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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37)] 다시 푸른 희망을 품어보는 '언젠가는'

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가기 전 상처와 흔적을 테마로 한 대형그림이다.

 

이전에 소개한 대학졸업전에 출품한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작업 컨셉을 정리하기 전 중간 과도기의 작품이다.

 

결국 대학원 졸업시 작업논문인 ‘흔적에 관한 추상표현 연구’로 이어지게 된다. 여전히 미완의 컨셉으로 남아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호구지책으로(지금도 그렇지만) 학원강사 생활을 하였는데 당시 학원 원장님이 배려와 격려 차원에서 감사하게도 이 작품을 매입해 주셨다. 감사할 일이다. 대학원 마칠 때까지 학원 한귀퉁이 한평남짓 작업공간을 할애해주신 그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잊지 않으려고 졸업 개인전 도록에도 감사의 글을 넣었었다.

 

조그마한 공간에서 졸업하기 위해 100호 10점을 작업했었으니 작업환경이라는 것은 공간이 크든 작든, 좋거나 나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작가의 적응력과 의지의 문제라는 걸 알 수가 있다.

 

환경이 좋으면 나쁠 것은 없지만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재료가 없으면 값싼 재료로 작품을 만들면 되고 주어진 공간의 크기만큼 그리면 되는 것이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큰 결핍이 없는 상태도 감사할 일이다. 어쩌면 숨쉬고 있는 존재자체가 감사할 일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정신도 사치를 부리면 욕심인 것이다.

 

그 시절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번듯한 작업실도 없었고 시간적 여유도 나지 않았다. 작품의 완성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인물이나 산수풍경을 지긋이 앉아서 그릴 수 있는 환경 또한 안되어서 추상쪽으로 현실과 타협하여 작품실험을 하던 시기였다. 오히려 열악한 환경에서 환경을 극복하는 새로움을 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나보니 이때 도움받은 학원 원장님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여자분들 도움이 많았다. 현재 우리 가족 구성도 돌아가신 엄마 아래 누나 둘이 있고 그리고 조카들도 여자애들이고 내자식도 딸 둘이라 가족사진을 찍으면 10명 가운데 남자는 나혼자인걸 보면 내 인생은 여자의 도움 없이는 살아나가기 힘든 팔자인 것 같다. 여난이 아니고 여복일 것이다. 띠동갑인 큰누나가 아직도 내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으니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 그림의 제목은 ‘언젠가는’이다. ‘언젠가는’의 의미는 현재의 삶보다 앞으로 더 좋아지고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의 뜻일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명제 앞에서 모두가 공평하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이라는 사형선고를 받고 살아가는 유한한 삶 가운데 영원한 것도 없는 이세계에서 지나간 상처 또는 아픔과 추억은 과거로 남고, 알 수 없고 오지않은 미래인 미지의 세계를 우리 모두는 시간의 평등한 법칙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의 속성인 과거 현재 미래는 어쩌면 우리의 관념이고 착각일 수 있다는 얘기를 최신 과학들은 전하고 있다. 현재 지금 이 순간 속에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양자역학의 과학적 세계관이 그것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줄리안 바버에 따르면 “시간은 환상이다. 우주에 나열돼 있는 모든 것들이 각각의 지금이며, 어떤 지금들은 서로 연관성이 있어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처럼 각자의 상황에서 느끼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다를 것이다. 시간은 우리 차원에는 해석할 수 없는 고차원의 문제다.

 

어느게 옳고 그름을 떠나서 '언젠가는'은 그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화양연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의 염원에 다름 아니다. 그리워하고 바라는 것은 그 만큼 현재의 삶에 결핍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며 에너지 대부분을 그런 생각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라는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시절인연이라고도 한다.

 

언젠가는 때가 되어 지나간 모든 슬픔 상처 고통은 오히려 과거가 미래의자양분이 되고 의미가 되어 과거는 오히려 소중했던 추억과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지나봐야 알게 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 또한 시간의 연속성을 나타낸 말들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고 고통이 지나가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는 희망의 속삭임을 주는 말들이다. 아픈 시간이라는 것은 동시에 치유를 내포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 그림은 위와 같은 얘기를 담고자 표현했던 그림이다.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며 도래할 희망을 지금도 꿈꾸고 있다. 진정 내가 찾고자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점검의 시간을 갖고 있는 이 시기는 결국 그 밑바탕에 결핍과 상실, 욕심과 집착이 깔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라리 꿈이라면 깨고 싶지만 깨지도 못할거면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참고 노력하며 현재를 즐기려는 마음과 함께 감사와 희망을 놓지말자는 각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림을 보면 바탕은 갈색의 퇴색된 물감의 우연적 펼쳐짐을 만들고 거기에서 나오는 우연적 결들을 명암을 살리며 입체적으로 정리하였다.

 

시간의 흐름속에 자의든 타의든 만들어진 부서지고 패인 상처같은 흔적과 스크래치를 바탕에 형상화하고, 그 위에 동양화 물감인 흰색 호분으로 파괴된 벽을 도배하듯이 속에 있는 상처를 메꾸고 감추려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찢기고 뜯긴 또 다른 상처가 만들어지고 그러한 흔적이 계속 반복된다. 우리의 삶 또한 이러지 않을까. 언제까지 이 상처와 아픔이 끝날까. 이 상흔이 온전히 복구될 것인가. 다시 푸른 희망을 품어보는 푸른 획과 터치를 그 위에 더해본다.

 

찬찬히 전체적 조형적 구성을 점검하며 마무리 한다. 뭔가 부족하다. 그러나 손을 떼고 끝낸다.

 

미완성 자체가 완성이 된다. 완성과 정답은 없다. 늘 미완의 순간이 지금 이 순간이며 늘 부족하지만 또 다른 완성을 향해 나아가며 그것은 또 미완으로 끝을 맺는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런 내용의 그림이다.

 

이태원 사고로 시끌벅적하다. 당사자든 당사자가 아니든 모두가 아픈 시간이다. 각자의 시간의 속도와 무게가 다 다르겠지만 슬프고 안타까운 공명의 시간임은 분명하다. 되돌릴수 없고 어쩔 수 없는 시간의 벽 앞에서 통곡의 울음소리가 짙다.

 

안전불감증과 도덕적 해이, 경각심을 각성해야 한다. 위정자들의 사과와 참회로 고통받는 이들이 위로받아야 한다.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령하고 부디 상처와 아픔이 빨리 아물기를 바란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잊지말아야 한다.

 

겨울로 가는 길목인 11월이다. 올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아픈 사람들을 배려하고 위로하는 계절이길 바란다. 힘과 살아갈 용기를 주는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한다. 나 또한 기운내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아픈 영혼들을 위해 두손 모아 기도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빛 힐링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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