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거북에게서 우리나라 쓰레기 문제를 본다
2021년 양동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박사팀은 2014∼2020년 사이 전국의 지자체와 연구기관이 수거해 보내온 바다거북 사체 62구의 위 내용물을 분석해봤다. 그랬더니 우리나라 연안에 널리 분포하는 해조류와 물고기 등이 자주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발견된 바다거북들은 단순히 해류를 따라 잠깐 들린 것이 아니라 한반도 연안과 제주도를 먹이 터와 서식지로 이용한다는 증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동거리가 수천km, 수만km에 달하는 바다거북은 우리나라를 스쳐 지나가거나 이동경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연안에 터를 잡아 먹이를 섭식하고 있는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산란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 제주자연의벗 바다거북 모니터링 팀이 제주도내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제주도 표선 해중 분화구에서 특정 바다거북이 계속 터를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서귀포시 소재 섬 부근에서도 바다거북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즉, 제주 바닷가에 사체로 떠밀려 오는 바다거북의 뱃속에서 발견되는 내용물들은 먼 바다나 다른 나라 연근해에서 먹은 게 아니라 제주도 연안이나 근해에서 섭취한 먹이라는 것을 뜻한다. 즉 이는 바다거북이 제주도 연안에 터를 잡고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먹을거리는 단순한 먹을거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과 세계를 말해주듯이 바다거북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뱃속에 해조류와 물고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놀랍게도 바닷가로 떠밀려온 바다거북 사체의 뱃속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바다거북의 뱃속 쓰레기는 인류의 삶이 다른 동물에 주는 피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증거이다.
바다거북의 뱃속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가 플라스틱이다. 실제로 인류가 가장 많이 버리는 쓰레기도 플라스틱이고 제주도 바닷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도 플라스틱이다. 즉, 제주 해양쓰레기의 문제가 고스란히 바다거북의 뱃속으로 옮겨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들의 뱃속뿐만이 아니다. 쓰레기를 먹고 죽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선에서 버린 폐그물 등의 폐어구로 인해 바다거북이 걸려 죽는 사례도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즉, 현재의 어업활동 자체가 바다거북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제주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 수는 지난 2012년 19만7000여 척에서 2021년 27만5000여 척으로 10년 사이 8만 척 가까이 늘었다. 이에 비례해 해양쓰레기도 지난 2019년 1만1000여 톤에서 2021년 2만1000여 톤으로 3년 사이 2배 늘었다.
이에 따라 사체로 발견되는 거북도 2020년 17마리에서 2021년 30마리로 늘어났다. 어선수 양 -> 해양쓰레기 양 -> 바다거북 사체 숫자가 명확한 비례관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해양쓰레기 문제가 고스란히 바다거북에게 전이되었음을 보여준다.
# 바다거북과 바다숲
* 사라지는 제주의 바다숲
육지에 숲이 있듯이 바다에도 숲이 있다. ‘바다숲’은 바닷속에서 미역, 톳, 모자반 같은 해조류와 잘피 같은 해초류가 무리 지어 사는 해역을 말한다. 해조류와 해초로 이뤄진 숲이다. 육지의 숲이 그렇듯 바다숲도 해양 생태계의 산실이다. 아니 육지의 숲보다도 바다숲은 바다생태계가 시작되는 근간으로서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의 해조류와 해초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다속에 잠겨있다 보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제주바다에 살던 해조류와 해초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갯녹음이 발생하면서 바다 사막화가 진행된 지 오래이다.
이것은 곧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일으켜 제주 해양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제주 도정이나 정부의 대처는 너무나 미흡하거나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해양수산부는 지난 10년 동안 바닷속 해조류가 줄어드는 갯녹음을 막기 위해 10년 넘게 바다숲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전국에 3000억 원 이상 투입한 바다숲 사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주도도 마찬가지이다.
사업 대상지에 갯녹음 현상이 발생하고 심지어 해조류가 감소하는 곳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문제의 원인 분석과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인공적인 증량 사업에만 집중함으로써 생긴,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마라도에서 최근 몇 년간 미역이 사라진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녹색연합이 진행한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강정찬 박사 인터뷰에 의하면 올해 마라도 해역에서 미역을 단 한 개체만 발견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더군다나 톳들도 사라졌다고 한다. 이처럼 해조류가 사라지니 이를 먹던 성게도 상당부분 줄었다고 한다. 생태계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바다숲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함께 해양오염과 개발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야 전 지구적인 원인이라 치더라도 해양오염과 개발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제주도가 절반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해조류와 함께 바다숲에서 중요한 식물이 있다. 바로 잘피(거머리말)이다. 해초인 잘피는 미역,톳같은 해조류와는 달리 잎, 줄기, 뿌리 기관을 가지고 있는 고등식물에 속하는, 바다 속에 사는 풀이다. 그래서 잘피를 해초(海草), 즉 Seagrass라 부른다.
잘피는 해양생물의 산란장 및 서식지 역할을 하면서 육지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해양 초식동물 등 해양 동물들의 먹이 공급원이 된다. 광합성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제공하는 등 생산자로서 건강한 연안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온대 지역에 분포하는 잘피는 1년에 약 500 g의 탄소를 고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잘피숲이 사라진다면 생태계와 기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 바다숲의 관리사, 바다거북
제주지역에는 잘피 자생지를 11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잘피숲은 여느 해조류처럼 어류의 서식처와 산란 장소가 되어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잘피를 바다 숲 조성에 이용하는 등 매우 중요한 해초에 속한다. 또한 잘피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푸른바다거북이 먹는 해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처럼 푸른바다거북은 해조류와 함께 해초를 먹는 소수의 대형 초식동물 중 하나이다.
그래서 푸른바다거북은 바다 정원사로 불린다. 해조류와 해초를 조절하고 정화해 바다 정원을 조화롭게 유지한다. 왜냐하면 해조류나 해초가 적절하게 제거되지 않으면 무성하게 자라 해류의 흐름을 막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원동력인 빛을 차단하여 그늘을 만들기 때문이다.
푸른바다거북은 왕성한 먹이활동을 통해 해조류 숲과 해초 숲을 정화해 다양한 종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푸른 바다거북이 가꾸는 바다숲은 천연 살생물제를 배출해 인간과 해양 생물에 질병을 일으키는 해양 병원성 박테리아를 50퍼센트나 제거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매부리바다거북은 바위나 산호에 붙은 해면을 즐겨먹는데 매무리바다거북이 없어지면 해면이 지나치게 불어나 산호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바다거북이 바다숲 등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육지의 숲보다 몇 배나 강력한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을 지닌 바다숲은 기후변화를 늦추는 중요한 해양 자원이다.
실제로 제주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을 위한 제주형 블루카본 사업모델 모색’ 연구보고서에서 잘피, 염생식물, 패류, 갈조류 등을 블루카본 사업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루카본은 2009년 유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출간한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용어로 ‘연안 식물 생태계가 저장·격리하는 탄소’를 뜻한다.
숲, 초원 등 육지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인 ‘그린카본’은 수백 년간 탄소를 저장하는 반면 블루카본은 수천 년 동안 토양에 가둬 놓을 수 있다. 특히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 속도는 그린카본보다 50배나 빨라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바다숲을 관리하는 바다거북을 지키는 것은 단지 한 종의 보전을 넘어 바다숲의 보전-바다생태계의 유지와 더불어 더 나아가 기후위기를 막는 일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 토끼섬의 잘피 숲과 푸른 바다거북
제주도 해안에는 잘피 자생지가 11개 지점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토끼섬도 그 중 하나이다. 제주자연의벗 바다거북 모니터링 팀은 올해 여름, 토끼 섬을 조사했다. 바다거북의 산란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토끼 섬에도 작지만 모래사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잘피가 토끼 섬을 둘러싼 수중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바다거북이 토끼 섬에 산란을 하지 않더라도 푸른바다거북 등이 이곳을 먹이터로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푸른바다거북이 잘피를 잘라먹어주면 잘피숲이 더 건강하고 길게 자랄 수 있게 된다. 서로 공생하는 것이다. 즉, 잘피숲이 건강하게 남아있어야 바다거북도 살 수 있고 바다거북이 있어야 잘피숲도 건강하게 살아남아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일까? 지난 6월말에도 토끼 섬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월정리 해안에서 푸른바다거북으로 추정되는 바다거북을 얕은 바닷가에서 해녀가 목격하기도 했다.
제주자연의벗 바다거북 모니터링 팀은 해녀와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50년간 물질을 해온 김영자씨는 지난 6월말 오전 11시경 월정리 해안에서 성게를 잡고 있었다. 걸어 다닐 수 있는 얕은 물속에 길이 60cm 내외쯤 되는 바다거북이 바위 위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다.
수경으로 물속을 들여다보니 바다거북이도 고개를 들어 해녀를 쳐다보았고 한 손을 흔들었다고 한다. 해녀 생활 50년 동안 이렇게 바다거북을 육지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50년간 바다거북을 깊은 물속에서만 두 번 보았었다.
해녀의 생각으로는 제주도 바다가 오염이 많이되서 깊은 물에 자라는 감태가 많이 사라졌고 할 수 없이 바다거북이 육지 가까이 해조류를 먹으러 오는 게 아닌가하고 자기 생각을 귀띔해 주었다. 바다거북 전문가에게 해녀가 말한 바다거북의 생김새를 말해주니 푸른바다거북 성체일 것 같다고 추정하였다.
전문가 얘기로도 최근 푸른바다거북이 육지 가까이 해조류를 먹으러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는 해녀 김정자씨가 50년간의 물질 체험 속에서 말한 것처럼 지구온난화, 해양오염과 개발로 인해 깊은 바다 속에 사는 감태 등의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육지 가까이에 자라는 해조류를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닐까 추정해 본다.
# 바다거북 보전은 제주도 해양 생태계 보전 정책의 시금석
이처럼 바다숲과 바다거북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바다숲의 감소와 바다사막화는 바다거북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즉, 이것이 심화될 경우 바다거북의 중요한 서식지가 줄어듦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바다거북이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제주도 연안 생태계가 더 악화되고 있음을 반증해 준다. 즉 바다숲 유지의 연결고리에 바다거북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8월 25일, 중문색달 해수욕장에서 해양수산부가 매해 개최하고 있는 바다거북 방류 행사가 열렸다. 구조 치료한 바다거북과 인공 산란한 바다거북 새끼를 방류하는 행사이다. 새끼를 방류하는 이유는 바다거북의 회귀 본능을 이용해 이들이 다시 중문해안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돌아오기는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중문색달해수욕장이 바다거북 산란지로서의 조건을 너무나 많이 상실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처방하지 않고 해결을 추진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 바다숲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원인 차단을 하지 않고 인공 해조 숲을 막대한 예산을 들이부어도 효과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바다숲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제주 해안의 개발과 오염문제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는, 바다거북이 중문색달해수욕장에 다시 알을 낳게 하려면 바다거북만 방류하는 것이 아닌 알을 낳을 수 있는 근본적인 조건을 개선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바다거북 보전은 곧 제주도 해양 생태계 보전 정책의 시금석과도 같을 수 있다.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