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56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18조2000억원 많다. 증가율이 2.8%로 재정통계를 정비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직전 문재인 정부 시절 증가율(8.7%)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평균치(5% 중반)에도 못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했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거의 해에 긴축예산을 편성한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지난해보다 39조원 줄었다. 세수가 부족한 판에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려는 고육책으로도 여겨진다. 그러나 올해 예산(5.1% 증가)도 긴축으로 인식되는데 내년 예산안 증가율을 더 낮춘 것은 긴축 속도가 과한 측면이 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저성장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정긴축이 경기회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 만능주의’를 배격한다며 ‘긴축 만능주의’로 기우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반도체 경기 침체와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등 불확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꿨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전경련을 탈퇴한 뒤에도 한경연 회원으로 남아 있던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계열사들이 한경협 회원으로 승계돼 한경연에 가입하게 됐다.[※참고: 한경협 명칭은 정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한 9월 이후 공식 사용한다.] 4대 그룹의 전경련 탈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다. 전경련이 청와대 요구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회원사들이 거액 출연금을 내는 데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자 정경유착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숨죽였던 전경련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회장직무대행을 맡으며 활동을 재개했다. 전경련은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를 모델로 설립한 기업인 단체다. 경단련이 일본경영자단체연맹과 통합했듯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도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전경련은 그 길을 회피하고 버티다가 윤석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부활했다. 전경련은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설립 당시 이름으로 바꿨다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경협은
올해 1%대 경제성장이 기정사실화한 판에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금융센터가 8개 투자은행의 7월 말 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1.9%에 머물렀다. 2월 2.1%였던 것이 3월에 2.0%로 내려가더니 급기야 1%대로 떨어졌다.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2.4%와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올해 성장률도 1.1%로 낮게 본다. 내년에도 1%대에 머문다면 2년 연속 1%대 성장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1954년 이후 처음 나타나는 저성장 기록이다. 2% 수준인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경제성장이 이어지면 기업 도산과 일자리 가뭄을 초래하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 2년 연속 1%대 저성장은 70여년의 한국 경제 발전사에 전례가 없다. 한국전쟁을 수습하던 1956년(0.6%), 2차 석유파동 직후인 1980년(-1.6%),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0.7%) 등 5개 연도 외에는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통계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과 경제활동이 담겨 있다. 여러 개념과 수치로 나타나는 것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는 정책 담당자와 정치권의 몫이다. 각종 경제지표와 사회지표가 전하는 의미를 제대로 읽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 정책이 신뢰를 얻고, 정부와 정당 등 정치집단의 실력도 인정받는다. 매달 나오는 통계이지만, 9일 발표된 7월 고용동향은 우리나라 고용시장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먼저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감했다. 올해 들어 월 30만~40만명을 유지하던 것이 7월에 21만1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었던 2021년 2월 이후 29개월 만의 최소 증가폭이다. 정부는 7월에 집중호우가 잦았고, 건설경기가 위축되는 등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점이 적지 않다. 사회 전반의 고령화와 더불어 고용시장도 늙어가고 있다. 20만명대에 그친 취업자 수 증가마저 60세 이상 고령층이 주도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이 29만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증가폭을 넘어섰다. 나머지 연령층은 되레 8만7000명 줄었다. 특히 새로 고용시장에 진입하는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0.6%로 1분기(0.3%)보다 높아지며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속내는 문제투성이다.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소비가 감소로 돌아섰다. 설비·건설투자 증가율도 마이너스다. 1분기 플러스였던 수출도 줄었다. 그럼에도 경제가 성장한 것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한 덕분이다. 결국 2분기 경제성적표는 장부상 숫자만 괜찮게 보인 ‘불황형 성장’이다. 수출이 계속 감소하는 데다 소비와 투자도 함께 빨간불이 켜져 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이 어두워졌다. ‘상저하고(上低下高, 상반기에는 어렵고 하반기에 나아짐)’를 외쳐온 정부가 무색하게 ‘잘해야 상저하중(上低下中)’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주요국 및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면서도 한국은 낮춘 이유다. 특히 IMF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부터 5회 연속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4월 2.9%로 전망했던 것이 이번에 1.4%로 반토막 났다. 대다수 국가들이 회복세인데 한국만 역주행이다. IMF 전망이 현실화하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 수준인 잠재성장률보다 한참 내려간다. ‘잃어버린 30년’ 불황을 겪은 일본과 같은 성장률을 기록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는 거의 이런 식이다. 위원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먼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양측 모두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을 제시한다. 근로자위원은 통상 두자릿수 인상안을, 사용자위원은 동결 내지 아주 낮은 인상안을 내놓는다. 노사 양측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처음 요구하는 안의 격차가 워낙 큰 데다 여간해서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노사 양측은 회의를 여러 차례 하고, 수정안도 내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법정 심의기한(6월 29일)을 넘긴다. 시간을 끌며 벼랑 끝 전술로 버티다가 이듬해 최저임금 공포일에 몰려 밤샘회의 끝에 공익위원 중재안(조정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 이때 노사 양측 가운데 어느 한쪽이 반발하며 퇴장한다. 최저임금은 결국 공익위원 중재안대로 결정되고, 노사 모두 불만을 토로하는 성명전을 벌인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노사 합의로 결정한 것이 7번,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이 9번뿐인 이유다. 2024년 최저임금이 19일 새벽 6시쯤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2.5% (240원) 인상된 것으로 월급(월 209시간 근무)으로는 주휴수당 포함 20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가 10일 출범했다. 이는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으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꾀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이행이 핵심 업무다. 수도권 초집중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북적댄다. 상장회사의 72%, 예금의 70%, 1000대 기업의 75.2%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지방소멸론은 이미 2010년대 중반에 대두됐다. 2015년 80곳이었던 ‘소멸위험지역’이 올해 118곳으로 늘어났다. 228개 기초 지자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소멸위험지역은 20∼39세 가임기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이다.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인 ‘소멸고위험지역’도 45곳에 이른다. 지방소멸 위기는 저출생 문제와 직결돼 있다. 과거 저출산 국가 하면 일본이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6명으로 한국(0.78명)보다 높다. 한국은 2001년 출산율 1.30명으로 일본(1.33명)에 역전당한 뒤 20년 넘게 따라잡지 못했다. 이런 출산율 차이에는 주거·보육 여건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췄다. 그러면서 상반기에 침체한 경기가 하반기에 살아날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진단은 유지했다. 상반기 0.9%에 그쳤던 성장률이 하반기에 1.8%까지 상승하고, 내년에는 2.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시지표가 나아지는 모습이긴 해도 정부의 인식이 현실과 부합하는지 걱정스럽다.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하지만 수출이 증가해서 흑자를 기록한 게 아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해 나타난 ‘불황형’ 흑자다. 실제로 수출은 9개월 연속 감소세다. 대중(對中) 수출도 1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둔화했다. 한때 6%를 넘어섰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낮아졌지만, 체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고물가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줄었는데 외식과 식품, 전기·가스·수도료 등 의식주 물가는 10~20%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낮아진 실업률에도 함정이 있다. 취업자가 노년층 위주로 늘었지 청년실업은 심각하다. 취업 준비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20대 청년이 5월에 35만70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가 없어지는 등 일상이 회복됐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비즈니스 형태인 자영업자들이 겪는 ‘코로나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끌어다 쓰는 부채가 여전히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데다 대출 원리금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음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통계로 입증된다. 1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이었던 것이 3년여 만에 335조원, 약 51% 불어났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 누그러들 줄 알았는데, 지난해 말(1019조8000억원)과 비교해도 불과 3개월 사이 13조9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양적·질적으로 모두 걱정스럽다.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연체율은 1.00%로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의 최고치다. 연체율 상승 속도는 더 공포스럽다. 연체율 상승폭을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3분기 0.06%포인트였던 것이 4분기 0.12%포인트, 올 1분기 0.35%포인트로 ‘더블’의 연속이다. 코로나가 거의 끝나가던 올 1분기에 저소득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해 평가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4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평가에서 네 계단 하락한 데 이어 올해 한 계단 더 내려앉았다. 2년 연속 뒷걸음질했다.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놓고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대만은 6위, 한국의 중간재 수출기지인 중국은 21위였다. 같은 아시아권이자 경쟁 관계인 이들보다 우리 국가역량이 처진다는 방증이다. 말레이시아(27위)에도 순위가 밀려 충격을 더한다. IMD 평가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163개 통계지표와 함께 기업인들이 대상인 94개 설문지표를 반영하는 평가방식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IMD는 국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역량이 있는지를 주로 따진다. 따라서 우리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점검·보완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IMD의 4개 주요 평가 항목 중 경제 성과, 기업 효율성, 인프라 부문은 개선되거나 지난해와 같았다. 문제는 정부 효율성이다. 36위에서 38위로 두 계단 미끄러졌다. 이 분야 순위는 3년째 하락했다. 그만큼 정부의 경제운용 역량이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효율성과 관련된 세부 항목을 보면 우리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경기도 다낭시’란 표현이 나돌 정도로 베트남을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많았다면, 올해부턴 일본 오사카·후쿠오카 등지가 한국인들로 붐빈다고 한다. 이동거리가 짧은 데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지방에서도 취항하고, 엔저로 여행비까지 그전보다 적게 들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정책을 펴는 사이 일본은행은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해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100엔당 1200원이었던 원·엔 환율이 올해 4월 1000원대를 거쳐 최근 9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그 덕분에 일본을 찾는 여행객은 비수기인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국경이 개방된 지난해 10월 이후 여행수지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이 만성적 여행수지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데 비해 일본은 대규모 흑자를 나타내며 경상수지 개선 및 경제성장률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올 4월까지 한국의 누적 여행수지는 61억2000만 달러 적자. 이와 달리 국경 개방이 한국보다 한달 늦었던 일본의 지난해 11월 이후 올 4월까지 누적 여행수지는 109억 달러 흑자다. 이는 일본 내 소비를 자극해
올해 세금이 정부가 예산을 짜며 예상한 것보다 큰 폭으로 덜 걷히고 있다. 그 탓에 국민 세금으로 꾸리는 나라살림, 재정 상황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원 적다.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예산 편성할 때 설정한 국세 수입액 목표치(400조5000억원)에서 얼마나 걷혔는지를 나타내는 세수 진도율은 33.5%. 이 또한 역대 최저치다. 월별 국세 수입을 보면 5월 이후도 불안하다. 전년 동월 대비 세수 감소분은 1월 6조8000억원에서 2월 9조원으로 늘었다. 3월에 8조3000억원으로 소폭 줄어드나 싶더니 4월에 9조9000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4월은 법인세 분납분과 부가가치세 중간분 신고 시기로 세수가 풍족한 때임에도 감소폭이 커졌다. 나라살림은 국민에게 거두는 세금을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쓰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때 경제 상황을 면밀히 판단해 세수를 추계하고, 거두는 세금을 필요한 데 쓰도록 설계해야 한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첫 작품이다. 대선 공약 사업을 시급히 이행하는 한편 이전 문재인 정부보다 빚은 덜 지겠다고 선언했기에 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