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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출산 전국 1위, 제주도 제주시 이도 2동 르포

 

[Joins=중앙선데이]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는 제주. 그러나 이제는 사다도(四多島)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아이 셋 이상을 둔 가정이 전국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제1의 다산(多産) 자치단체가 바로 제주도다. 2010년 기준으로 셋째아 이상 출생 비중이 19.02%로 전국 1위다. 1년간 제주에서 태어난 아이 10명 가운데 2명 정도가 셋째 이상이란 뜻이다. 서울(7.6%), 부산(8.5%)보다 무려 2.5배가량 높다. 다산 2위는 전남으로 17.1%다.

 

제주가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는 뭘까. 2010년 전국 16개 시·도의 1인당 개인소득을 살펴봤다. 서울이 1594만원으로 1위고 제주는 1296만원으로 전체의 중간 정도다. 소득이 높은 서울의 다산 출산율이 낮고 소득이 가장 낮은 전남에서 다산 출산율이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주도는 좀 특이하다. 이곳의 다산율은 소득과는 특별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 15일과 22일 제주도에서도 대표적인 다둥이 마을인 이도2동을 일주일 간격으로 찾아가 봤다. 1만4000여 가구가 사는데 자녀를 세 명 이상 둔 가정이 1012가구다. 22일 오후 4시 제주시 삼도2동 공립 삼도어린이집. 이경아(31)씨가 남편 장민철(33)씨와 함께 빗속을 뚫고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이들 부부의 세 자녀인 아들 정훈(7)이와 쌍둥이 자매 가연·서연(4)이가 밝게 웃으며 이씨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이씨의 배는 불룩하다. 다음 달 초 넷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씨 부부는 둘 다 공무원이다. 두 사람이 연 6000만원가량 번다. 이씨는 “서울의 중산층에 비해 소득은 좀 떨어지겠지만 여기에서는 사는 데 별로 아쉬운 게 없다”고 말했다. 이도2동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최영애(36)씨는 올 10월 셋째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결혼 후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최씨는 2006년 제주가 고향인 남편을 따라 내려왔다. 최씨는 “서울에서는 아이 하나도 부담이었지만 여기에서는 시부모님도 가까이 계시고 큰 욕심을 낼 필요도 없어 아이들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 바람·돌·여자+셋째 아이…제주는 이제 ‘四多島’
‘선문대 할망’부터 이어져 온 多産의 섬

 

 

제주에서 만난 다둥이 부모들은 삶에 대한 가치관이 육지 사람들과 달랐다. 이들에겐 부와 명예보단 가족의 행복과 소소한 즐거움이 우선이었다. 서연이네도 그랬다. 부부는 양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부인 이씨가 남편을 만난 것은 7년 전. 같은 제주 출신이라 말이 잘 통했다. 첫 아이를 낳을 때부터, 2주 이용에 300만원씩이나 하는 산후조리원은 생각지도 않았다. 친정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이면 족했다. 눈치가 보여 법정 출산휴가 3개월 만에 곧바로 일터로 돌아왔다. 3년 뒤 쌍둥이 땐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1년을 썼다.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 덕분이었다. 직장에 다시 나오면서부터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시댁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맡아 주고 있다. 물론 어린이집이 끝나는 오후 4시 이후부터다.

 

가을에 셋째를 낳는 최영애씨는 제주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를 “삶의 질이 좋은 데다 가치관이 서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청에 다니던 최씨에게 출산과 육아는 공포였다.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맡길 곳이 없었다. 하지만 시댁이 있는 제주로 내려오면서 이런 고민이 싹 해결됐다. 그는 “서울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서울에 사는 형님네처럼 한 명으로 자식이 끝났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로 내려온 뒤 그의 삶은 넘칠 것도 모자랄 것도 없었다. 또박또박 월급을 받고, 소형 아파트에 살지만 10분만 차로 달리면 옥빛 바다의 함덕해수욕장이 있다. 게다가 언제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지척거리에 시부모가 살고, 풍성한 해산물과 신선한 야채가 즐비하다. 그는 “서울에서처럼 교육에 올인할 순 없지만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하면 아이들도 바르게 자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만난 다둥이 가족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지근에 양가 부모님이 산다. 할아버지-아버지-손자 3대가 함께 사는 전통적 가족의 형태에 근접해 있다. 또 출산을 경제력과 연관시키는 정도도 덜했다. 주부 김경순(44)씨는 “중학교 1학년인 첫째와 초등학교 6학년, 5학년인 둘째·셋째가 배우고 싶은 걸 다 가르칠 순 없지만 형편에 맞춰 살면 된다”면서 “넉넉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잖느냐”고 했다. 이처럼 출산에 대한 제주 여성들의 생각은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제주도청이 지난해 20세 이상 제주 여성 1000명을 상대로 한 ‘저출산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 10명 중 3명이 셋째 이상을 낳겠다(30.3%)고 답했다. 미혼 여성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미혼여성이 희망 자녀 수를 2명(49.1%)이라고 적었다.

 

화산섬 제주는 ‘선문대 할망(할머니)’ 신화에서 비롯된다. 할망이 치마폭에 흙을 퍼담아 만든 것이 현재의 제주다. 노강섭 인구보건복지협회 제주지회 본부장은 “아들 500명을 낳았다는 선문대 할망에서부터 제주의 다산풍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육지에선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많아 출산율이 줄었지만 오래전부터 ‘해녀’로 경제생활을 해왔던 제주 여성들은 출산과 직장생활 병행에 거부감이 덜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환경의 이점을 꼽는 사람들도 있다. 다음 서비스에 근무하는 이종관(41) 센터장은 6년 전 회사의 제주 이전과 함께 터전을 옮겼다. 그는 “자연환경이 좋아 차로 10분만 가면 주말마다 아이들과 해수욕장·휴양림에 갈 수 있어 삶의 질이 서울과 비할 바가 안 되는데 누가 아이를 더 안 낳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쌍둥이를 두고 있는 강희원(36) 다음 서비스 인사팀장은 “제주에선 서울과 달리 자기 집 마련의 부담이 적은 데다 어린이집도 충분해 임신 때부터 대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이점”이라고 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 지역 어린이집은 552곳. 아이 53명당 한 개꼴로, 85명당 한 개꼴인 서울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

 

다둥이 가정 어린이들이 많다 보니 대도시 학교에서 흔한 왕따나 폭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서귀포 위미초등학교 학생은 모두 220명. 이 중 절반 가까이가 형제 아니면 남매나 자매 관계다. 이 학교 백철호 교감은 “위미마을은 귤농사를 짓는 부촌으로 대다수 아이들이 형제들과 함께 다니고, 아이들끼리도 사촌이나 친인척 관계가 많아 왕따가 생길 수가 없다”고 했다.

 

주부 이후진(38)씨는 8개월 된 셋째 아들을 ‘거저’ 키우다시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의 경제적 부담을 생각해 임신했을 땐 보건소를 이용해 진찰비용을 줄였고 출산 후엔 도에서 운영하는 육아용품대여센터에서 카시트·흔들침대부터 보행기까지 죄다 빌려 썼다. 큰딸(13)과 둘째딸(10)은 피아노 학원만 보내고 방과후 학교를 이용한다. 영어 공부는 도에서 지원하는 외국어학습센터에 보내 무료로 시키고 있다. 이씨는 “다둥이 가정을 지원하는 정책이 많아 아이 낳아 키우는 데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이씨가 육아용품을 빌려 쓰는 출산 육아용품대여센터는 2010년 11월 제주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유축기·흔들침대·유모차·카시트·유아용 자동차 등 영·유아를 둔 엄마들이 찾는 ‘국민 아이템’들은 모두 갖추고 있다. 4인 가족 기준 월 소득 420만원 이하면 도에서 지급하는 일종의 포인트카드인 ‘바우처’가 제공된다. 아이 셋을 두고 있는 김현정(36)씨는 “200만원을 훌쩍 넘는 외국산 유모차에 수십만원 하는 흔들침대를 사지 않고도 쓸 수 있으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올 10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1곳씩 3층 규모의 공공 산후조리원도 열기로 했다. 수용인원은 한 곳당 15~30명. 저소득층 가정 산모라면 출산 후 2주일을 이용할 수 있다. 자치 법규도 바꿔 다둥이 가정이라면 도립미술관과 수영장 등 체육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 셋을 둔 가정이 집을 사면 취득세와 등록세도 절반으로 깎아 준다. 2008년부터는 농협과 연계해 아이 셋 이상을 둔 가정을 위한 ‘아이사랑 행복카드’ 사업도 시작했다. 카드 연회비 없이 학원비와 산후조리원비, 분유값을 10% 할인받을 수 있다.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들 땐 0.2~0.5%의 금리우대도 받는다. 양육을 목적으로 자동차를 살 땐 취득·등록세도 50% 내리고 차값도 최고 3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최근엔 다둥이 가정에도 장학금을 우선 지원하고 산모들이 원하는 경우 한약을 반값으로 지을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제주=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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