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물 부족’을 절실히 느낀 제주. 보다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하수처리수의 농업용수 재이용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가정 등에서 배출돼 버려지는 생활하수는 가뭄 등의 상황에도 그 양이 일정하다. 이를 재처리 과정을 거쳐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서울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난 10년간 연구·개발했다.
현재 제주에서는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판포하수처리장과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월정하수처리장에 재이용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환경부,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제주도수자원본부가 시스템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판포 하수처리장인 경우 지난 2011년 1월부터 인근 22농가를 대상으로 방류수를 정화시켜 양배추 등 밭작물과 과수원 등에 농업용수로 사용했다. 이후 안전성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판포리 전체가 사용하고 있다.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는 우선 세균, 나트륨, 염소 등을 제거하는 재처리 과정을 거친다. 수질검사를 거친 방류수만 농업용수 배수지로 옮겨진다. 배수지의 농업용수를 농가들이 직접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제주도수자원본부 관계자는 “하수처리를 거친 방류수는 양이 일정해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 방류수는 재처리 과정에서 꾸준하게 수질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농업용수로써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월정 하수처리장에 지난해 설치된 ‘하수처리수 농업용수 재이용 시스템’은 수질관리를 위한 시운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제까지 대체수자원 확보의 방안으로 해수담수화 플랜트가 제시돼 왔다. 하지만 생활용수 및 음용수 기준에 맞는 처리수 생산으로 추가투자비, 유지관리비가 매우 고가인 기술로, 농업용수 공급이 목적인 경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
‘하수처리수의 농업용수 재이용 시스템’은 하수처리장의 하천 방류수 및 기수를 담수화는 저에너지, 저유지관리비의 시스템으로 부유물질과 대장균, 염분 등을 제거해 농촌지역에 안전한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
뛰어난 재처리 기술로 인체 및 환경오염문제에도 안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이 시스템이 보급되면 연간 1억5천만 톤의 농업용수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이 시스템은 수질개선 및 수자원 확보를 위해 다양한 사용처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따른 맞춤형 공정개발이 가능하다.
바다에 인접한 하수처리수의 염분농도 문제, 재이용에 따른 안전성 문제 등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우리나라 농촌 현실에 맞는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이누리=고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