 야쿠자 보스 ‘하얀 사신’은 아내의 죽음에 책임 있다고 생각하는 모두에게 분노하고, 키무라는 아들을 해친 ‘왕자’에게 이를 갈고, ‘왕자’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버지 ‘하얀 사신’에게 독을 품고, ‘늑대’는 연인을 독살한 ‘말벌’을 쫓아 이를 갈며 탄환열차에 오른다. 모두가 분노에 치를 떨며 각자 분노의 대상을 처단하려는 독기로 차오른다. 그렇게 서로를 죽이고 그 과정에 엉뚱한 상대끼리 총질을 해대기도 한다. 그 사고들이 또 서로 이를 갈게 만드는 새로운 분노와 원수를만든다. 분노한 세계 최고의 킬러들이 모였으니 그들이 보여줄 액션은 기대해도 좋다. 한마디로 ‘탄환열차’는 아수라(阿修羅)장이 된다. ‘아수라’는 불가에서 전생의 업보에 따라 다음 생에 태어나는 육도(六道) 중 하나다. 육도는 천(天), 인간(人間), 아수라(阿修羅), 축생(畜生), 아귀(餓鬼), 지옥(地獄) 중 하나인데, 아수라는 인간계와 짐승계의 중간쯤 되는 곳인 모양이다. 짐승보다는 조금 낫지만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이 곧 아수라들이다. 불가에 전해지는 ‘아수라’의 특징은
대규모 장례식이 진행되는 광장에서 군중들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매드 위민스 볼(The mad women's ball [Le Ball des Folles], 2021)’ 영화는 시작한다. 빅토르 위고의 장례식이었고, 나라에서 국장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으니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귀족 집안의 큰 딸인 외제니 클레리(루 드 라주)는 영혼들과 대화를 하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죽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40년 전 잃어버린 할머니의 약혼 선물인 목걸이를 찾게 해주질 않나..... 외제니의 자유로움을 억압하려는 아버지 몰래 하층민들이 다니는 몽마르뜨르(거기가 하층민들이 다니는 곳?) 어느 찻집에 가서 책을 읽다가 에르네스트라는 시인을 만나서 ‘영혼의 서’라는 시집 한 권을 얻는다. “내 육체를 본 게 아니라면 당신은 내 영혼을 본 거예요” 에르네스트의 이 한 마디에 체한 가슴이 뚫린 듯, 한 대 맞은 듯한 외제니. 그렇지만 외제니는 미쳤다는 판단 아래 파리의 ‘살페트리에르’ 병원으로 강제로 끌려가게 된다. 거기에서 루이즈라는 환자의 옆 침대에 있게 되며 둘은 친해진다. 루이즈는 히스테리라는 병을 앓으며 자주 발작을 일으켜서 병원으로 오게 된 여인이다. 이 병원에
지난 2006년 7월, 지금까지 우리나라 지방 자치사에 없었던 특별자치도가 공식 출범했다. 고도의 자치권을 활용하여 관광과 교육, 의료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여 세계인이 사랑하는 평화와 번영의 섬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획일화 된 지방자치 제도의 운용에서 벗어나 제주의 여건에 맞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 받아 개성 있고 차별화된 지방자치의 실현과 규제완화를 통해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거창한 꿈을 싣고 출범한지도 어느덧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필자가 도의회에 다시 입성하고 나서, 특별자치도 출범의 이유와 규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 당시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 받아 규제완화를 통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취지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원래 행정규제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법령이나 조례, 규칙에 규정되는 사항을 말한다. 규제를 위해서는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데, 법률에 근거하여 알기 쉬운 용어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자유와 창의를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증시 침체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부동산 거래 위축과 기업들의 이익 감소 등 실물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냉각하며 돈줄이 막혔다. 급기야 올해 공모 회사채의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아지는 ‘순상환(14일 기준 8조9400억원)’ 상태로 전환됐다. 회사채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은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회사채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기라면 순상환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영업실적 개선 등으로 보유 현금이 많으면 자금 수요가 줄어 회사채로 조달한 빚을 갚기 때문이다. 회사채 1조3700억원이 상환된 2016년이 이런 경우였다. 하지만 올해 순상환 전환은 자금경색으로 회사채 신규 발행과 차환이 막히면서 나타난 부정적 징후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내몰렸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거래가 줄고 미분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