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질병은 흑백 인종문제다. 우리의 고질병은 남북분단과 좌우 이념대립이다. 시대를 이끄는 리더들이 가끔 “인종이나 이념은 하찮은 것”이라고 역설하지만 달라진 건 없다. 인종과 이념을 두고 양쪽으로 갈라선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이 천동설을 버리고 지동설을 받아들인 것보다 이 문제가 더 어려워 보인다. ▲ 흑백인종과 좌우이념이라는 고무줄은 도무지 끊어지지 않고 수많은 '이상현상'을 늠름하게 버텨낸다. [자신=게티이미지뱅크]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의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선물해준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상한 ‘개다리춤’을 추면서 혜성처럼 등장하고, 앨라배마에서는 흑인민권운동이 불붙는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 전쟁이 본격화한다. 핑퐁외교로 미국과 중국의 역사적인 외교관계가 수립되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고, 애플이 컴퓨터로 ‘대박’을 치고 돈을 쓸어 담는다. 그러고 보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만 참으로 격동의 시대를 보낸 것 같지만 미국도 만만치 않다. 미
▲ 선거를 의식해 공약을 남발해선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 나온 주요 정책과 사업 공약에 대해선 재원 마련 방안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사진=뉴시스] 거대 여당의 힘이 막강하다. 사업비가 28조원대로 늘고 안전사고와 환경훼손의 위험성이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반대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어 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으로 12조원을 제시한 기획재정부에 20조원은 돼야 한다고 맞선 끝에 19조5000억원 규모로 확정했다. 여당이 정부의 반대 입장이나 신중한 접근에 관계없이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추진을 강행하고 4차 재난지원금 규모를 늘린 것은 다분히 4월 7일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행보다. 공항건설 같은 대형 국책사업은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춰야 함에도 가덕신공항특별법은 국가재정법이 정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까지 간소화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가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덜어줘야 하지만,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4차 지원을 결정했다. 지원금 규모도 3차 지원금(9조3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당정은 4ㆍ7 보궐선거
검프는 많은 것을 이룬다. 대학 미식축구 우승팀의 일원으로, 베트남 전쟁 영웅으로 백악관에 초대돼 케네디 대통령, 존슨 대통령과도 만난다. 미국 탁구 대표선수로 ‘핑퐁외교’의 주역이 돼 탁구 라켓회사의 광고 모델이 되기도 한다. 새우잡이로 성공을 거둬 경제주간지 포브스(Forbes)의 표지에 등장하기도 한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성공한 젊은이’임에 분명하다. ▲ 검프의 팔로워들은 검프의 실체는 보지 못한 채 그림자 중 하나를 실체라 생각하고 팔로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찬란한 성공을 거둔 검프지만 검프에겐 빈자리가 있다. 유일한 친구이자 연인인 제니는 꿈길에서밖에 만날 수 없다. 어느 날 꿈처럼 검프를 찾아온 제니는 검프와 하룻밤만 지내고 또다시 종적을 감춘다. 망연히 허공을 응시하던 검프는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영화 속 검프의 내레이션은 달리는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그야말로 ‘닥치고 달리기’인 ‘닥달’이다. 지난 총선에 모당의 대표가 선거운동 대신 느닷없이 달리기 운동을 해서 모두들 그 깊은 뜻을 헤아
▲ 저출생 흐름을 돌리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늦기 전에 각성해 인구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인구통계 대부분이 국가 공식 통계기관인 통계청의 전망을 빗나갔다. 여성 한명이 낳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과 연간 출생아 수가 불과 1년 전 2019년에 전망한 것보다 현저히 낮게 나왔다. 그 결과,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며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총인구가 4000만명대로 내려가는 시점도 당초 예상(2044년)보다 10년 정도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불과 13년 뒤 2034년 총인구가 4993만명 수준에 머물 수 있음이다. 역대 정부가 2006년부터 1~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실행하며 지난해까지 총 225조원을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쓰고도 인구참사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 여성이 평생 아이를 한명도 안 낳는다. 세계 19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17년 장래인구추계 때 1.24명으로 예상했다가 2019년 0.90명으로 수정했는데 이마저 뚫렸다. 특히 집값이 비싸고 보육비
신기의 탁구 실력으로 중국을 다녀온 검프는 존 레넌과 함께 출연한 토크쇼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중국엔 종교도 없고, 사유재산도 없다.” 자신의 히트곡 ‘이매진(Imagine)’에서 그가 꿈꾸는 이상사회를 ‘종교도 없고, 소유도 없는 세상’이라고 노래했던 존 레넌은 깜짝 놀란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모든 종교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사유재산을 제거한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은 정말 이상사회를 만들어낸 걸까. ▲ 아스퍼거 증후군의 검프는 초절정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아스퍼거 증후군의 검프는 초절정의 집중력이라는 천재성을 발휘한다. 동네 악동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검프에게 검프의 유일한 친구인 제니는 “달려라!”고 소리친다. 검프는 그 한마디에 경주마처럼 달리기에 집중한다. 악동들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대학 미식축구 경기장까지 질주한다. 검프의 집중력 높은 달리기는 미식축구 감독의 눈을 사로잡아 검프는 미식축구 명문 앨라배마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자원 입대한 검프는 군대에서도
▲ 재난지원금 지급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정책적 노력이 긴요한 기시다.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을 마련해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과제다. [사진=연합뉴스] 설 연휴 300명대였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명절이 지난 지 이틀 만에 600명대 두 배로 불어났다. 종교시설과 병원, 산업단지, 학원, 사우나 등 생활 주변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나타나고 있다. 3차 대유행이 끝나기도 전에 4차 대유행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난해 3월 1차 대유행 이후 어언 1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변이 바이러스 유입으로 확산 속도는 더 빨라졌다. 설 연휴 때 귀성ㆍ귀향과 가족 모임을 통해 퍼진 바이러스로 신규 확진자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다. 26일 마침내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그러나 집단면역이 형성돼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까진 적어도 몇달을 더 버텨야 한다. 3월에는 새 학기가 시작돼 학생들이 등교한다.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도 도입된다. 이런저런 변수가 많은 판에 경제적 피해와 국민이 느끼는 방역 피로도는 커졌다. 방역 방벽을 견고히
포레스트 검프의 정신의학적 상태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는 애매하다. 일반지능은 통상적인 경계선인 80에 조금 미달하는 모양이다. 거기에 더해 자폐증 증상도 보이고,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도 보인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대표적 특징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특정한 일이나 주제에만 몰두한다는 점이다. ▲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타인의 소망과 슬픔, 분노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오스트리아 소아과의사였던 한스 아스페르거(Hans Asperger)는 일반적인 자폐증상과는 차별화한 특징을 가진 그룹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그 특징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교우관계 형성능력이 없다. 대화는 한곳으로만 쏠리고, 특정한 일이나 주제에만 몰두하고 동작도 어색하다. 또한 자신이 겪은 흥미로운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는 특징을 보여 한스 아스페르거는 이들을 ‘작은 교수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교수’라는 직책이 대개 편협한 자기세계에 갇힌 사람들이기는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세상 모든 일에 특별한 관심이 없지만 달리기에는 집중을 잘한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1994년)’는 설명이 필요 없는 걸작이다. 누가 어떤 기준에서 선정하든 영화 역사상 100대 명작에 반드시 포함될 만한 작품이다. 인생에서 소위 ‘천재’와 ‘그렇지 않은 이들’의 차이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운명론(fatalism)'과 '결정론 (determinism)’은 항상 어지럽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는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새털로 시작해서 다시 바람에 날리는 새털로 끝난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바람에 날리던 새털은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 검프의 발치에 내려앉는다. 바람결을 따라 정처 없이 이리저리 날리던 새털의 목적지는 검프의 발치였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 검프가 아들을 학교버스에 태워 첫 등교를 시키고 버스 정류장에 하염없이 앉아 있을 때, 다시 하늘에 새털 하나가 이리저리 떠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새털은 어디에도 내려앉지 않고 하늘 멀리 어디론가 사라진
▲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재개하기 전에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불법 공매도를 감지하는 조치와 제도 개선이 선행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가 5월 2일까지 재연장된다. 5월 3일 공매도가 재개돼도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만 허용된다. 나머지 대다수 2000여 종목의 공매도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예정대로 3월 16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려던 금융당국이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닥쳐 부분적 단계적 재개로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공매도(空賣渡)’란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란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되사서 주식 대여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어떤 주식이 짧은 기간에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매도 주문을 증가시켜 주가를 진정시키고, 증권시장에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도 낸다. 하락 장세에서 손실 위험을 회피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는 두려움에 대한 보고서다.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두려움으로 일관한다. 사냥한 멧돼지 한 마리를 막대기에 매달고 의기양양하게 마을로 돌아가던 ‘표범 발’ 일행은 숲속에서 두려움에 질려 마을을 버리고 길을 떠난 다른 부락 사람들을 마주친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깨진다. ▲ 무너진 1500년대 초 마야사회에선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며 허우적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공포에 짓눌린 이웃부락 사람들은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지만 ‘표범 발’ 일행에겐 그 공포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염된다. 모두의 마음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자라기 시작한다. 말을 잃은 그들은 저마다의 생각에 빠진다. 마을 입구에 다다랐을 때 일행의 리더격인 ‘표범 발’ 아버지 ‘단단한 하늘’이 ‘표범 발’을 단속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눈에 서린 ‘막연한 두려움’을 경계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리가 본 것을 말하지 마라. 공포는 전염되는 것이다.&
▲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켜 국민들의 일상을 되찾아주는 일이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민생 우선 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벌써 1년 넘게 코로나19가 위협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해가 바뀌었고, 곧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하지만 집단면역 형성은 11월에야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 1년여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과 전례 없는 변화를 겪었다. 다시 1년 가까운 기간 갖가지 리스크를 견뎌내야 할 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 속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0%.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래 22년 만의 역성장이었다. 그래도 다른 선진국들의 역성장 수준(-10~-3%)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성장률 하락폭을 줄인 공신은 정부 재정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방역체계, 온라인쇼핑과 택배였다. 59년 만의 4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66조8000억원의 재정을 더 풀었다. 소비를 포함한 민간 부문이 갉아먹은 성장률 2%포인트를 정부 재정이 1.0%포인트 메웠다.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과 수출이 코로나 충격을 완화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화학제품 등
영화 ‘아포칼립토’에 등장하는 인디언의 이름은 소박하고 정겹다. 주인공은 ‘표범 발’이고 그의 아버지는 ‘단단한 하늘’이며 주인공의 외동아들은 ‘달리는 거북’이다. 주인공은 이름 그대로 뜀박질이 일품이다. ‘표범 발’의 아들은 ‘달리는 거북’이다. 꼼지락거리며 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의 아버지 ‘단단한 하늘’은 차돌멩이처럼 작지만 다부지다. ▲ 인디언들에게 '시간'이란 현재의 한순간이 아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인디언 이름은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주연을 맡았던 영화의 제목 ‘늑대와 함께 춤을’일 듯하다. 평원에서 외롭게 늑대 한 마리를 벗 삼아 지내는 주인공을 멀리서 지켜보던 인디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인디언들은 자연과 영혼을 두려워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달과 함께 걷다’도 있고, ‘숨죽인 천둥’도 있고, ‘수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