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가기 전 상처와 흔적을 테마로 한 대형그림이다. 이전에 소개한 대학졸업전에 출품한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작업 컨셉을 정리하기 전 중간 과도기의 작품이다. 결국 대학원 졸업시 작업논문인 ‘흔적에 관한 추상표현 연구’로 이어지게 된다. 여전히 미완의 컨셉으로 남아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호구지책으로(지금도 그렇지만) 학원강사 생활을 하였는데 당시 학원 원장님이 배려와 격려 차원에서 감사하게도 이 작품을 매입해 주셨다. 감사할 일이다. 대학원 마칠 때까지 학원 한귀퉁이 한평남짓 작업공간을 할애해주신 그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잊지 않으려고 졸업 개인전 도록에도 감사의 글을 넣었었다. 조그마한 공간에서 졸업하기 위해 100호 10점을 작업했었으니 작업환경이라는 것은 공간이 크든 작든, 좋거나 나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작가의 적응력과 의지의 문제라는 걸 알 수가 있다. 환경이 좋으면 나쁠 것은 없지만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재료가 없으면 값싼 재료로 작품을 만들면 되고 주어진 공간의 크기만큼 그리면 되는 것이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큰 결핍이 없는 상태도 감사할 일이다. 어쩌면 숨쉬고 있는 존재자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맑으며 땅은 그동안 일군 땀의 수고로움 속에 풍성한 수확으로 그 보상을 받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시간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가을은 또한 사색의 계절이며 외로움과 고독의 계절이기도 하다. 서정적이고 낭만을 자아내는 계절인 것이다. 나 또한 지나보면 가을을 타는 성정이 많은 것 같다. 속절없이 가는 시간 앞에 인간의 욕망이 무상함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욕망 앞에 불면의 밤도 깊어진다. 불혹의 나이를 훨씬 지났는데도 의혹됨이 아직도 많고 하심(下心)이 아직도 익지 않는 것을 보면 젊은 계절을 그리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부질없는 과거는 소각하고 유한함을 자각하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는 계절이기도 하다. 오는 겨울을 대비하는 사유의 계절, 가을이 깊어간다. 이 그림은 아내가 임신으로 부득이하게 친가살이를 할 때 2층방 한칸을 작업실로 삼아 수묵실험을 하며 만든 작품이다. 팍팍한 서울살이에서 남편으로 아버지로 작가로서 고민과 부담이 많이 있던 때라 그 감정과 번뇌를 수묵으로 형상화하고 상징과 은유로 표현해 본 작품이다. 뒤늦게 한국
무명의 꿈. 수레바퀴 - 사람은 덜커덕 덜커덕 거리며 가는 수레바퀴와 같다. 예전엔 비포장된 길이 많았다. 지금도 그나마 때묻지 않은 곳은 비포장된 길과 어우러져 있다. 그러나 사람사는 세상에는 포장된 길이 많고 또한 필요로 한다. 그속에 우리가 존재함은 분명하다. 그것은 건널수 없는 한계의 공간이면서 무한한 가능성의 색깔을 띠는 공간으로 남겨져 있다. 만남 - 걷다보면 수많은 길을 만나는 것처럼 우리는 어쩔수 없이 만나게 된다. 파이고 지워지고 다시 만들고 채워지고... 사랑 상처 아픔 망각 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다. 비명비암(非明非暗) - 하나에서 시작되어 여러 가지로 불리우는 것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우리는 필요로 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을 거부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 자체도 알 수 없어서 무작정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짓거리 - 신은 무언의 몸짓을 하는 순간 행위를 낳고 그 행위는 원인이 되어 현재라고 불리우는 이 시점에 모습을 갖춰 고체화된 결정체로 시간과 공간속에 나타나게 된다. 그 딱딱한 결정체는 구조의 얽힘을 풀어 해체를 꿈꾼다. 아니 스스로 신이 되길 꿈꾼다. 현재는 미래를 꿈꾸며 현실은 비현실적
젊은날 치기와 객기로 점철된 방황과 우여곡절이 있었다. 결국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 그 시절 때늦은 대학졸업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학번상으로는 87학번인데 1992년 졸업앨범에도 있고 한참후에 재입학하여 2000년도에 졸업했으니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못한 결과다. 한편으로는 남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았다는 위안도 없지 않다. 젊은날을 소환하여 다시 꺼내 보는 이유가 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 모르게 치기와 객기가 가득했던 오래된 젊은날의 생각이 요즘 불현듯 다시 들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살아온 결과로 지금 겪는 물질적 위기,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이 있다. 간헐적 무기력, 우울감에 위축되기도 한다. 그동안 알았다고 생각한 것마저 과연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있다. 명상과 기도로 어느정도 삶의 의미를 찾았다는 생각 또한 오만이었음을 최근에 다시 깨닫게 되었다. 약하디 약하고 부족함 투성이인 것이 인간임을 ... 이 또한 분별심임을 알아차리고 있지만 현재까지 참 무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부질없는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묵은 습관, 그 뿌리를 생각하고 좇다보니 젊은날이 소환된 것이다. 그
최근 귀향한 친구가 가게 문을 열면서 요청하고 그려준 그림을 소개할까 한다. 고향에 돌아와 예전 살던 동네에 있는 약 20여평 규모의 3층 옥탑이 있는 건물을 매입, 1층엔 본업인 공인중개사무소를 차리고, 2층에는 와인바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1층엔 부귀장수를 상징하는 모란그림 한점을, 2층에는 와인바에 걸맞는 모던한 느낌의 작은 그림을 4점 그려주었다. 2층 와인바에 이 그림을 포함하여 소품 3점이 현재 걸려 있다. 과거의 운치를 간직한 흰색 건물에 2층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은은한 풍경과 빛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가게다. 소박한 가게는 자기가 살던 집 근처에 있다. 이 친구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하지만 이 친구도 삶의 절박한 시절이 있었음을 지금은 안다. 지금은 그 고비를 넘겨 고향에 성공적인 정착을 하였으니 축복할 일이고 감사할 일이다. 이 친구의 평소 따뜻한 성정을 알기에 그림을 그려주고 싶었고, 향후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축복의 마음을 담아 이 그림을 그렸다. 이 인연이 소중히 이어지길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욕심을 부린다. 그러나 주어진 본분과 자기 모습 그대로 가족과 함께 감사하며 사는 이 친구가 부럽다. 여기에 오기까지 수없
이런저런 작품구상을 하다가 그려본 여러 소품 위주의 습작들중 하나다. 미발표작이다. 최근에 가까운 지인에게 보냈다. 한국화에서 익숙한 사군자중 하나인 매화나무가 소재다. 중심되는 가지를 거칠게 먹으로 치고, 평소 즐겨하는 표현기법인 물로 벗겨내어 남은 흔적을 정리하며 그린 그림이다. 화면을 나무의 선적요소와 기세로 공간을 크게 분할하고 작은 나뭇가지로는 나무와 공간을 다시 작은 공간으로 나눠주고 분할하였으며 점적 요소인 꽃으로 가지와 공간을 연결지어 모아서 포인트를 집중시켜주고 흩어짐을 표현하였다. 물로 벗겨내는 작업은 붓으로 그리는 표현보다 그려진 사물이 물로 벗겨지어 나타나는 남은 흔적의 우연적 효과가 훨씬 크고 판화같은 느낌의 잉크 입자 표현이 주는 표현의 재미, 그리고 변화, 완성도가 높아보여 자주 애용하는 기법중 하나다. 남은 흔적의 의미는 모든 것은 변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의미로 확장되며 지금 이 순간의 중요함을 내포하는 의미로 그려왔었다. 매화는 보통 조매춘신(早梅春信)이란 화제를 많이 붙이는데 다른 나무들보다 일찍 봄소식을 알리고 희망의 봄과 새벽을 상징하는 의미로 많이 그려진다. 거친 나뭇가지는 세상풍파의 굴곡과 고통의 시절을 의미하고
2017년 9월 서울민족미술인협회 회원전이며 기획정기전인 ‘2017 조국의 산하전’ 전시 출품작이다. 세종문화예술회관 광 갤러리(광화문역사 내)에 전시했던 작품이다. 민미협은 역사가 오래된 단체이면서 미술쪽에서도 시대와 역사를 통해 민중미술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중요한 단체다. 당연히 대학때 관심은 있었지만 분명한 역사적 통찰이 없던 나로서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못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난뒤 뒤늦게 민미협 회원가입을 하게 되었고, 이 전시를 통해 처음 회원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조국의 산하전이라는 제목처럼 이 그림은 한반도를 분할하여 3단구성으로 되어 있다. 상단에는 북한땅을 중간에는 남한바다를 하단에는 우산 쓴 아이를 그려놓아 조국의 미래가 암울함을 전체적으로 검붉은 톤을 배경으로 처리하였다. 중간에는 2014년 뒤집혀 침몰한 세월호를 실루엣으로 표현하였고 하단에는 방패같은 우산 쓴 아이를 그려넣어 세월호 침몰로 죽은 아이들의 영령을 위령하는 의미와 함께 당시 노란색 리본이 상징하듯 노란색으로 인물을 처리하였다. 불확실한 세계, 암울한 미래세계를 암시하는 장치로서 어린아이를 등장 시킨 것이다. 상단의 북한 땅엔 핵미사일 실험과 발사로 인해 전쟁 위기를
6월 말부터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몽롱하다. 전시기획으로 정신없이 바빴던 지난 6월을 생각하다가 오래전 6월에 그려졌던 그림 한점이 생각났다. 오늘 연재에 소개할 그림이다. 오늘로 벌써 30번째 연재에 들어섰다. 졸렬한 필체로 여기까지 오게 되서 돌아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나름 대견하기도 하다. 친구와의 사소한 만남과 가벼운 권유로 시작된 이 일에 스스로 부족하지만 그것을 딛고 용감하게 도전을 안했으면 이런일도 없었겠거니와 친구의 관심어린 권유가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으리라. 신기하고 감사하다. 결국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이 그림은 2009년 서울 문화일보 갤러리에 전시되었던 작품으로 정글 아티스트그룹 정기전인 '정글 프로젝트 새로운모색 2009'에 내놓았던 작품이다. 전시를 하기 전 작업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면서 그림 소재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컴퓨터로 인터넷을 보다가 다음 사이트에 피묻은 한복 이미지가 올라왔는데 너무나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다. 백범 김구가 안두희의 총탄에 스러졌을 때 입고 있었던 옷이었다. 그날이 마침 백범 김구 선생의 서거일인 6월 26일이었던 것이다. 전시를 앞두고 어떤 그림을 발표할까 이런 저런
지난달 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시 후 막을 내린 '찾아가는 미술관 첫 번째 칠성통' 기획전시에 출품된 작품이다. 오늘도 마지막 작품 철수와 남은 정리를 하고 들어왔다.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은 작품도록에 이렇게 기록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고향 제주에 다시 입도해 들어온 나의 빛나는 하루하루는 서울에서의 생기 잃고 팍팍한 생활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 감사함의 원천은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아름답고 충만한 제주의 하늘과 바다와 땅 그리고 사람들... 각자지만 모두가 연결된 하나의 모습으로, 주어진 모든 것들이 찬란히 빛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평화롭게 공존하는 환상의 섬. 그 빛나는 제주도를 그린다" 확연히 그렇다. 그런데도 몇주간 나의 상태는 이 그림을 제작했을 때 충만했던 기분과는 많이 다르다. 혼이 나간 듯한 넋나간 내자신을 본다. 왜그럴까를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사실 내 삶은 많이 변했다. 부족한 내자신에 대한 참회와 감사도 하는 삶으로의 변화도 왔고, 그런 삶속에 좋은 일도 감사한 일도 많아지고... 가깝게 나를 지켜본 아내가 인정할 정도니까 참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그 충만함이 사라져 버
지금 원도심 칠성통에는 '찾아가는 미술관, 첫번째 재생;칠성통'이라는 전시가 한창이다. 7월 3일 까지 진행된다. 위 그림은 이 기획전시에 출품된 작품이다. 전시되고 있는 공간은 일반 갤러리가 아니고 원도심 칠성통에 있는 4층 건물로 현재 비어있으며 오래되고 상징적인 건물이다. 벽과 바닥 천정이 거칠게 노출되어 있으며 벽에 작품을 걸 수 없는 상태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 건축공사 현장에서 쓰이는 비계에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한 공간에 작품이 어울리려면 작품크기도 커야 하고 화면도 강한 질감과 붓질이 필요할 듯 해서 일부러 이호해수욕장의 제주자연모래를 퍼와 모래의 거친 질감을 바탕으로 표현해 보았다. 제주의 자연모래를 사용한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하겠다. 그리고 아크릴을 이용하여 과감하고 즉흥적인 드로잉과 붓질을 통해 생명과 자연의 기운을 전달하려 한 작품이다. 전체적인 화면은 새로운 새벽이 시작된다는 의미로서 블루를 깔았고, 포인트는 하늘에 떠 있는 일곱색의 무지개 빛이다. 그 빛이 건물들 사이로 스며드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고 있다. 이 전시는 뉴미디어 아트를 포함, 다채로운 시각예술장르의 작가11인이 참여하여 함께 만든다. 낙후되고 쇠퇴한 원도심
이 작품은 2005년 제작되었다. 발표 기회가 없다가 2010년 제14회 한국미술협회 산하지부 노원미술협회 정기전에 출품된 작품이다. 지금은 사진으로만 남아있고 서울살이할 때 이사가 잦아서 어딜 갔는지 지금도 기억이 없다. 2004-5년 군상시리즈로 20여점 제작된 작품중 하나로 나름 애착이 있는 작품이라 액자까지 하고 전시출품도 해서 조금은 아쉽지만 어딘가에 잘 있으리라 본다. 이 그림은 참선하는 사람형상의 다양한 실루엣들을 흰여백으로 남기고 배경은 검은 먹으로 처리하여 명도대비를 강하게 주어 참선하는 사람의 형상들이 좀더 부각되어 보이게 제작한 것이다. 당시에는 육체를 통한 호흡수련과 기공수행으로 영적 관심이 많았던 때라 이런 그림을 자연스럽게 그리게 되었는데 이제는 호흡수련이나 기공같은 난행 고행을 안하고 모든 존재의 근원인 빛을 상념하고 참회와 감사의 명상으로 바뀌었다. 과거의 흔적을 통해 내 삶을 뒤돌아보면 이 모든 것들이 예기치 않게 내 힘이 아닌 보이지 않는 다른 힘이 작용해 왔음을 알게 된다. 원래 서양화를 전공하려 했는데 예술적 운명이 서양화의 길이 아닌 한국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진리와 영적 탐구의 관심과 여정 또한 예술의 길과 함께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내가 회원으로 있고 현재도 아티스트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글프로젝트2013’ 에 출품한 작품이다. 사연이 많은 작품이라 짧은 지면으로는 많은 얘기를 소개하긴 힘들지만 에피소드 한두가지라도 남겨보려 한다. 아직도 내 작업실에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며 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하고 애뜻한 마음이 드는 소중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인천에 있는 한중문화관 기획초대로 열린 전시에 출품한 작품이다. 100호와 10호 두점을 함께 출품 전시하였는데 100호는 내가 소장하고 있고 10호 그림은 다른 한점과 함께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에게 소장되어 있다. 당시 같이 하던 일을 접고 서울 방학시장에 돈까스집을 개업하면서 내가 선물로 드렸다. 이 당시의 나는 결혼후 운영하고 있던 학원경영 악화로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태였다. 따라서 경제적인 부족함을 해결하려 여러 가지 돌파구를 찾아보던 시기였다. 그리고 모든 일들이 내 뜻대로 내 맘대로 안되는 상황과 일들이 벌어지면서 스스로 자신감 자존감이 위축되고 그 나약함을 술에 의지하던 때였다. 우울감과 불안한 생각들과 그로 인한 모든 일들이 악순환되는 안좋은 상황들이 교차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