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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기획] '잔치 먹으러 간다' 혼례에 없어선 안 될 주연 '돼지'
온 동네가 함께 울고 웃고 '수눌음 정신' 엿보여

 "돼지가 새끼를 낳을 때 10마리, 15마리씩 낳거든. 이때 족은걸 한 마리 상 잘 먹이고 키웡 그걸로 잔치든 장례든 큰일을 다 치르는 거야.(이때 작은 새끼 돼지 한 마리를 사서 잘 먹이고 키워 그 돼지로 잔치든 장례든 큰일을 치르는 것이다.)"

 

제주에서 돼지는 사람들에게 매우 각별한 존재다.

과거 혼례와 초상, 대소상 등 집안에 큰일(경조사)이 있을 때 가정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가장 귀한 음식이 바로 돼지고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돗통시(돼지우리)에서 원래 키우던 돼지 외에 큰일에 대비해서 돼지 한 마리를 더 키우곤 했다.

'자릿 도세기'다. 돗통시에 넣고 기르는 두 마리의 돼지 중 어미젖을 뗀 새끼 돼지를 일컫는다.

인분을 처리하고 거름을 만드는 귀한 돼지를 바로 잡아 쓸 수 없으니 값이 싼 새끼 돼지를 미리 사서 앞날에 대비하는 것이다.

생활의 지혜다.

길게는 1년, 짧게는 3∼5개월 동안 잘 먹이며 몸집을 키운 뒤 운명의 그 날(?)이 되면 돼지를 잡았다.

상례와 같이 갑작스럽게 맞이한 큰일이 생긴 때에는 급한 대로 이웃집에 있는 여분의 돼지를 구하거나 오일장에서 돼지를 샀다.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출신 변성용(84) 씨는 "돼지 100근(60㎏)짜리 정도면 대단히 컸지. 한 마리를 잡으면 그걸로 음식을 해다가 온 동네 사람들을 대접하고…. 그 옛날 그 없는 살림 속에도 부모가 돌아가시면 부모에 대한 정성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혼례와 초상을 치를 때 예식장과 장례식장에서 치르지만, 옛날에는 모두 가정집에서 처리했다.

보통 혼례는 3일간, 초상은 3∼5일간 치렀다.

특히, 제주에선 혼례를 '잔치'라 일컬으며, 잔칫집에 갈 때 '잔치 먹으러 간다'고 표현했다.

'먹는다'는 행위에 방점이 찍힌 듯한 이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온 동네 사람들이 잔치를 즐기고 그만큼의 음식을 장만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돼지를 잡고, 음식을 장만해 며칠 동안 많은 손님을 대접하는 일을 한 가정에서 도맡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혼례와 상례가 있을 때마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왔다.

개인의 집안일이 아닌 마을 공동체의 일로 여겨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큰일을 다 치를 때까지 모두가 함께했다.

이때 눈에 띄는 역할이 있었다.

바로 도감(都監)이다.

 

'제주도의 도감의례'(문순덕)를 보면, 도감은 혼례와 상례 때 모든 의식을 총괄하는 감독관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돼지고기를 썰어 분배하는 사람의 의미로 축소됐다고 한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인 돼지고기의 분배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돼지 한 마리를 잡든, 두 마리를 잡든 많은 손님에게 부족함 없이 고기를 골고루 나누는 것이 도감의 역할이다.

손님에게는 '고깃반'이라고 해서 한 접시에 돼지고기 2∼3점, 마른두부 1점, 순대 1점을 넣어 대접했는데, 1명에 1고깃반이 원칙이다.

도감은 적은 양이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을 대접해야 하므로 하객 또는 문상객 수를 파악해 고기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서 접시에 가득하게 보여야 했다.

도감의 역할과 책임이 큰 만큼 도감의 권한은 막강했다.

도감은 주인도 마음대로 고깃반을 가지고 갈 수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했고, 도감 주변에는 고기 부스러기라도 얻으려고 사람들이 기웃거렸다고 한다.
 

먹을거리가 풍족한 오늘날 과거의 이러한 풍습을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러한 풍습과 문화를 통해 어려울 때 이웃끼리 서로 도와 일하던 제주의 나눔정신인 '수눌음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갈수록 개인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우리가 이어가야 할 제주의 전통이다.

제주대학교박물관이 펴낸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 음식 이야기'(허남춘·허영선·강수경 저)에서 저자들은 "혼례 잔치에 작지만 평등하게 돼지고기를 나누던 풍속은 어려웠던 시절 공동체가 함께 사는 지혜를 보여준다. 제주의 돼지고기는 단지 하나의 먹을거리가 아니라 삶이 녹아있는 문화인 셈"이라고 말한다.

◇ 돼지를 활용한 혼·상례 음식
제주 혼례와 상례에는 돼지를 활용해 다양하진 않지만, 토속적이면서 소박한 음식들이 나왔다.

제주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는 언제나 즐겨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마을 잔치가 있을 때나 어렵사리 먹을 수 있었던 행사용 음식이었다.

집안의 대소사에 손님 접대를 위해 돼지를 잡고 뼈나 내장 등 부위는 국물 음식으로 이용했고, 살 부위를 도마에서 썰어 대접했다.

일명 '돔베고기'다.

 

다른 지역의 편육과는 달리 삶은 고기를 누르지 않고 뜨거울 때 도마에서 썰어서 먹던 데서 유래했다. 돔베는 도마의 제주 사투리다.

'고깃반'이라고 해서 한 접시에 돼지고기 2∼3점, 마른두부 1점, 순대 1점을 넣어 대접했다.

이외에 'ㅁ+ㆍ+ㅁ국'(정확한 아래아 발음은 아니지만 '몸국' 정도로 발음, 이하 '몸국'으로 표기)이 있다.

'몸'은 '모자반'이란 해조류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돼지를 삶았던 국물도 아까워서 음식을 만들었는데 바로 이게 '몸국'이다.

몸국은 돼지를 삶아낸 국물에 모자반과 배추, 무 등을 넣고 끓인 국이다.

몸국은 가문잔칫날(잔치 하루 전날) 일꾼들과 친척, 손님들에게 대접한 제주의 대표적인 잔치 음식이었다.

상례 때는 몸국을 먹지 않고 돼지 삶은 국물에 무나 무청을 넣고 적당히 끓여서 대접했다고 한다.

또 수에('순대'를 뜻하는 제주어)가 있다.

수에는 돼지고기로 접시를 채우기 부족해 접시에 놓을 음식의 가짓수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제주에서는 돼지의 창자 속에 메밀가루와 보릿가루 등을 넣어 만들다 나중에는 찹쌀밥과 다양한 양념이 추가됐다. [연합뉴스=변지철 기자]|

[※ 이 기사는 '제주도의 도감의례'(문순덕),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 음식 이야기'(허남춘·허영선·강수경 저), '제주전통음식문화의 현대적 의미 모색'(강수경 저) 등 책자와 논문을 참고해 제주 돼지문화를 소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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