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신의 대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 이순신 장군의 집무실이자 회의실이던 운주당(運籌堂)은 한산도에 복원되어 있다. 운주는 '사기(史記)' 의 운주유악(運籌帷幄)에서 나온 말로 군막 속에서 전략을 짠다는 뜻이다. 운주당을 지켜본 유성룡은 항상 열린 소통의 공간이었다고 썼다. "이순신이 한산도에 있을 때 운주당이라는 건물을 세웠다. 이순신은 이곳에서 밤낮으로 장수들과 함께 전투를 연구했는데, 아무리 지위가 낮은 병사라고 하여도 군대에 관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와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모든 병사들이 군대에 관련된 일을 잘 알게 됐다. 또한 이순신이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장수들과 의논하여 계책을 결정했으므로 전투에서 패하는 적이 없었다." 이순신이 관직을 박탈당하자 원균이 이 운주당을 꿰어차 앉았다. 같은 장소라도 누가 운용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유성룡이 회고한다. "원균은 자기가 사랑하는 첩과 함께 운주당에 거처하면서 이중 울타리로 운주당의 안팎을 막아버렸다. 여러 장수들은 그의 얼굴을 보기가 드물게 되었다. 또 술을 즐겨먹고서 날마다 술주정을 부리고 화를 내며 형벌을
▲ 조선 말기 의병. 1907년 일본군이 병력을 증강하고 의병부대에 대한 무력진압에 나선 가운데 영국 언론인 멕켄지는 의병활동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러.일 전쟁 때도 [Daily Mail]지 특파원으로 종군취재를 해 세계의 찬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남긴 사진이다. 갑오년에 이은 을미년도 역사상 간지(干支)로 기억되는 해다. 120년 전인 1895년 민비(후일 명성황후)가 일본인들에 의해 시해되고(을미사변), 친일정권에 의해 단발령이 내려지고(을미개혁), 이 두 사건 때문에 의병이 일어났다(을미의병). 바로 전해인 갑오년과 연장선에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다. 갑오년엔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나고 이어 한반도가 청일전쟁터가 됐고 갑오경장이 행해졌다. 이후 간지로 기억되는 을사늑약(1905), 경술국치(1910), 기미독립운동(1919) 등이 일어났지만 120년 전 을미년처럼 3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 ‘을미’ 이름이 붙어 불린 적은 없다. 1895년 초 일본은 독(毒)이 올라 있었다. 청일전쟁 승리에 따른 시모노세키조약으로 랴오둥 반도를 차지했으나 러시아 주동으로 독일·프랑스가 소위 ‘3국 간섭&
▲ 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한라산에 눈이 쌓이면 백두산의 얼음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이들이 있다. 바로 동토(凍土)의 땅을 탈출해서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에 정착한 190여명의 북한이탈 주민들이다. 북한의 겨울은 만물이 얼어붙는 시기라 초근목피는커녕 찬물도 구하기가 어렵다. 수도관이 꽁꽁 얼고 강조차 얼어붙어 얼음을 녹이려 해도 땔감이 없다. 평양을 제외하곤 전기도 연탄도 끊긴다. 물과 불이 없는 집에 쌀이 있을 리 만무다. 겨울 추위에 배조차 곯으니 삶의 서러움과 쓰라림이 뼛속에 사무친다. 생명이 죽음보다 더 가혹한 저주로 느껴지는 곳, 저 북녘 땅처럼 냉혹한 삶터가 지상에 또 어디 있으랴.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면 먹고 사는 것뿐만 아니라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주어진다. 바로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누려야 할 인류 보편적 가치, 즉 인권(Human Rights)이다. 인권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이므로 국가나 국제사회가 합의하고 승인함으로써 보장되고 발현되어진다. 이 때문에 지난 18일 유엔총회는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토록 권고한 ‘북한인권 결의안’을 흔쾌히 통과시켰다. 이
전 세계적인 석유생산량 증가와 수요 감소, 석유시장 주도권 쟁탈전 등이 얽혀서 유가는 당분간 하락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생산량을 조절하여 유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 온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14년 11월 27일 일평균 300만배럴 생산 유지를 선포한 이래 유가는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이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OPEC이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12월 16일 배럴당 50달러대까지 유가는 하락하고 있는데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55.91달러까지 하락하였다. 국제유가 하락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며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 국가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필리핀과 같은 섬나라들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이점을 준다. 일본이나 제주도 같은 섬 지역은 모두 유가 하락의 덕을 보게 되는 것이다. 곤경에 빠진 아베노믹스에 유가하락은 한 줄기 무더운 여름날의 단비 같을 것이다. 세상사라는 것이 누군가 이익을 보면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심각하게 큰 피해를 보는 국가 중에 대표적인 국가가 러시아일 것이다. 러시아는 유가하
▲ 조한필/ 충청타임스 부국장 중국이 올해 난징대학살 77주년, 청일전쟁 패배 1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식’을 열고 항일 목소리 톤을 높이고 있다. “난징대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의 3대 참사 가운데 하나이자 반인류적 범죄로 인류 역사의 암흑 사건이다. (일본이) 역사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다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3일 올해 처음 지정된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 추모사에서 일본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토해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난징과 그 주변에서 일본군들이 중국인 포로 및 일반 시민을 학살한 사건이다. 난징대학살기념관은 이때 ‘조난자’가 30만명이라고 입구에 크게 적었다. 학살된 양민의 유골이 발견된 구덩이 ‘만인갱(坑)’에 기념관을 건립했기 때문에 전시관 자리는 움푹 파여 있다. 기념관에는 학살 사진 3500여 점과 관련유물 3300여 점, 현장 모형도, 희생자 명단, 유골 등이 전시돼 있다 ▲ [난징(중 장쑤성)=AP/뉴시스】중국 정부가 올해 최초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난징대학살
“동의 여부만 말해요!” 라는 세 번의 거친 요구 ―. “퇴장 시킬 수도 있어요!”라는 경고 ―. “마이크 꺼!”라는 신경질적인 명령 ―. 그리고 어디에서 발언할 줄 몰라 어정쩡한 몸짓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 ―. 엊그제였던가, 내년도 예산안을 다루는 제주도의회 정례회 실황을 중계한 TV의 비디오와 오디오다. 어디에서 발언할 줄 몰라 어정쩡한 몸짓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다름 아닌 제주도지사다. 그는 그렇게 수모를 당하고 SNS를 통하여 ‘참담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참담함을 느꼈을 사람들은 따로 있다. 회의를 TV로 지켜본 ‘제주도민’인 바로 우리들이다. 회의주재자가 아니라 회의지배자로 변신한 제주도의회 의장이 열연하는 품위 낮은 드라마를 보아버렸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내용을 시시콜콜하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협치예산’과 ‘재량사업비’의 동질성 여부로 빚어진 이 극의 도입부는 저급했다. 그리고 너도 했으니 나도 한다는 식의 선심성 예산 경쟁을 벌리는 중간부분은 유치했다. 또한
본지 강민수 논설위원이 그동안 연재해온 ‘강민수의 영어진단’을 당분간 쉰다. 새로운 연재에 천착하기 위해서다. 20여회 예정으로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해법을 모색한다. 애독을 권한다./ 편집자 주 충청남도 홍성에 전해오는 이야기야. 마침내 최영 장군이 탐라국을 정벌하게 됐어. 당시 탐라국의 왕은 중국여자로 키가 팔 척이요, 힘이 장사인데다 탱자성을 갖고 있어서 누구도 그 곳에 쳐들어가기가 곤란했대. 최영 장군이 도착해보니 과연 듣던 바와 같이 탱자나무 숲이 성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뚫고 들어갈래야 들어갈 수가 없더래. ▲ 최영 장군<두산백과> 어떻게 해야 이 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에 신령이 나타나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내일부터 억새풀의 씨를 따다가 연에 매달아서 탱자성에 뿌리도록 하여라. 그리하면 내년에는 그 곳에 억새풀이 무성할 것이니 가을에 억새풀이 말라 불이 붙기 쉽게 될 때에 불을 지르고 성을 공격하라.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몸에 구리판을 두르고 쳐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명심하도록 하라”라고 말하고는 최영 장군이 말할 새도 없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간파하였듯이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이 정치적인 존재라는 것을 설명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어떤 사고가 아니라 본성으로 인하여 국가가 없는 자는 인간 이하거나 인간 이상이다”고 언급하였다. 이 말은 인간들이 공통의 목표와 과업, 문제에 대하여 논의의 장을 만들고 함께 논쟁하고 토론하여 합리적이고 공감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정치적 삶을 사는 것이 인간적인 삶으로 본 것이리라. 정당한 개인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정치적 활동의 결과다. 정치가들은 경제적 성과가 있을 때 이러한 정치적 삶을 사는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기가 쉽다. 그래서 전 세계의 모든 독재자들조차도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것이리라.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일본의 경기회복을 위해 공공부문 투자를 늘리고 일본의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확대를 모색하는 아베노믹스(Abenomics)를 과감하게 실행하였다. 시중에 돈이 마구 풀리면서 일본경기는 잠시나마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책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언론의 보도는 ‘기대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자기실현성(self-fulfilling prophecy)을 지니고 있어 언론매체가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제주사회 통합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제주 언론이 어려운 언론 환경 속에서도, 도민의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며 어떤 폭압적 권력 앞에서도 불의에 불굴하고 권력의 남용을 외면하지 않는 정론직필을 지키는 강직한 기개를 보여줄 때, 제주 사회는 도민 통합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맞게 될 것이다. 혁신에서 제주 사회 균열을 아물게 할 처방 찾아내자 사회 양극화에 더하여 "다 같이 못 사는" 포괄적 하향화(ra
▲ 동양에서 가장 긴 목조건축물로 '동양의 파르테논 신전'으로 불리는 세계문화유산 죵묘. 종묘(宗廟)는 조선시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추존된 왕과 왕비도 모셔져 있는데 정작 왕위에 오르고도 죽어선 종묘에 못 오른 왕이 있다. 연산군과 광해군. 왕이 됐으나 묘호(廟號)를 받지 못한, 즉 왕이 되지 못한 왕이다. 방탕하고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연산군은 그렇다 치고 광해군(1575~1641)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광해군은 임진왜란 때 불탄 종묘를 복원한 이가 아닌가. 자신을 왕에서 물러나게 한 이유 중 하나가 무리한 공사로 국가 재정을 축낸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그 혜택을 보지 못했다. ▲ TV 드라마 '왕의 얼굴' 최근 친지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갔다가 종묘를 들렀다. 문화해설사가 “외국인들도 종묘를 재건한 왕이 정작 종묘에 모셔지지 않은 이유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1698년 음력 11월 6일 노산군(단종, 1441~1457)이 숨진 지 241년이 지난 때였다. 숙종은 중신들을 모이게 한 후 노산군의 묘호를 단종(端宗)이라고 정했다. 전 현감 신규가 노산군의 복위와 묘호 추증을 상소한 지
▲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전경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사장(CEO)은 어떤 자리인가? 3년간의 컨벤션 생활을 통해 고백컨대 ‘주주의 눈물을 가슴으로 담는 자리’가 아닌가 싶다. 통상적으로 CEO는 대외적으로 기업을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경영 전반에 관한 결정과 실행을 담당하는 최고책임자다. 이 점에서 보면 ICC JEJU의 CEO는 유달리 주주에 집중하는 특성이 있다. 물론 주주에 대한 책임이 주식회사의 본래적 기능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외부적으론 주식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지분의 과반수를 소유하고 있어 내부적으론 공기업이다. 게다가 개인 주주의 대부분이 제주도민들이니 실상은 도민기업인 셈이다. 정서적으로는 제주도정뿐만 아니라 도민 전체가 ICC JEJU를 출생시킨 부모와 같다. 이 독특한 태생적 정체성(identity)이 ICC JEJU의 임직원들을 항상 애끓게 만든다. 부모로서의 애정과 기대가 많은 만큼 범도민적인 질책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참고로 ICC JEJU의 자본금 1666억100만원에 대한 지분구성은 제주도가 57.02%(950억원), 한국관광공사(KTO)가 17
하늘에서나 바다에서나 혹은 땅에서나, 중문관광단지를 바라보면 가장 시선을 끄는 건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다. 그래서 사람들은 ICC JEJU를 일컬어 중문관광단지의 랜드마크라 부른다.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처럼 말이다. ICC JEJU에 아침 해가 떠오르면 건물은 온통 은빛으로 눈부시고, 저녁 빛이 스며들면 금빛으로 찬란해진다. 특히 이곳은 제주에서도 석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화가들의 스케치 장소다. 저녁 해가 송악산으로 기울면서 황혼이 오션뷰(드라마 '올인'의 이병헌 사무실로 유명해 결혼식장으로도 사랑받는 명소)에 스며들면 이곳의 모든 것들은 한꺼번에 황홀해진다. 마치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광경처럼 석양으로 오렌지 빛을 띤 구름이 모든 것을 향수의 매력으로 빛나게 하는 것이다. ▲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야경 하지만 이 시간에 ICC JEJU의 빛을 등지고 있는 주상절리 주차장에 가보면 하루 장사를 마친 사람들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서려있다. 팔다 남은 물건들 위로 스산함이 얼룩지고 구부러진 등 위에 삶의 무게가 고단하다. ‘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