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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원ㆍ달러 환율 1400원선
주가 흔드는 ‘트럼프 포비아’ ... 주된 요인은 외국인 자금 이탈
KDI, 내년 성장률 2%로 낮춰 ... 내수 침체에 고용 사정 악화일로
정부는 자화자찬만 하고 있어 ... 애가 타는 국민은 답답할 따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 주요 증시에서 ‘트럼프 랠리’가 나타난 반면 한국은 역주행했다. 주가가 급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나들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네번째 닥친 1400원대 환율이다.

주가 급락의 주된 요인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외국인의 집중 매도에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을 위협받았다. 이런 ‘트럼프 포비아’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2기 트럼프노믹스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더 강화될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견제로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에서 자동차ㆍ반도체 등 주력 품목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성장률도 기존 대비 0.1%포인트 낮은 2.0%로 낮춘 배경이다. KDI는 내수 회복세가 더딘 데다 수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봤다. 트럼프 정부의 보편관세 10~20% 부과 조치는 2026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보편관세가 내년으로 앞당겨 적용되면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에 못 미치는 1%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연구원에 이어 국책 연구기관인 KDI까지 경기를 어둡게 보는데 불과 하루 전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 고용 확대, 수출 활성화를 통해 글로벌 복합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자찬했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정 홍보 차원에서 내놓은 자료라고 해도 “가계부채, 국가부채를 연착륙시켰으며 민간 중심 경제 운용으로 경제 활력을 증진했다”고 평가한 것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우리 경제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고용 사정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말부터 반등했던 수출도 7월부터 둔화하고, 기업들 실적도 좋지 않다.

 

‘재정 건전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를 내면서 외국환평형기금까지 끌어다 돌려막고 있다. 집값이 뛰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을 옥죄자 제2금융권으로 확산된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이미 누적된 고물가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된 상태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기업들은 신규 투자와 채용을 꺼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비금융업 법인 814개사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내수기업(620개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기업 투자도 2020년 이후 처음으로 8.3% 줄었다. 매출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첫 해인 2020년(-4.2%) 이후 4년 만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취업자 증가폭(8만3000명)이 10만명에 못 미치며 넉달 만에 꺾였다. 특히 내수 경기와 직결되는 도소매업과 건설업 취업자 감소폭이 컸다. 고용 한파는 취업자 수가 18만2000명 감소한 청년층에 더 세게 몰아쳤다. 구직활동이나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청년이 41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5만2000명 늘었다.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했지만 전혀 예견하지 못한 사태는 아니다. 보편관세 부과 가능성 등 무역환경 변화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 증시와 원화가치 하락폭이 큰가. 트럼프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하며 협력하고 싶다고 한 조선과 K-방산까지 주가가 하락한 것은 수출환경 외에도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특히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되면 수출입과 물가, 내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환율로 인해 에너지ㆍ원자재ㆍ농축산물 등 수입물가가 뛰고 금리 인하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환율ㆍ고금리ㆍ고물가의 ‘신3고(新3高)’가 다시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

 

 

트럼프 포비아를 차단하려면 시장 상황을 점검하며 예상되는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면밀하게 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시장 참여자를 안심시키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다중 위기를 타개할 정치 리더십과 정책이 보이지 않으니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투자자까지 미국 등 해외 증시로 이민하고 있다.

전기차와 우주항공 산업의 혁신을 이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에 내정됐다. ‘관료주의 해체, 규제 혁파, 지출 절감을 통해 연방정부를 구조조정할 적임자’라는 것이 발탁 이유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20% 안팎인 윤석열 정부도 대통령실과 내각 경제팀에 이런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과감한 인적 쇄신을 해보라. 다중ㆍ복합 경제위기 우려에 기업들과 가계는 애가 타는데도 대통령실과 정부는 잘해왔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국민은 답답할 따름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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