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할 작품은 화면상에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상처의 흔적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장지를 여러번 겹친 바탕을 만들고 장지의 표면을 거친 붓으로 비비고 짓이기고 일그러뜨린 바탕에 퇴색된 갈색의 느낌으로 채색한 그림이었다. 한지 자체의 물성을 이용하여 평평한 표면 위에 한지 자체가 짓이겨지고 일그러진 입체적인 상처와 흔적을 표면적으로 드러낸 작품인데 내 의도가 우연히 잘 드러난 실험작품이라 애착이 간다. 친구가 여러 작품들 중 구입할 그림을 선정해달라 해서 이 애착이 가는 작품을 권유했더니 그 친구가 바로 그 자리에서 작품을 가져갔다. 감사의 기억으로 이 작품을 소개한다. 오늘부로 이 연재를 끝내는 날이라 이렇게라도 이 귀한 지면을 통해 다시금 그 친구의 호의에 감사를 전해보려 한다. 작가들이 보통 개인전이나 기타 전시에 참여하여 발표한 작품들이 팔리는 경우는 보통 친한 지인들이나 가족들이 구입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팸플릿이나 전시를 보고 아트 딜러나 화랑에서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용케도 작품이 눈에 띄어 인생이 바뀌는 축복받은 작가들도 많다. 적은 예산으로 전시를 치르는 경우는 홍보도 미미할 수밖에 없기에 그만큼 운도 따라야 그림을 팔 수가 있는 기회
2006년은 제3회 개인전을 했던 한 해였다. 그 이후로 이런 저런 핑계로 혹은 기회가 있어도 개인전을 하지 못했다. 사실 개인전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때가 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거니와 또 다른 여러 가지 조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말은 꼭 정답이 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느닷없이 다가오기도 하는 일이 있기도 하니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사람에게 기회도 오는 법이다. 서울 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개인전 형식의 부스를 할당받고 작품 열 몇점을 걸었던 전시였다. 마지막 날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당시 외국계 은행을 다니고 있던 친구가 오랜만에 찾아와줬다. 더구나 그림 한점을 즉석에서 매입까지 해주었던 고마운 기억이 남아있다. 그 전시작들 중 한 작품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흔적에 관한 추상표현 연구에 집중하던 때라 열몇점의 작품을 단기간에 제작할 수 있어서 가벼운 개인전이라 생각하고 진행된 전시였다. 큰 공간에 많은 부스를 나누고 관람객들을 상대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시이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바탕에 물감(분채)을 칠하고 흩뿌리고 나타나는 중첩과 우연성에 즉흥적인 감흥을 넣어 예기치 않은 순간의 무의식적 표현 위에 나
2012년 서울 한전아트센터갤러리에 전시한 정글 아티스트 그룹 정기전 출품작이다. 당시 입시학원 운영이 어려워 폐업하고 북한산 밑 아동미술학원을 재인수하여 운영할 때 아이들 수업 재료인 비눗방울을 만드는 재료를 이용하여 만든 작품이다. 재료도 재료지만 학원 아동수업을 회화적 조형원리인 점.선.면.입체에 대한 방향으로 기초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나타나게 된 또 다른 배경이 될 수도 있었다. 다 그만한 인연이 되고 원인이 되어 연결되어 나타나는 것들이다. 비눗방울의 형상과 흔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생각의 이면에는 나라는 존재의 가벼움을 얘기하고자 했다. 당시 작가노트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그림을 그린다. 이전에는 존재하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 매 순간 순간이 최선이고 실재라고 나는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존재의 의미와 실재란 과연 무엇인지 의심만 들뿐 나는 알 수도 없고 결국 스스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게 혼란속에 뒤섞여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스스로 잘못된 선택과 행동, 위선과 타협, 갈등, 우울과 어리석음 등을 경험하면서 세상을 탓하고 타인을 탓하고 자신을 탓하는 어리석음과 욕망으로 상
늦갂이 대학원생 시절 작품이다. 조교였던 친구의 권유로 고민하다가 아내의 허락과 격려로 결혼후 힘든 상황에서도 진학, 휴학 한번 안하고 그럭저럭 무사히 졸업하였다. 대학교 시간강사는 안해봤지만 대학원을 졸업해야 자격이 되기 때문에 아내는 작가로서 그리고 학원 보다는 대학 시간강사라도 하면 나을 듯 싶어 졸업이후를 기대 했겠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어 대학강의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내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했고 그만큼 현실에 둔감하고 당시 절심함도 없었던 나였기에 기대했던 아내에게 지금도 참 미안하다. 이 그림 제목은 ‘연결짓다’이다. 이 때 함께 제작한 대부분의 작품들 제목 또한 동사로 붙였다. 부딪히다, 사라지다, 떠돌다, 움트다 등. 이는 고정태이며 관념적인 명사적 단어보다 능동태적, 가변태인 동사가 그림속 추상성과 더불어더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 시공간을 표현하는데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이나 상태를 표현하는데도 적합하고 형용사적 의미와 서술의 의미도 있고 실천과 결과의 의미가 있어 동사를 그림 제목으로 붙였던 것 같다. 어쩌면 문장에서 보면 명사보다 동사가 더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학원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