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28일, 여야 정당들은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다. 야당들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응수했다. 사실 그간의 여야 행태를 보면 유권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역대 최악의 공천에다 공약도 상당 부분 과거 내세웠던 것을 재활용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후유증까지 우려되는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 부지기수다. 여야 정당은 서로 베낀 듯 비슷한 개발·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면서 정작 재원에 대해선 말이 없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둘 다 철도 지하화와 간병비 지원 공약을 내놨다. 철도 지하화는 약 50조원, 간병비 급여화는 연간 10조원이 소요된다. 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공약했다. 하지만 두 정당 모두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실성과 타당성이 없는 포퓰리즘은 ‘공약 냉소주의’를 부채질할 뿐이다. 여야는 ‘우리 정당이, 후보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 상대 정당과 후보를 향한 공격을 일삼았다. 서로 상대를 ‘종북 세력’ ‘친일 세력’으로 규정하며 선거를 갈등 프레임 대결로 끌고 가
제주방언으로 쓰신 김종두 선생님의 시집, ‘사는 게 뭣 산디’는 ‘제주여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무려 12편의 ‘제주여인’은 4.3을 겪은 어머니가 화자(말하는 이)가 되어 그 시절의 삶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 중에서 ‘제주여인 10’은 자식들이 살아갈 4.3 이후를 이야기한다; 4.3 그 시절, 제주 사름이민 고슴 안 아픈 사름 어디 이서시냐. 동드레 가민 동엣 사름 혼맺힌 사연, 서펜드레 가민 서촌 사름 피맺힌 사연. 이제 왕 아명 도시려 봐도(이제 와서 아무리 얘기해 보아도), 어느 누게가 그 한을 씻어주코. 이 할망 고만히 살당 가크메, 호다 느네 도투지 말앙 살라. 나 죽엉 골총되어 불민 그 뿐. 이제 혼 두 해 더 지나믄 그런 일도 이서싱가 홀꺼여. 오죽하면 4.3으로 한이 맺힌 할머니가 ‘이제 4.3을 두고 더 이상 다투지 말라’고 하실까. 4.3은 이제 화해와 상생의 역사를 쓰고 있다. 2000년 1월에 공포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그 기초다. 이어서 8월 28일에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설치되어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결과 2003년 10월 정부의 제주4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젊은이들이나 일부 특정 취향의 관객들로부터 ‘숭배’에 가까운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독특한 영화를 ‘컬트 무비(cult movie)’라는 장르에 묶어 집어넣는 모양이다.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파이트 클럽(Fight Club·1999년)’은 가장 성공적인 컬트 무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컬트 무비는 기존의 지배적인 주류문화와 사회질서에서 이탈하거나 저항하고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류문화의 관점에서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불온한’ 영화일 수도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무기력증에 빠진 한 남자가 자기 애인의 어머니와 불륜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졸업(Graduation ·1967년)’이 1960년대 미국 사회에 충격을 가하고 숱한 논란에 불을 지폈던 1960년대의 대표적인 컬트 무비라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은 졸업만큼이나 충격을 안겨준 컬트 무비로 기록된다. ‘햇살 가득하고 번듯한 곳’이 주류사회라고 한다면 ‘어둡고 칙칙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은 비주류들의 공간이다. 영화 파이트 클럽의 모든 장면들은 어둡고 칙칙하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파이트 클럽’의 창시자이자 리더는 비누를 만들어 파는 타일러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높여온 것을 시행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 데 이어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민생토론회에서 “더 이상 국민이 마음 졸이는 일이 없도록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은 전년도 말 기준 부동산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적용해 산출한다. 이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이 시세를 한참 밑돌아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며 공시가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공시가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90%로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도입 첫해인 2021년부터 상당한 반발에 부닥쳤다. 부동산 보유세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6~2020년 4~5%대 상승률을 보였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로드맵 도입 이후 2021년 19.05%, 2022년 17.2% 치솟았다. 그 결과, 주택에 부과된 재산세는 2020년 5조8000억원에서 2022년 6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도 같
MZ세대의 ‘3요’를 아시나요? ‘3요’는 직장내 상사의 업무 지시에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젊은 직원의 반응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납득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고 바로 말하는 MZ세대들의 특성을 반영한 말이다. 7080 세대로 상사의 말에 복종이 미덕이라 생각했던 나에게는 MZ세대의 합리적인 생각과 용감함이 부럽기도 하다. 최근 5년미만 저연차 공무원들의 퇴직이 3년새 72.6%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행안부와 인사혁신처에서 나서서 저연차 공무원의 공직 이탈과, 공공부문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우수한 공무원이 공직을 떠나는 사례에 대한 대책으로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방안’을 발표하였다. 필자는 우연히 제주도 정책기획관실에서 업무공간 혁신으로 추진하고 있는 ‘어나더 오피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밀린업무도 많아 신청해 놓고선 업무 추진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는데, 막상 해보니 담당자의 세심한 배려와 클라우드 등 근무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감사하며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 ‘만족’이 100%가 나올정도이고 재참여 의사의 사유로 심리적 안정(44%), 업무효율성 증대(33%), 출퇴근편의(22%)
왠일일까? 요즘들어 어머니께서 자꾸 고향 이야기를 하신다. “닌 대포 소문 들어지느냐? 강 방 오라게(가서 보고 오거라). 할망·할으방을 누게가 책임지느니? 할망·할으방은 하근디(여기저기) 아팡, 날 소뭇(자못) 기다렴실 건디...나가 이추룩 아팡 못 가는 줄도 모르고.... 강, 죽이나 쒕 드려동 오민 조키여만은....” 그래도 내가 선뜻 대답을 하지 않자,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나신 듯, 얼굴이 해맑아지신다. ‘허태행씨가 여자 곹으민 할망·할으방 죽 쒕 드리민 될건디....’ 아버지가 마치 대포마을에 살고 계시기나 한 듯이 아쉬운 눈치다. ‘강, 발 막앙 눠시민 조키여....’라고 혼잣말을 하시는 걸 보니,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하시나 보다. 문득 가슴 저 밑에서 뭉클하고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오른다. 얼마나 외로우시면..., 얼마나 그리우시면..... 아버지는 22년 전, 미국에서 돌아가셨다. ‘아이들을 돌봐주시면 공부를 더 해보겠다’는 아들을 위해 선뜻 이민을 떠나신 아버지는, 미국 시민으로 17년을 사시다 그곳에 묻히셨다. 아버지의 관을 땅 속으로 깊숙하게 내려서 흙으로 덮는 것을 보시고 엎드러지며 따라서 묻히려던 어머니는, 지금도 ‘아버지를 골충에 버렸
말이나 글이나 영화나 대개 그 구성은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뉜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하다. ‘스토리텔링’에서 결론은 지금까지 말하거나 보여줬던 것들을 압축적으로 요약하든지 가장 상징적인 말이나 장면으로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파고(Fargo)’의 결론은 엽기적이고 난장판으로 일관한 서론·본론과는 다르게 제법 따뜻하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의 아내납치 청부사건으로 평화롭던 브레이너드 시에는 쓰나미 같은 ‘파고’가 휩쓸고 지나간다. 그 사건과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한 경찰서장 마지(Marge)의 삶에도 뭔가 트라우마 같은 상처가 남았을 법한데 의외로 마지는 쉽게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간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뜻밖에도 영화 내내 존재감 ‘0’에 수렴하던 노엄(Noam)이 장식한다. 청둥오리 ‘덕후’ 노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잠옷을 입고 가장 편한 자세로 침대에 기대고 리모컨을 쥔 채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가며 TV를 보고 있다.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딱히 달리 둘 곳 없는 ‘시선’을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눈은 화면에 두고 있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있는 게 분명하다. 만삭의 마지 역시 가장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11일 두가지 연금개혁안을 제시했다. 노동계,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단체 대표 등 36명으로 구성된 의제 숙의단이 2박3일 합숙토론을 거쳐 내놓은 개혁안이다. 4월 중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투표로 둘 중 하나를 결정하도록 돼있다.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늘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도 40%에서 50%로 늘리는 것이 1안이다. 내는 돈을 12%로 늘리지만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 2안이다. 수급개시 연령을 만 65세로 유지하고, 의무가입 상한연령은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안도 채택했다. 1안은 ‘소득 안정’에, 2안은 ‘재정 안정’에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이고, 기금 규모는 1035조8000억원(2023년 말)이다. 이대로 유지하면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2055년 바닥난다. 일본은 연금 줄 돈을 100년 치, 캐나다는 150년 치 쌓아두고 있는데 한국은 31년 치밖에 없다. 1990년생이 노령연금을 받을 65세가 되면 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공론화위가 내놓은 두가지 개혁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연금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영화 파고(Fargo)는 ‘스릴러 코미디’ 장르로 분류돼 있다. 아마도 미국 관객들에게는 극도로 감정을 억누르고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도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비현실적이다 못해 코믹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아내와 장인에게 쌓인 불만이 많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상냥하게 대한다. 제리는 장인이 자신이 힘들게 기획한 사업 아이템을 날로 먹을 때도 그 부당함을 정면으로 따지지 않고 어정쩡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용을 쓴다. 어깨가 축 처져 장인의 사무실을 나와서야 주차장의 자신의 차를 걷어차고 두들겨 패면서 분노를 폭발할 뿐이다. 장인도 제리가 못마땅하지만 결코 직설적으로 표현하거나 드러내놓고 무시하지는 않는다. 항상 웃으면서 뼈를 때린다. 브레이너드 시의 여자 경찰서장 마지(Marge) 역시 용의자들을 탐문하고 심문하면서 단 한번도 ‘엄·근·진’한 표정을 짓지 않고 상냥한 말투와 어색하나마 미소를 놓지 않는다. 고교 동창생인 야나키타가 카페에서 자신이 유부녀인 줄 뻔히 알면서도 옆에 붙어앉아 마지의 어깨를 팔로 감싸는 ‘수작’을 걸어도 물을 끼얹거나 뺨을 갈기지 않고
인구는 생산과 소비의 핵심이다. 인구는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 우리가 바라봐야할 가장 중요한 지표다. 아이를 안 낳는다는 푸념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출생아 수 추이를 보면 충격적이다. 100만 명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1971년 이후 출생아 수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점을 맞은 1971년으로부터 1년이 지난 1972년 출생아 수는 90만 명 대로 하락했고, 1974년 80만 명, 1978년 70만 명, 1984년 60만 명 대로 떨어졌다. 출생아 수는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50만 명과 40만 명, 2017년과 2020년에 다시 각각 30만 명과 20만 명대로 하락해 버렸다. 출생아 수 26만 명을 기록한 2021년은 1971년 대비 4분의 1로 대폭 하락한 해가 되었다. 갓 태어난 아이들의 울음 소리가 네 집 중 세 집에선 들리지 않는 해가 된 셈이다. <참고 : 2023년 12월 27일 통계청은 10월 출생아 수가 1만 8,90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 2024년엔 21만 8000명으로 떨어질 전망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8~12월 3%를 웃돌던 것이 올 1월 2.8%로 안정되나 싶더니 한달 만에 3%대로 회귀했다.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2%대)에서 그만큼 멀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농산물 물가가 20.9% 올랐다. 괜히 ‘금사과’로 불리는 게 아니다. 사과(71.0%)·배(61.1%)는 물론 대체재이자 대표적 겨울 과일인 귤(78.1%)값도 뛰었다. 신선 과일값은 평균 41.2% 치솟았다.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파·배추 등 신선 채소류도 12.3%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3.8%로 전체 평균(3.1%)보다 0.7%포인트 높았다. 이런 현상은 벌써 33개월 연속 이어졌다. 지난해 이상기후 영향과 계절적 요인, 설 특수가 지나면 누그러들겠지 했는데 과일·채소값 폭등세는 멈출 줄 모른다.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과 외식물가 상승은 체감경기에 직격탄이다. 서민들 입에서 “외식은커녕 집밥 먹기도 힘들다”는 한숨이 쏟아진다. 가히 ‘생활물가 쇼크’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