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연신 터지는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 사이로 제주의 바다를 담은 전시 준비가 한창이다. 제주 성산 섭지코지 인근에 자리한 한화 아쿠아플라넷. 다양한 색감으로 해녀의 얼굴을 표현한 그림 앞에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청년 해녀이자 작가, '해녀고기' 음식점 사장이기도 한 이유정(36)씨. 전시 담당자와 조명 위치를 조율하고,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던 그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아직 전시회 개막 전임에도 그는 바다처럼 평온하고, 동시에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물 그리고 숨: 제주 해녀의 바당'. 물질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이 사람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이자 해녀로 나머지 5명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붓과 오리발, 두 가지 도구를 오가며 살아가는 이씨는 이 공간을 채우는 그림 속 해녀들처럼 단단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해녀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그렇게 불릴 만큼 그는 해녀로서도 예술가로서도 자기 삶을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제주섬 북쪽
제주시 화북2동 거로마을에 있는 한 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4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0분 화북2동 소재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인력 29명과 장비가 투입돼 진화에 나섰다. 불은 인근 도로까지 짙은 연기를 퍼뜨렸고, 이 때문에 연북로 일부 구간이 통제됐다. 다행히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화재로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현장에는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까지 겹쳐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는 '창고 화재로 인한 다량의 연기 발생으로 주민 및 차량 등은 우회 및 주의해달라'는 안내문자를 보냈다. 소방당국은 "강풍과 건조한 기상 조건으로 화재 확산 우려가 있다"며 "해당 구간을 지나는 차량은 안전 운행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내여행이 소비자들로부터 점점 외면받고 있다. 단순한 가격이나 거리 문제가 아닌 '기억에 남을 무언가가 없다'는 근본적인 인식이 여행 선택을 결정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때 연간 관광객 1500만명을 넘기며 '오버투어리즘' 논란까지 일었던 제주가 이제는 "제주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8일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월 국내·국외 여행 동향 분석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해외 숙박여행(2박3일 이상)을 모두 경험한 응답자 1006명 중 81%는 해외여행에 대해 "갈 때마다 새롭고, 설렌다"고 답했다. 또 "사진으로 남길 추억이 많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는 응답도 80%를 웃돌았다. 반면 국내여행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기억이나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비용 측면에서도 인식의 격차는 컸다. 국내 여행 평균 비용은 1인당 23만5000원(2.99일 기준)으로 하루 약 7만9000원이 들었다. 반면 해외여행은 평균 6.56일간 1
한화그룹이 제주 애월읍에 추진중인 '애월포레스트' 개발 사업이 국토계획법의 기본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도시계획디자인연구소는 28일 해당 사업 부지가 2040 제주도 도시기본계획상 개발이 제한되는 해발 300m 이상 F2 중산간 지역에 속한다고 밝혔다. F2지역은 개발 행위를 최소화하고 생태 환경 보전을 우선시하는 관리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연구소 측은 "도시기본계획의 변경 없이 해당 부지에서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국토계획법이 정한 도시계획의 일관성과 안정성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 제주도가 2023년 11월 2040 도시기본계획을 공고한 직후, 애월포레스트 추진을 염두에 두고 중산간 지역 관리계획 가이드라인을 일부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특혜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애월포레스트 사업은 현재까지 모든 절차가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도시기본계획의 틀 안에서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가이드라인 변경은 전체 중산간 관리 체
정낭과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올레’다. 올레는 몇 집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진입로다. 제주도 올레는 먼 올레를 가운데 두고 마을 큰길, 즉 ‘가름 질(마을 길)’과 이어진다. 먼 올레에 맞닿은 집이 모여 ‘올레 집’이라 한다. 올레 집은 지역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제주도 공동체는 집-골-가름-마을로 전개된다. ‘골’은 뿌리에 달린 감자처럼 골목길로 연결되는 길을 말한다. 감자 뿌리 큰 줄기에 해당하는 ‘가름 질’, 가름에서 골로 이어지는 길인 ‘먼 올레’, 골에서 각각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를 ‘올레’라 했다. 제주 기후는 취사와 난방 문화에도 영향을 줬다. 거센 비바람 때문에 부엌은 집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집을 크게 짓지 않았다. ‘굴묵’과 ‘솟덕’은 이런 지리적 특성화 문화를 잘 볼 수 있는 시설이다. 보통 육지에서는 부엌 아궁이가 취사와 난방 겸용이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취사와 난방시설이 분리된다. 각각 ‘솟덕’과 ‘굴묵’이라고 불렀다. 성읍민속마을보존회 강희팔 이사장은 “집을 크게 짓지 못하게 되자 부엌 구조도 육지와 다르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살핀다. 미국과 독일 등의 연방헌법을 비롯해 각 ‘주 헌법’이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각 국의 헌법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주 헌법’에 대하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연재를 통하여 처음으로 소개한다. 특히 계엄과 같은 국가의 권력 남용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헌법과 국민의 권리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언론의 자유는 권력을 견제하여 국민의 권리를 확대하려는 오랜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공권력을 비판 또는 감시한다는 의미에서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제도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하고, 제4항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판결(Near v. Minnesota. 28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왕벚나무 아래,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아이들은 솜사탕을 들고 뛰어다니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도심 속 대표 봄 축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기도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건 벚꽃보다 비싼 축제장 음식값이었다. 지난 29일 한 이용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순대 6조각에 2만5000원, 오케이'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적은 양의 순대볶음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해당 노점은 전농로 축제장 먹거리 부스 중 한 곳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꼼장어는 3만원, 아이들 헬륨풍선은 하나에 2만원이었다", "가격표도 안 보이고 결제 후 알게 되는 구조", "여기 노점 바베큐도 바가지다. 제주도민 아니고 육지 떠돌이 장사꾼들"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만난 도민 정모씨(33·여)는 "제주를 찾은 지인들에게 '축제니까 즐기라'고 했는데 바가지
원나라가 1276년(충렬왕 2) 탐라에 군민총관부(軍民摠管府)를 설치하였다. 이듬해(충렬왕 3)에는 동·서아막(東西阿幕:aimag)을 설립하여 소·말·낙타··당나귀·양을 방목하고 다루가치(達魯花赤)를 파견하여 이들을 감독하였다. 1300년(충렬왕 26)에 동도현과 서도현을 설치하였는데, 대촌현, 귀일, 고내, 애월, 곽지, 귀덕, 명월, 신촌, 함덕, 김녕, 호촌(狐村), 홍로, 예래(猊來), 산방, 차귀 등 15개 현이었다. 이 해에 원나라의 기황후(원래 이 때는 명종의 모후인 유성황후(裕聖王后))가 황실마를 방목하였다. 탐라에는 뱀, 독사, 지내가 많아 만약에 회색뱀을 보면, 차귀신이라고 하여 죽이지 못하게 했다. 고려시대 현촌에 특별한 것은 제주에 없는 동물로 마을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예래현(猊來縣)인 경우 ‘사자 예(猊)’가 있고, 호아현(狐兒縣)은 ‘여우 호(狐)“자를 쓰고 있다. 전승되는 말에 고려시대의 신선사상이 깃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라산을 지키기 위해 선선의 사는 집은 산방(山房)이고, 신선
전선과 이어진 부실한 통신망은 이미 붕괴했다. 간간이 사선을 뚫고 흙먼지 뒤집어쓰고 돌아온 장군들은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절망적인 보고만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모두들 막연히 무언가 극적인 반전反轉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들 자신도 모르는 눈치다. 우주의 기운이 모여 미국, 영국, 소련에 한날한시에 회복불능의 대재앙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히틀러가 지하총통실에서 회의를 소집한다. 수뇌부들은 그들이 메시아(Messiah)라고 떠받들어온 히틀러가 ‘어떻게 좀 해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히틀러만 바라본다. 그들은 메시아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1950년대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빌프리트 다임(Wilfried Daim)은 히틀러와 나치 수뇌부가 히틀러를 ‘진짜 메시아’로 설정한 새로운 종교로 기독교를 대체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폭로한다. ‘뉴 메시아’ 히틀러는 지하총통실에 소집한 나치 수뇌부에 유럽 전선 지도를 펼쳐놓고 자신이 예비해 둔 ‘기적’을 전한다. 그들의 메시아는 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논란이 된 축구장 잔디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함께 K리그가 열리는 전국 27개 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문체부는 다음 달부터 K리그 경기장 실태 조사를 시작해 상반기 내 각 경기장의 잔디 상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경기장별 맞춤형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축구연맹은 이를 위해 연맹 내에 잔디관리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일본 등 해외 우수 사례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최근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잔디 상태 논란이 불거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강인 선수가 경기 도중 잔디에 발이 걸려 부상당한 장면이 전파를 타며 고양종합운동장을 포함한 일부 수도권 경기장의 열악한 잔디 상태가 도마에 올랐다. 문체부는 선수들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부상 방지와 팬들의 관람 만족도까지 좌우하는 잔디 상태가 K리그 전체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후 잔디 교체 ▲인조잔디 품질 개선 ▲열선·배수시설 점검 등 실질적이고 현장 맞춤형 개선 방안을 도출할
제주 출신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해보다 약 5500여만원 줄어든 10억9409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토지와 건물의 공시가격 변동이 재산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27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강 장관은 토지, 건물, 예금, 증권 등을 포함한 모두 10억9409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5547만원 감소한 수치다. 항목별로 보면 ▲토지 2억7982만원 ▲건물 6억4323만원 ▲예금 3억2502만원 ▲증권 255만원 ▲채무 1억8007만원을 각각 기재했다.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건물이다. 특히 강 장관의 재산 대부분은 제주도에 집중돼 있다. 본인 명의로 서귀포시 성산읍 소재 건물(39.70㎡, 1억2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배우자 명의로 제주시 소재 아파트 2채도 함께 신고됐다. 또 성산읍 고성리 일대 601㎡ 규모의 토지(2억4018만원)도 강 장관의 명의로 등록돼 있다. 이 외에도 강 장관의 배우자는 LG디스플레이, 메가스터디, 삼성전자, 일동제
울산과 경남·경북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며 소방당국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제주에서도 건조한 날씨 속에 화재 사고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6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도내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16건, 안전조치 건수는 33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 24일 오후 5시 50분 제주시 화북2동 한 감귤 선과장 창고에서 불이 나 4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퇴근 시간대 급속히 치솟은 검은 연기와 화염으로 119에 접수된 신고는 80건을 넘겼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창고 1동(1164㎡)과 차량 2대가 불에 타는 등 상당한 재산 피해가 났다. 또 지난 25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야초지와 서귀포시 표선면 농지에서도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에 나서는 등 도내 전역에서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봄철은 계절 특성상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쳐 화재 발생 위험이 특히 높은 시기다. 최근 5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전체 화재 2814건 중 약 26.5%에 해당하는 747건이 3~5월 봄철에 집중됐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