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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8) 철옹성처럼 강고한 편견의 벽
논리 · 반박 근거 못 받아 들여 ... 아인슈타인 “상식은 편견 집합체”
편견 가득한 상식은 망상일 뿐 … 니체 말대로 내 안의 우상 부숴야

롱아일랜드 휴양지에 도착한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의 가족은 주말 2일간 임대한 고급 펜션에서 외부세계와 모든 ‘연결’이 차단되는 예상치 못했던 재난사태를 맞이한다. 가뜩이나 불안한 아만다 부부 앞에 야심한 시각에 방문객이 찾아온다. 불안한 마음에 몽둥이까지 챙겨들고 문을 열어보니 웬 파티복 차림의 흑인 부녀였다.

 

 

그는 자신을 조지(George·마허샬라 알리 분)라고 소개한다. 아만다 부부는 처음 보는 얼굴과 처음 듣는 이름이다. 조지는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며, 온라인에서 임대계약을 한 ‘G.H’가 바로 자신이며 G.H.는 George Henry의 이니셜이었다고 설명한다. 자신은 맨해튼에 살고 있는데, 맨해튼 전체에 정전 사태가 벌어져 부득이 이곳으로 왔으니 부디 하룻밤 재워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한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Homo Homini Lupus, est)’라는 라틴 경구에 깊이 공감하는 ‘인간혐오자’ 아만다는 갑자기 나타난 ‘하얀 늑대’도 아닌 ‘검은 늑대’를 도저히 집으로 들일 수 없다. 인간을 혐오하는 아만다가 흑인을 혐오하지 않을 리 없다.

조지는 아만다의 의심을 풀어줄 요량으로 상황을 열심히 설명한다. 지금 입고 있는 이 파티복은 마침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다 왔기 때문이며, 자신은 뉴욕 오케스트라 후원회 회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아만다의 의심은 갈수록 커진다. 흑인이라면 허름한 청바지 차림이어야 자연스럽지 흑인에게 이런 차림은 마약 딜러 아니라면 사기꾼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감히 흑인이 뉴욕 오케스트라 후원회 회원이라거나 그가 타고온 미끈한 최고급 ‘벤틀리’도 의심을 증폭시킨다. 결국 조지는 하룻밤 재워주는 대신 자신이 아만다에게 받은 이틀치 숙박료 2000달러에서 1000달러를 돌려주겠다고 한다. ‘금융치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르핀적’ 효과를 발휘한다.

아무리 인기 없는 지도자도 가가호호 ‘공돈’을 살포하면 약발이 먹힌다. 그제야 아만다가 찝찝하게나마 조지 부녀를 받아들인다. 조지는 집에 들어와 현찰을 보관하고 있는 서랍 자물쇠를 열어 돈봉투를 꺼낸다. 

그 모습을 보고 클레이(에단 호크 분)가 아만다에게 “거봐라. 집주인 맞잖아?”라고 속삭이며 안심하라고 하지만 아만다는 “이 집 하인일 수도 있어. 저 열쇠는 주인에게서 훔친 것이고, 하인이라면 돈 있는 데 잘 알겠지”라고 대꾸한다.

뉴욕에서 주인을 죽이고 온 흑인 하인쯤으로 의심한다. 조지가 아만다에게 자신이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고 제시하는 모든 증거는 오히려 조지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확신만 단단하게 만든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우리가 어떤 대상이나 집단에 지니고 있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얼마나 철옹성처럼 강고한 것인지 보여준다. 어떠한 논리적 반박이나 반대 증거를 제시해도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는다. 사랑이나 미움 모두 편견과 고정관념의 산물일 뿐이다. 전혀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이지 않다.

아만다는 흑인을 향한 자신의 경계심이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고 강변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이런 아만다를 위한 답변을 미리 마련해뒀다. “상식이라는 것은 18살 때까지 습득한 편견의 집합체일 뿐이다(Common sense is the collection of prejudices acquired by age eighteen).”

미국 실용주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 liam James)도 거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견들을 단순히 재배치하면서 자신이 사고(思考)하고 있다고 생각한다(A great many people thinks they are thinking when they are merely rearran ging their prejudices).”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가득찬 상식적인 생각은 망상일 뿐이다.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고, 당연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도 없다. 흔히 니체(Nietzsche)를 가리켜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들 한다. 니체는 사람들이 사로잡혀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망상을 쳐부수는 데 골몰했던 철학자이다.

실제로 니체는 그의 저서 「우상의 황혼(Twilig ht of Idols)·1888년」의 부제를 ‘망치로 철학하는 법(How to philosophize with the Hammner)’이라고 붙이면서, 우리들의 ‘우상’인 소크라테스·플라톤이 디자인 해놓은 철학체계의 공허한 도덕률과 어리석은 고정관념들을 망치로 가차 없이 공격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는 비로소 꿈꾸는 ‘초인超人(bermensch)’이 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니체를 망치의 철학자라고 한다면 윌 듀런트(Will Durant)는 ‘망치의 역사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그가 아내 아리엘(Ariel)과 공동집필한 「역사의 교훈(The Lessons of History)·1968년」 제1장의 주제는 뜻밖에도 ‘망설임(Hesitation)’이다. 자신의 판단과 기록을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망설임 속에서 이 책을 쓴다고 밝힌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역사가가 “자신이 기록하는 역사 또한 모두 객관적 사실이 아닐 수 있으며 모두 단순히 자신의 추측이나 편견에 불과할 수 있다(History is mostly guessing: the rest is prejudice)”고 전제한다.

또다시 맞이한 참담한 대통령 탄핵사태를 두고 주말 광화문에서 분명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인들도 아닐 텐데 수많은 어르신들이 이 추위에 모여 “계엄령은 정당하다”고 절규한다.

니체는 소크라테스의 말도 전부 믿지는 말라고 하고, 듀런트는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도 그저 추측과 편견의 집합체라고 하는데, 광화문에서는 자신들의 믿음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는 듯하다. 무엇이든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것이 ‘우상’이 돼버리면 그가 무엇을 하든 모두 정당하다. 
 

 

마가복음 14장 36절은 대단히 강렬하다. 십자가에 박히기 전 예수는 두려움 속에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한다. “주여, 주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뜻대로 마시옵고 주의 뜻대로 하소서.” 감동적인 기도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과의 관계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지, 민주공화국 국민들이 ‘여리(윤석열)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하면 곤란해진다. ‘여리’는 신이 아니다. 

아마 니체가 광화문 풍경을 둘러본다면 참가자들에게 망치를 하나씩 나눠줄지도 모르겠다. 그 망치로 상대의 우상을 부수라는 것이 아니다. ‘니체의 망치(Nietzsche’s Hammer)’란 내 안의 우상을 부수라는 뜻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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