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7시 7분경 서귀포시에서 승용차를 운행하던 A씨가 B씨를 치는 교통사고를 냈다. A씨는 사고 이후 곧바로 운행을 중단한 뒤 신고하였으나,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소방은 어찌된 영문인지 B씨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을 쳤다고 신고한 사람은 있는데, 막상 치인 사람은 없는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50여분이 지난 뒤, 사고 현장에서 8km 떨어진 곳에서 SUV운전자 C씨는 도로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가 충격한 B씨였다. 경찰은 B씨가 A씨의 차량에 치인 뒤 C씨의 차량에 옷가지 등이 걸렸고, C씨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계속 운행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B씨는 사망하였다. 이 사건과 같이 선행 교통사고가 발생한 뒤, 연속적으로 후행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피해자가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는 사고들은 왕왕 발생한다. 선행 교통사고와 후행 교통사고 중 어느 쪽이 원인이 되어 피해자가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후행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사람(이 사건의 C씨)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후행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A씨는 자신의 전자지갑에 약 6비트코인(범행 당시 시세로는 한화 약 8000만원 상당, 현재 기준 약 3억4000만원)이 이체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당 비트코인은 B씨의 소유였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A씨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어버린 것이다. A씨는 자신의 전자지갑에 이체된 비트코인을 모두 써버렸고, 검찰은 A씨를 횡령죄(선택적 죄명은 배임죄)로 기소했다. 1심은 피고인에게 배임죄로 유죄를 선고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데, A씨는 비트코인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착오로 이체된 비트코인을 B에게 반환하기 위하여 이를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 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의무가 있는 자이어야 하는데, 단순히 착오로 비트코인이 이체받았을 뿐인 A씨와 피해자 B씨 사이에는 어떠한 신임관계도 없으므로 A씨를 ‘B씨의
갑진년 새해를 맞아 올해부터 달라진 법령과 제도를 형사법 위주로 살펴본다. #1 음주운전 재범방지를 위해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설치 제도가 도입된다. (2024년 10월 25일 시행)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전 호흡을 검사해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장치다. 해외에서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에서 시행 중이며, 프랑스에서는 이미 2015년부터 전체 버스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되어 있다. 이번에 시행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설치 제도는 5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여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음주운전자는 해당 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만 운전할 수 있는 조건부 음주운전 면허를 발급받도록 하는 것이다. 음주운전자 이외의 사람이 대신 호흡을 불어넣고 시동을 걸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있는데, 측정장치에 얼굴 인식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식, 시동을 건 이후에도 주행 중에 호흡측정을 요구하는 방식, 운전자의 호흡, 음성을 코드화하고 호흡과 음성을 동시에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음주운전자 자신이 비용을 들여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장치 부착까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상대방에게 찾아가거나, 연락하여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처음 제정 당시에는 반의사불벌죄로 구성됐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로, 쉽게 말하면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처벌받지 않는 죄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으니 가해자들의 무리한 합의 종용을 조장하여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22년 9월 14일 신당역에서 우려하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350여 차례에 걸쳐 직장 동료에게 연락하여,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남성이 ‘내 인생 망칠 것이냐’며 피해자에게 찾아가 합의를 종용했으나 합의를 해주지 않자 살해한 것이다. 이른바 신당역 살인 사건이다. 위 사건 발생 이후 스토킹처벌법 상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2023년 7월 11일자로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현재는 피해자와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받는다. 그 외에도 일부 조항을 구체화하였는데, 기존 스토킹행위로 정의하던 규정 중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
간통죄는 2015년 2월 26일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다. 간통행위를 국가가 개입하여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에 맡겨야 할 것이지 형벌을 통하여 강제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상대 배우자에 대한 보호는 형법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하여 당시에도 그렇고 현재까지도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나, 어찌 됐든 위 결정 이후에는 상대 배우자의 보호에 관하여는 민사소송에 그 해결이 맡겨져 있다. 외도문제를 민사소송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책 배우자 또는 외도 상대방(상간녀 혹은 상간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다. 외도 상대방에게 소를 제기한 경우 상대방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상대방이 결혼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불법행위의 고의가 없었다(자신은 불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남의 기간이 짧고 횟수가 적으며, 유책 배우자와의 공동으로 한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청구하는 위자료 액수는 과다하다는 주장이다. 전자라면 결혼 사실을 알 수밖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하는 ‘무료법률상담’을 다녀왔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법률을 잘 알지 못해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갚고, 갚을 필요가 없는 빚을 갚는 등 손해를 보고 있었다. 주로 나온 질문들 위주로 살펴보면 괜찮은 생활법률상식이 될 것 같아 정리해 본다. #1 이자제한법상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0%(2023년 10월 10일 기준)이고, 연 20%를 초과하여 약정한 부분은 무효이다. 연 20%를 초과하여 이자를 받은 자는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받을 수 있다. 이자를 연 20%를 초과하여 약정하고 지급하였다면 초과 지급된 부분은 무효이므로 당연히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내담자는 1000만원을 빌리고 월 50만원씩 수년 동안 갚는 중이라 했는데, 연 60%에 해당하는 말도 안 되는 이자율이다. 20%를 초과하여 변제한 부분은 무효이므로, 이제까지의 변제로 채무는 이미 전부 변제된 사실을 설명해 드렸다. #2 부모님이 빚이 더 많은 상태에서 돌아가시더라도 자식들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다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고인의 재산 범위 내에서만 고인의 채무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야기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에서, 유일하게 멀쩡히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이며 시작한다. 아파트 주민과 생존자들의 갈등이 생기고, 주민 중에서도 ‘자가주민’과 ‘전세주민’을 나누며 사회의 궂은 면을 보여준다. 영화 내용 중 법률적 쟁점이 되는 줄거리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대지진 발생 후 기온이 영하 26도까지 이르는 이상저온 현상이 발생하고, 생존자들이 혹한을 피해 황궁아파트로 몰려든다. 생존자들은 아파트 복도, 공동현관에서 생활하다가, 한 생존자가 아파트 호수를 차지하기 위해 아파트 주민을 찌른 뒤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일을 계기로 아파트 주민은 주민회의를 통해 생존자들을 추방하기로 하고 물리력을 행사하여 추방한다. 시간이 지나고, 추방된 생존자들은 진열을 갖춰 황궁아파트로 진격하고 주민들을 살해한 뒤 아파트를 차지한다. 대지진 발생 직후, 아파트 주민이 아닌 생존자들이 아파트로 들어가도 괜찮은 것일까? 매정하지만, 어찌 됐든 타인의 주거지로 허락 없이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닐까? 형법에는 영화에서처럼 현존하는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
학교가 어수선하다. 상반기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가 방영되며 학교폭력 문제가 대두되더니 지난 달 18일에는 서울 서이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며 교권침해 문제가 제기되었다. 서이초등학교 외에도 부산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폭행하였다는 소식도 뒤늦게 알려졌고, 원주의 한 고등학생이 수업 중 라면을 먹는 모습을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하다가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교권침해의 원인 중 하나로 교사의 훈계가 자칫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한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데, 훈계가 곧 정서적 학대행위로 의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당한 훈계라면 정서적 학대행위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양자를 어떻게 무 썰 듯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정리를 하지 않은 아동에게 “정리를 다 하지 않으면 간식을 줄 수 없다”고 훈계하고 아동이 정리를 마치자 간식을 준 사안에서 1심은 교사의 행위를 정서적 학대행위로 보고 일부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안타까울 때가 있다. 정신질환의 영향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다. 정신질환의 종류만큼이나 범죄유형도 다양하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행인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신의 계시라며 타인이 거주하는 주거지로 들어가 물건을 가지고 나오기도 한다. 자신을 위협하는 내용의 환청에 시달리다가 자동차, 벽, 공중화장실 등에 마구잡이로 낙서해버리기도 하고, 국가기관이 자신을 미행하고 도청한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주변 이웃들을 의심하다가 폭행까지 하게 된다. 비정신질환자가 보기에는 그저 망상이고 환청이지만, 그들에게는 실존하는 위협이다. 혼자서는 헤어나올 수도 없고 귀를 틀어막아도 들리는 괴로움 속에서 나름의 해결방법을 찾다가 결국 범죄에까지 이른다. 정신질환자가 피고인인 사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사건 해결을 위한 협조가 요원하다는 점이다. 의뢰인을 만나 사건에 대하여 묻더라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횡설수설 늘어놓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변호인을 자신의 인식 속 위협요소와 ‘같은 한패’로 생각해 욕설을 하기도 한다. 욕 듣는 것이야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수 있으나, 의뢰인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렵다. 피고인의 변호인이자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도박·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해져 범죄까지 번지는 경우를 숱하게 접했다. 경험상 20대에서 30대 피고인들은 도박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범죄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40대 이상부터는 술에 취하여 수중에 돈이 없음에도 술을 마시는 이른바 ‘무전취식’ 유형의 사기 범행이 많았다. 도박중독이 문제가 된 피고인들 대부분은 짧으면 수년, 길게는 10여 년간 도박문제를 안고 살았던 경우가 많다. 수년 동안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카드빚을 졌다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다가, 더 이상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지인들에게, 가족들에게까지 돈을 빌리게 된다. 가족들은 피고인이 형사처벌 받게 될 것을 염려해 마지막까지 빚을 대신 갚아주다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르고, 빚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처벌된다. 알코올 중독으로 범죄에까지 이른 경우는 이미 수차례 동종 범행으로 처벌된 전력이 많았다. 심지어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재차 무전취식을 하다가 체포된 경우도 상당하다.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니 대부분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 일단 술을 마셨다 하면 만취에 이를 때까지 마시며,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고, 10년 내에 재차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이 지난 4월 새롭게 시행되었다. 기간과 관계없이 음주운전을 2회하는 경우 곧바로 가중처벌하는 소위 ‘윤창호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자 새롭게 보완한 것이다. 처벌이 강화되면서 음주운전 관련 상담이 무척 늘었다. 상담을 하다보니 음주운전에 관하여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보려고 한다. 첫 번째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은 단순 음주운전으로는 실형을 선고받는 일은 없거나 매우 적다는 것이다. 벌금 정도 내거나 아무리 심해도 징역형에 집행유예 정도로만 처벌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더라도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제주지방법원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283%로 만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된 피고인이 재판이 진행되던 중 다시 또 0.196%로 음주운전을 하여 집행유예 없는 징역 2년 형을 선고한 바 있다. 위 사안의 경우는 피고인이 2017년 이미 한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된 전력과 재판 중에 재차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챗GPT 4.0이 2023년 3월 14일 공개되었다. 챗GPT 3.5가 2022년 11월 30일 최초 공개되고 4개월이 채 지나기 전이다. 챗GPT가 최초 공개된 이후 챗GPT를 이용한 코딩 방법, 챗GPT와 구글 시트와의 연계를 통해 업무의 효용성을 높이는 방법, 챗GPT를 이용해 블로그에 올릴 글을 생성하고 저작권이 없는 이미지를 찾아와 자동으로 게시까지 하는 방법, 챗GPT를 이용해 글짓기 하는 방법 등의 유튜브 영상과 책들이 쏟아졌다. 챗GPT와 같은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개인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업무능력으로 변모할 상황이다. 챗GPT는 글쓰기 능력이 탁월하여 챗GPT가 작성한 글을 사람이 작성한 것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을 비롯한 각국 대학에서는 이미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작성하는 것을 금지하였고, 일부 대학에서는 AI 시대를 인정하고 오히려 챗GPT 사용법을 가르치거나 챗GPT가 내놓은 답변과 자신이 쓴 글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커리큘럼에 포함해 사고 분석력을 기르는 도구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도 챗GPT의 글쓰기 능력이 궁금해져 챗GPT에게 간단한 소장을 작성하도록 해보았다. 챗G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