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일을 수년째 하다 보니 여러 기관에서 법률 사례 강연을 해 달라고 요청을 받는 일이 많다. 그래서 평소 의뢰인들과 어떤 상담을 해 왔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고 반복된 주제마다 있을 법한 사례를 구성, 강의안을 만들었다. 이 강의안으로 수년째 강연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개의 주제 중 유독 청중들의 관심과 분노를 유발하여 질문이 끊이지 않는 주제가 있다. 민법에서의 ‘점유취득시효’라는 제도다. 민법 제245조에 의하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즉, 돌담을 기준으로 자기의 땅인 줄 알고 20년 이상 점유를 해 왔다면, 실제로 그 땅의 본인 소유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유권자를 상대로 소유권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주제를 사례로 구성할 때, A가 B의 땅을 자기의 땅으로 착각하여 20년 이상 점유를 한 경우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어 소유권을 청구할 있다는 형식으로 구성을 하여 강의를 하게 된다. 그런데, 유독 이 사례에서 많은 청중들로부터 원성을 듣게 되고, 심지어 어떤 노인 분은 나쁜 변호사라고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셨다. 그리
새로운 사건을 소개받게 되면 우선 하는 일이 있다. 의뢰인과의 상담을 통하여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게 시작이다. 의뢰인들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이해가 잘 되도록 설명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말하는 본인도 사건에 대하여 파악이 안 되는 경우에는 설명이 뒤죽박죽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을 듣다가 겨우 이야기의 줄기를 잡게 된다. 사건 내용 자체도 정말 다양해서 10분 만에 모든 설명이 끝나는 간단한 사건도 있는가 하면, 사실관계가 복잡해 한 시간을 넘게 들어도 상담의 끝이 안 나는 사건이 있다. 처음부터 사건내용을 타이핑을 쳐서 정리해서 오시는 의뢰인도 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의뢰인도 나름대로 정리를 하면서 타이핑을 쳤을 것이기에 이해하기에도 편하고, 변호사로서는 귀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눈으로 서류를 읽는 것이 시간도 절약된다. 직업 특성상 독해에 특화되었기에 정리된 내용을 읽는 것이 더 좋다.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의뢰인이 가장 잘 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하다. 의뢰인 자신이 직접 겪은 사실이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의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다. 형사사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도박·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해져 범죄까지 번지는 경우를 숱하게 접했다. 경험상 20대에서 30대 피고인들은 도박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범죄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40대 이상부터는 술에 취하여 수중에 돈이 없음에도 술을 마시는 이른바 ‘무전취식’ 유형의 사기 범행이 많았다. 도박중독이 문제가 된 피고인들 대부분은 짧으면 수년, 길게는 10여 년간 도박문제를 안고 살았던 경우가 많다. 수년 동안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카드빚을 졌다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다가, 더 이상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지인들에게, 가족들에게까지 돈을 빌리게 된다. 가족들은 피고인이 형사처벌 받게 될 것을 염려해 마지막까지 빚을 대신 갚아주다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르고, 빚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처벌된다. 알코올 중독으로 범죄에까지 이른 경우는 이미 수차례 동종 범행으로 처벌된 전력이 많았다. 심지어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재차 무전취식을 하다가 체포된 경우도 상당하다.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니 대부분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 일단 술을 마셨다 하면 만취에 이를 때까지 마시며,
아들이 태어난 지 1년 6개월이 넘어 갈 때 쯤이다. 피해아동 국선변호인에 선임되었다. 벌써 1년이 지나간다. 그 기간 동안 나는 가정에서는 한 아이의 아버지의 입장에서, 사회에서는 가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피해 아동 변호인의 입장에서, 나름 양쪽 입장을 치열하게 대변해 왔던 것 같다. 우선 냉정히 돌이켜 보았을 때, 한 아이의 아빠로서의 나에게 결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나름 가정적이고 멋있는 아빠를 꿈꾸어 보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일을 핑계로 집에 빨리 들어가지 못하는 때도 많았고, 밤에 아이가 옆에서 울어도 모른 척 뒤돌다 누워 눈을 뜨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아이의 입장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채, 아이의 기본적 생리 욕구를 달래기 급급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무심했던 행동들이 나의 소중한 아이에게 상처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실무에서 경험한 아동학대의 대다수의 가해자는 부모였다. 그리고 피해자는 그들의 자녀들이다. 즉, 부모 중 한명이 가해자, 그 자녀가 피해자, 다른 부모가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요즘 뉴스에는 무서운 10대들의 범죄행각이 자주 등장한다. 뉴스에서 접하는 빈도와 내가 직접 사건으로 만나는 빈도가 비례하여 많아지는 점을 보면,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차 털이’, ‘조건 사기’ 제주지방법원에서 소년보호사건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하며 알게 된 소년범들에게서 들은 범죄 수법이다. 기억하는 단어가 두 가지일 뿐, 그들이 은어로 사용하는 범죄 수법은 다양했다. 다양한 범죄 수법 안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공동으로 범행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사회적·심리적으로 미성숙하여 무리 짓기를 좋아한다. 나아가,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안정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내가 속한 무리가 범죄에 노출될 때, 괜히 어울려 기웃거리다가 같이 연루되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 ‘특수범’으로 처벌받는다. 특수절도, 특수폭행, 특수공갈 등 ‘특수범’은 단독범과 비교할 때, 그 형이 무겁다. 물론, 범죄 가담 형태와 정도에 따라 그 형의 양정은 적절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단 중범죄가 적혀있는 사건기록을 받아 볼 때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다. 그 이후에는 이 어린 친구가 어쩌다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찾아온다. 두툼한 사건기록 속에는, 아직 어린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고, 10년 내에 재차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이 지난 4월 새롭게 시행되었다. 기간과 관계없이 음주운전을 2회하는 경우 곧바로 가중처벌하는 소위 ‘윤창호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자 새롭게 보완한 것이다. 처벌이 강화되면서 음주운전 관련 상담이 무척 늘었다. 상담을 하다보니 음주운전에 관하여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보려고 한다. 첫 번째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은 단순 음주운전으로는 실형을 선고받는 일은 없거나 매우 적다는 것이다. 벌금 정도 내거나 아무리 심해도 징역형에 집행유예 정도로만 처벌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더라도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제주지방법원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283%로 만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된 피고인이 재판이 진행되던 중 다시 또 0.196%로 음주운전을 하여 집행유예 없는 징역 2년 형을 선고한 바 있다. 위 사안의 경우는 피고인이 2017년 이미 한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된 전력과 재판 중에 재차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구직사이트에 '고수익 알바'라는 홍보글이 올라왔다.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본인을 김철수 팀장(박영희 과장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거짓인데 실명이겠는가)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은 대부업체 추심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고객으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할 아르바이트 직원을 모집한다고 하였다. 대출금 회수라면 고객으로부터 직접 회사계좌로 송금을 받으면 될 텐데 굳이 현금으로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하니, 자신이 일하는 대부업체가 이자제한법을 초과하는 고금리사채를 운용하기에 흔적이 남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책임지는 것은 회사이니, 단순히 대출금만 회수해서 회사에 전달한 아르바이트 직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알바비는 회수하는 금액의 1%이며 교통비는 따로 지급하고, 실적이 좋은 경우 정직원으로 채용도 고려한다고 하였다. 고객으로부터 돈만 받아서 회사에 전달하면 되는 것이라서 별로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 하는 일에 비하면 알바비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한 번 해볼까? 무슨 문제 있겠어? 절대, 절대, 절대 하지 마라. 문제가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가담하는 결과가 되어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땀 흘리지 않고
바야흐로, 투잡의 시대다. 직장을 다니기 전에 잠깐 용돈벌이로 알아보던 아르바이트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집값부터, 당장 먹어야 할 식료품 물가까지, 오로지 근로소득 하나로는 의식주 유지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알바○○, 알바○ 등 대형 채용 플랫폼의 광고모델은 누구나 아는 유명 연예인이다. 광고를 보는 소비자들은, 광고 모델인 유명 연예인이 해당 플랫폼을 검증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다. 홀린 듯이 대형 구인 구직 플랫폼에 접속하고, 큰 의심 없이 게시글을 찾아보는 것이다. 나아가 채용 플랫폼은 사용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한다. 구직자의 경우 자신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등록해놓으면, 해당 구직자를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먼저 연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랑한다. 그 어떤 사람도 힘들고 보수가 적은 일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덜 힘들고, 남들보다 보수를 더 받는 일자리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고수익 보장’, ‘편한 일자리’라는 표현이 구직자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과연 편하고 보수가 많은 일자리가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칠 것이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는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등학생을 자동차가 충격해서 사망하게 하는 사건들이 발생하여 모두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저도 어린 아들을 키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피해 아동의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지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직업이 변호사인지라 가해 차량 운전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법률적 항변을 하여 사건을 마무리 할지에 대하여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형사 처리의 원리에 대하여 간략이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교통사고’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합니다.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 교통사고 후 피해자 구호조치 없이 도주하는 경우, 그리고 12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험·공제가입 여부, 피해자와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하여 검사가 공소를 제기(공소 제기란 검사가 법원에 특정 피고인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받게 해 달라고 재판에 회부하는 것을 말함)하게 됩니다. 그리고 12대 중과실이 아닌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에 의하여 피해자가 중상해에는 이르지 않고 단순상해만 발생한 상황이면, 피해자와
챗GPT 4.0이 2023년 3월 14일 공개되었다. 챗GPT 3.5가 2022년 11월 30일 최초 공개되고 4개월이 채 지나기 전이다. 챗GPT가 최초 공개된 이후 챗GPT를 이용한 코딩 방법, 챗GPT와 구글 시트와의 연계를 통해 업무의 효용성을 높이는 방법, 챗GPT를 이용해 블로그에 올릴 글을 생성하고 저작권이 없는 이미지를 찾아와 자동으로 게시까지 하는 방법, 챗GPT를 이용해 글짓기 하는 방법 등의 유튜브 영상과 책들이 쏟아졌다. 챗GPT와 같은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개인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업무능력으로 변모할 상황이다. 챗GPT는 글쓰기 능력이 탁월하여 챗GPT가 작성한 글을 사람이 작성한 것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을 비롯한 각국 대학에서는 이미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작성하는 것을 금지하였고, 일부 대학에서는 AI 시대를 인정하고 오히려 챗GPT 사용법을 가르치거나 챗GPT가 내놓은 답변과 자신이 쓴 글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커리큘럼에 포함해 사고 분석력을 기르는 도구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도 챗GPT의 글쓰기 능력이 궁금해져 챗GPT에게 간단한 소장을 작성하도록 해보았다. 챗GP
한 의뢰인에게서 들었던 사연이다. 의뢰인은 우연히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돈을 맡기면 고수익을 내주겠다는 투자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지인은 "주식회사 A의 독보적인 핵심기술로 만든 주식투자 및 해외선물 등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통해 위험은 최소화하고 수익은 최대화 한다"면서, "원금손실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큰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주식회사 A에 투자를 하면 12주 동안 매주 투자금의 10%를 지급하여 총 투자금의 120%를 지급한다고 하며, 자신도 돈을 맡겨 보았는데 매주 약정한 수익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ㄱ서이다. 그렇게 그는 적극적으로 권유하였다고 한다. 의뢰인은 반신반의 하였지만, 한번 속는셈 치고 그가 알려준 회사 담당직원을 만나 투자계약서를 작성하고, 100만원을 넣어 보았다. 그런데 설명대로 120만원을 손에 쥐었다고 한다. 결국 의뢰인은 가족들의 재산을 모으고 대출까지 받아서, 이른바 '영끌'을 하여 수억원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돈을 주식회사 A에 투자하자 3주차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다. 하지만 4주차부터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담당직원에게 상황을 물어보려고 연락을 하였는데, 통화가 되
“법은 최소한의 도덕규범이다.” 늘상 들어온 말이지만 알쏭달쏭 까다로운 법률 용어가 난무하는 현장에 일반인은 그저 아리송하기만 할 뿐입니다.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죠. <제이누리>가 또 한번 새로운 기획에 나섭니다. 제주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다가가는 법률산책’ 길에 오릅니다. 4인의 변호사가 매주 릴레이로 여러분에게 ‘알고싶은, 알기쉬운 법 이야기’를 전합니다. 알아두면 꼭 필요한 ‘법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천원짜리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있다. '변호인', '재심' 같은 영화도 있다. 나아가 '역전재판'이라는 게임도 인기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무수한 콘텐츠가 곳곳마다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저마다 인기다. 정작 변호사를 콘텐츠로 하는 작품을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유행할 때마다 “진짜 그래?”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 작품들을 보지 못한 입장에서 “뭐 그럴수도 있겠지?”라며 머쓱한 웃음으로 넘어가곤 한다. 변호사가 등장하는 콘텐츠가 왜 인기가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막연하게 짐작할 뿐이다. 변호사는 사람들의 권리