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제 등의 논쟁을 시작한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야 정당과 대선주자들의 포퓰리즘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견제해야 한다. 사진은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본소득제 도입 논쟁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배고픈 사람이 빵은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극대화가 정치의 목표”라며 먼저 제기했다. 성남시장 시절 기본소득 개념의 ‘청년배당’ 제도를 시행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능한 범위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본소득제 취지를 이해한다”며 찬반 논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며 다른 주장을 제기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기본소득제는 사회적 배급주의”라며 불가론을 폈다. 기본소득 논의가 진보와 보수를 넘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기본소득은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는 반전 영화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진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반전에도 흔히 ‘식스 센스급 반전’이라고 과장하기도 한다. 아동심리학 의사인 말컴 박사는 그레이라는 소년의 심리 치료에 실패했던 기억을 지우고 살아간다. 한 소년을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구하진 못했지만, 심리학 의사로선 성공한 말컴 박사. 반전은 거기서 시작된다. ▲ 반전은 독자나 관객들에게 단순한 재미 이상의 강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컴 박사가 필라델피아 시장으로부터 그의 탁월한 업적을 기리는 표창장을 받고 우쭐하는 날, 대수롭지도 않게 잊고 지냈던 과거의 소년 환자 그레이가 청년이 돼 나타난다. 어린 그레이는 이미 청년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는 그레이가 자신을 팽개친 말컴 박사를 원망하고 증오하며 그에게 총격을 가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도 자살하는 충격적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1년 후, 자신이 구하지 못한 그레이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는 말컴 박사가 의사로서의 책무를 소홀히 한 잘못을 회개라도 하듯, 신경쇠약과 정신분
▲ 대규모 적자재정을 감수하는 건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잇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민간기업의 투자와 고용의 마중물이 되도록 재정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초유의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역대급 나랏돈 풀기다. 단일 규모로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 규모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돼 국회로 넘어갔다. 한해에 세차례 추경 편성은 1차 오일쇼크 당시인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1ㆍ2차에 이어 3차까지 총 59조2000억원 규모 추경이 더해지며 나라 곳간에 경고음이 켜졌다. 정부는 3차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해 23조8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그 여파 등으로 인해 지난해말 728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가 올해 840조2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불과 6개월 사이 나랏빚이 111조4000억원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같은 기간 38%에서 43.5%로 높아진다. 대규모로 재정을 쏟아붓는데도 정부가 목표로 한 올해 성장률은 0.1%, 일자리 증가율은 0%다. 경제 상황이 현상 유지도 벅찰 정도로 엄혹하다는 뜻이다. 1분기 성장률이 1.3% 뒷걸음질했고, 2
인도 출신으로 드물게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오른 M. 나이트 샤말란(M. Night Shyamalan) 감독의 1999년작 ‘식스 센스’는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초자연·심리·스릴러 계열쯤 될 것 같다. ‘육감’이라는 문제 자체가 분석적·이성적으로 파악이 안 되는 초자연적이고 심리적인 영역일 듯하다. 이번엔 식스 센스 속으로 들어가보자. ▲ 우리 사회의 문화.체제.제도 모든 부문에 수많은 '불편한 진실'들이 도사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스 센스’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아 그해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다. 샤말란 감독의 각본을 읽어본 월트 디즈니사의 사장이 회사의 검토 절차와 승인도 없이 그 자리에서 300만 달러에 판권을 덥석 사버릴 정도로 신선한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뛰어난 각본이었던 모양이다. 타이틀 롤은 브루스 윌리스가 맡고 있지만 ‘다이하드’ 시리즈를 통해 악당들에 맞서 혈혈단신으로 족히 1개 사단에 맞먹는 전투력을
▲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집권 여당은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입법적 지원을 충실히 해야 한다. 돈만 풀었다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어렵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경제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한 통화ㆍ재정정책이 총동원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0.5%로 낮췄다. 기준금리는 3월 ‘빅컷(1.25%→0.75%)’을 포함하면 두달 새 0.75%포인트 인하됐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그치지 않고 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 등 ‘한국판 양적완화’에도 나섰다.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사들이는 기구에 8조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극복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자세다. 정부는 곧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이 코로나 치료제이자 백신이라며 ‘전시戰時재정’을 주문했다. 집행 중인 1차 추경(11조7000억원), 2차 추경(12조2000억원)이 24조원이다. 3차 추경은 40조원 이상 규모로
아서(Arthur)가 출근하는 곳은 어릿광대 인력사무소다. 직장동료들을 만나는 장소라기보단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대합실에 가깝다. 자주 보는 사이지만 “Hi” 한마디 외엔 달리 섞을 말이 없다. 복잡한 도시는 사람으로 넘쳐나지만 아서에겐 아무도 없다. 그래서 더 외롭다. ‘생리적 욕구’나 ‘안전 욕구’보다 양보하기 어려운 게 사회적 욕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한 징후다. ▲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제시한 '욕구 5단계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 돌아왔을 때 아서를 기다리는 건 침대에 몸져누운 홀어머니뿐이다. 불행하게도 아들의 따뜻한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는 ‘엄마’가 아니다. 오히려 아서가 챙겨야 하는 ‘짐’이다. 아서는 퇴근해서 돌아와 기계적으로 그다지 사랑스럽지 않은 반려견에게 개밥 깡통을 하나 따서 놓아주듯, 어머니 침대에 저녁식판을 가져다놓고 옆에 앉아 멍하니 TV를 본다. 하루 종일 혼자 빈집에서 TV만 보던 ‘엄마’는 아서에겐 아무런 관심도
▲ 21대 국회에서도 '동물국회' 행태를 연출했다가는 국민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한국 정치에도 협치를 요구한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가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다. 국회법(5조)에 따르면 최초 임시국회는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하고, 이 기간 내 원院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장단은 6월 5일까지, 상임위원장단은 8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전반기 2년을 맡을 국회의장단 후보들은 확정됐거나 확정을 앞두고 있다. 법정시한 내 개원을 지키지 못한 역대 국회가 적지 않았듯 21대 국회도 원 구성부터가 염려스럽다. 최대 쟁점은 법제사법위원장 배분과 법사위의 체계ㆍ자구심사 권한 폐지 여부다. 법사위원장은 17대 국회부터의 관례대로라면 미래통합당 몫이다. 그런데 177석 슈퍼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시각이 바뀌었다. 야당 법사위원장과 체계ㆍ자구심사권이 정부 여당의 주요 입법을 가로막는 것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나섰고, 미래통합당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원 구성 협상의 또다른 걸림돌은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행보다. 미래통합당과 합당은 한다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19석의 한국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고담’시에서 아서는 혼자는 끼니도 해결 못하는 홀어머니와 허름하고 쇠락한 아파트에서 단둘이 살아간다. 무인도와 같은 삶이다. 어머니가 어느날 “사람들이 어느 시장 후보가 참 좋다고 하더라”고 아서에게 말한다. 아서는 ‘누가 그러더냐? 엄마하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느냐?’며 시큰둥해 한다. ▲ 사람들은 '양지'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음지'에서라도 인정받기를 원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어머니는 “TV에서 그러더라”고 방어한다. 딱한 장면이다. 아서가 하는 일이라곤 일용직 광고홍보맨을 파견하는 사무실에서 소개해주는 업소나 행사장에 찾아가 ‘광대’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는 게 전부다. 그런 아서의 초라한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의 투명인간에 가깝다. 영화는 우울한 투명인간 아서가 그에게 어울릴 법한 허름한 보건소 사무실에서 권태로워 보이는 의사에게 우울증을 호소하며 처방약을 늘려줄 것을 부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 정부 혼자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민간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간투자를 끌어낼 제도혁신이 긴요하다. [사진=뉴시스] 팬데믹(사회적 대유행)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실업에도 몰아쳤다. 예견된 사태지만, 4월 고용동향이 보여준 코로나19발 실업대란은 심각했다. 실업자 증가 속도가 무섭다.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7만6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실업충격은 임시ㆍ일용직 등 비정규직 취약계층과 청년층에 집중됐다. 3~4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음식ㆍ숙박ㆍ교육ㆍ관광 등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실업자 급증세가 제조업으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셧다운 여파로 자동차와 석유화학, 휴대전화,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면서다. 실업 팬데믹을 차단하는 데 민관이 지혜와 힘을 합칠 때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5월 중 열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둘 다 참여하는 대화는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노동계는 총고용 유지와 해고 금지를 요구한다. 경영계는 고용 및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한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에 40조원을 지원하되 90% 고용 유지 조건을 달았다.
주인공 아서(Arthur)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대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뜬금없이’ 웃음이 터지는 기묘한 정신병을 앓는다. 아서를 학대한 어머니는 ‘그럼에도’ 아서에게 항상 예의 바르고 항상 웃기를 강요한다. 아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불안, 분노를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감추고 살아야 한다. ▲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서로 어긋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주인공 남녀가 사랑하지만, 꿈 많은 여주인공은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세월이 흘러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고, 이번에는 여자가 청혼하지만 남자가 거절한다. 여주인공은 수습이 안 되는 이 ‘뻘쭘한’ 상황을 ‘어릿광대’라도 등장해서 수습해 줬으면 한다. ‘Send In the Clowns’의 노랫말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실제로 중세시대 뮤지컬에선 출연자들이 대사를 잊는 난감한 상황에 대비해 어릿광대를 대기시켰다고 한다. 이 ‘불후의 명곡’은 영화 초반에 한번 등
▲ 이재용 부회장의 반성문은 글로벌 기업 삼성이 해야 할 일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대주주 중심 경영에서 소액주주, 종업원, 하청기업 등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사진=뉴시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때로 잘못을 한다. 그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는 이른 시기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이 긴요하다. 사태 초기에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나 기업과 정부의 책임자가 등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닌, 직접 스스로 나서야 한다. 잘못과 실수를 솔직히 그대로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아울러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마음이 상한 상대방이나 소비자, 국민의 기분이 풀리고 사태도 점차 누그러진다. 사과는 그 시기와 사과 대상, 사과 발언의 내용과 사후 조치 등 네 박자가 어우러져야 통한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상황을 납득시키는 단계를 넘어 피해자를 감동시키거나 사태를 반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여론에 밀려 뒤늦게 사죄하면서 일방통보에 그치거나 말로만 사과하고 후속 조치가 없으면 역풍을 맞기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과 삼성의 과오
주인공 아서(Arthur)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대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줄곧 ‘뜬금없이’ 웃음이 터지는 기묘한 정신병을 앓는다. 아서를 학대한 어머니는 ‘그럼에도’ 아서에게 항상 예의바르고 항상 웃기를 강요한다. 아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불안, 분노를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감추고 살아야 한다. ▲ '날것(생)'으로서의 감성적 욕망은 문제적일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페르소나(Persona)’는 가면의 라틴어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배우들은 자신의 배역에 따른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개인적인 슬픔과 걱정을 간직한 채 자신이 맡은 ‘밝은’ 연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을 걱정해서였다고 한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마찬가지겠다. 서양 놀이인 트럼프에서 ‘조커’란 자신의 고유한 성질과 가치 없이 상황의 요구에 따라 무엇으로든 변하는 존재다. 항상 웃고 있는 ‘조커’란 그렇게 대단히 슬픈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