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조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면서 민간 보조금의 일괄 삭감 방침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오히려 민생과 밀접한 예산을 줄여 재정을 확보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에서 행사 참가자들이 유채꽃을 보며 걷고 있다. [비짓제주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8/art_17399393651149_6ea19d.jpg)
제주도가 조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면서 민간 보조금의 일괄 삭감 방침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오히려 민생과 밀접한 예산을 줄여 재정을 확보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9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도내 모든 부서와 행정시를 대상으로 예산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부서에서는 민간보조사업과 민간위탁사업을 중심으로 삭감 가능 예산을 검토 중이다. 문화체육교육국은 이미 사업자들에게 보조금 10% 삭감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본예산이 확정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예산이 삭감되면서 사업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3~4월 예정된 행사들의 경우 이미 준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 통보를 받아 사업 계획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번 보조금 삭감 방침에 따라 이미 진행된 행사와 앞으로 개최될 행사 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도는 이달까지 진행된 행사에는 기존 편성된 예산을 그대로 지원한 반면, 추경 이후 열리는 행사에는 10% 삭감된 예산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같은 유형의 행사라도 개최 시기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릴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를 주관하는 서귀포시관광협회 관계자는 "도에서 갑작스럽게 보조금 삭감을 통보하면서 예산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며 "현재 진행 중인 5개 사업의 전체 예산에서 10%를 삭감하거나, 각 행사별로 2%씩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유채꽃 국제걷기대회의 경우 마케팅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행사 관계자는 "이미 업체 선정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예산 삭감을 통보받았다"며 "결국 참여 기업들에게 단가 조정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생을 위한 조치라지만 정작 민생 예산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사업자들은 담당 부서에 항의했지만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의 조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전언이다.
도는 오는 4월 추경을 앞두고 재정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출 조정을 통해 예산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보조금 삭감과 관련해서는 향후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생경제 회복을 목표로 한 추경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민생과 직결된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을 줄여 마련한 재원이 또 다른 분야에 투입될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보조금 삭감 방침은 처음이 아니다. 도는 지난해에도 보조사업 예산을 일괄 10% 삭감하며 현장과 제주도의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당시 도의회는 사상 초유의 예산안 심사 보류를 결정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올해도 같은 방식의 보조금 삭감이 추진되면서 도의회와의 예산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추경 심사 과정에서 보조금 삭감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