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주고 약 준다’라는 표현이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해를 입힌 뒤에 달래거나 감싸주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다른 사람을 못 살게 굴거나 어려움에 빠뜨리고 나서 마치 선심을 쓰는 척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보면 이러한 일들이 허다하다. 특히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지역에서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것이다. 15년 전 전북 부안의 방폐장(방사능 폐기물 저장소) 문제나 제주 강정 마을의 해군기지 문제가 그렇다. 국책사업이 아닌 제주도정의 사업들도 그런 사례가 많은데, 최근에는 성산읍을 중심으로 한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들 수 있다. 하나같이 지역 선정과 방침을 먼저 정해놓고 주민들에게 보상이나 혜택을 주면서 달래려고 하는 뒤바뀐 순서를 보여준다. 전형적인 ‘병 주고 약 주는’ 정책 행위들이다. 하지만 며칠 전 그보다 더 기분 나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 마지막 날인 8월 2일 김태석 의장은 제363회 임시회에서 “강정 주민을 포함한 도민 여러분께 갈등의 시작이 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하면서 과
영화 ‘아바타’에는 공중에 떠 있는 섬들이 나온다. 구름 옆에 떠 있는 공중 섬의 아름다움은 환상적이다. 영화에서는 중력이상으로 인해 섬들이 공중에 떠 있다고 설정한다. 중력이상은 아바타인들에게 큰 힘이 된다. 지구인들의 최신무기가 중력이상으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기부상열차도 나오는 세상이고 보면 공중에 섬이 떠 있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영화 ‘아바타’는 일본의 영화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에 의해 만들어진 에니메이션 영화에 하늘에 떠 있는 섬이 나온다. 천공(天空)의 섬 라퓨타이다. 인간이 하늘을 향해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구름 위에 올려놓았다고 해서 빅히트를 쳤다. ‘라퓨타 신드롬’이라는 말도 나왔다. 라퓨타를 본 사람들이 평소에 잊고 살던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놀랍게도 일본의 에니메이션도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공중섬 라퓨타 제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방을 폄하하지만 최고의 모방이 최고의 창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영화 ‘아바타’는
▲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 호프집에서 시민들과 대화했다. 이 자리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이 거론됐다. 여론을 청취한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궁금하다. [사진=연합뉴스] 너무 덥다. 그러나 경제는 냉골이다.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7%에 그쳤다. 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소비 증가세도 부진한 탓이다. 버팀목인 수출마저 근근이 증가세를 유지했다. 투자와 소비, 수출 등 주요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낮춰 잡은 연간 2.9% 성장도 버거워 보인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투자 감소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둘 다 큰폭으로 뒷걸음쳤다. 기업 경영자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월 90.7로 17개월 만에 최저치인 점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 힘든 환경임을 말해준다. 민간소비 또한 2분기에 0.3% 늘어나는 데 그쳐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소비의 주체인 가계 형편을 보여주는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0으로 전달보다 4.5포인트 하락하며 탄핵정국 때와
지난 해 비양심적인 축산업자가 가축분뇨를 불법 배출한 현장이 적발됐다.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다른 건설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 것일 뿐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오래 전부터 한림읍 주민들은 가축분뇨 악취를 읍사무소나 시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다. 한두번 한 얘기가 아니라 적어도 한사람이 1000번 이상을 얘기 했을 것이다. 그러면, 2만여명의 주민들은 적어도 2000만번 이상 얘기 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그때마다 “퇴비에서 나는 냄새라 금방 없어진다”며 임시방편으로 수십년간 '뭉'개 버렸다. 공무원들의 '뭉'개 버리면 도리가 없고, '뭉'이 무서워서 도민 노릇도 못할 처지다. 마피아 공무원들의 '뭉' 이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던 기간에 '뭉'은 가짜서류로 허가신청을 받고, 허위로 꾸민 보고서를 만들어 간단하게 축산업 허가를 내줘 버렸다. 마피아 공무원들은 가축분뇨 불법배출이나 환경오염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냥 '뭉'개 버리고 손가락 하나로 내던지듯 서류를 처리하면 그만이다. 공무원들에게
말도 없고 여자같이 얌전한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산에만 올라가면 놀랍게 변하는 것이었다. 평소 여자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못하던 친구가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사근사근 말을 붙이질 않나, 먹을 것을 해결하지 않나 그의 변신은 우리들을 경탄하게 하곤 했다. 어쨌든 그 친구의 놀라운 변신력은 그가 우리들에게는 산에 갈 때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그런데 기상 일을 하다보니 높은 곳에 올라가면 즉 기압이 낮아지는 곳에서는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산 정상처럼 높은 곳에서는 기압이 낮아지는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자신감이 커지고 기분이 고양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마 그 친구는 둔한 우리보다는 기압 변화에 민감해서 그렇게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해발 800미터 정도 높이의 기압이 사람의 두뇌에 가장 쾌적한 상태가 되면서 기억력도 가장 좋아진다고 한다. 해면에서의 기압을 1기압이라 하는데 높이 올라 갈수록 기압은 낮아진다. 따라서 800미터의 높이가 되면 기압은 90헥토파스칼 가량 낮아 920헥토파스칼 정도 된다. 그런데 대개 이 정도의 높이의 산에서 가장 유
▲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주 연속 미끄럼을 탔다. 리얼미터의 6월 셋째주 조사에서 둘째주보다 6.4%포인트 낮은 61.7%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직군별로 볼 때 특히 자영업에서 가장 크게 12.2%포인트 하락했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며 승승장구하던 게 한달여 전인데 여론이 급변한 것이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 잘함’ ‘북한과의 대화 재개’ ‘대북ㆍ안보 정책’ 등이 꼽혔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 ‘최저임금 인상’ 등이 거론됐다. 두 기관의 조사 모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국갤럽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자 45대31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기상요소는 기온이라고 할 수 있다. 기온에 따라 팔리는 상품의 종류와 양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온도를 22℃라고 하는데, 이 온도를 흔히 맥주온도라고 부른다. 이 온도를 기점으로 여름 상품이 잘 팔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온도부터는 컵 모양의 아이스크림보다 길쭉한 콘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더 많이 팔린다. 기온이 30℃가 넘으면 얼음에 가장 가까운 바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더 많이 팔린다. 이 밖에도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보다 이온음료가 더 많이 팔리기 시작하면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낮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오면 상품 판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식중독 계절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기온과 습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음식물은 쉽게 부패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기온이 25℃~30℃일 경우 음식물은 6~11시간이 경과하면 부패되어 식중독 위험이 있고, 30℃~35℃일 경우 4~6시간 정도만 음식물을 밖에 방치하면 곧바로 식중독에 걸릴 정도로 위험한 상태가 된다. 인체에 치명적인 비브리오균이나 살모넬라균 등이 번식되는 시간은 35℃일 때가 25℃일 때 보다 3배 정
급기야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나설 태세다. 지금 같은 최저임금 정책기조라면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며 “나를 잡아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내년 최저임금 기준을 따르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불이행)을 선언했다. 편의점가맹점협회는 전국 동시 휴업카드를 들고 나왔다. 소상공인들은 5인 미만 서비스업, 10인 미만 제조업을 꾸리는 사업주다. 영세 자영업자가 대다수다. 이들이 불복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은 절박감의 표현이다.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이미 한계에 달했는데, 더 오르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여겨서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요구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측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친(親)노동계 공익위원들의 반대로 부결되자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파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만 미치는 게 아니다.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을 줄이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 이하에 머문 가운데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업과 음식점, 10~20대 아르바이트와 임시ㆍ일용직 일자리가 감소했
선거처럼 사람들을 격한 감정상태로 몰아가는 행사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친구였다가 원수로 변하고 원수였던 사람이 은인으로 변하는 상황이 선거에서는 항다반사(恒茶飯事)로 일어난다. 그러나 연극이 끝나면 관객들이 제 갈 길을 찾아 흩어지듯이 선거가 끝나면 모두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관용과 화해가 뒤따라야 한다. 용서와 화해 없이 일상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물가에서 일어났던 이야기인 수호전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갈등하고 싸우는 것이 정해진 숙명인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에서는 ‘젊어서는 수호전(水滸傳)을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읽지 마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왜 그런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紛紛)하다. 아마도 삼국지연의에서는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관점이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에 수호전에서는 운명은 정해져 있으며 사람은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의 길을 깨닫고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수호전은 북송(北宋) 말기 휘종 때 농민반란을 일으킨 송강(宋江)을 다루고 있으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몸은 거북스럽지 않게 하라, 그리하면 당신은 모든 의사들을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네덜란드 의사 브르하페(Hermann Boerhaave) 교수가 남긴 ‘의학상 다시없는 비밀’이라는 제목의 노트에 쓰인 문구다. 우리의 몸을 열측정기(적외선으로 체온의 분포를 측정하는 장치)로 측정해 보면 하반신의 온도가 대체로 상반신 온도보다 낮다. 보통 심장 주변은 37℃전후, 발은 31℃이하라고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냉’이라고 한다. 냉은 하체가 상체에 비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증상으로 하체를 따뜻하게 해주어 고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해 최근 ‘반신욕’이라는 생활 건강법이 보편화되기도 했다. 반신욕은 하반신을 뜨거운 물에 담가 체온을 올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반신욕은 심리적으로 좋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는 반신욕을 하기가 만만치 않다. 우선 물을 데워야 하고 그렇잖아도 더운 날씨 속에 뜨거운 물에 들어간다는 것이 고역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수압이 강
▲ G2의 무역전쟁 돌입으로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교역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사진=뉴시스] 끝내 세계 경제 1ㆍ2위 국가,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했다. 미국은 6일 0시 1분(현지시간)을 기해 중국산 수입품 340억 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160억 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2주 내로 예고된 상태다. 중국도 되받아쳤다. 미국산 수입제품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농산품과 자동차, 수산물이 주된 대상이다. 화학공업제품과 의료설비, 에너지 등 160억 달러어치, 114개 품목에 대한 보복관세도 미국의 후속 움직임에 따라 매겨진다. 무역전쟁에선 양국 모두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 공산품은 추가 관세만큼 오를 것이다.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또한 콩기름과 육류 가격을 올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양국 소비자 모두 부담이 커진다. 일자리와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이를 모를 리 없는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데는 이유와 배경이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피해가 큰 화재로 로마의 화재, 일본 에도시대 메이레키 대화재, 영국 런던 대화재를 꼽는다. 온 도시가 화재에 거의 다 타 버린 후 이들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갔을까. 영국에서 화재보험이 나온 것은 런던 대화재 이후였다. 당시 의사이자 건축업자인 니콜라스 바번(Nicholas Barbon)은 잿더미가 된 런던 시내를 바라보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연구하다가 화재보험을 만들었다. 화재를 두려워하는 시민들에게 조금씩 돈을 받고 돈을 낸 시민 중 화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불탄 건물과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건물을 새로 지어주거나 수리해주는 것이었다. 한편 우리나라 조선시대였던 1426년 2월, 한양에서도 대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세종대왕은 강원도 횡성지역에서 강무(국왕의 친림 아래 거행된 군사훈련을 겸한 수렵대회) 중이었다. 그동안 가뭄이 오래 지속된 상태였던 데다 강한 북서풍이 불면서 한양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한양 대화재로 세종대왕은 수도가 폐허가 되는 아픔을 겪었고 지도력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세종대왕은 폐허가 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