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남은 것으로 베푼다는 것은 진정한 베품이 아니다"고 단호히 말하는 장일홍 극작가.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그가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그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줘 불로소득을 갖게 하는 것은 파멸의 지름길로 내모는 것이다”며 “물질적 유산이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42년 동안 공직에 머물며 극작가로도 활동한 장일홍(63) 전 제주교육박물관장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산 기부,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의 제주 첫 유산기부자로 등록했다. 전국에서는 18번째 유산기부자다.
장 작가는 지난 28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방문, 그가 평생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인 시가 3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2채와 건물을 포함한 132.2㎡의 토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산기부 서약서’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장 작가는 1971년 제주도교육청 행정직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2010년 제주교육박물관장으로 퇴임하기까지 옷 한 벌을 제대로 사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근검절약을 실천해 왔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40대에 자신과 7가지 약속을 했다. 그것은 육신 기증, 유산 기부, 꾸준한 집필활동, 독실한 신앙생활, 어려운 이웃돕기, 보육원 봉사활동, 교회 봉사활동 등이다.
그는 이번 유산 기부와 관련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유산기부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아들 2명과 이야기했다. 내 오랜 뜻을 믿고 따라줬다”고 말했다.
그는 “땀과 눈물로 벌어들이지 않는 재물은 독이 된다”며 “유산을 노력 없이 받는다는 것은 불로소득이다. 불로소득은 횡재(橫財)로써 횡사(橫死)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불행의 시작이다. 아이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아이들에게 줄 것은 재물이 아니라 정신적인 유산이다”며 “정신적인 유산은 정직, 성실, 근면같은 보편적인 가치다”고 말했다.
기부금에 대해서는 “서라벌예술대학 연극과에 다녔지만 학비문제로 학업을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부금을 모교인 오현고 장학 지원 등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기금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일홍 작가는 지난해 10월, 지인 10여명과 함께 ‘시온복지회’를 설립했다. 시온복지회는 저소득층 연탄 배달 및 지원, 보육원 아동 결연 및 지원, 사회복지 시설에 물품 지원 등의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장 작가는 “큰일을 한 것이 아니다. 능력이 되는 한에서 조금씩 해 왔다”고 몸을 낮췄다.
앞으로의 나눔 활동에 대해 “내년부터 모교인 오현고등학교 장학재단에 장학금을 지원할 예정이다”며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기부할 뜻임을 내비쳤다.
장 작가는 마지막으로 유산 기부를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법정스님이 말씀하시길 ‘나누고 베푸는 기쁨이 없다면 사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며 “우리의 세속적인 계산법으로는 베풀면 내 잔고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나누고 베풀수록 더 풍요로워진다”고 나눔의 기쁨을 함께 누릴 것을 권했다.
한편 1950년 제주시에서 출생한 장일홍 극작가는 오현고를 거쳐 서라벌예술대학 연극과를 중퇴했다. 1971년 공직에 입문한 후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단막 『강신무(降神舞)』로 당선, 등단했다.
1991년 대한민국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희곡집 『붉은 섬』을 비롯, 『이어도로 간 비바리』, 『내 생에 단 한 번의 사랑』을 집필했다.
장 작가는 올해 그의 4번째 희곡집인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이누리=고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