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거리 42.195km를 완주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인간의 신체적인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쉬지 않고 꾸준히 가야 하는 것이 그렇고 숱한 좌절과 시련이 들락거리는 것이 그렇다. 주저앉고 싶은 심정과 결승점을 향해 처절하게 싸우는 자기와의 싸움 역시 그러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포기라는 단어가 달리는 주자를 수없이 유혹한다.
참고 또 참아서 인내의 한계를 수십 차례 넘나들어야 하는 것이 마라톤이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노련한 마라토너라도 그날의 컨디션과, 코스, 날씨를 대비하지 않고서는 좋은 기록과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또한 마라톤이다. 평소에 철저한 자기 관리와 사전 준비가 없이 마라톤을 완주하기란 불가능하다.
기록을 다투는 전문적인 선수가 아니고 순수한 아마추어 선수라면 기록을 단축하는 재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을 위해 부상 없이 안전하게 즐기면서 달리는 것이다. 그것이 마라톤의 기술이고 능력이다. 충분한 준비운동과 꾸준한 연습을 통해 달리는 요령을 익힘으로써 자신만의 자세와 페이스를 찾고, 초보 마라토너라면 완주가 목표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레이스 중 신체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달리기를 멈추고 주변에 배치된 심판이나 진행요원을 찾아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독한 싸움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린다.
앞에도 뒤에도 그리고 좌우에도 나와 똑같이 고통을 참아가며 묵묵히 달려간다. 오르막길을 죽을힘을 다해 넘어서면 쪽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며 탁 트인 시야와 함께 내리막길도 눈에 들어온다. 체력은 고갈되어 바닥이지만 정신은 맑아지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30킬로미터 지나서 느껴지는 고통, 그리고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자신감,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쾌감과 성취감, 42.195km를 달리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달리고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제주의 한림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차귀도까지 왕복하는 바다와 천혜의 자연환경 코스에서 평화와 희망을 염원하며 달리는 오는 26일 2023 제주MBC국제평화마라톤에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봄기운을 만끽하면서 해안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제주의 봄을 달려보자. /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제주MBC 마라톤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