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무엇일까? 지난밤엔 흙을 적실 만큼 비가 내려서 밤사이에 기온이 서늘해졌다. 저녁에 열어둔 창문 사이로 가을바람이 들어와 이불을 비집고서 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나 보다. 그 기운에 눈을 떠서 창문을 닫으려는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혹시나 해서 얼른 나가보니, 세상에! 어머니가 식탁에 앉아 계신다. “어머니, 이 밤 중에 여기서 미신 거 햄수과?”라고 묻는데, 입가에 거무스름한 가루가 묻어 있다. ‘배고프다’ 하시면서 반찬통에서 김을 꺼내든 어머니의 손등이 앙상하니 뼈가 드러나 보인다. 푸른 빛깔의 정맥도 눈에 띄게 선명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얼른 어머니를 부둥켜 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아, 어머니의 치매가 깊어지셨구나. 이를 어쩌나. ‘102세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깊은 동정심을 표시한다. 얼마나 힘이 들겠냐고. ‘아직은 괜찮다!’며 고개를 저으면, ‘그럴리가 있나, 보지 않아도 당근이지!’라며 내 손을 부여잡는다. 사실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라고 하면 침을 아무 데나 수시로 뱉는 거, 기저귀를 몇 번이나 갈아드려야 하는 거, 화장실 출입이 여의치 않으니 뒷처리를 일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