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으려면 코로나 방역에 성공해야 한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경제활동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 [Scoop=연합뉴스] 세상사가 고약한 시나리오로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하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로 강화됐다. 이 와중에 방역의 일익을 담당할 의사들이 정부의 공공의료 확대정책에 반발하며 파업을 벌였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과 경찰 고발로 맞서며 강 대 강으로 치달았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원인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네 탓 공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8ㆍ15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교회와 참석자들, 이들에게 왜 진단검사를 권유하지 않느냐며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공격했고, 미래통합당은 광화문 집회세력과 관계없다고 선을 그으며 정부의 방역 실패를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교회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특정 교회에서 정부 방역지침을 거부 방해해 확진자가 늘었는데, 사과도 안 하고 음모설을 주장한다’고 지적하자 교회총연합회 대표는 방역에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
영화 ‘1917’은 관객을 두번 배신한다. 첫번째 배신은 출연진에 이름을 올린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같은 스타 배우들이 단역으로 지나가고, ‘무명 병사’처럼 생긴 무명 배우 2명이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두번째 배신은 명색이 ‘전쟁영화’인 ‘1917’의 전투장면이 제한적이고 조촐하다는 거다. ▲ '임무'의 완수가 '행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화끈한 대규모 전투 장면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분명 ‘1917’은 어이없는 전쟁영화임에 분명하다. 그나마 전투장면이라면 영화의 마지막에 영국군 병사들이 일제히 참호를 기어나와 적진을 향해 포탄이 빗발치는 허허벌판을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달리는 장면뿐이다. 영국군 1개 사단의 전투력이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 한명에도 못 미친다. 한마디로 전쟁영화치고는 무척이나 따분하다. 그렇다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이 씨줄날줄로 정교하게 짜인 것도 아니다. 스토리라인 역시 지극히 단
▲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경제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코로나가 완전 종식될 때까진 방역에 치중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으로 치닫고 있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집단감염이 교회, 카페, 학교, 음식점 등 일상 생활공간에서 발생해 국민의 걱정이 많다. 2월말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 때보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발 2차 대유행 공포가 더 크게 다가온다. 정부의 방역단계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됐다. 봄에 겪은 것처럼 음식숙박업, 유통업 등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고 각종 공사장이 폐쇄돼 대량실업이 재연될 수 있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세차례 추가경정예산 60조원 등 총 270조원의 지원 패키지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일자리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실업자와 한계기업이 양산하면 관련 예산이 조기에 바닥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4차 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 재난지원금은 저소득층의 소득감소를 상쇄해 분배구조 악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 한정된
1980년대 한국을 달궜다. 몸을 날려 쌍권총을 쏜다.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일어선다. 그의 입엔 어김없이 성냥개비나 담배가 물려져 있다. 그는 쓰러진 적을 힐끗 쳐다보곤 등을 돌려 천천히 걸어간다. 쓰러진 적 하나가 고개를 든다. 그의 등을 향해 총을 겨눈다. 그가 쓰러지는 모습은 슬로우모션으로 잡힌다. '빰바밤 빠바밤' 같은 비장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는 끝이 난다. 홍콩 누아르(noir) 영화였다. 30년 후인 2020년 8월 제주다. 적은 사람이 모이는 걸 좋아했다. 사람을 통해 종족번식을 하는 운명이었다. 쓰러진 줄 알았는데 다시 일어서곤 했다. 등을 돌린 시간이면 충분했다. 'n차(미지수) 감염, 깜깜이 확진, 쓰나미 불러 올 2차 확산, 폭증 막을 마지노선, 의료붕괴‘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대사가 난사됐다. 코로나 19다. 요전 일이었다. 인터넷에서 탐라문화제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엔 '이게 뭐야'하며 놀랐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광복절 광화문 집회서 대량 종족번식을 한 코로나 19 여파에 모두가 가슴 졸이던 날이었다. 주최 측에선 비대면을 캐치프레이즈로
영화 ‘1917’은 분명 전쟁 영화인데 왠지 전쟁영화답지 않다. 전쟁영화라면 대개 병사들의 처절한 전투 장면과 전쟁으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비극적 인간들의 모습이 담기기 마련인데, 묘하게도 ‘1917’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찾기 어렵다. 그저 북부 프랑스 평원에 독일과 영국이 끝없이 파놓은 흙구덩이 참호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영국 병사들 모습뿐이다. 상대인 독일군들 역시 참호 속에 웅크리고만 있기는 마찬가지겠다. 소위 ‘교착상태’다. ▲ 실패의 경험이 누적될 경우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학습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교착상태(stalemate)’란 원래 서양장기인 체스(chess) 용어다. ‘체크메이트(check mate)’의 반대상황이다. King이 지금 직접 공격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King을 어디로 움직이든 공격당하고 죽게 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움직이면 죽는다.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참호 속 병사들의 모습은 애국심에 불타는 것도 아니고, 독일을
▲ 국민은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식상해 있다.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은 지금이야 말로 실용적 정책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사진=뉴시스]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 속 인명과 재산 피해가 극심하다. 장마가 길고 집중호우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충청과 호남지역 물난리 원인으로 지목되는 댐 수위 조절 실패 논란과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에서 보듯 관재官災 및 인재人災 성격 피해도 적지 않다. 주말인 8일 섬진강 둑이 터져 전북 남원과 전남 곡성ㆍ구례, 경남 하동 일대가 침수됐다. 이틀 뒤 1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의 핵심 의제는 수해대책이 아닌 정부의 부동산대책 결의 다지기였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수해대책에 대해 짧게 언급한 뒤 발언의 3분의 2를 부동산 대책과 여당이 단독 처리한 임대차 3법 등에 대한 옹호와 효과를 낙관하는 데 치중했다. 문 대통령은 “과열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는 이튿날 11일 열렸다. 대통령의 수해현장 점검은 다시 하루 뒤 12일 이뤄졌다. KTX
우리에게 거장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을 다툰 작품으로 더 알려져 있는 듯하다. 이 영화는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가 어린 멘데스에게 들려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병사 2명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옛날이야기’답게 무척이나 단순한 서사구조를 띠고 있다. ▲ 1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최대.최악의 전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에서 독일군과 대치 중이던 영국군은 독일군이 퇴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총공세를 준비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영국군을 유인하기 위한 독일군의 계략이었다. 뒤늦게 총공격 중지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부대 사이 통신수단이 모두 끊긴 상태다. 부득이 공격중지 명령을 ‘인편’으로 전달할 2명의 병사를 차출해 전방부대로 급파한다. 그런 상황에 그런 임무라면 차라리 비둘기가 제격일 듯한데, 굳이 병사들을 보낸 이유는 잘 모르겠다. 5년간 유럽은 물론 전세계를 난장판으로 몰고 갔던 1차 세계대전(1914~191
심스가 재학 중인 동부의 명문사립 베어드 고등학교 트라스크 교장은 대단히 깐깐하고 엄격한 규율을 강조한다. 당연히 학생들에겐 인기가 없지만 재단이사회에서는 엄지척할 인물이다. 트라스크 교장은 엄격한 학생관리의 공을 인정받아 재단으로부터 고급 승용차를 선물 받고 기뻐한다. 일부 ‘문제적’인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의 숨통을 졸라 받은 승용차와 교장 선생님이 곱게 보일 리 없다. ▲ '순교자(martyr)'의 본래 의미는 '목격(witness)'과 '기억(remember)'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결국 몇몇 ‘문제적’ 학생들이 교장과 승용차를 응징하기로 모의한다. 트라스크 교장의 지정 주차공간 가로등 위에 하얀 페인트를 가득 채운 대형 풍선을 매달아 놓고, 트라스크 교장이 출근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대형풍선을 원격조정해 터트린다. 부잣집 도련님들답게 악동짓도 스케일이 블록버스터급이다. 호기롭게 차에서 내리던 트라스크 교장과 자동차는 하얀 페인트를 뒤집어쓴다. 이쯤 되면 웃어넘길 수 있는 장난이 아니라 거의 교내 테러사건이 된다. 엄격
▲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은 현실을 정확하고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잘못된 정책 방향을 고착화한다. [사진=연합뉴스] 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무더위가 본격화하지 않았음에도 현실은 폭염만큼 덥고 갑갑하다. 세금 폭탄과 대출규제 소급적용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대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3주 연속 열렸다. 7월 25일 두번째 집회는 현 정부를 탄생시킨 계기였던 촛불집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6ㆍ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특정 문구를 노출시키는 ‘실검 챌린지’도 이어갔다. ‘3040 문재인에 속았다’ ‘나라가 니꺼냐’ ‘조세저항 국민운동’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거짓말’로 시작해 ‘문재인을 파면한다’ ‘민주당 독재당’으로 격화했다. 정부는 3년 동안 부동산 대책을 22차례 쏟아내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서울지역 중위 아파트 가격이 5
'북쪽에선 격하게 요동치는 계곡과 날카로운 능선, 남쪽에선 중절모를 씌운 듯 봉근 솟은 모양이다. 제주도민은 자신의 고향에서 본 정상 전경을 최고로 여긴다.'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곤 이렇게 이어진다. 고산평야와 기암괴석, 제주4.3 군경토벌대 주둔소, 원시 모습을 간직한 동굴과 궤, 털진달래와 산철쭉 꽃밭길,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안개. 궁금한가. 그가 새롭게 탐험한 한라산을 소개한다. 결이 좀 다르다. 제주인의 삶,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하며 하루가 지나도 달라지는 모습, 다른 눈으로 한라산을 본 이가 있다. 임재영 동아일보 기자다. 제주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에서 '한라산국립공원지역의 경관자원별 특성과 활용방안 연구'를 석사학위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번 달이다. 따끈따끈한 논문이다.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한라산 계절을 12개로 쪼갰다. 3년 동안 매달 한라산에 올랐다. 한라산 12번을 그는 논문에 담았다. 그는 물음을 던진다. "왜 자연자원에만 관심을 갖는가?' 물음은 색다른 시도로 이어진다. 한라산에 인문경관자원을 더하는 연구다. 눈이 시린 바위 하나, 풀 한포기에 담긴 제주인의 삶과 풍경을 자원화 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시, 소설 등 문학작품도 자원이
시력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슬레이드 중령은 남은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의 백악관 파티에까지 초대받았던 이력을 보면 군인으로서 꽤나 화려한 ‘왕년’이 있었던 모양이다. ‘왕년’이 화려하면 할수록 초라한 현실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고 고통스럽다. 마침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고 자살여행을 떠난다. ▲ '포기'는 해서는 안 될 것이고, '체념'은 해야먄 하는 것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충동적인 자살이 아니라 말기암 환자처럼 소위 ‘버킷 리스트(bucket list)’까지 마련한 것을 보면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었던 모양이다. 슬레이드 중령의 버킷 리스트는 ‘잘나가던’ 시절 화려한 경험을 했던 뉴욕시를 여행하는 것과 절연한 채 살았던 형님 댁에 방문하는 것이다. 비행기 일등석을 타고 미국 최고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최고 재단사를 불러 최고의 양복을 맞추고, 리무진 서비스를 받고, 플라자 호텔의 최고급 사교클럽 오크룸에서 술을 한잔하고
▲ 코로나 충격이 연내 끝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내놓은 재정과 금융 지원책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집행속도를 높여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두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2분기 하락폭(-3.3%)이 1분기(-1.3%)보다 커졌다. 당초 예상(-2% 초중반)을 크게 밑돌았다. 분기 성장률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다.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치 0.1%나 한국은행 전망치 -0.2% 달성은 물 건너갔다. 1분기 역성장은 소비와 서비스업 침체가 주도한 반면 2분기엔 경제의 엔진인 수출과 투자 감소가 직격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이 국경을 걸어잠그자 수출이 16.6% 급감했다. 1963년 4분기(-24%) 이후 56년여 만의 최악 성적표다. 그나마 민간소비가 긴급재난지원금 덕분에 1.4% 늘었지만 1분기에 6.5% 줄어든 것을 벌충할 수준은 못됐다. 설비투자(-2.9%)와 건설투자(-1.3%)도 성장률을 잠식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경기침체(리세션) 신호다. 한국은행도 코로나19 이전부터 경기하강 국면에 있었고, 코로나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