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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대입학정원 증원 ... 필수의료 문제 개선 아닌 개악으로 가는 정부

 

의대입학정원 증원 정책에 따른 의료대란이 길어지자 정부에서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는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으로 외국 의대를 졸업했으나 우리나라 면허는 없는 사람들을 임시로 수입(?)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의대입학정원 증원이라는 중요한 논의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법원에서 회의록을 제출해 달라는 요구에 ‘회의록이 있다’ ‘없다’로 말 바꿈 하는 바람에 국민들께서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에 큰 의문을 제기하도록 한 정부가 이런 대책을 응급대책이라고 내놓으며 헛발질을 계속 하니, 정부에서 의료문제를 얼마나 모르고 있나 하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외국 의대를 졸업하였으나 우리나라 면허가 없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우리나라에서 의대 입학이 어려워 의대 입학이 쉬운 동남아나 중국 의대로 진학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 국내에서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금년 1월에 치러진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해 합격하면 한국 의사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실력이 안 되어 불합격하면 당연히 면허를 얻을 수 없다.

 

둘째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그 나라보다 의료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

 

문제는 첫째 그룹은 실력이 모자란다는 것이고, 둘째 그룹은 우리말이 서툴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려면 장시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게 된다는 점이다.

 

1960년대 중반에 미국이 월남전에 참전하면서 군의관으로 많은 의사들이 빠져 나가 미국 내 의료 인력이 모자라니, 미국에서는 ECFMG(examination council for foreign medical graduate)라는 제도를 만들어 외국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미국에서 트레이닝 받을 기회를 제공하여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연 200불 정도였으나 미국 인턴의 봉급은 800불 정도여서 우리보다 봉급이 50배가 넘으니 너도나도 미국행을 희망하게 되었다.

 

필자도 학교 다니면서 시험에 합격하고 미국 가려고 당시 의무사항이었던 보건소장까지 마쳤으나 희망하였던 방사선과(지금의 영상의학과) 입국이 외국인들로서는 어렵다는 말에 포기하였다.

 

그 당시 시험은 오전 4시간 동안 의학 지식에 관하여 치렀고, 오후 2시간 동안 영어 듣기평가를 실시하였다. 의학 시험에 합격하여도 듣기평가에서 F(fail, 불합격) 받으면 미국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것은 수련기간 동안 꼭 필요한 것이 의사소통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이 ECFMG 시험을 보려고 1년 이상 하루 4시간 이하 잠자면서 노력하였다. 그런데 지금 그런 노력을 한 외국의대 졸업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에 와서 근무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을 쓸 병원은 있을까? 그러다가 만일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질까?

 

지금 사태는 2000년도에 벌어졌던 약사법 파동에 따른 의료대란과 판박이다. 그때도 정부에서는 의약분업이 꼭 필요한데 의사회에서 반대한다고 프레임을 걸어 의사들을 공격하였고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께서 정부 편을 들었다. 그러나 진실은 의약분업은 약국에서 항생제들이 무책임하게 판매되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항생제의 오남용과 내성이 문제가 되어 1970년대부터 의사회에서 주장하였던 것이다. 다만 약사법에 독소 조항이 있어서 그대로는 안 된다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그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노련한 정치가여서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시민단체, 특히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던 참여연대의 박원순 총장과 경실련의 이석연 총장을 앞세웠으나 이석연 총장이 약사법의 문제점을 깨닫고 발을 빼는 바람에 지금의 법안으로 고쳐져 타결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앞장서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 시민단체 지도자가 없으니 사태해결이 어렵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의 정책 부서에는 환자를 다뤄본 의사가 없어 엉뚱한 대책만 내놓으니 문제가 더욱 꼬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대 입학정원을 이렇게 늘리는 것이 부당함을 인식하는 국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의과대학에서도 정부안대로 정원을 늘릴 수 없다는 대학도 생기고 있다. 의료의 현황을 모르는 총장들이 의료문제에 까막눈인 교육부 지침대로 정하고 있으니 배가 산으로 간다.

 

대통령께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신다. 그 말은 맞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개선이 되어야지 개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 안대로는 엄청난 개악이 될 것이다. 이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언급하였으므로 이번에는 삼간다. 병을 고치려면 진단을 올바로 하고 그에 적합한 처방과 치료를 하여야 한다. 진단이 잘못되었는데도 그대로 밀고나가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루 빨리 정부에서 의대입학정원 증원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필수의료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개악하는 것이며, 사태 해결이 늦어질수록 벌어질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을 깨달아 결자해지의 지혜를 발휘하길 바랄 뿐이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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