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깃들 무렵, 아니면 어스름 새벽빛이 스며들 때 그는 산야로 내달린다. 지천에 널린 제주의 오름 들판에서 뛰놀던 말들도 고요히 머리를 숙인다. 그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린지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수년간 제주 들판에서 제주마의 삶을 섬세하게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가 김수오(58). 낮에는 한의사, 그외 시간엔 카메라로 제주의 자연을 내달렸던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다음달 1일부터 30일까지 제주돌문화공원 내 갤러리 누보에서 펼치는 사진전 '가닿음으로'. 그의 제주마 주제 개인전으로 제주마의 사계와 생로병사를 담은 35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김 작가의 본업은 한의사다. 낮에는 진료를 하고, 밤에는 카메라를 들고 오름과 들판을 누비며 방목된 자유의 제주마를 카메라에 담아왔다. 소설가 현기영은 그를 이렇게 소개한다. "밤의 어둠 속에서도 달빛과 별빛을 모아 촬영하는 사진가다. 그는 말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이 사물을 재현한 게 아니라 예술적 표현이란 소리다. 김 작가는 "제주다운 풍경 속에는 언제나 제주마가 있다"며 "제주 산야가 잃어가는 야생성을 아쉬워하는 마음에서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마도 나에게 곁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세계자연유산 제주’를 주제로 연 '제16회 제주국제사진공모전' 수상작 22점을 31일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790명이 모두 2395점을 출품했다. 30개국 75명의 외국인이 267점을 출품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대상의 영예는 정희준씨의 ‘조랑말의 겨울’이 차지했다. 금상에는 최하영씨의 ‘성산일출봉을 품은 돛단배’가 선정됐다. 대상 수상작 ‘조랑말의 겨울’은 눈 내리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숲길 목장의 말들을 포착한 작품이다. 제주 겨울의 고요한 아름다움과 자연의 평화로움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금상 수상작 ‘성산일출봉을 품은 돛단배’는 성산일출봉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하늘을 물들이는 장면과 그 앞에 놓인 단순하면서도 조형적인 배의 조화가 돋보였다. 은상에는 도경민씨의 ‘이호테우 해수욕장 금빛해변’과 이일석씨의 ‘라인(Line)’이, 동상에는 이진서씨의 ‘나와 흰사슴과 은하수’, 이진씨의 ‘제주의 겨울’, 조환진씨의 ‘제주 돌챙이’가 선정됐다. 강석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2025년에는 공모 분야를 확대해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발굴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제주의 숨겨
제주도는 제주시 원도심에 있는 ‘순아커피’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제주시 관덕로 32-1(삼도이동)에 있는 ‘순아커피’는 제주에서 보기 드문 일제강점기 가옥 형태를 갖춘 근대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건축연도가 정확하지 않지만 100년 가까이 된 건축물로 관리상태가 양호하다. 제주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본식 다다미방을 갖추고 있다. 2016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본래의 골격과 모습을 최대한 보존해 동네점방으로 이용되다 현재는 일부 리모델링해 휴게음식점으로 운영 중이다. 오랜 기간 원도심에서 상업용도로 이용돼 제주시민의 추억이 깃드는 등 사회·문화적 가치가 높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제주시 삼성로 40)은 1970년대 제주도 관광개발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건립된 전국 첫 도립박물관이다. 제주 출신 김홍식 명지대 명예교수가 설계해 1984년에 준공됐다. 건축물은 초가지붕을 형상화한 디자인과 현무암 마감 등 제주의 지역성이 잘 표현돼 우수한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수건축자산’은 문화재 지정과 달리 활용 가치에 중심을 둔 제도다. 소유주가 건축문화 진흥을 위해 신청하면 심의를 거쳐 등록
3. 중산간이라는 말의 기원 ‘산간(山間)지대’라는 말은 『삼국사기(三國史記,1145(인종 23년)』 「고구려본기」에 보이고, ‘산간(山間)’은 중국 당나라 정사(正史)인 『구당서(舊唐書, A.D.940)』에도 나오는 매우 오래된 용어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높아 수려한 지역이어서 산지(山地)가 발달해 있어서 페르낭 브로델(P.Braudel)의 말마따나 “산지의 사람들은 넓고 소통이 힘든 공간 속에 파묻혀 있어 대개 경작이 불가능하든지 혹은 아주 힘들어서 문명의 재건에 필요한 접촉과 교환이 어렵다”라고 했다. 그런 곳에서는 삶에 필요한 핵심 물품들을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와 문명, 경제는 모두 후진성과 빈곤함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산지(山地)는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한라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지만 산지의 규모가 크지 않고, 사면이 바다인 관계로 해안마을이 발달하였으며, 그 한라산과 해안 사이에 초지(草地)와 곶(藪: 2000년대 이후 곶자왈이라는 신생어로 사용)이 형성돼 있어서 고려시대 몽골점령기에는 목장을 동·서 아막의 행정에 의해 운영되었고, 조선시대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삼읍으 10소장 체계로 나누어서 목장지로 활용되었다.
<제주를 여는 창! 제이누리>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제주의 밤하늘 통기타의 선율' 가을콘서트를 마련했다. 통기타의 매력을 나누며 성장해 온 제주통기타 동호회가 펼치는 무대에 제주도민과 독자를 모신다. 도민의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준비한 무대다. 전문 음악인은 아니지만 프로급 아마추어 직장인들로 구성된 '더 클락', '고니마니', '썬데이세븐', '오늘랭' 등의 통기타 동호회들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하며 개성 넘치는 무대를 펼진다. 다음달 2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제주시 동문로 김만덕기념관 만덕홀이 콘서트 무대다. <제이누리>가 주최하고, 제주도와 제주개발공사가 후원한다. 더 클락(김성율·조남일·진영호·홍정애·임경미·오진미)은 제주 사투리로 음악성을 '더 키워보자'라는 의미를 담아 팀명을 지었다. 7080 노래를 중심으로 감미로운 화음을 자랑한다. 2022년 마(馬) 축제와 2023년 산지천 축제 등에서 공연한 경력이 있는 열정적인 팀이다. 고니마니(최재곤·고종만)는 두 멤버의 이름 끝글자를 따서 만든 팀이다. 제주항 부두에서 버스킹을 통해 모은 수익금을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기부하고 있다. 2017년
제주에 대한 '홀대론'이 정치·행정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광산구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제주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8개 국립예술단체의 공연은 단 한 건도 없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제주에서 열린 국립예술단체 공연은 16건에 그쳤다. 이는 울산(7건), 충청북도(15건)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광역자치단체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국립예술단체 공연이 서울에 집중되는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5년 동안 전체 4236회 중 86.3%에 해당하는 3656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서울 공연 비율은 매년 증가해 2022년 83.5%, 지난해 84.7%에서 올해는 8월 기준 89.6%에 달했다. 민 의원은 "문화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권이며, 전국민이 고르게 누려야 할 권리"라며 "특정 지역에만 혜택이 집중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립예술단체가 지역 균형을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해녀들의 삶과 전통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이 작품은 애플TV+가 제작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로 제주 해녀들이 고령화와 환경 오염 속에서도 강인하게 생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4일 사단법인 부산국제영화제에 따르면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에서 열린 '마지막 해녀들' 기자간담회에서 제주 해녀들이 구전민요 '이어도사나'를 부르며 현장을 해녀들의 애환과 고된 삶을 상징하는 무대로 만들었다. 감독인 수 킴과 제주 해녀 강중화, 정영애, 박인숙, 현인홍 등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 속 그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해녀들'은 제주 해녀들의 삶을 미국 제작진의 시선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그동안 한국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 해녀들이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미국 자본과 감독의 독특한 관점에서 해녀들의 강인함과 연대감을 탐구한 점에서 차별화된다. 정영애 해녀는 바다로 나갈 때 힘차게 부르던 '이어도사나'를 회상하며, 과거 해녀들이 노를 저어 출항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현인홍 해녀는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보였다. 영화를 연출한 수 킴 감독은 "어린 시절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난
1. 토포필리아 우리는 가장 작은 단위로 집에 살고 있지만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집은 장소이기에 편안하고, 마을은 보다 넓은 공간이기에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段義孚, Yi Fu Tuan)은 ‘장소는 안전을 상징하고, 마을은 자유를 상징한다’라고 말한다. 사람이 사는 곳인 집(home)이라는 이름을 가진 각각의 공간이 다른 여러 집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마을을 이루는 것이고, 그 마을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게 함으로써 그곳의 특별한 장소감(sense of place)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장소감이란 한 개인이, 자신이 자란 고향, 곧 그 장소를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감성의 근원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객지에서 내가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내가 자란 마을이 주었던 편안함과 자유를 누렸던 만족감에 대한 투사(投射)라고나 할까. 삶의 안정적인 발판이 되는 것으로 제일 우선인 것이 바로 집이며,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집을 이루어 사는 공동체 마을, 즉 고향이라는 이유가 그 삶의 자유를 위한 시작이 되는 것이다. 고향은 애틋한 경험과 친밀한 장소이자 애착이 가는 친밀한 공간으로 이푸 투 안은 ‘토포필리아
제주 연안습지의 생태·환경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야외 영화제가 해양보호구역인 서귀포시 오조리 갯벌 일대에서 열린다. 제주도는 다음달 3일 오후 6시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갯벌 주차장(오조로80번길 47)에서 '제1회 갯것이 영화제'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갯것이는 조간대나 바다에서 나는 소라나 꼬막, 바지락, 물고기 등을 모두 일컫는 제주어다. 오조리 갯벌은 지난해 12월 습지보호구역(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행사를 주관한 오조리 마을회, 제주생태관광협회, 깅아와바당 등은 전국 공모를 통해 해양 보호에 대한 의식을 높일 수 있는 6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상영작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거나 주제로 삼은 작품들이다. 길게는 40분, 짧게는 10분 내외 길이의 단편영화들로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로 이뤄졌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전 신청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행사장 규모로 인해 최대 100명까지만 관람이 가능하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습지보호구역인 오조리 갯벌 인근 주민들은 연안습지를 보전하고 가치를 알리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해양보호구역의 가치를 공감할 수 있도록 제주도 역시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
KBS의 인기 음악 프로그램 ‘가요TOP10’에서 1위를 차지했던 곡들로 구성된 쥬크박스 뮤지컬이 제주에서 공연된다.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이 다음달 12일 오후 5시, 13일 오후 3시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가요톱텐'을 공연한다고 20일 밝혔다. 뮤지컬 ‘가요톱텐’은 과거 KBS의 인기 음악 프로그램 ‘가요TOP10’에서 1위를 차지했던 곡들로 구성된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이문세의 '옛사랑',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솔리드의 '천생연분', 핑클의 '내 남자친구에게' 등 1980년대와 90년대를 대표하는 명곡들을 선보인다. 공연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품과 배경을 통해 관객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출연진으로는 가수 홍경민, 이지훈, 걸그룹 '카라' 박규리, 개그맨 홍순목, 배우 이영호 등이 참여한다. 공연에는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무대를 선보인다. 12일 공연에는 홍경민, 13일 공연에는 이지훈이 같은 배역으로 출연한다. 공연 관람료는 1층 2만5000원, 2층 2만원이다. 국가유공자, 장애인, 문화사랑회원, 65세 이상 노인 등은 30%~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
제주인이 문화로 하나되는 축제 '탐라문화제'가 다음달 5일 개막한다. 한국예총 제주도연합회는 다음달 5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제주시 산지천 탐라문화광장 일원에서 제63회 탐라문화제를 연다. 올해 탐라문화제 슬로건은 '신(神)들의 벗, 해민(海民)의 빛'이다. 기원·민속·예술·참여 등 4개 부문의 문화축제로 나눠 18개 프로그램으로 구성·운영된다. 축제는 첫날인 5일 삼성혈에서 탐라문화제 성공개최와 제주도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례인 탐라개벽신위제를 시작으로 탐라퍼레이드로 이어진다. 탐라퍼레이드는 5일 오후 5시 30분 관덕정에서 출발해 중앙로 사거리와 탑동 사거리를 거쳐 개막식이 열리는 제주해변공연장까지 약 1㎞ 가량 펼쳐진다. 둘째날부터는 다양한 민속문화축제와 예술·참여문화축제가 이어진다. 제주해변공연장에서 도내 읍면동 민속보존회가 각 마을의 특색을 보여주는 탐라퍼포먼스와 민속예술축제, 무형유산축제, 민속놀이축제가 연이어 열린다. 또 도내 다양한 문화예술 단체들의 공연, 국내외 초청 가수의 라이브 공연, 어린이 사생대회와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펼쳐져 보는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팝업스토어·향토음식점·푸드트럭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선
언어가 있어야 세계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모든 것이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혹은 무언가 닮은 모양의 추상(抽象) 형태와 확실하게 사물을 지칭할 수 있는 구상(具象) 형태로 구분할 수가 있다. 형태와 언어는 매우 밀접하다. 먼저 자연(우주)이 있었고, 사람이 있은 후 감탄사든 공포의 비명이든, 앓는 소리든 어떤 소리가 있었다. 자연 주변에 형태가 있으므로해서 비로소 사물에 대한 언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전제로 발달했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사물의 이름이 그렇게 해서 명명되었고, 언어가 있으면 대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를 테면 ‘말(馬, horse)’이라는 언어는 가리키는 대상이 있어야 하고, 만일 그런 대상이 없었다면 말(馬)이라는 언어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앞에 말(馬) 조각이 있다. 실제 말(馬)은 아니어도 모두 말(馬)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사람들은 실제 말(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말(馬)이라고 불러도 누구 한 사람 이의(異義)를 제기 하지 않는다. 자기가 아는 말(馬)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말(馬) 작품에 대한 ‘변형(deformation)’이나 ‘왜곡(d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