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10일.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을 권리를 요구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사건은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6·29 선언과 직선제 개헌이라는 역사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올해는 6·10 민주항쟁 39주년이다. 39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얼마나 이뤄냈을까. 겉으로 보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제주도민들은 도지사와 교육감을 직접 선출하고, 지방의원을 뽑는다. 지방자치가 정착됐고 주민참여예산제와 공론화 제도도 도입됐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선거를 치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거가 공정하게 운영되고, 시민들이 정치 과정을 신뢰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비로소 민주주의는 살아 움직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제주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은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경선은 민주주의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22년 만에 결선투표가 성사되며 전국적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보다 과정이 더 큰 논란이 됐다. 결선 과정에서는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답하면 일반 여론조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5월 26일 8000을 넘어섰던 코스피가 이틀 만인 28일 장중 8000 아래로 급락하며 한때 7840선까지 밀렸다. 미국이 이란 남부지역을 전격 공습하고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며 중동전쟁 종식 기대감이 약화한 데다 외국인이 대거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이날 2조889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7000을 넘은 직후인 7일부터 역대 최장인 1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차익을 실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49조8506억원이다. 하루 평균 3조3233억원 꼴이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 상승률은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그만큼 변동성도 크다. 소수 종목 중심으로 단기간에 급등한 데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절반을 넘는 등 쏠림이 과도해 차익 실현과 투매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최근 계속 70선 위를 맴도는 것으로 입증된다. 28일 VKOSPI는 전장보다 1.16% 오른 71.60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가다 5월 30일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이하 ‘우로반사’) 단체의 몇 회원들은 대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하 ‘평통사’)이 주최한 대전평화발자국 행사 일환으로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앞을 답사한 적이 있다. 국가 보안 목표 “가” 급이기에 출입 금지라는 살벌한 문구의 경고판이 정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이 곳에서 이틀 후 폭발 사고가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유명을 달리하신 노동자 다섯 분의 명복과 중경상을 입으신 노동자 두 분의 빠른 회복을 빈다. 해당 공장 출입구 앞에 평통사 회원이 ‘양촌 확산탄 공장 반대’ 피켓을 세웠다. 논산 양촌면 임화리 일대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 KDind (한화 기원을 은폐하기 위해 분리된 기압)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확산탄들은 대전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의 추진체 등과 결합되어 무유도탄 천무를 완성한다. 논산과 대전, 충남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 생산업체 논산입주반대 시민대책위원회'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금지된 확산탄을 KDind를 내세워 생산하는 한화의 비인도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이 글의 초점은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의 폭발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일방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의회 45석 가운데 34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국민의힘은 8석에 그쳤다. 민주당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위성곤 당선인을 배출했다.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김성범 당선인을 국회로 보내며 제주 정치 지형의 주도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이번 결과를 단순히 "제주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잘한 부분도 있지만 국민의힘이 스스로 무너진 측면이 사실 더 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선거 전부터 조직 정비를 마쳤다. 지난달 6일 제주도의원 선거 32개 전 지역구에 후보를 공천했고, 현역 의원 상당수가 재선과 3선에 성공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입증했다. 위성곤 후보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1인 2투표' 논란과 '유령당원' 의혹, 오라동 재투표 문제 등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지만 후보 확정 이후 빠르게 당을 수습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연이어 악재를 맞았다. 가장 큰 악재는 당시 제주도당위원장이었던 고기철 후보를 둘러싼 폭행 사건이었다.
베네딕토 교단의 모든 정보가 저장돼 있던 수도원의 장서각은 윌리엄 수도사와 호르헤 수도사가 ‘알 권리’ ‘알지 않을 권리’를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잿더미로 변한다. 호르헤 수도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희극편’을 ‘몰라도 되는 정보’ 정도가 아니라 ‘알아서는 안 될 정보’로 분류해 철저히 숨긴다. 반면 윌리엄 수도사는 이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해야 할 정보라고 판단한다 호르헤는 일반인(이하 신자)들은 인식이 미성숙해 ‘희극’을 접하면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반면, 윌리엄은 일반인들이 희극을 본다고 신을 경건하게 여기는 마음을 잃을 정도로 무지몽매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호르헤와 윌리엄의 격돌을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시민단체들과 정부가 벌이곤 하는 ‘정보공개’ 논란이 오버랩된다. 정보공개법 제정의 근본 논리는 “알지 못하는 국민은 지배받을 뿐이지만, 정보를 가진 국민은 주권을 행사한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명제를 제도화한 것이다.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줌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사회를 완성하겠다는 철학이 그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윌리엄 수도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희극편을
성과급 배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정일을 1시간 30분 앞둔 20일 밤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로써 최대 100조원대 손실과 반도체 생태계 및 공급망 훼손 등 국가적 경제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컸던 파업 사태의 봉합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반도체 사업성과 10.5%를 상한 없이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반도체(DS) 부문 경영성과급 재원은 40%를 DS 부문 전체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60%를 사업부별로 나누기로 했다.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뒤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선 교섭에서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했다. 잠정 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파업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성과급 논쟁 후폭풍과 함께 우리 사회에 적잖은 숙제를 남겼다. 노사 교섭이 교착에 빠진 것은 반도체 부문 내 사업부별 성과급 배분 문제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첫 공식 과반 노조의 요구는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제 폐지였다. 적자를 낸 비메모리 사업부도 똑같은 성과급을 줘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사측은 반도체 업황의 변동성 우려와 경영 부담을 이유로 반
영화 ‘장미의 이름’은 14세기 중세유럽 수도원에서 호르헤와 윌리엄이라는 당대 최고의 수도사들이 웃음에 관한 서로 다른 정보(information)와 지식(knowledge)을 놓고 벌이는 비극적인 소동극이다. 영화 속 도서관장인 호르헤 수도사는 ‘웃음’은 사악한 것이라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간직하고 있다. 호르헤에게 웃음이란 인간들에게 권장할 만한 것이라고 설파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희극론’은 끔찍한 불온문서일 수밖에 없다. 호르헤는 당연히 「시학」을 ‘이단의 문서’로 분류해 도서관 가장 깊은 방에 봉인해 버린다. 이는 우리가 다름과 낯섦을 대하는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웃음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은 사악하지 않다’는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한 프란치스코 교단의 윌리엄 수도사가 마침내 그 「시학」을 봉인해제하기 위해 들이닥친다. 웃음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습득한 정보와 지식이 너무 낯설고 다르다. 호르헤와 윌리엄은 서로가 간직하고 있는 웃음의 정보와 지식을 모두 동원하면서 ‘최후의 담판’을 벌인다. 불행하게도 각자 간직하고 있는 정보와 지식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신학계의 거물들은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 결국 옥신각신하는
2000년대 이후 제주도는 빠르게 다인종·다민족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외국인 수는 2006년 2645명에서 2022년 3만3908명으로 약 13배로 증가하며 급속 성장을 보인다. 앞으로 진행될 제주지역 외국인 쏠림 현상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암시한다. 제주 거주 외국인 유형도 2006년 국제결혼이주민과 그 자녀가 주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고용 및 유학제도 등의 변화로 거주 유형도 다양해져,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이주민, 다문화가정 자녀, 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등으로 구성되고 있다. 주 거주 외국인의 증가는 21세기 제주지역 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한다. 우선 국제결혼이주민들의 가정생활 안정화의 측면을 보면, 부부관계, 시부모 가족과의 관계, 자녀 양육 및 교육 그리고 가정 내 의사소통 및 문화생활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가 산재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도 제주에 거주하는 동안 제주 사회의 이해가 필요하며, 고용주와의 관계, 사업장 내 의사소통 및 의식주 환경 그리고 유학자금 및 취업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다문화사회로 진행되면서 새롭게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는 제주 거주 외국인
영화 ‘장미의 이름’은 이탈리아 북부의 어느 베네딕토 교단 수도원에서 교황청이 벌이는 아수라장을 보여준다. 이단 재판이 열리고, 엉뚱한 민초들이 ‘악마’로 몰려 화형당하고 그사이에 중세 지식의 요람인 수도원 장서각은 불탄다. 하지만 아수라장을 설계하고 총감독한 ‘최종 빌런’은 영화 속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 사건을 쥐락펴락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196대 교황 요한 22세(Joannes XXIIㆍ1225~1334년ㆍ재위 1316~1334년)다. 영화 속에 험악한 모습의 악역으로 등장하는 호르헤(Jorge) 수도사나 이단심판관 베르나르도 귀도(Bernardo Guido) 모두 요한 22세가 흔드는 실에 매달려 있는 꼭두각시들일 뿐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372년, 프란치스코 수도회 내 급진파(Spiritualsㆍ영성파)들은 ‘예수와 사도使徒들은 개인적으로나 공동으로나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앞세워 당시 교황청의 사치와 부패를 공격한다. 이들은 교회의 부와 권력을 비판하며 극단적인 무소유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과 요구대로라면 교황청은 당장 문 닫아야 할 궁지에 몰린다. 이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1위 국가는? 다름 아닌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덕분에 수출 증가율이 높고, 경상수지도 사상 최대다. 주요 거시경제 지표 앞에 ‘사상 최고’ ‘역대 최대’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고용이나 내수 등 실물 체감경기는 딴판이다. 거시지표와 정반대로 ‘사상 최저’ ‘역대 최장 침체’ 등의 부정적 표현이 지배한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슈퍼 사이클)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이면이자 한계다. 올해 4월 취업자는 2896만1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7만4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는 2024년 12월 이후 16개월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폭은 1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도 63.0%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하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18만9000명 늘어난 반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9만4000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2022년 11월부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저서 「장미의 이름」의 시대적 배경으로 못 박은 시점은 1372년 11월이다. 이 시점으로부터 약 36년 전, 참혹했던 십자군 전쟁(1095~1291년)이 십자군 최후의 보루였던 이스라엘 항구도시 아크레(Acre)가 마침내 함락되면서 사실상 교황청의 패배로 끝난 상태였다. 십자군 광풍이 남긴 것은 교황청 권위를 향한 의문과 쇠퇴였으며, 교황의 절대 권위와 부패에 항거하는 루터의 종교개혁(1517년)의 잉태였다. 「장미의 이름」을 모티브로 삼은 이 영화의 배경 역시 11월 이탈리아 북부 수도원을 짓누르는 음산한 기운만큼이나 을씨년스럽고 불온한 시대였다. 기존의 규범과 가치관은 붕괴했지만 새로운 질서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도덕적 공백과 혼란을 의미하는 ‘아노미(Anomie)’야말로 14세기 교회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난세가 되면 항상 자신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흔드는 온갖 세력이 등장한다. 14세기 교회는 교리의 백가쟁명百家爭鳴 시대라 불릴 만큼 수많은 교단이 난립했지만 사실상 ‘빅4’라 불릴 만했던 4개의 교단이 사상적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 싸움을 벌였다. 수도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베네딕토 교단(
'러닝 메이트' 소리도 안나온다. 한물 간 소리일지언정 그나마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거론도 없다. 하물며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은 찾아보기도 어렵다. 6.3선거 후 출범하는 제주도정의 특별자치 20년을 맞을 도정이기에 더 딱하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또다시 ‘도민주권’과 ‘주민자치’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도민이 주인인 제주”, “주민이 결정하는 행정”을 약속하고 있지만 제주 정치권 안에서는 “이번에도 선거용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냉소도 적지 않다. 실제 제주에서 주민자치 강화는 선거 때마다 반복돼온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약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제주 행정 구조는 여전히 ‘제왕적 도지사 체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자치 기능은 약화됐고, 중앙정부 권한 상당수가 제주도청으로 집중됐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모두 제주도지사가 임명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의회도 없다. 인사·조직·재정권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