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로 코로나19 의료지원을 간 고병수 원장 첫째날 2020년 4월 20일, 제주발 비행기를 타서 대구에 도착했다. 의료지원을 가는 곳은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의 요청을 거듭해서 받고, 총선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짐을 간단히 챙기고 대구로 떠난 것이다.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가는 길에 거리 풍경을 보게 된다. 한참 코로나 감염병이 대구와 경북 지역을 휩쓸던 3월과는 다르게 일상생활이 약간씩 돌아온 것 같았다. 병원 내 외부인 출입은 금지되었고, 병원 옆 주차장과 근처에 있는 공원에 컨테이너가 수십 개 설치되어서 상황실 및 진료실, 업무보조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오자마자 복잡한 보호복 입는 법과 환자에 대한 인계를 받고 진료실(컨테이너)에서 근무하는 의사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대구에서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 감염병은 이듬해 1월 20일 한국 내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나 2월 17일 대구의 특정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환자가 발견되면서 대한민국이 쑥대밭이 되었다. 대구의 몇몇 병원에서 감염자가 나타나자 해당 병원이 문을 닫고, 하루에도 수백 명씩 확진자
▲ 대기업의 해외사업장이 국내로 돌아오면 중소 협력사의 패키지 유턴이 가능하다. 유턴기업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전략의 묘를 발휘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2월 초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자동차 배선뭉치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한국 완성차 공장이 멈춘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춰서면서 글로벌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2018년 시작된 미국-중국간 무역분쟁으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심각하게 노출됐다. 코로나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가치에 의문을 던진다. 과거 중시돼온 ‘비용 절감’에 ‘공급의 안정성’이 변수로 떠올랐다. 인건비가 싼 곳에서 생산해 수요가 있는 곳에 판매한다는 개념에 변화가 일었다. 이른바 ‘공급망 리디자인(Redesign)’ ‘공급망 다변화’다. 이와 관련해 ‘차이나 플러스 원’
‘조커(joker)’는 ‘정의의 사도’ 배트맨의 대척점에 선 최악의 악당이다. 배트맨 시리즈는 썩 단순명쾌한 ‘선악 구도’로 짜여있다. 당연히 요한복음의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말씀이 실현된다. 어두운 하늘에 배트맨이 아침 해처럼 떠올라 조커가 드리운 무거운 어둠을 걷어낸다. 하지만 조커는 그리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 인간의 내부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악당 조커는 어찌 보면 영웅 배트맨의 존재 이유다. 조커가 없다면 배트맨은 할 일이 딱히 없다. 조커의 난동과 포악성이 극에 달할수록 배트맨의 활약이 절실하고 그만큼 눈부시다. 회색과 대비된 흰색보다는 완전한 검은색에 대비된 흰색이 더 눈부시다. 영웅을 돋보이게 하고 싶다면 악당은 철저히 악당다워야 한다. 슈퍼 히어로가 있으려면 슈퍼 빌런이 필수적이다. 슈퍼 히어로의 탄생을 위해 오늘도 악당들은 괜히 지구를 통째로 날려버리겠노라며 핵폭탄 하나씩 들고 왔다갔다 하더니, 이젠 우주를 통째로 날려버리겠다고 나댄다. 판이 점점 커진다. 슈퍼맨, 배트
▲ 코로나19 이후 경제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적 차원에서 혁신성장에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사진은 4월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예상한 대로 1분기 경제가 역성장했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1.4%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다. 민간소비가 급감한 것이 결정타였다. 정부가 예산을 조기에 풀고, 건설 및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하며 성장률 하락을 차단했지만 2분기 이후가 더 걱정이다. 세계 각국의 셧다운 여파로 소비와 서비스업에 집중됐던 코로나19 충격이 생산과 수출, 제조업, 투자 쪽으로 급속히 전이됐다. 매출 절벽으로 산업 전반이 동반 부실에 빠져들고 실직자가 넘쳐난다. 정부는 다섯 차례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240조원대의 민생ㆍ기업 구제 패키지를 내놨다. 위기에 취약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에서 한계에 몰린 대기업까지 재정과 금융을 동원해 안전망을 펼치기로 했다. 관건은 실천이다. 정부와 여당은 ‘긴급’이란 수식어가 붙은 위기극복 대책을 신속히 집행해 산업 붕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작 ‘킹덤 오브 헤븐’은 거장의 명성이나 엄청나게 투입된 제작비에 비해 흥행 성적은 거의 ‘폭망’에 가까운 영화다. 감독이나 제작사가 흥행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왜 영화의 메시지를 고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듯도 하다. ▲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의 부정적인 측면만 비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 대전투를 따라간다. 세계 영화시장의 대부분이 기독교 국가라는 점과 9·11 테러 이후 기독교 세계가 이슬람교에 갖는 엄청난 적개심을 감안했다면, 당연히 기독교 세력을 ‘빛의 자식들(Son of Lightness)’로, 이슬람 세력을 ‘어둠의 자식들(Son of Darkness)’로 그려야 한다. 적어도 흥행을 고려한다면 그랬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런 편한 ‘흥행공식’을 거부했다. 그의 뚝심이 놀랍고 존경스럽다. 아마도 스콧 감독 정도의 세계적 거장이었기에 제작사의 &lsq
▲ 3월 취업자 수가 급감했다. 코로나발 실업대란이 현실화한 것이다. 정부와 집권여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집권 여당의 당면 과제는 코로나19 조기 종식과 경제위기 극복이다. [사진=연합뉴스] 총선이 끝나자마자 냉혹한 성적통지표가 날아들었다. 3월 고용동향이다. 취업자 수가 19만5000명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0년 10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코로나19 공포로 일상이 붕괴되고 관련 업종이 매출절벽 상황에 처하면서 임시ㆍ일용직과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은 결과다. 우려했던 코로나발 실업대란이 현실화했다. 당장은 도소매ㆍ음식숙박ㆍ여행업 등 서비스업 종사자와 고용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비정규직ㆍ특수고용직 등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면서 자동차ㆍ항공ㆍ정유ㆍ해운 등 기간사업과 수출 제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고용위기는 전방위로 번질 조짐이다. 고용한파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통계상 취업자로 잡히지만, 휴업 등으로 일손을 놓은 ‘일시 휴직자’가 161만7000명이다. 지난해 3월보다 126만명(363
“적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늘 용기 있게 선(善)을 행할 것이며, 생명을 걸고 진실만을 말하며 약자를 보호하라.” ‘기사의 서약문’이다. 이벨린의 영주 고프리는 아들 발리앙을 체포하러 온 법 집행관들을 도륙하고 죽음이 임박하자 발리앙을 기사로 임명한다. ‘킹덤 오브 헤븐’에는 혼란 중에 두차례 ‘약식’ 기사 서임식(敍任式) 장면이 나온다. ▲ 정치인에게서 정치인이 갖춰야 할 본래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예루살렘으로 십자군 원정길에 오른 이벨린의 영주 고프리는 사생아 발리앙을 대장간에서 조우해 동행한다. 발리앙은 이미 마을에서 사제를 살해한 몸이다. 이내 군사들이 쫓아와 체포하려 든다. 법 집행관들은 명색이 그래도 작위를 받은 고프리의 체면을 고려해 꽤 정중하게 상황을 설명한 뒤 순순히 발리앙을 내어달라고 청한다. 발리앙도 자신의 살인죄를 인정한다. 그러나 고프리는 명예로운 기사답게 아들을 내어주기는커녕 부하들과 대뜸 칼을 뽑아 들고는 국가의 집행관들과 살육전을 벌인다. 집행관들은 몰살당하고 평생을 주
▲ 코로나발 복합불황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정부 정책은 그간 금기시하던 것들까지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발 복합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며 역성장이 예고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2.3%로 낮췄다. 나라밖 기관들은 더 비관적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이 -6.7%,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3.0%로 전망했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이다. 코로나19 확산세만 잡히면 경기가 ‘V자’로 급속히 회복할 줄 알았는데 갈수록 비관론이 커지는 형국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막히면서 실물경제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관론자들은 대공황이나 세계대전보다 극심한 지옥문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무역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낙관적 시나리오로도 세계 무역량이 12.9% 감소하며 경제성장률이 -2.5%로 고꾸라질 것으로 봤다. 비관적 시나리오로는 무역량이 무려 31.9
믿음(belief)은 신뢰(trust)와 비슷하지만 근본적인 인식체계가 다르다. 신뢰가 경험적이고 논리적인 것이라면, 믿음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영적인 영역에서 작동한다. 신뢰는 그 신뢰에 반하는 정보들이 들어오면 약화되거나 깨지지만, 믿음은 아무리 많은 반대 정보가 있어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 믿음이라는 것은 경험의 문제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1184년 프랑스의 대장장이 발리앙(올랜도 블룸)은 예기치 못했던 아내의 자살로 망연자실하고 세상에 미련도 없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자살한 영혼은 영원히 구원받지 못하고 지옥에 떨어진다는 기독교적 ‘믿음’이었다. 믿음이라는 것은 경험의 문제이거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자살한 사람이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진 것을 목격한 적도 없고, 증언을 들은 바도 없다. 그렇다고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은 믿음은 떨쳐버릴 수 없이 강고하다. 자살한 아내가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받을 것을 두려워하던 발리앙은 어느날 마을을 지나 예루살렘으로 진군하던 십자군 한 무리와 마주한다. 십자
▲ 재난지원금 총액이 결정되면 피해가 큰 업종에 선별 지원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실직 위험이 없는 공무원과 공기업 종사자에게까지 현금을 나눠주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 70%가 대상인 긴급재난지원금이란 현금(성) 지급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고, 다수 국민의 삶이 곤궁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득 하위 70%’로 발표된 지급 기준과 소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문제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한 것은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 그러나 ‘소득 하위 70%’ 지급 기준을 놓고 정부 내 의견조차 정리되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한두 푼도 아니고 9조1000억원의 국민 세금을 쓰는 일인데,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급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나흘 뒤, 4월 3일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지급대상 선정 기준을 발표했다. 건강보험료 부담액을 기준으로 삼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고액 자산가는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흔히 말하는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는’ 거장 중 한사람이다.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2005년)’은 어마어마한 인원과 물자를 마음껏 동원해 제작한 대서사 드라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12세기 십자군과 이슬람군을 재현한 대규모 전투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장면 하나하나에 ‘돈 냄새’가 진동한다. ▲ 예루살렘은 특정한 신의 왕국이 아니라 모두의 '하늘(Heaven)의 왕국'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든 작품이지만, 전쟁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보기에 불편하고 어이없는 감정은 어쩔 수가 없다. “왜 저렇게 죽고 죽여야 하나? 꼭 저래야만 하나?” 영화는 200년(1096~1290년) 가까이 7차례에 걸쳐 마치 대역병처럼 유럽과 서아시아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1187년 3차 십자군 전쟁 중의 가장 처절했던 ‘하틴(Hattin) 전투’를 보여준다.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3만명의 이슬람군과 유럽에서 원정 온 2만명의
▲ 실업대란과 소비침체가 지표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근로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긴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이 장기화ㆍ세계화하면서 경제 충격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셧다운으로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줄거나 끊기면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그 여파로 실업대란이 현실화했다. 휴업 등으로 일손을 놓은 ‘일시 휴직자’가 급증했다. 2월 일시 휴직자는 61만8000명.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만2000명(29.8%) 늘었다. 돌아갈 일자리가 있다는 이유로 아직은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휴직이 장기화하면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이미 일자리를 잃은 실업급여 신청자도 크게 늘었다. 3월 들어 19일까지 새로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10만3000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3만3578명) 급증했다. 휴업ㆍ휴직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주어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체가 올 들어 3월 20일까지 1만7800여곳. 이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배에 이르는 폭증세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소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