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공공 공사를 주로 맡는 한 중견 건설업체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공사 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22일 제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도내 A 종합건설사가 수주한 5건 가량의 공공기관 공사가 중단되거나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 건설사가 수주한 공공 공사는 제주시의 평대 자연재해 위험개선 지구 정비사업, 제주시 도남동 공영주차장 용지 정비 공사, 제주중앙중학교∼오남로 도시계획도로 개설 공사, 서귀포시 남원읍 우수저류시설 설치 공사 등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
평대 자연재해 위험개선 지구 정비사업은 집중호우 때 저류지로 유입된 빗물이 넘쳐 마을 저지대가 상습적으로 침수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저류지를 확장하고 우수관로를 정비하는 것이다.
제주시가 선급금 10억원을 이 업체에 지급해 지난해 10월 공사가 시작됐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제주시 도남동 공영주차장 용지 정비 공사도 올해 초 공사에 들어갔지만 전혀 진척이 없으며 나머지 다른 공사도 멈춰선 상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각 공공기관은 A사에 계약 해지를 예고하고 다른 새로운 사업자를 찾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A사는 1996년 설립된 도내 중견 건설업체로 제주에서 유명 빌라 단지를 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도내 건설업계 사이에서는 A사가 최근 아파트 미분양 사태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왔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해당 업체 측에 수차례 유선전화와 서면으로 공사를 하도록 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채 공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민간 하청업체들로 피해가 확산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택을 분양받은 입주민들도 마무리 공사와 하자 보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상황 파악에 나섰다.
22일 열린 제427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차 회의 자리에서 이정엽 의원이 양창훤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을 상대로 이와 관련해 질의를 꺼냈다.
이 의원은 "모 건설사로 인한 피해자들이 상당히 많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악이 되고 있냐"고 물었다.
양 국장은 "관급 공사와 관련해서 내용들을 파악하고 있다. 일단은 선급금이 나간 것도 있고 실제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다만 이와 관련된 공공기관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다만 민간 영역까지 파악을 전체적으로 못하고 있다"며 "민간 영역까지 확대가 되면 도민들 사이에 피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이에 대해 추가적으로 내용을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A사 대표는 "건설 경기가 어려운 상태지만 회사에 출근해 어떻게든 잘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잠적했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