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종다양성과 생태계의 보고 혼자라면 올레길이 좋다. 그러나 같이라면 곶자왈이 좋다. 곶자왈에선 아무리 착하게 산 사람이라도 혼자 걷기 무섭다. 서늘하고 음습한 대기, 짙은 그늘과 자욱한 안개, 바위를 감싼 나무, 이따금 들려오는 정체 모를 소리, 등반로를 벗어나기 힘든 빽빽한 밀림 등. 곶자왈을 다니다 보면 궁금한 게 많다. 곶자왈에서만 볼 수 있는 바위, 머들, 숨골, 식물, 동물, 곤충, 파충류 등과 함께 돌 숯가마, 숯 막, 산전 터, 옹기가마 터, 노루 텅, 소 물통, 말 물통, 잣 성 등 벌써 몇 해 년 전 대학 입시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을 위로할 겸 곶자왈로 갔다. 처음에는 딸 혼자 한참을 앞서 걷더니, 얼마 가다 멈춰 있었다. 분위기도 음산하고 도깨비가 있는 거 같고 해서 무서워 아내와 날 기다린 듯했다. 그보다 소리 없이 펼쳐지는 낯선 광경과 경관, 각종 동·식물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제주도는 삼다(三多)·삼무(三無)·삼보(三寶)의 섬이다. 삼다와 삼무는 다 아는 바와 같고, 삼보는 바다, 식물, 언어가 보물이라는 뜻이다. ‘식물의 보배’라는 말은 학자들이 제주도 식물을 연구한 결과, 좁은 지역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분포하
지난해 어린이날 연휴 사흘 동안 1m(정확히는 1023mm)가 넘는 ‘물 폭탄'이 한라산 삼각봉에 쏟아졌다. 하루 33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제주도 역대 5월 중 가장 많은 비다. 게다가 서귀포시 지역 강수량은 376.3mm이다. 이는 서귀포시에서는 1961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이 내린 비다. 종전 300mm 넘는 기록은 대부분 여름 장마나 태풍 내습 때였다. 이 정도 비가 내리면 다른 지방에서는 100% 물난리 난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슈퍼급 태풍이라면 모를까? 웬만큼 비가 많이 내려도 거의 물난리가 생기지 않는다. 내린 비가 대부분 건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거나 증발해 버리고 나머지는 지하로 스며든다. 한 선배가 있다. 그 무섭다는 남자 고등학교 1년 선배지만 왠지 만만해 보이는 형, 신장이 작고 몸이 왜소해 그렇기도 하지만 인상 자체가 순하고 착해 보여 더 그런 선배다. 그 형은 대학생 때부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가 궁금했다. 결국 제주에 내린 많은 비가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가 어디인지를 밝히는 연구에 인생을 걸었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건 바다 위에 떠 있는 섬(島)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약 188만 년 전부터 1000년 전까지 제주
숨겨진 제주섬 이야기 뭉치를 펼칩니다. 그동안 알았던 제주가 아닌 신비의 세계 뒤에 숨겨진 제주의 이야기와 역사를 풀어냅니다. ‘제주 톺아보기’입니다. 그렇고 그렇게 알고 들었던 제주의 자연·역사, 그리고 문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가리워진 보석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사회사·경제사·사회복지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박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서 매달 2~3회 이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식물 사냥꾼, 중국인 윌슨 어니스트 헨리 윌슨은 포리 신부가 보내 준 표본이 아무리 봐도 기존 전나무와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여 자생지에서 직접 확인하고자 1917년 10월, 제주도로 왔다. 그는 타케 신부와 같이 한라산에 올라 포리 신부가 채집했던 한라산 1100~1900m 같은 장소에서 구상나무를 채집하여 미국으로 가져갔다. 그 후 연구 끝에 구상나무가 형태적으로 전나무나 분비나무와 전혀 다른 특징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 결과, 윌슨은 제주도 한라산에서 채집한 구상나무를 'Abies koreana E. H. Wilson'이란 학명으로 신종 발표하였다. 속명 ‘Abies’는 전나무를 뜻하는 라틴어로 구상나무가 전나무 속임을 뜻하며, 종속명 ‘k
숨겨진 제주섬 이야기 뭉치를 펼칩니다. 그동안 알았던 제주가 아닌 신비의 세계 뒤에 숨겨진 제주의 이야기와 역사를 풀어냅니다. ‘제주 톺아보기’입니다. 그렇고 그렇게 알고 들었던 제주의 자연·역사, 그리고 문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가리워진 보석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사회사·경제사·사회복지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박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서 매달 2~3회 이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제주시 한라수목원에서는 매년 ‘제주 자생식물 나눠주기’ 행사를 한다. 이 행사에서 한라산과 오름에 서식하는 자생식물로 한라수목원이 자체 생산한 구상나무, 주목, 눈향나무, 백당나무 등 10종 3000그루를 민간에 제공한다. 다른 한라산 자생식물도 그렇지만, 특히 구상나무와 주목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 이 행사는 구상나무 보존을 위한 ‘현지 외 보존 전략’의 한 부분이다. 만약 자생지에서 구상나무가 여러 요인에 의해 멸종된다 해도 유전적 정보들이 현지와 다른 곳에도 남아 있게 하려는 전략이다. 한라산 중산간지에 우리가 연구할 수 있는 시험림 공간들을 확보해 어린 구상나무 숲을 만들고 있다. 이날 제공되는 한라산과 오름에 서식하는 자생식물 10
숨겨진 제주섬 이야기 뭉치를 펼칩니다. 그동안 알았던 제주가 아닌 신비의 세계 뒤에 숨겨진 제주의 이야기와 역사를 풀어냅니다. ‘제주 톺아보기’입니다. 그렇고 그렇게 알고 들었던 제주의 자연·역사, 그리고 문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가리워진 보석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사회사·경제사·사회복지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박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서 매달 2~3회 이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남방큰돌고래와 해녀의 공생 남방큰돌고래와 해녀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물질하는 해녀에게 다가와 장난치기 때문이다. 해녀 주변을 헤엄치거나 테왁(공 모양 기구)을 툭툭 건드리기도 한다. 물질하다 보면 주위를 유유히 돌 때도 있다. 문어를 잡아 테왁에 넣어두면 남방큰돌고래들이 지나가다가 테왁 사이로 삐져나온 문어 다리를 떼먹기도 한다. 강애심(71) 제주해녀협회 전 회장은 “물질을 하다 보면 일 년에 한두 번은 물장구를 치거나 가까이 오는 장난기 많은 돌고래와 마주친다. 대단히 영리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익숙하지만, 상어일 수도 있어 만날 때마다 매번 놀란 후 안도의 한숨을 쉰다”고 했다. 강 전 회장은 이어 “돌고래가 인간 말을
숨겨진 제주섬 이야기 뭉치를 펼칩니다. 그동안 알았던 제주가 아닌 신비의 세계 뒤에 숨겨진 제주의 이야기와 역사를 풀어냅니다. ‘제주 톺아보기’입니다. 그렇고 그렇게 알고 들었던 제주의 자연·역사, 그리고 문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가리워진 보석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사회사·경제사·사회복지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박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서 매달 2~3회 이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 해안은 남방큰돌고래가 매일 오전 10~12시, 오후 3~5시쯤 자주 나타난다는 곳이다. 얼마 전부터 ‘남방큰돌고래 멍’ 때리는 힐링 성지로 이름나 있다. 매일 해수면 위로 나오기만 기다리는 관광객들이나 지역주민들이 많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려고 갯바위 끝까지 가서 망원경으로 바다를 관찰하거나 드론을 띄우는 열성 팬도 있다. 바다 날씨가 흐려 볼 수 없는 날도 있지만, 날이 개고 바다 날씨가 좋아지면 틀림없이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틈만 나면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 지역주민도 있다. 와서 한 시간 정도 ‘돌고래 멍’하며 자연치유하고 간다고 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 가까운 바다에 남방
숨겨진 제주섬 이야기 뭉치를 펼칩니다. 그동안 알았던 제주가 아닌 신비의 세계 뒤에 숨겨진 제주의 이야기와 역사를 풀어냅니다. ‘제주 톺아보기’입니다. 그렇고 그렇게 알고 들었던 제주의 자연·역사, 그리고 문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가리워진 보석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사회사·경제사·사회복지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박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서 매달 2~3회 이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 한라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1901년 10월, 드디어 겐테가 제주로 왔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한라산에 오르기 위해서다. 1900년 가을 의화단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중국에 파견되어 북청사변 현장을 돌아본 후, 다음 해 조선을 답사했다. 겐테는 당시 황실 고문이던 미국인 샌즈의 소개로 제물포에서 현익호를 타고 3일간 항해 끝에 제주에 도착했다. 그의 손엔 일종의 ‘출입 허가증’인 고종황제의 칙서(勅書)가 쥐어져 있었다. 제주 목사(牧使) 이재호는 “외국인이 한라산을 오른다면 재앙이 생길지도 모르며 민란(民亂)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들이 외국인을 싫어하는 상황에서 한라산을 오르는 도중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른다
숨겨진 제주섬 이야기 뭉치를 펼칩니다. 그동안 알았던 제주가 아닌 신비의 세계 뒤에 숨겨진 제주의 이야기와 역사를 풀어냅니다. ‘제주 톺아보기’입니다. 그렇고 그렇게 알고 들었던 제주의 자연·역사, 그리고 문화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가리워진 보석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사회사·경제사·사회복지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박사가 이야기꾼으로 나서 매달 2~3회 이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정상에 오르면 능히,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높다 하여 한라산(漢拏山)이라 했다. 백록담은 태고의 신비를 머금고 있다. 예전부터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을 진산(鎭山)으로 신성시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반도로 몰아치는 태풍을 온몸으로 막아주는 산이다. 그러기에 언젠가는 꼭 오르고야 말겠다는 도전정신을 갖게 한다. 그러나 실제 정상에 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구나, 아무나가 아니라 준비하고 선택된 사람들만 그 환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제주도에 왔던 시인 묵객들과 관리들은 한라산을 등반하고 유산기(遊山記)를 기록하였다. 한라산에 오른 사람들은 한라산 등반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거나 돌이나 바위에 새겨 마애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